우리는 어머니를 위대하다고 흔히 말한다. 그 위대함은 어머니이기에 가능하고 또 가능하리라는 강인한 믿음이다. 어머니는 당신 품으로 내어 준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주고 아까워하지 않으며 항상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래서 어머니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존재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엇비슷한 이유는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어머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컬러 오브 워터>. 이 책은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어머니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회고록이다. 지옥 같은 유년시절의 공포를 딛고 공포, 폭력, 차별의 사회적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담대하고 용감한 어머니의 삶을 기록했다. 제임스의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레이철 데보라 실스키)은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미국 이민자의 자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완강하고 가부장적이며 소아 성애자였으며 매우 권위적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소아마비로 왼쪽을 거의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루스는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성폭력과 노예와 같은 무시와 차별을 견뎌내며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녀는 17살이 되던 해 뉴욕으로 독립하여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하며 가시밭길 같은 삶을 걷는다. 두 번의 흑인과의 결혼과 사별을 통해 12명의 물라토(흑백혼혈인)를 낳았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키워 냈다. 그녀의 자식들은 모두 성공한 인격체로 성장했으며 왕성한 활동을 통해 든든한 가족을 일궈냈다. 실로 신실하고 강단한 삶이었다. 백인 공동체 내에서의 유태인으로서의 차별, 흑인과의 결혼에 의한 혐오에 가까운 편견과 시선은 그녀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녀가 걸어 온 모든 비인간적인 경험과 적대와 무시와 모욕감은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의 무자비함과 비이성적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인간이 인간을 향해 던지는 차별은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공존한다. 집단 내에서 펼쳐지는 차별의 양상은 서늘하고도 무겁다.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에 대한 차별.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으로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막과 같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사회에서만 펼쳐지는 모습은 아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할레의식, 신분에 따른 차별이 뿌리 깊은 제도적 계급, 급기야는 부에 따른 차별까지 가르고 막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나뉜다. 이렇게 차별은 특권의식을 만들고 특권의식은 차별에 따라붙는 모순된 현실을 되풀이한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통해 혹독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한 훌륭한 롤 모델로 제시하고자 하였음은 이내 알 수 있다. 굳이 구구절절 풀어 쓰지 않아도 12명의 자식들을 키우고 돌보는 동안 수없이 많았을 충돌과 갈등의 우여곡절이 넘나들었음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다. 한명도 힘들어서 키우기 힘든 요즘의 잣대로 들여다본다면 시도는 물론이고 생각조차 하기도 힘든 일이다. 자신을 믿고 두려움을 극복한 사랑의 힘이 없었다면 그녀 또한 이와 같은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로를 연대하고 의지하며 충만한 에너지가 가득한 삶을 지탱한 신실한 믿음이 그녀를 위대함 속의 위대함을 낳게 하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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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출간되지 않은 가제본 <컬러 오브 워터>에 대한 서평이다. 아들 제임스의 눈을 통해 바라 본 어머니와 어머니 루스의 서간체의 형태가 주거니 받거니로 이루어진다. 제임스의 감정변화와 어머니를 바라 본 심경, 그리고 어머니의 회고에 의한 감정선이 협주곡처럼 매우 잘 어울려진 작품이다. 물론 실화다. 10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의 교재로 채택될 만큼 반향이 컸던 책이다. 인상적인 내용이 호소력있게 다가 서는 근래에 보기드문 휴먼스토리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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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15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따끈따끈한 신간 리뷰네요. 어머니의 힘은 위대하죠. 12명의 자식이라니.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기사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어쩜 그럴수가 있을까 하고...

穀雨(곡우) 2010-08-16 09:55   좋아요 0 | URL
어머니의 힘에 대해 읽으면서도 전 세실님처럼 성폭력에 눈이 멈췄어요. 성폭력은 아주 친밀한 곳에서 정신병처럼 퍼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함께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