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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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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사회를 우리는 흔히 일등독식주의사회라고 말하곤 한다. 치열한 경쟁과정에 의해 선택되고 걸러진 최종승자에게만 집중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경쟁의 소산은 자본주의사회를 추동하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정은 힘없이 소멸되고 제거되는 모순의 일환이다. 그러나 소멸은 안과 밖의 경계를 생산한다. 승리는 곧 주류가 되고 반대는 비주류가 된다는 이분법적인 시선의 출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몰된 과정보다 결과의 화려함에 더욱 집착하는 전도된 세상에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승리의 향배가 비록 승자에게 독식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치열한 삶을 분투하며 오직 소명의식과 신명에 믿고 몸을 내맡긴 잊혀 진 승자들의 도전의 여정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것은 곧 다양성과 개성의 인정으로 이어진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상생의 도반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제대로 된 복원의 물꼬를 터야 한다. 복원은 비뚤어지고 왜곡된 시선을 교정하는 효시가 된다. 나아가 물질과 성공이 배합된 편향된 의식을 치환할 확실한 재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평범함에 가까운 그들을 찾아내고 발굴하는 데 인색하다. 혹자는 그들을 이상주의라고 하기도 하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능함에 가득 찬 성마른 시선을 보낸다.




        이처럼 고정관념은 다양성이나 개성을 편향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압력은 깊이를 왜곡시키고 그들을 향한 모든 진정성을 폄훼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소개된 인터뷰이들은 모두 치열한 삶의 뜨거운 현장 속에서 굴곡과 변동을 함께 타고 넘나드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서 받은 공통점은 바로 진정성이다.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나아가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개척자라 할 만 하다. 시대에 밀려 침전되고 가라앉기를 반복할지라도 꿋꿋이 터전을 지켜 이어가는 삶은 배금주의세계관에서는 가차 없이 아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들뜨게 하고 정열에 휩싸이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인가? 희망이다. 짓밟히고 뭉개져도 삶을 위무하게 만드는 그것은 흡사 열정과도 같다. 돈 되지 않는 철 지난 영화를 어르신들의 애환과 삶을 다독여주는 시네마천국으로 만들어 가는 허리우트클래식의 젊은 사장 김은주의 넉넉함을 보면 대번 알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군무 발레리나 안지원, 잊혀진 가수 주정이 등은 모두 기억 속에 지워진 존재들이다. 아니 있으되 느끼지 못하는 존재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음을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근본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가 발견해 낸 바깥은 사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안과 밖의 정의를 달리하자면 현재의 안이 언제든 밖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나쁜 소린 조심하고 좋은 소리엔 열심히 살면 되지.”라고 명징하게 쏟아내는 점쟁이 천하대신 할머니의 눙치는 삶도 인생굴곡을 염두에 두었음이다. 산악계의 넘버 3로 용케 버텨내며 휴머니스트를 자청하는 산악인 한왕용의 동인은 희망에 맞닿아 있을 테다. 실제 인간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와의 투쟁의 목표는 자기애自己愛이다. 그것은 내부에 겹겹이 쌓인 고준험령을 정복하며 획득하는 강단함과 불굴의지가 빚은 합작품이다.




         옛 말에 제 멋에 산다는 말이 있다. 제 멋의 기준이 당연 개별적 사색의 결과가 우선이겠지만 우리는 타자의 시선에 구속받고 산다. 구속은 멋을 상실하고 개성을 퇴락하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저자 최윤필 기자가 공유코자한 생각의 우듬지 또한 개성의 탈편중화에 귀결된다. 몰개성화된 현실사회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26명의 개척자들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 흩어진 삶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그들을 통해 조명되어 담긴 멋이 비록 세련되고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노력과 열정이 쌓여 빛을 발한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스며 밴 소박함이 승화하여 만들어 낸 것임을 안다. 때로는 그들의 우직함과 융통성 없음이 못내 미덥지 못하더라도 삶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일러 말해 무엇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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