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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평소 하드보일드문학을 자주 접하는 편이 아니다.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내용도 그렇거니와 광기에 대한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이고 거친 내용을 좋아하는 메니아층이 꽤나 두껍다. 대개 추리물이나 판타지물에 압도적으로 자주 결합되어 사용된다.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심리에 중점을 둔 스타일은 현재의 주류적 문화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서는 놀랍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는 학습에 의한 결과다. 아울러 이러한 문학의 패턴에는 신비주의에 얽힌 내용을 즐겨 쓰는 것도 한 특성이다. 금기시 된 내용이나 보편적 관습에 의해 고착화된 관념의 틈을 파고드는 내용은 독자들에게 쉽게 어필된다. 그래서 미디어물이나 추리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프러파일러식의 사건 전개는 큐브의 풀이처럼 난제를 던져 줌과 동시에 시각적 충격을 함께 도모함으로써 몰입을 상승하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게다가 작가의 특성에 따라 메타포를 통해 인간본질의 문제를 통찰하기도 하며 심도있게 다루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의 소재가 된 인류사와 고대종교에 얽힌 창세기의 비밀은 현재의 동류의 문학이 보이는 패턴을 충실하게 따른다. 복선과 암시를 통한 양방향 대결구조는 사건을 풀어 가는 얼개다. 인도의 신비의 수학 스도쿠나 마방진처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는 것이 매력이다. 이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에서 익히 본 패턴이다. 하지만 엇비슷하게 얽히는 전개방식이라도 이 책의 내용의 특성상 다른 작품들과 달리 두 가지의 커다란 특색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종교적 제의에 대한 도전적 해석이다. 창세기라는 미지의 영역을 다루었다는 것 외에도 진화론을 내세우며 신을 부정하는 암시는 종교근본주의자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는 헬파이어라는 무신론자들을 내세워 종교적 권위를 무너트린다는 것에 있다. 문체의 전개방식이나 스타일을 차치하고서라도 소재로 차용된 테마가 인간이 진화의 과정에서 발현한 화학적 작용에 의한 진화의 흔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강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짐작된다.

 

        인간의 시원은 식물에서 분화되어 다종의 군의 영향을 받아 포유류로 안착되었다. 이런 틈바구니에 파충류의 기질적 특성을 일정부분 받아 들였을 것이므로 인간의 본성이 폭력적이고 악에 취약한 특성을 보이는 경향을 설명한다. 이것이 거듭된 진화를 통해 영장류를 거치며 현재의 인류의 시초로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종으로 모아졌다는 것이 기존의 가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가 보여 준 터키 남동부의 샤를루우르파의 괴베클리 테페의 새로운 발굴작업에 의해 제시된 가설은 잊힌 인류의 기억을 복구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뿌리가 같고 창세기 이전을 설명하지 못하는 난제를 풀어 줄 의미심장한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해석된다.

 

        또한 이 책에서 드러난 창세기의 비밀은 만들어진 신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다. 에덴동산이 실제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종의 충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진위여부의 옳고 그름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처럼 기자 출신인 작가 톰 녹스는 경험을 근거한 가설을 토대로 상상의 집을 물샐틈없이 지었다. 스타카토처럼 ‘간결하고 빠르게’를 시종일관 구사하며 독자를 지배한다. 작가의 심리적 우위는 예측을 불허하고 수수께끼를 더욱 미궁으로 내모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래서 알레고리에 의한 밀접한 연결 관계는 작중인물을 연대하게 만들고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케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에서 포레스트 형사와 로브가 공통적으로 딸아이를 잃었거나 위험지경에 빠지는 설정은 모종의 매개체를 이끌어내는 토대가 되며 책의 사실성을 높이는 부수적 장치로 훌륭하게 작용한다.

 

        종교는 인간의 불안을 치유하고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 중심에 신을 얹고 인간의 참회를 통해 구원을 제시한다. 또, 종교적 삶은 높은 윤리적 의무와 인고의 시간을 요구받는다. 누구에게나 문호를 열었으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 속성을 더욱 경외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든 신에 의해 문이 열렸든 종교의 본질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무신론자들에 대한 저항과 종교의 정체성에 대한 외경심을 높이고자 고대 종교의 대부분이 인간의 희생을 대상으로 삼는다. 인신공희와 같은 참혹한 살육이 자행되고 인륜을 져 버리는 행위를 용인하고 종교적 배경으로 대체하는 이유는 인간의 통합을 희망한다. 이러한 사상이 종교를 거부하는 대상이라고 못질하기에는 성급한 일인지 모르나 이 책에서 드러난 종교적 희생의 장면들은 계층을 지배하는 권력집중현상과 인종차별에 그 선을 긋는다. 사이코 패스 같은 살인자를 뒤쫓다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창세기의 비밀. 그것은 인간이란 대체 무엇이냐는 자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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