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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ㅣ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소한 일들에 놀래거나 난감할 때가 있다. 누가 일러주는 것도 아니고 짜인 틀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처음의 소박한 바람과는 달리 정작 아이의 고민이 무엇인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뒷전이고 주위의 열기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라면 얼마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사회가 분화되고 더욱 전문화될수록 이러한 양육의 조건이나 환경이 나눠지는 것도 큰 이유다. 그렇다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붙들어 매고 재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막막하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해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아이와의 상호관계를 기술한 책들이 날개 돛인 듯 팔리고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아이를 제대로 잘 키워보자는 바람이다. 잘 키운다는 것의 의미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아이의 학습적 성취를 높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와의 관계 혹은 양육의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상황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지 모른다. 결국 아이에게 주입된 바람은 부모의 희망의 다른 모습이다. 그 바람에는 아이의 희망과 인성, 재능은 암묵적으로 배제되었으며 단절된 절름발이 희망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많은 육아전문가, 아동심리학자, 소아심리학자, 소아정신과 전문의 등이 연신 충고하고 잘못 꿰어 진 단추를 제대로 맬 것을 당부하여 왔지만 우리는 잊어버리기 위해 지그시 눈을 감았는지 모른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아이의 사생활>은 어떤 책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직설적인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소재의 특성 상 지식의 전달, 문제의 해결, 사고의 전환 등을 차치하고라도 이 책의 가치는 아이의 시각과 어른의 시각의 어긋남을 교정해 주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책이다. 이 책의 사례 내지 TV에서 방영된 갖은 문제 상황의 검증에서 예기치 않은 결론과 사실에 엄청난 여파의 충격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언제부터인가 일등에만 치우친 나머지 우리의 아이들을 주변인으로 내모는 제도와 관념의 허상의 결과다 이러한 왜곡되고 삐뚤어진 현실을 거름망 없이 반영해 주는 불편한 거울에 비친 진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이처럼 아이를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믿음으로 부터로의 시작을 통해 끝을 예측할 수 없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래서 아이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고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해법을 안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바로 이러한 물음과 필요에 의해 기획된 것이 <아이의 사생활>이다. 얼마나 아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지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부모로서의 권위만을 앞세웠는지를 바로 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나뉘어 아이의 정체성, 성별에 따른 차이, 다중지능, 도덕성, 자존감을 카테고리로 연결시켜 올바른 양육관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여기에 제시된 모든 해법이 정답은 아니다. 단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 의해 설정된 통념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개개인의 상태와 환경, 조건 등을 따져 아이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의 믿음과 신뢰가 정답이다. 이러한 믿음과 신뢰를 형성하는 의문과 실수 내지는 왜곡현상을 바로잡고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서 이 책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아이는 우리 사회가 만든 제도, 관념, 문화, 규범 등을 배우고 익혀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 별 거부감 없이 흡수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뒤쳐지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개성인자의 조합은 인간의 사회성을 공격하는 위협적인 요인처럼 비쳐지기 쉽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타고난 기질적 특성과 환경적 조건에 따라 천양지차로 변한다. 그러한 인간의 차이는 뇌의 기능적 차이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다중지능으로 연결된다. 아이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없다. 어떤 아이는 인간친화력이 뛰어나 사교성이 우월하고 어떤 아이는 음악지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경우를 흔히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워드 가드너가 창시한 8개 지능이론인 다중지능이론이다. 다중지능은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키워드로 유전자에 각인된 강점지능을 깨우는 선결작업이다.
그렇다면 다중지능의 발견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자신에게 걸맞은 강점지능을 찾고 효율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하더라도 이것이 아이의 행복과 연결되는 전제조건은 아니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화두 또한 이론적인 지식의 기저에 숨겨진 공감, 경청, 신뢰, 지지 등이 한데 뭉쳐 옹골지게 버무려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외부적 환경과 내부적 요인의 특성과 차이를 아는 것 보다 어쩌면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진심으로 대하고 눈높이를 맞추어 바로 보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행복하게 설계하는 출발점인지 모른다. 우리의 행복과 아이의 행복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때문에 아이의 역할모델은 부모라는 말이 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 책의 4장, 도덕성, 작지만 위대한 출발은 그러한 의미를 각인 시켜주는 내용이다. 책은 사회가 요구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한다. 실험을 통해 드러난 흥미로운 결과는 충격을 넘어 아이를 어떠한 시각으로 대하고 있었는지를 되묻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약속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건네주고 이를 받아들이는 피실험자의 상태를 관찰한 실험이다. 결과는 우리의 도덕성이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나약한 본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이처럼 어른의 언행불일치의 생활태도와 성공일변도의 위험한 결과지향주의에 대해 아이는 고스란히 흡수하고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작용했다. 아이는 어른이 한 행동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진실처럼 알면서도 받아들이기에는 거부감이 앞선다. 하지만 진실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깊이 각인되어 우리의 아이는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 책이 찾은 양육의 필수조건은 아이의 자존감, 즉 자아존중감을 찾는 것으로 귀결한다. 자존감은 아이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실패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지지대로 행복에 다가서는 소중한 발걸음이다. 그 속에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보듬고 믿음으로 인내하는 것이다. 믿음은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게 한다.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하고 밝은 아이로 만든다. 그러므로 아이는 부모의 사랑으로 자란다는 말처럼 아이는 사랑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사랑은 아이를 격려하고 심지가 굳은 아이로 만드는 자양분이다. 이러한 아이를 향한 사랑은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고 어느 곳 막힘이 없이 소통하는 사회로 만드는 초석이 된다. 이처럼 아이의 생활은 알고 보면 어른의 생활을 본 뜬 우리의 다른 모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소유하려고 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만약 아이를 귀찮아하거나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부모가 있다면 이미 부모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지금처럼 아이의 출산이 하향세를 이어가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아이의 존재가치는 무엇으로 산정할 수 없다. 저 출산 사회에서 아이의 미래는 불투명한 미래와 위협받는 내일의 암울한 모습을 지우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이것을 구실로 아이를 성공의 틀로 재단하거나 밀어 넣을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업은 어른의 몫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아이의 숨은 능력을 신뢰한다면 지금과 같은 편협된 학업성취주의에 치우친 흔들리는 양육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상식과 건전함이 통용되는 높은 수준의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첫 단계가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 드러난 부모의 자세는 치우친 양육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자성의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아이의 사생활은 아이만의 것이며 공감은 아이를 높이 날아오르게 하는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