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면접 매뉴얼 - 개정판
강민경 지음 / 넥서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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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취업철(?)이다. 봄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예쁜 사랑을 꽃피울 계절이기도 하지만, 각 기업의 공채를 위해 피땀흘려 노력한 것들을 내보여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 '노력'들 중 하나에 꼭 들어가는 것이 '면접'이고. 아무래도 1차 서류면접과 인적성시험을 통과해야 볼 수 있는 것이긴 해서 상대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노력이 안 필요한 부분은 또 아니니까. 요즘엔 한국 기업들에서도 쏠쏠하게 영어 인터뷰(영어 면접)를 하는 듯 하다. (영어 자기소개서에도 무너지는 판국에 말이다) 나날이 영어 면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여기 2010년에 1쇄를 펴내고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 2쇄 개정판을 내게 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제목도 꽤나 직관적인 <영어 면접 매뉴얼>이라는 책이다.

 

 

 

너나 할 것없이 누구나 긴장하게 되는 면접.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란 것은 어쩌면 뻔할 것이다. 면접관들은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단 시간내에 많은 것을 파악해야 하고, 취업준비생은 그 질문에 자신의 많은 것을 내보이고 자신감 있어 보이되 자만해보여서는 안 된다. 사실 면접에 대한 이론은 아마 누구나 '빠삭'하지 않을까 싶다. 면접이라는 것은 중고등학교, 대학교에도 거쳐왔던 시간이니까. 동아리에 들어갈 때도, 알바자리를 구할 때도 우리에게는 늘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는 것은 한정적이다.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질문, 그리고 누구나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 하지만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취업에 대한 긴장감, 더불어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진다면 어쩔 수 없이 머릿속이 새하얘질 수밖에 없다. 긴장하지 않는 것이 최대한의 노력이라지만 그것이 어디 쉽던가. 그러니 긴장한 상태더라도 최선의 대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연습해 갈 수밖에 없다. 우리엄마가 평소에 잘 하는 말인데, '무의식 중에도 누군가 옆에서 툭 치면 예상답변이 줄줄 나오도록' 말이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전공과 무관하게 외국계 항공사 면접을 봤던 이가 직접 쓴 책이다. 자신의 경험담이 담겨 있고, 어찌보면 합격자가 알려주는 예상답안 같은 느낌도 든다. "이 책에서 제가 여러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바는 '나'에 대한 면접관의 관심도를 높여줄 수 있는 조언, 채용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줄 답변 부분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내 느낌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하나 알아둘 것이 있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항공사' 면접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 직업적인 디테일을 물어보는 내용들은 전부 항공사와 관련이 되어 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렸으니 아무래도 당연한 거겠지만. 그러니 이 책은 외국계 항공사 영어 인터뷰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같은 책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굳이 항공사를 준비하는 이들만 보라고 하기엔,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과 자신을 적당히 드러내는 부분, 자신의 학과와 성장과정 등을 이야기하는 부분 등 일적인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참고할 것들이 아주 많다. 그러니 다른 계열 영어 인터뷰를 준비한다고 이 책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어 면접 매뉴얼>은 크게 몇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제일 첫번째 문항인 '자기소개' 파트를 가지고 설명한다.)

 

 

 

 

일단, 저자가 나눈 주제별로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들을 첫 페이지에서 소개한다. 책 속에 큰 주제는 대략 20개 남짓. 거기에 챕터별로 여러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는 것까지 합하면 꽤나 많은 질문들을 접해볼 수 있다.

 

 

 

 

질문을 했으면 응당 대답을 할 차례.

하나의 질문에 대해 꼭 필요한 항목들, 면접관들이 체크하는 항목들에 대한 내용들을 바로 아래쪽에 쭉 나열해 놓는다. 책에 여러 예시들이 소개되지만 그와 똑같은 말을 할 수는 없을테니, 참고할 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를테면 문장을 구성할 항목들을 이야기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답변에 어떤 것들이 들어가면 되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실제 예시 답변을 볼 차례다. 자신에게 맞는 항목이 있다면 약간 변형해도 좋고, 변형하지 않은 채로도 간단하면서도 여러종류의 답변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골라쓰세요'라는 저자의 말이 딱 들어맞는 시점.  영어 문장 옆에는 바로 한글로 해석도 되어 있으니,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은 선택지이지 않을까 싶다.

 

 

 

한 문장씩 이루어진 예시 답변들이 끝나면 저자가 생각하는 최고 좋은 답변들이 여러개 등장한다. 일종의 예시로, 이런 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샘플 케이스' 옆에는 어떤 상황인 사람이 이야기하면 되는지에 대한 것들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문장 구성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파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거기에 깨알같이 옆의 예시문이 왜 성공한 예시문인지에 대한 노하우도 정리되어 있으므로, 한쪽에 있는 팁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꼭 읽어보고 넘어가자. 또한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면접에 대한 여러 읽을거리들도 한번쯤은 봐두면 좋을만한 이야기들일테니, 공부하기 싫을 때 읽어보는 걸 추천. (그리 심오한 내용이라거나,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읽어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넥서스의 여타 다른 영어책들이 그러하듯, <영어 면접 매뉴얼>에도 부록이 존재한다. 바로 무료 mp3이다. http://me2.do/5daLaaz3 바로가는 사이트 주소는 이곳이나, 넥서스북 홈페이지에서 <영어 면접 매뉴얼>을 직접 검색해도 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다운로드' 코너가 따로 존재하는데,

여기서 책을 구매한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든 인증 시스템을 거치면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정답은 책 페이지만 제대로 찾으면 절대로 어려운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책을 찾아보길 권한다.

(대체로 1~2단어를 쓰는 것인데, 무조건 대소문자 구별은 필수!)

 

 

 

그러면 위와 같이 알집을 하나 다운 받을 수 있는데, 총 8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절하게도 mp3는 각 챕터별 번호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 번호들을 찾아 들으면 된다. 핸드폰에 넣어놓고 수시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니 발음에 대해 왈가왈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많이 들음으로써 해당 문장들이 익숙해지는 효과를 느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mp3 번호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영어면접을 낯설어할 사람들에게도, 영어면접을 당장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중요할 듯한 이 책. 승무원인 이들이 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영어면접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여러 예시문장들과 더불어 이렇게 mp3까지 제공되니 말이다. < 영어 면접 매뉴얼>은 책 이름처럼, 영어면접이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꽤나 단비같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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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영어 필기체 쓰기 (스프링) - My Cursive Handwriting Book 나만의 영어 필기체
넥서스 콘텐츠개발팀 지음 / 넥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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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가 대세다. 그건 굳이 더 붙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자신만의 힐링이든 누구를 위한 선물이든 현대인들의 재미있는 놀이수단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런 캘리그라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영어 필기체'다. 물론 '한글 글씨체'도 많이 있고, 한글도 멋있는 글씨체들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영어 단어가 가진 높낮이가 만들어내는 그림같은 느낌은 한글 단어가 내는 느낌과는 그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곤 했다. 더군다나 멋드러지게 영어 필기체를 쓴 누군가의 캘리그라피 작품들을 보면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난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내 또래들은 영어 필기체를 굳이 배운 세대가 아니다. 엄마의 말을 들어보니, 엄마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만 하더라도 영어 필기체 쓰는 법도 교육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영어필기체로 쓰여진 단어들을 곧잘 읽는다. 나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글씨체조차도 말이다. 한글도 마찬가지지만 필기체는 생략과 흘림으로 점철된 글씨체가 아니던가. 알아볼 수 있는 글씨가 반 아닌 글씨가 반이다. 한글 필기체는 아무리 악필이어도 알아볼 수 있는데, 영어 필기체를 읽을 수 없는 것을 보면 눈에 익지 않아서 또는 읽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너는 못 쓰지? 난 쓴다!"라며 "시간 뒀다 뭐하니? 알고 싶으면 배워야지"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영어 필기체를 배우면 좋다. 그런데 딱히 시간을 내서 배우러 다니기도 뭣하고, 필기체만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학언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찾아보면 어딘가에 있겠지만 굳이 알아보지도 않았었다) 이러저러하게 미뤄두고만 있었는데, 이렇게 필기체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그러니 나에게 이 책은 꼭 곁에 두고 봐야 하는 거다!


 

그 흔한 머릿말, 작가 인사말조차 없는 이 책 <나만의 영어 필기체 쓰기>는 말 그대로 책에 글씨를 따라 쓰게 만들어진 책이다. 일종의 워크북의 개념이다. 왜인지 <나만의 영어 필기체 쓰기>의 두꺼운 본 책이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만큼, <나만의 영어 필기체 쓰기>는 워크북 느낌을 물씬 살려 책을 연습장 느낌처럼 꾸몄다. 실제로 속 내용 또한 워크북의 그것과 비슷하다. 처음엔 필기체들이 어떻게 생긴 모양인지 보여주고, 그 다음엔 알파벳 26자의 한 자씩 써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뒀다. 대문자와 소문자를 각각 써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따라쓰고 있자니 마치 a,b,c,d를 처음 써봤을 때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대문자 소문자를 써봤으면 그 다음은 'a로 시작하는 단어', 'a가 중간에 들어가는 단어', 'a로 끝나는 단어' 3가지의 단어들을 통해 각각의 자리와 위치에서 필기체 단어가 가지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차례다. 각 주제별로 단어가 2개씩 주어지고, 그 또한 따라써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게 26자의 모든 따라쓰기가 끝나면 그 다음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 위주로 선별된 페이지들이 등장한다. 12개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영어이름, 한글이름. 그렇게 단어들이 끝난 다음에는 문장들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새해인사, 발렌타인인사, 생일축하 인사, 크리스마스인사 등등. 모든 문장들이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기본적인 문구들로 뽑아져 있어서 이대로 연습하면 다른 공간에 글씨를 쓰게 되더라도 멋드러지게 써 낼 수 있을 듯 하다.

 

이렇게 한 권에 글씨를 가득 채우고 나서도 용기가 없다면 넥서스 홈페이지에서 연습용 워크시트를 다운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의 검색하는 곳에서 <나만의 영어 필기체 쓰기>를 검색하면, '다운로드'라는 페이지가 보인다. 파일다운로드를 누르면 프린트 가능한 pdf 파일이 나온다. 이를 다운 받아서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도록 후처리도 깔끔히 되어 있다.


 

이 한 권으로 필기체가 완전히 손에 잡힐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그건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영어 필기체의 'ㅍ'자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얇지만 알찬! 필기체가 궁금한 사람들은 꼭 이 책으로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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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다 - 혼자여서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
신혜정 글.그림 / 마음의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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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흐드러지다'라는 형용사를 보면 어떤 것을 떠올릴까. 나 같은 경우에는 길가에 무심히 활짝 핀 나무 위 꽃들, 적당히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누군가의 머리 위에 살포시 올라탄 여린 꽃잎. 그러니까 꽃잎바람 정도로 함축할 수 있겠다. 꽃잎바람이 부는 어느 길가의 이미지.

'흐드러지다'라는 말 앞에서 가끔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매우 탐스럽거나 한창 성하다'라는 뜻의 이 형용사 앞에서 나는 가끔 무너진다. 봄날 누군가의 집 마당에서 풍겨오는 라일락 향기 같은 것을, 이 말은 담고 있다. (20쪽)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를 작가의 글에서 찾게 되자, 이 책은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향기'까지 생각하는 작가의 세심함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가는 시인이라 했다. 그리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내일쯤 공항으로 달려갈 수 있는 가벼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었다. 쓸쓸한 느낌도 가끔씩 드는 글들 속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고 행동하는 패턴도 달랐지만, 왜인지 그녀의 글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그녀의 글이 좋아서인지, 처음 접한 작가인데도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다. 시인이라서인지 몰라도 단어를 고르는 그 섬세함이 마음에 들었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들은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원래 자신과 많이 다른 사람과 많이 끌리는 법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그녀의 글들이 그래서 마음에 드는건가.


<흐드러지다>는 독일, 터키, 라다크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혼자여서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의 기록들'이다. 그 속에는 멈춰있는 시간 속의 그녀도,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녀도, 사랑했던 기억들을 다시 되돌려보는 그녀도,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는 그녀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그녀의 감정을 빌려 책 속에 등장한다. 작가가 있었다던 그 도시들의 공기나 유적지 또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 수 없는 책이지만,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으로 존재하면서 '다름'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작가의 모습은 그 모습대로 괜찮은 읽을거리였다. 낯선 것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다 어느새 익숙해진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작가의 생각들은 보기 좋았으니까. 더군다나 좋은 문장들이 많았고.


'천성적으로 게으른 사람들이 있다. 방구석에 쳐박혀 있어도 웬만해선 지루하다거나 심심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 텔레비전을 켜두는 것도 부지런한 것이라 생각하여 공회전 같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귀찮은 사람'(13쪽) 은 왜인지 나를 지칭하는 듯 했고, '습관이란 어쩌면 한 사람을 말해주는 가장 큰 증거일지도 모른다.'(41쪽) 라는 문장은 어떤 이야기 끝에 따로 적어놓은 문장이지만 어디든 따로 떨어뜨려놓아도 좋은 문장이었다. 표지에도 적혀 있는 '그래서 가끔 나는 '여행하다'를 '우연하다'로 읽곤 한다.' (43쪽) 라는 문장은 굉장히 멋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인 '흐드러지다'처럼 굉장히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불안에 대해 생각한다. 이토록 불안과 의심이 많은 내가 어떻게 낯선 곳들로 떠날 마음을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있는지, 생면부지 낯선 이의 집에 머물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어쩌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그 불안을 떨쳐벼리기 위한 연습을 하는 건 아닐까?'(106쪽) 처럼 자신을 위한 글들도 있고, '해가 지는 풍경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글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의 만남일 수도 있으며 내가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해가 지는 풍경은 어둠으로 서서히 전환하는 순간에 이르러 마음이 아련하게 벅차오른다. 그렇게 완전한 어둠이 주는 고요와 차분함 속으로 걸어 들어갈 준비가 되는 것이다.' (142쪽) 처럼 글의 시작에 멋드러진 자신의 생각을 적어넣기도 한다. '언젠가 내가 발음한 단어들이 나를 그곳으로 안내할 것이다'(184쪽) 이 문장 또한 함께 담긴 이야기와 잘 어울리지만 따로 떨어뜨려 놓아도 좋아도 또 적어놓은 문장.


훌쩍 떠나서 낯선 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실은 무서워하지만 그 무서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혼자서 여행하는 것이 당연한 듯 떠나는 사람.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한 번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돌아다니기만 하더라도 골목골목들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것들에 눈을 둘 줄 아는 세심한 그녀의 여행은, 우리의 여행과 비슷한 듯 달랐다.

가끔 바람이 되는 상상을 하곤 해. 바람은 '열에 의한 공기의 밀도 차이 떄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정의하지. 내 마음이 뜨겁게 달궈진다면, 어디 차가운 마음을 가진 곳으로 부드럽게 이동해 가는 바람이고 싶어. 어디든 자유롭게 물리적 한계를 벗어버리고 말이야. 그렇게 대기가 순환하고 계절이 순환하듯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마음의 충만함 같은 걸 느끼며 살고 싶다는 말이야. (263쪽)

바람이 되는 상상을 하는 사람의 여행과 같은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글쎄.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우연으로 점철된 것이므로 '우연하다'라 읽는다는 작가의 우연들을 모아서 만들어 낸 책 속에서, 작가가 말한 '흐드러지는 것'은 우연히 꽃피운 여행의 기억들이 책 속에 흐드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기억들이 책 속에 흐드러진다. 여행의 설렘보다는 담담함과 조용함이 잔뜩 담긴 책이지만, 그 속에서 너무나도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녀는 아마 앞으로도 그런 조용한 여행을 더 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또다시 돌아와 그 기억들을 흐드러지게 꽃피울 것이다. 또 다른 우연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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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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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번에도 알게 됐다. 나는 문학의 깊이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사실 많은 작가군을 아는 것도 아니고, 작가를 생각해서 찾아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책을 읽는 스타일 같은 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신간평가단을 해 오면서 만난 책 속 작가들은 낯선 이름들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오에 겐자부로>도 마찬가지다. 이땐 내가 주목신간 추천을 건너 뛴 바람에 어떤 종류의 새책들이 있는지도 전혀 살펴보지도 못했던지라, 만남부터 당황스러웠다. 700쪽 되는 책이 두 권이나 배달이 됐으니 말이다. (시스터 캐리도 오에 겐자부로도 첫인상은 '겁나 두껍다'부터 시작했다.) 문학상을 받았다고 챙겨보는 편도 아니고, 고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오에 겐자부로'라는 이름을 모르는 게 어찌보면 당연했다. 알고보니 굉장한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60년동안이나 꾸준하게 글을 써왔고,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일본 내에서 우익들의 지나친 활동에 반대하고, 자신의 개인적 경험들을 녹여낸 작품들을 썼으며, 굉장히 깊이가 느껴지는 소설들을 많이 쓰신 분이라고 한다. 깊이라고 이야기해 봤자 나는 그 분의 최신작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어떤 느낌일지는 감이 잡히지는 않지만, 철학과 시를 좋아하며 굉장히 관념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쉽게 읽히고 생각하면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점점 곱씹을거리들이 많아지는 소설인 듯 하다. 하지만 이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초기작품부터 모아져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념적이라기보다는 주제가 쉽게 드러나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놀랐던 건 소설들의 주제들보다는 그 소설들이 언제 등장했느냐의 이야기였다. 대학생때 썼던 글이 상을 받게 되면서 대학생때 이미 진로가 결정됐던 오에 겐자부로. 별 뜻 없이 쓴 소설이었다고 본인이 회고했으니, 그렇게 대단한 소설은 아니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읽어봤는데 이게 웬걸. 참신했다. <기묘한 아르바이트>라는 소설인데 등장인물의 개백정이라는 직업도 그랬고, 대학병원에서 실험용으로 기르던 개를 죽이려고 개백정을 고용했다는 설정도 그랬다. 개 150마리를 죽이는 '기능적인 비열함'도, 개백정이 '독극물을 쓰지 않고 몽둥이로 때려잡는 것에 대한 자부심'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으면서 그 아르바이트에 비관적인 느낌을 쏟아내는 대학원생의 캐릭터도, 그로인한 소설 속 잔인함들도. "우린 개를 죽일 생각이었지. 그런데 도리어 우리 쪽이 살해 당한 셈이네." 같은 이야기들은 꽤나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저자 후기에서 저자는 이 이야기는 본인이 초등학교 3학년때 겪었던 일과 친구가 해 줬던 이야기를 이중구조로 써보고 싶었으나 잘되지 않아서 <사자의 잘난 척>이 나오게 됐다는 얘기도 전했다.

 

한 남자가 거의 50년이라는 세월동안 글을 썼다면 처음과 끝의 글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구분해 놓은 후기 파트는 내게는 어려운 소설들이었다. 글 속에 내포하고 있는 뜻이 있는 것 같은, 한국말을 보고 있는데도 한국말 같지 않은 글이었달까. 예를 들면 이런 것. "개체를 초월한 그리고 개체를 품은 [나의 영혼]의 빛의 군집을 향하여 하 마리의 반딧불이로서 빛을 발하면서 날아간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나의 삶이 있는 거다. 이런 건 벌써 아주 이전부터 [나의 영혼]에 연결되는 자신이 알고 있었고, 그 이상의 것은 [나의 영혼]의 외부 개체로서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나의 영혼]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네 / 그러나 [나의 영혼]은 기억한다' 라는 시를 이렇게 해석하는 소설이라니. <불을 두른 새>라는 단편은 기본적으로 두줄의 시구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에세이 형식같기도,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같기도 한 이 이야기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과 자신의 교감이 이야기도 다루기 위해 이 시구를 꺼내든 듯 했다. 이야기가 어렵다기 보다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의 수준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듯 싶었다. 후기의 소설들은 대체로 그러했다. 초기의 슉슉 잘 읽히며 스피드하던 글들은, 나이가 들고 (역자의 후기로 짐작하건대) 굉장히 많은 책을 읽은 후 바뀌었다. 그리고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조금 힘든 글들이었다.

 

<오에 겐자부로> 단편집은 바로 이 점이 흥미롭다. 80이 넘은, 글솜씨와 명성을 모두 가진 노작가가 이제 그만 글을 그만 쓰고 싶다면서 자신의 문학인생을 정리하면서 만든 책이기 때문이다. 직접 자신이 여기 저기에 실었던 원고들을 복사해서 쌓아두고, 그 많은 단편 소설들 속에서 본인이 가장 괜찮다 생각하는 작품들을 추려내서,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쓰는(거의 내용들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번거로움까지 마다하면서 만든 책. 더불어 그때 그 작품을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혹은 어떻게 쓰고 싶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간혹 등장한다. 저자의 후기가 일종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셈이다. 원래 작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늘 재미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좀 더 소설이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에 나는 이런 후기들을 환영하는데, 여기 그 후기가 있어 이건 이것대로 내 취향저격 포인트.

 

어려운 글들이라 느끼는 것들은 그 후기들로나마 친근하게 다가오니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를 모르는 이들이 처음 보기에 딱 좋은 책 같다. 선입견을 없앨 수도 있고, 작가의 처음과 끝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점차 난도를 올려가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왔다갔다 하며 읽고 싶은 제목들을 골라 읽었던 내가 처음부터 읽어내려갔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그렇다. 더군다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작가가 직접 선별했다는 것이 의의가 있는 듯 하다. 그 많은 단편들 중 23편만 추려내는 작업이 어디 쉬웠겠는가. 이 책은 '작가 인증 단편'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테니. 최근의 글보다는 초장기의 글들이 다가가기 편한 것을 보니, 나의 소설보는 안목은 아직 멀었나보다..싶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언젠가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꺼운만큼 책의 할 도리를 다하는 아주 야무진 책 같다, <오에 겐자부로>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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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목신간을 쓰는 게 벌써 4번째다. 13기부터 16기까지 많은 책들을 훑어봤고, 한 달에 2권씩 꼬박꼬박 만나봤다. 이번에 소설파트로 옮겨서 생각지도 못한 소설들과의 만남에 약간 낯설고 힘들기도 했지만, 생각외로 고전들을 많이 읽게 된 16기이기도 했다. 벌써 6개월이 그렇게 또 흘렀나보다. 마지막 주목신간 페이퍼를 쓸 때면 왜 그리 아쉽기만 한지.... 더구나 이번에는 책들이 두껍다는 이유로 자주 기한을 어겨서 마음 속 한 구석 죄책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기도 하는 페이퍼다.

 

슬프지만 이쯤에서 각설하고, 16기의 마지막 주목신간을 꼽아본다. 꽃피는 3월의 소설계는 어떤 새 책들이 등장했나. 이번에도 내가 선택한 책들은 선정되지 않을 것만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주목신간은 꽤나 열심히 작성해 보는 걸로!

 

 

 

 

 

 

집 떠나 집 _ 하유지 (은행나무)

청년들의 현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호들갑스럽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이야기. 읽다보면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는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잡아 끌었다. 주인공인 '동미'가 일하게 되는 카페 이름이 '모퉁이'인 것도 마음에 든다. "일상의 사소한 길목에서 마주치는 외로움들에게 귀를 기울이다"라는 출판사 서평이 참 기대되게 만드는 책. 내가 겪는, 내 또래들이 겪고 있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마음 속 외로움을 어떻게 꺼내 풀어냈을지 기대가 되는 책. 신춘문예 당선작이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가 된다.

 

 

 

 

 

 

비극 숙제 _ 엘리자베스 라벤 (문학동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면서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참고했다고 하니, 콜라보 아닌 콜라보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굉장히 궁금해지는 책이다. 기본 줄기는 괴테인데 그 외의 것들은 셰익스피어라고 하니 말이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소년들의 미완숙한 행동들과 알비노 소년이 갖고 있는 희귀함, 비극적으로 달려가고야 마는 주인공의 이야기까지. 이제껏 익숙한 스토리작법이겠지만, 이제껏 본 적없는 스토리일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책이다.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_ 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

한 소년이 엄마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친숙한 플롯에 '책 속의 책'이라는 흥미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개정판 이전의 책도 읽어본 적 없으니 내게는 새로운 책일 터. 성장소설 좋다. 더군다나 이 책은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지 않은가.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라. 52장의 카드와 빵집과의 관계는? 잘 그려지진 않지만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은 느낌은 물씬든다.

 

 

 

 

 

 

괜찮아 사랑이야 1 _ 노희경 (북로그컴퍼니)

배경으로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등의 배우들이 열연한, 어른이지만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 모이는 정신과를 배경으로 사랑이야기를 펼치며 이해와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드라마가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어머, 이건 꼭 봐야돼!!!라는 생각에 적어놓는다. (부디 다른 이들도 이 책을 찜꽁 해주었기를.) 노희경 작가의 섬세한 글은 그것이 대사로 누군가를 통해 내뱉어졌을 때와 내가 직접 읽었을 때의 간극이 있는 드문 작가다. 무언가 그들이 아닌 내가 직접 읽었을 때의 느낌이 더 좋다고나 할까. 드라마와 다를 부분은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같기만 한 것은 아닐테니 기대가 된다. (2권은 그래서 언제 나온다구요?ㅠ)

 

 

 

 

+++

4월. 2016년이 왔소!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시간 참 빠르다.

16기의 마지막도 이렇게 알차게 보내놓았으니, 이제 서평들만 열심히 쓰면 되겠다. 하하하.

절대 밀리지 말고 제대로 써 내야지!!!!

(다짐 다짐 또 다짐한다.)

 

아직 마지막 인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 페이퍼를 쓰려면 2달은 더 있어야 할 테니까. 그래도 주목신간을 작성하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아쉬워지기는 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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