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 저 달에 닿을 만큼
아멜리아 헵워스 지음, 팀 원스 그림 / 유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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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건, 선물을 위해서였다. 이제 막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는 동료의 귀여운 아이에게 즐거움이 됐으면 해서. 여러가지 책을 둘러보다 <사랑해 사랑해 저 달에 닿을 만큼>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하면서 꼭 안아주는 것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더라"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사실 책 띠지에 적힌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단어에 마음이 더 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망설임 없이 책을 선택했다.


<사랑해 사랑해 저 달에 닿을 만큼>은 제목에서 오는 몽글몽글함도 좋지만, 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정말 좋다. 개인적으론 어른곰(Big bear)와 아기곰(Little bear)의 덩치 차이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모든 부분에서 커다란 어른 곰이 아기곰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느낌도 좋았다. 곰들의 편안하고 밝은 표정이라든지, 밤과 닮은 짙고 옅은 푸른색이라든지, 잔잔한 숲이나 들판이나 개울 등 자연배경들도 좋았다.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지만, 그렇기에 이 책이 왜 잠자기 전에 읽어주면 좋은 책이라 추천받는 지 알 수 있었다.



탄탄한 보드 페이지나 둥근 모서리는 독자를 정확하게 파악한 섬세함이 돋보이고, 무엇보다 '사랑'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다정한 시선이 담긴 이야기는 따뜻한 일러스트와 어울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사실 '사랑'이란 당장 손에 쥘 수는 없지만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공유하는 시간,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 맞닿는 곳의 온기 이런 것들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스토리가 이런 부분을 일상 속 아주 사소한 활동들로 풀어낸 것이 좋았다. 이를 닦으면서 코를 맞대면서 술래잡기를 하면서 하늘을 보면서, 그러니까 같이 하는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


I Love You to the Moon and Back. 원서의 제목이다. 직역하자면 "지구에서 달을 왕복할 만큼 사랑해!"인데, 책은 "저 달에 닿을 만큼 사랑해!"로 표현했다. 퍽 낭만적인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번역도 잘 된 것 같으니, 시간이 괜찮으면 원서와 비교해서 아이에게 읽어봐 주는 것도 좋겠다.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하면서 꼭 안아주는 것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더라"의 사실 확인을 위해 서평을 쓰면서 찾아보니, 말로 하는 애정 표현과 꼭 안아주는 것은 아이에게 곧바로 가 닿아 평온함과 행복을 준다고 한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자. 책을 읽어주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먼 훗날 아이에게 사랑이라 느껴질 수 있도록.


너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작지만 소중한 보물이란다.

마법처럼 빛나는 하늘을 함께 보는 것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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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D에듀 PASSCODE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주제·시대 공략 기출문제집 심화 (1·2·3급) - 신유형 대비! 개념 + 기출 공략서 2024 SD에듀 PASSCODE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국사수험연구소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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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기본에서 심화로 갈수록 사료로 연대를 추론하는 등 통합형 사고방식의 문제유형을 많이 출제한다. 문제들은 종합적인 한국사 이해와 해석 능력을 요구하고, 그로인한 등급간 변별력을 확보한다. 무조건 외우면 되는 단순암기식 문제풀이에서 벗어나야 고득점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한능검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내가 자주 헷갈리는 부분은 특히 시대통합형 문제들이다. 함정을 파 놨다 하면 거기가 내 자리입네 하고 드러눕기 일쑤다. 정확한 문제파악과 한국사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넓은 범위의 역사를 전부 공부하는 것은 엄두가 안난다. 그래도 이전에 공부했던 짬이 있으니- 이럴때 필요한 것이 '2024 SD에듀 PASSCODE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주제·시대 공략 기출문제집 심화(1·2·3급)'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주제별로 시대별로 키워드 중심 이론학습 + 기출문제 풀이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제도, 사상(종교), 경제, 사회 등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시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도 알고 있는 듯, 자신들의 장점을 전면배치 해뒀다. 방대한 한국사를 공부할 때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약간씩 다른 제도들과 시기다. 두가지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엉키기 시작하면 한국사 공부는 망한거나 마찬가지. 이 책은 비슷한 제도들을 한데 묶어 어떤 시대에 어떤 제도들이 어떤 이름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책을 구성했다. 주제도 55개로 나누어 뒀는데, 모두 중요한 부분들이라 이 주제들만 제대로 알아도 시험은 문제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뒷쪽에는 기출문제들도 쭈르륵 있었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문제마다 달려있는 큐알코드를 통해 강의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책의 포인트가 키워드 중심 핵심 주제 학습인 점에 맞춰 포인트마다 형광펜으로 강조돼 있어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 눈에 확인하기 좋다. 또한 답안지는 잘 정리해두면 나만의 요약집을 만들수 있을 정도라 활용하기 좋다.


한국사를 이론부터 한번 쫙 훑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같은 라인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권으로 끝내기 심화'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나같이 어중간하게 한국사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유형을 파악하고 핵심개념도 카테고리지어 잘 확인할 수 있는 '2024 SD에듀 PASSCODE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주제·시대 공략 기출문제집 심화(1·2·3급)'이 꽤 필요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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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 -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하이퍼 리얼 현장중심 드라마 작법 노하우
손정현 지음 / 이은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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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좋아하고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요즘은 아니더라도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을 테고, 지금까지 아예 없었다면(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진짜로 아예 없었다면) 미래까지 일생을 통틀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히트 드라마가 나왔다. 내 기준으론 상반기엔 <SKY 캐슬>, 하반기엔 <호텔 델루나>다. "어제 그 장면 봤어?", "이번에 이 드라마 재밌더라." 드라마는 말투나 옷차림, 성대모사 같은 것부터 OST, 촬영장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다. 드라마는 생각보다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나 관심을 많이 받는 드라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라든가 드라마 작가가 되는 법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관심이 있다면 열심히 검색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드라마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게 아닌 가벼운 상식 정도 혹은 일반 교양서에서 다루는 정도를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못 봤던 것일 수도 있다.) 요즘엔 촬영현장 비하인드라든가 작가 인터뷰라든가 그런 것들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 예전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지만, 그것들이 모든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 <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라는 책을 알게 됐다. 저자는 20년차 현직 드라마 PD로, 최근엔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란 OST가 대히트했던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연출을 맡았었다. 아직도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PD가 이야기하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 책은 드라마에 대한 일반적 상식들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PD가 되기 이전에 작가에 도전했었던 바, 책 속에 자신의 흑역사를 거침없이 꺼내어 늘어놓고는 '너는 이거 절대 하지마!'라고 이야기한다. 머릿말에도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제 막 드라마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이 너무 먼 길을 돌아가지 않게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향타가 되고자 했다'고. 부제로 달려 있는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하이퍼 리얼 현장중심 드라마 작법 노하우'를 보면 책의 지향점이 투명하게 보인다. <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는 드라마 현장직이 쉽게 풀어 전하는 드라마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책이 어려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마치 술자리에서 독자X가 "저는 꿈이 드라마 작가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햇병아리입니다. 팁 같은 거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또롱또롱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그 눈빛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이야기해주는 선배의 언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글쓰기 근육을 늘리는 방법이나 소재를 찾는 방법 같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플롯이나 매력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 같은 꼭 필요한 이야기, 추천하는 대본, 꼭 명심해둬야 할 것 등등이 쉬운 언어로 적혀있다. 나는 드라마에 대해 1도 모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도 퍽 재미있게.

내가 봤던 드라마의 어떤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쓰였는데, 사실 알고 보니 그 장면 자체가 앞에서부터 잘게 뿌려둔 복선들이 쌓아올려져 만들어진 하나의 씬이었다. 이런게 톡톡 튀어나오니까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레퍼런스로 쓰인 드라마를 모른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그저 아, 드라마는 이렇게 쓰여지는구나 새롭게 알게 됐고, 드라마의 모든 것들은 적어도 작가가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아니구나 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건 '비주얼 스토리텔링'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클리셰와 플롯을 공공재라고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이야기의 포인트는 'WHAT'의 관점이 아니라 'HOW'의 관점에 있다는 얘기.(69쪽) 표절이란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클텐데, 작가는 그런 건 0.1퍼센트도 갖지 말길 권한다. 그대로 가져다 쓰라는게 아니라 기존의 것에 이것 저것 그것까지 갖다 붙여보고 섞어보고 하면서 새로 만들어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생각이 뻗어나가는 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클리셰에서 시작했더라도 풀어나갈수록 다른 길로 간다고도 설명했다. 클리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어서 그런지 꽤나 인상깊었다.

뒷쪽엔 현직 드라마 작가들의 인터뷰를 담아 생생한 작가의 노하우들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보너스로 드라마의 시놉이라든가 스크립트가 담겨 있어 본문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레퍼런스들도 담아두었다. 저자는 츤츤대면서도 자상한 츤데레의 성격을 가진 선배가 아닐리 없다. 뭐라도 하나 더 이야기해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그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던 책이다. 작가를 준비하는 지망생들은 옆에 두고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본이 어떻게 쓰여지고 짜여지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중간중간의 개그 혹은 재밌으라고 으레 주는 윽박지름(?)은 애교로 넘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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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모든 것 영화에서 배웠다 - 영화 48편이 내 인생에 답하다
수이앙 외 지음, 정주은 옮김 / 센시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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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물론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거대 빌런이 등장해 도시를 때려부수고, 슈퍼 히어로가 등장해 그런 빌런을 혼쭐내 세계평화를 되찾고, 현재에는 상상력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이 각종 CG로 실현된 세상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그런 것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런 상상력 속 이야기조차 현실에 어느 정도는 맞닿아 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을 창작해 낸 것은 현실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어서다. 모든 상상력은 현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내 인생의 모든 것 영화에서 배웠다>는 그럴 듯한 책 제목이라 생각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영화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존에도 영화와 인생을 함께 이야기한 책은 많아서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훑어보니, 조금은 다른 점이 보였다. 언뜻 봐서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영화 두 개를 하나의 주제로 묶었다는 것(이어질 것 같은 영화들이 묶인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묶인 영화 중 하나는 무조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더 임파서블>, <빅 히어로>와 <인턴>, <싱 스트리트>와 <벼랑 위의 포뇨>, <아이언 맨>과 <모아나>. 






책의 처음, 그러니까 첫 번째 주제의 첫 번째 이야기가 <아이언 맨>과 <모아나>의 이야기였는데, 토니 스타크와 모아나가 같이 묶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굉장히 신선했다. 둘은 공통점은 고사하고, 장르부터 확연히 다르지 않나. <아이언 맨>은 여기저기 팡팡 터지는 SF 블록버스터, <모아나>는 디즈니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여주인공(족장 딸)의 성장형 애니메이션. 하지만 작가는 <아이언 맨>과 <모아나>를 '나는 누구인가?'라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용한다. 가 닿은 결론은 좀 평범했지만, 그 평범함까지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므로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기대하게 했다. (물론 목차에서 봤던 여러 영화들이 내가 봤던 영화들이 많아서 라는 사적인 이유도 좀 컸다.)



<빅 히어로>를 보면서 좀 울었었고 <인턴>을 몇 번이나 돌려봤던 사람으로서, 이 둘을 함께 묶어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마음을 나눌 수 없는 프로그래밍 된 로봇, 내 부모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업무 보조 인턴. 이 둘은 주인공 옆에 항상 존재했다. 그리고 주인공들과 함께 겪은 상황들과 행동들과 시간들은 이들을 친구가 되게 했다. 하지만 형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디컬 로봇과 정부 정책에 등떠밀려 고용한 시니어 인턴을 친구라는 카테고리에 당연하게 넣을 수는 없다. 이들을 통해 친구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응당 당연한 것들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If you need me, I'll be there. If you don't, I won't leave either.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 때면 여기 있을 것이다.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156쪽)


친구가 언제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며, 언제라도 도움의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57쪽)



작가는 책의 시작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영화가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매개로서 위안과 치유를 주었다면 그 마음들을 다시 안고 현실로 돌아오라고. 현실을 치열하게 살면서도 어린아이의 유연한 마음을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단순히 영화는 현실의 괴로움을 잊게 해줄 무언가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작가의 말을 읽으며 조금은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영화에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현실을 더 잘 살아낼 힘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영화 속에서 힘을 얻는다. 영화에서 인생을 배우는 것보다 좀 더 좋은 의미인 것 같아 '그거 좋네'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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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울긴 글렀다 -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우는 법
김가혜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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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젠가 유행하던 '눈물 셀카'가 급작스럽게 생각나는 책 제목이었다. <예쁘게 울긴 글렀다>라니. 굳이 따라해 본 적은 없지만 울면서 예쁘다는 건 배우들이 드라마 속에서 흘리는 눈물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왜 이렇게 단호하게 단정짓냐면, '예쁘게 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다.


울 때 누가 자신의 표정을 생각하겠느냐마는, 나는 우는 내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느 날, 고등학생이던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정말 아이처럼 소리내 엉엉 울었었다. (아마도 집에 혼자 있게 된 원인이 울었던 이유같은데 이유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엉엉 울었더니 목이 아파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가는데 화장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도 엉엉 울며 찡그린 내 얼굴만은 제대로 봤었다. 그때 느꼈다. 아, 드라마 속 배우들이 우는 얼굴은 잘 꾸며진 모습이구나, 감정이 앞서면 얼굴따윈 온전해(?)질 수 없구나, 같은 것을 말이다.



내가 서두에 왜 우는 이야기를 꺼냈느냐. 그건 바로, <예쁘게 울긴 글렀다>라는 에세이는 울었던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어서다.


작가는 프롤로그에 로마와 이집트에서 만들었던 '눈물 모으는 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울 일이 생기면 눈물을 모아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가 가족이나 친지 중 누군가 죽으면 그 눈물들을 모아 함께 매장했던 풍습이다. 우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위로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의 풍습을 생각하자니, 지금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엄마가 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빠는 아예 본 적도 없다. 아마도 내가 보지 않을 때 몰래 울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것도 확실히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지금의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점점 울지 않게 된다. 우는 것이 나약해보이기도 하고, 부끄럽고 창피하고, 들키면 안될 것 같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지 말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별이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정설로 내려오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내어놓고 '운다'는 건 꽤 보기 힘들다. (술 먹고 우는 건 제외!) 하지만 이 책 <예쁘게 울긴 글렀다>는 이런 현실 속에서 누군가 울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익명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친구부터 작가 자신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모아도 요구르트 한 통을 못 채울 눈물은 고작 해야 몇 그램이지만, '어린아이'를 가둬놓느라 눌러둔 마음의 돌덩이는 내 삶을 짓누르는 무게였다.(105쪽)


사람들은 가슴에 눈물을 막는 둑을 쌓아 둔 채 혼자서 섧게 삭이고 있는 듯 하다. 눈물 흘린다고 뭐라할 사람 없는데도. 속을 꺼내보이는 걸 잘 못하는 특성이 이렇게 진화하는 것 같긴 한데, 이거이거 곪으면 아주 안 좋다. 고치기 힘든 마음의 병이 되어 버린다.


작가는 이 책을 '종이로 만든 눈물병'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누군가 앞에서 우는 게 여전히 좀 부끄럽다면, 나만의 종이로 만든 눈물병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속을 뒤적거리며 글로 풀어가다 보면 상처를 마주할 수도 있을 거고, 그렇다면 그 상처를 치료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눈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새살이 날 수 있는 반창고 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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