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ful Night View 컬러풀 나이트 뷰 - 유럽.아시아로 떠나는 스크래치북 Colorful Night View 시리즈 1
스키아 그림 / 보랏빛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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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북은 나와는 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컬러링이나 라이팅북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칠하고 쓰는 것보다 이 깨알같은 밑그림들을 긁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덜렁거리는 성격이 그 첫 번째 이유고, 집중력이 그리 길지 않음이 두 번째 이유다.) 예상대로 나는 덜렁거림 때문에 이곳저곳 예상하지 못한 스크래치들을 만들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진을 찍어놓으니 잘 보이진 않더라만,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 (나 자신에게!)

 

그래도 빼지 않고 도전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집중은 어렵지 않았고, 그림을 완성해 나갈수록 '나한테도 이런 집중력이 있다니!'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훌쩍 가는 것은 물론, 그림을 완성시키고 나면 뿌듯함이 배가 되는 이 책, 열심히 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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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잊어버려서 아쉬움에 사무쳤던 4번째 주목신간 추천. 그래서 이번엔 잊어버리지 않을테다!!라고 생각하며 넉넉하게 2일로 알람을 맞춰두었었다. (그게 바로 오늘!) 알람을 설정하길 잘한 것 같다. 안그랬으면 이번달도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음이니.. 그래서 다음달 주목신간 알람도 지금 설정해두었다. 알람을 꺼버리고 다른 일을 한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그건 30일 후에나 생각해 보기로 하고.

 

3월. 벌써 봄인데 아직은 봄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졌기도 했고, 그 때문인지 발매되는 음악들도 아직까지는 차분하기만 하다. 봄만 되면 들려온다는 봄캐럴들이 아직 들려오지 않는 걸 보면, 아직 봄을 체감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좀 밝고 경쾌한 소설들이 없나 찾아보다가 포기했다. 골라놓은 책들이 어째...ㅋㅋ 그냥 읽고 싶었던 책을 추천한다. 

 

 

 

 

 

 

파기환송 _ 마이클 코넬리 (알에이치코리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터라, 그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3번째 시리즈라 하기에 관심이 갔다. 법정물은 그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긴박감과 스릴감이 있다. 게다가 이번엔 승소율 0%의 사건에 도전한다고 하니 더 기대. 물론 이전 시리즈물과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이 주요 배역으로 쓰일테지만, 그런 것들은 그리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샬로테 _ 다비드 포앙키노스 (베가북스) 

겨우 스물여섯의 나이. 임신 5개월의 몸으로 나치의 광기에 내몰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사라진 유대 여인의 생애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화가 샬로테. '시 같은 소설'이라는 문구는 책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한데, 결코 어두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기에 프랑스에서 그리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건지 궁금해진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1,2 _ 니토리 고이치 (은행나무) 

'화과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품'이라는 설명에 끌렸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다 임팩트가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차분히 앉아서 읽고 싶은 소설이다. 치열하지 않고 쉽고 예쁘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봄 색깔이 나지 않는 다른 책들에 비해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책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

의욕적으로 나섰는데 생각만큼 수완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중 한 권이라도 선정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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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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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다. 신간평가단 16기로 받아본 책 중에 두툼한 볼륨으로 따지자면 넘버2가 될 정도로. 물론 볼륨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들 또한 방대하고 말이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낯섦'이었다. 작가도 낯설고 책도 두껍고. 내가 많은 작가나 책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책들이 '낯섦'이긴 하지만, <그들>은 한층 더해 두께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의 페이지가 100 단위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소설에 대한 기본 뼈대가 서면서부터는 술술 더 잘 읽히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 이야기 할테지만,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글의 템포가 빨라 지루하지 않다. (물론 굉장히 긴 장편 소설이기 때문에 읽어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알고보니 작가는 꾸준히 많은 책을 내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한다. 지금까지 쓴 글이 단편은 1000여편 이상, 장편은 50여편 이상. <그들>은 작가가 초창기에 썼던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작가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고, 전미문학상까지 받았다. 겨우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써 낸 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소설에는 담고 있는 내용들도, 주인공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도 어느 하나 순탄치 않다.

 

<그들>은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 내가 과거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소설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답답함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이라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나면서 나를 당황시키니까. 어찌됐든, <그들>은 1930년대 디트로이트 빈민가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여성의 인권이란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을 시대에서 거의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남편이 자주 바뀌긴 했지만 남편은 존재했었다) 엄마 로레타, 그녀에게서 태어난 줄스와 모린 남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많은 이야기들이 줄기를 뻗는다. 30년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만큼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들이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는데, 그것들은 낱개로 떼어내어 보더라도 매력적인 소재들이다. 에피소드 집합소라 해도 무방할 정도. 물론 막장이라 불릴 수 있을만큼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지만, 그것들 또한 잘 배치되어 있고, 극적인 소재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산전수전을 다 겪은 주인공들을 보고 있노라면 읽고 있는 독자 자신까지도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한 마지막 장을 다 넘겼을 때 후련함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데, 아무래도 그 긴 페이지동안 주인공들에게 동화되어서인 듯 하다.

 

“여자는 꿈 같아. 여자의 일생은 기다림의 꿈이지.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면서 꿈속에서 산다는 뜻이야. 굴욕적이지만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어. 어떤 여자도 도망치지 못해. 여자의 일생은 남자에 대한 기다림이야. 그뿐이야. 이 꿈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여자는 그 문을 통과해야 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늦든 빠르든 그 문을 열고 통과해서 어떤 남자, 한 명의 남자에게 도달해야 돼.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어. 결혼 상대는 누구든 상관없지만, 이 길에서는 벗어날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507쪽)

 

특히나 이런 생각을 하는 모린에게서 깊은 안쓰러움을 느꼈는데, 결혼이 삶의 만족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가난함은 폭력이 아니지만, <그들> 속에 등장하는 가난함은 폭력을 동반한다.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다면 당연히 폭력이 일상이 되는 시대 속에서 모린이 선택해야만 하는 그 상황이라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 (이런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책의 마지막에서는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그들>은 서문부터 발문까지 빼놓지 않고 읽기를 권한다.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던, '이 책은 소설처럼 구성한 역사 기록이다'라는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사실'이라는 이야기라는 것 때문에 고통스럽게 했었는데, 발문에서 '하지만 모린은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며'라는 문장을 통해 이 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고, 나는 안도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이런 일을 직접 겪은 누군가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했던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워낙 고증을 잘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깜빡 속아넘어 갈 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실제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비현실적으로 현실적이었던 그때의 디트로이트를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러했다는 일련의 기억일 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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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예쁜 그림 한 장 - 손그림 일러스트 감성수채화 그리기 나를 위한 시간
민미레터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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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예쁜 그림 한 장>은 처음 책 소개를 보자마자 반했다. 아, 이렇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되게 새로웠다. 뭔가 되게 신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채화는 무조건 번지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 또는 번지더라도 비슷한 색상끼리 잘 조화를 이루어야 예쁘다는 생각, 내가 이전에 수채화에 대해서 갖고 있던 예의 그것들이 싹 무너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이 책은 그러니까 수채화라는 것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수채화를 가지고 재미있게 그냥 놀자!'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했다. 좀 번지면 어때! 번지는 색이 좀 안 어울리면 어때! 내가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지! 그리고 어차피 마르면 다 예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

 

사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만해도 긴가민가 했다. 물을 잔뜩 머금은 붓으로 색을 쓰고, 그 색들이 서로 엉키고, 일부러 다시 물을 떨어뜨려 연하게 만들기도 하고, 붓 터치감을 주기 위해 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어떻게 가능한걸까 눈으로만 봐서는 전혀 절대 예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예쁘긴 한데, 혼자할 수는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쁜 그림들이 책에 45가지나 들어가 있는데 혹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있을까. 더군다나 직접 내 손으로 그릴 수 있다는데, 거기다가 쓴 색상도 되게 간단한데, 느낌있는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저절로 책에 손이 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혹하는 그림들이 온 천지에 널려있어서 다 그려보고 싶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을 보면 그리는 과정샷이 자세히 나와 있고 설명도 자세히 되어 있다. 한 장면 한 장면 클로즈업으로 작가 자신이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 여기서는 어떤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좋을지 설명을 해 준다. 클래스를 운영하던 작가분이라 그런지 이야기를 전달받는 사람의 입장을 잘 고려해 쉬운 설명들로 가득 들어차 있는데, '이러다 진짜 혼자서도 이런 그림들이 만들어질 것도 같아'라는 느낌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책은 꽤 친절하다. 어떤 그림을 그릴 때는 어떤 '기법'을 썼는지, 또 어떤 '색상'을 썼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있다. 모든 메인 아래에는 이런 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따라 그릴 때는 그 색상들과 비슷한 색을 만들거나, 아니면 색상을 참고해 다른 계열로 바꾸거나 할 수 있다. 원래 그림을 그릴 때 색상을 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은 비슷한 색상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는데) 색상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박아뒀기 때문에 색상 찾기도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제품들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고 해 주었다. 물감이나 붓, 색연필, 파레트, 공책 등등 자신은 어떤 것을 쓰고 있으며 어떤 것도 괜찮다,라는 어드바이스들이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한 페이지 분량으로 드러나 있다. 수채화의 시옷자도 모르는 사람들은 수채화 물감은 어떤 걸 써야하는지 종이는 어떤 것이 좋을지 알 수 없을텐데 이런 꿀팁들이 있어서 한결 수월하게 준비물을 준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나도 한가지 도움을 받았다. 바로 그림을 그릴 공책!


 

 

작가는 파브리아노의 공책을 쓴다고 했다. 종이는 와트만지. 그래야 물을 잔뜩 쓰는 작가의 그림 특성상 종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파브리아노만 생각하고 가서 공책을 골라왔는데, 알고보니 내가 사온 것은 '드로잉'용이었고 '수채화'용은 아니었다. (하하하;;) 일단 연습용이니까 종이가 일어나지 않는게 어디냐며 나를 위로했다. 분명 위의 사진에 나온 똑같은 공책을 봤는데 이걸 사온거라 적잖이 당황. 하지만 이 공책을 한 권 전부 연습해 본 다음에 울지 않는 종이를 다시 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그려줘야지!라며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며 극복했다. (긍정적인 거라고 해 두자)


 

 

되게 오랜만에 수채화 물감도, 파레트도, 물통도 꺼내봤다. 파레트의 상태가 완전 개차반이었던지라 이것을 닦아내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막상 구석에서 얘네들을 찾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아, 진짜 시작이구나 같은 느낌. 물감이 오래되어 색이 안 나올줄 알았는데 색이 너무 잘 나와줘서 감동. 말라붙어 있던 물감들 또한 예의 그 색들을 전부 내주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채화 놀이.


 

 

​먼저, 책의 처음에 나오는 기법부터 연습을 했다. 색이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물을 가득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예전부터 하던 습관이 돼서 색을 칠해도 붓에 적당히 묻힐 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물을 얼만큼 묻혀야 색이 섞이는지 전혀 가늠이 안됐으니까. 그런데 여러번 해 보고 물에 물을 어느정도 묻혀야 섞일 수 있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하니까 작가가 했던 것들이 나도 되기 시작했다. 우와 신기해!를 연발하며 여러번의 연습을 마쳤다. 아직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겠어!


 

 

호기롭게 해바라기를 그렸다가 망했다. 물조절을 잘못한데다 색이 섞이는 것이 꽤 고난도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쉽다고 했는데 색이 마음대로 섞이고 그림도 잘 나오지 않으니까 당황 당황. 차마 아래 줄기와 이파리까지 그리지 못하고 접었다. (내 마음 더 상처받기 전에)


 

 

좀더 쉬워보이는 (꽃잎이 몇 없는) 동백꽃으로 옮겨왔다. 장미랑 비슷한 느낌으로 굉장히 화려해 보여서 따라했는데, 역시 처음은 실패. 꽃잎의 균형이 생각보다 잘 맞지 않아서 당황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다른 동백꽃을 그렸다. 동백꽃은 반만 성공.


 


그리고 대망의 수국. 내가 수국을 원체 좋아해서 이건 볼때마다 꼭 그려봐야지 생각했는데, 그래서 얘도 내 마음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망설였는데, 의외로 굉장히 잘 그려졌다. 역시 나라은 수국이 맞나봐!란 생각을 하면서 수국 완성한게 뿌듯해 SNS에도 올렸다. 꽃송이가 잘 모이지 않은 것은 처음이니까 그런거고 왜인지 여러번 더 하다보면 더 잘 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수국을 그려보니까 알겠더라. 색을 꼭 저자가 한 대로 하지 않아도, 저자의 그림과 색상이 많이 비슷하지 않아도 자신의 맘에 충분히 들 수 있구나 한 것을. 나는 저자와 모양만 비슷할 뿐 꽃잎 색깔은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하지만 다 그려놓고 보니 나도 꽤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래서 스트레스 없이, 실력없이도 예쁘게 그릴 수 있다던 거였구나. 저자의 자신감이 실제로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우연처럼 떨어뜨린 물방울이 당신의 그림을, 당신의 시간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라는 저자의 닫는말은 마치 이 책을 통해 직접 그림을 그려본 이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물을 떨어뜨려 색이 섞이기 전까지는 전혀 가늠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 그림을 그려보니 알겠다. 그리고 색이 섞이는 것이 절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라는 것도. 또한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이 다시 그려보면 된다는 것도. 이번에 실패한 해바라기는 더 크고 예쁘게 완성해 볼 거다. 물조절 연습이 조금은 더 필요하겠지만, 이만하면 나도 어느정도 센스는 있는 것 같아!

 

수채화에 아주 생 초짜들이라면 꽃잎의 위치나 구도 등으로 인해 다른 결과물을 받아들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이 보고 따라했는데도 다른 결과물이라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림 센스라는 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 여러번 연습하다보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지 않을까 싶다. 내가 여러번만에 마음에 드는 꽃그림을 찾은 것처럼. 반대로 그림 센스가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은 정말 놀이에 가까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셈이니까.

 

수채화를 가지고 노는 것.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예쁘다.
취미로 마다할 이유가 과연 여기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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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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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카피라이터'에 대한 환상은 정철로부터 시작됐다. 어느 날 별 생각없이 읽게 된 책 한 권이 마침 정철의 책이었고, 그 책이 다름아닌 정철의 뛰어난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내머리 사용법>이었고, 글쓴이가 궁금해 표지 날개를 읽었더니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보였고,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 각인된 카피라이터의 기준은 정철의 글이었다. 그냥 '글'이 아니라 '번뜩이는 재치가 담겨있는 글'. 그리고 그런 번뜩이는 재치가 담겨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카피라이터.


생각보다 강렬했던 첫만남 후 나는 정철의 책이라면 뭐든 읽어봤다. 사서든, 서평단을 통해서든, 여의치 않았을땐 도서관에서 빌려보든 어쨌든! 그리고 카피라이터에 대한 생각이 좋게 각인되어져 카피라이터 누구의 글이라고 하면 한 번쯤 눈길이 갔다. (내가 가진 카피라이터에 대한 후한 인식은 모두 정철로부터 비롯됐으니, 혹여 앞으로 내가 읽을지도 모를 책의 저자들 중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정철에게 고마워해야 할 테다.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시작할 테니까.) 일명 '씽크빅'이라고 하는 '신박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책들은 내가 단연 좋아하는 책이 되었고, 대체로 그런 류의 책들은 나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현재진행형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카피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일 듯 하다. 본인이 카피라이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꿈을 갖고 있는 이들 이외에는 해 본 적도 없겠거니와, 그런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과 그들의 일은 마치 다가갈 수 없는 곳마냥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과 다른 업종은 모두 그렇게 느껴지긴 한다만;;)

나는 카피라이터가 될 건 아닌데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묻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카피든 에세이든 연애편지든 사람 마음을 열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모든 글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카피라이터가 아닌 사람은 짧은 글로 사람 마음을 얻는 방법이라는 관점 하나만 붙들고 읽어주시면 됩니다. (12쪽)

그런데 이번에 정철 카피라이터가 쓴 <카피책>에서는 카피는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카피라는 틀에 책을 넣고 볼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일상생활에서라도 짧은 글을 임팩트 있게 쓸 수 있다, 정도의 노하우라고 봐도 된다고 적어두었다. 그런데 나는 '정철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머리를 굴리는지, 어떻게 카피를 쓰느지, 그의 머릿속과 연필 끝을 훔쳐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12쪽)라는 문장이 그 어떤 문장들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나는 정철의 번뜩이는 생각이나 재치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인데, 그 썰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철은 이 책 한 권에 자신의 카피라이터 인생을 꾹꾹 눌러담았다 자평했다. 또한 앞으로 자신이 책을 내면서 이런 종류의 책은 다시 내지 않을거라 단언했다. 그러니 이 책 <카피책>은 정철의 전무후무한 카피라이터 노하우 전수책이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카피의 A to Z를 설명해 주는 여타 다른 책들보다 기본에 대한 설명이 덜 들어갈 수는 있다. 그가 카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가르치려 들려 했다면 설명이 훨씬 가득했겠지. 하지만 <카피책>에는  '평생 카피 써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책도 살 수 있었던' 정철이 풀어놓는 카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주 세세한 노하우가 아니더라도 그의 작업 방식, 머릿속에서 나온 과정 같은 이야기가 잘 섞여 있으므로 책 자체로도 읽기가 즐겁다.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보다는, 자신이 썼던 카피들을 동원해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잘 읽힐 것인가'를 최우선에 둔 채, 자신의 카피 만드는 방법을 차례차례 알려주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하나의 단어로도 문장의 맛이 달라지는 것이라든지, 사칙연산인 더하기 곱하기 나누니 빼기 등을 활용해 문장을 줄이고 늘이면서 달라지는 느낌이라든지, 깍둑 썰어 나누기만 해도 가독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라든지, 도둑질을 권장(?)하는 등의 이야기들은 글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조건 좋은 글을 쓰기보다는 일단은 써 놓고 지우고 수정하면서 그 느낌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든가 뜻이 애매한 한자보다는 정확하게 와 닿을 수 있는 우리말로 치환하는 방법 같은 건 꽤 꿀팁이라고 볼 수 있었고. 더군다나 <카피책>은 카피라이터가 그러니까 글쓴이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콕콕 짚어줌으로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가 꽂힐 수 있도록 될 수 있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느낌들을 전해주려 애를 쓴다. 최대한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은 정철 카피라이터의 마음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정철이라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에 있어서 독자의 기분좋음을 책의 마지막 장까지 잘 유지해 나가는 작가이기 때문에 책 읽기가 즐겁다. 알기 쉽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카피는 카피라이터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광고속에만 놓여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꼭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상을 유쾌하게 만드는 카피, 이웃에게 먼저 손 내미는 카피, 세상 온도를 한 뼘 더 올리는 카피,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당신도 쓸 수 있습니다."(363쪽)라는 <카피책>의 마지막 문단을 통해,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가 이 책을 집어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책에는 무려 35가지의 방법이 들어 있다. 그의 이야기를 즐기면서 웃으면서 슬며시 책의 마지막장까지 왔지만 그 방법들이라는 게 전혀 새롭거나 낯설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카피라는 것(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잡을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고 또 간단한 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듯 하다. 정철이 가르쳐 준 모든 방법을 한 문장 안에 다 때려넣어 사용할 수는 없지만, 하루 10분 만이라도 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인기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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