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
새벽 세시 지음 / 경향BP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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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불명.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바로바로 서로의 상황을 톡으로 확인하는 시대에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단어다. 예전에는 이런 제목을 가진 노래도 종종 나오곤 했는데, 요즘에는 편지를 보내지 않으니 현실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마도 이 단어의 뜻을 모르는 어린 학생들도 있을텐데, 수취인 불명은 '편지를 보냈는데 받는 이가 그곳에 살지 않아 반송됨'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은 새벽 세시쯤 적어두었던, 이제는 어디에 사는지 몰라 (혹은 모르고 싶은) 그에게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다. 받는 사람이 분명하니 수취인 불명일리 없건만, 결국 상대방에게 닿지 않을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니 수취인 분명이 아닐리 없다. 이 책은 누군가의 가슴 아픈 사랑 고백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언제고 사랑은 끝이 있다. 사랑이 영원하다고 순진하게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은 버티고 버티다 결국 손을 놓아버린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의로 놓았던 타의로 놓았던, 사랑이라는 그 손을 놓은 후 자꾸 떠오르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상대에 대한 원망을 하기도 하고, 돌아오면 안 될까 애원을 해보기도 한다. "너 때문에 나는 이렇게 힘이 들어. 왜 내게 그렇게밖에 못했어, 왜?" "계속 아프더라도 네 곁에 있고 싶어."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아팠던 그 사랑을 잊기 위해, 잊고 싶어서 적은 글. 어쩌면 상대방에게 보내기 위한 편지라기보단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쓴 글인 듯도 한 느낌도 들었다.


잃다, 낭만. (52쪽)
살면서 딱 한 번 맛본 낭만을 위해서 얼마나 무수한 다른 날들을 죽여왔던가. 그건 애초에 내가 가질 수없던 것인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홀연히 떠나버린 네 뒷모습에도 여전히 사랑 고백을 하고 싶은 나는 대체 뭐고.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다. (124쪽)
네 뒤엉킨 옷가지들 사이에 내 머리카락 한 올 떨어져 있다면 참 좋겠다. 정신없이 나갈 채비를 하던 네가 그 별것도 아닌 것 하나에 울컥해서는 하루를 망쳐버렸으면.


대체로는 너를 잊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기도, 나를 이렇게 만든 너를 원망하기도, 완전히 잊혀지지 않는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기도, 더이상 너를 볼 수 없는 슬픔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가 닿지 못한 마음의 부스러기들이 잔뜩 모여 있다. 조각 난 마음이라도, 그 작은 조각에 기대서라도 어떻게 해보고 싶은 글쓴이의 마음 같은 것- 읽다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아마 이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공감을 줄 책일 것 같다. 이별한 뒤 수취인 불명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 부스러기들이 누구나 하나쯤은 존재하니까 말이다.

다행히 책 속에는 갈 곳을 잃은 마음 부스러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현재 나는 이별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 부분들에 더 많은 공감을 했다. 그 중에서 '그뿐'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책의 모든 내용 중에 가장 좋았는데, 내가 갖고 싶은 사랑관과 무척 비슷해서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마음을 담아두는 곳. (112쪽)
시도 때도 없는 애정 표현에도 부디 마음이 닳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번 말해도 가슴 벅차는 말이 있다면 그건 내가 너를 이 마음 온전히 다 바쳐 사랑한다는 말일 테니까. 너는 이 진심을 담아둘 뿐 절대 쏟아지지 마.

사랑의 정의. (142쪽)
세상에 틀린 사랑이 어디 있는가. 정말 틀렸다고 말할 것이라면 그건 애초에 사랑이 아니었겠지.

그뿐. (159쪽)
사랑의 조건이란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자고 말하면 흔쾌히 고개 끄덕여줄 수 있는 여유로움과 폭우 속을 휘청일 때 나를 뿌리처럼 꽉 붙잡아줄 수 있는 단단함이면 그뿐.


새벽 세시라는 작가의 이름처럼 감성적인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이번에도 많은 이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책을 썼다. 이전에 읽었던 <새벽 세시>라는 책은 사랑의 여러 감정에 대해 짧게 적었던 책이었는데, 이번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은 마음을 조금 더 길게 늘어뜨려 편지형식으로 이야기하듯 풀어낸 책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랑에 관한 감성적인 책이니,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은 천차만별일 테니까. 다만, 이번 책은 마음 부스러기들을 모은 책이라, 현재 마음이 바스라져버려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하고 싶지만 차마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속으로 계속해서 곱씹으면서, 언젠가는 진심이 통하기만을 기도했던 지난 밤들의 기록을 이곳에 담습니다. (중략) 이건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자, 매일 읊조리던 쓸쓸한 혼잣말이에요.
- 새벽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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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계단 -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감정이었습니다.
김준산.조하나 지음 / 페이퍼르네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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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계단>이라는 책을 받아들게 되면서, 감정이라는 것에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봤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살아오면서 어떻게 감정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 여기에 대한 내 결론은, 감정을 갖는 것 자체가 '생각'해야할 도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감정=나'라는 공식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이제까지의 감정은 곧 나였다.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에 대하여 느끼는 내적 상태"를 '감정'이라 부르지. 사람은 감정으로 세계를 받아들여. 감정이 없으면 당면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어려워. 감정 이해가 인간과 세계를 해득하는 가장 말초적인 작용인 이유야. 감정을 슬기롭게 이해해 내지 못하면 우리의 기분과 느낌이 어떤 작용인지 정확하게 바라볼 수 없거든. (9쪽)

작가의 말을 지나 <감정계단>의 첫 부분에서 발췌한 것이다. 저자 '김준산'이 이야기하는 감정은, 나와 세계를 제대로 알아가기 위해 꼭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나라는 존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감정을 잘 알면 좋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감정의 동양적, 서양적 분류부터 시작해서, 철학적인 여러 이론들을 끌고와 개념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황과 기대승의 이기론을 동양적 감정분류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의 세가지 철학적 감정분류를 서양적 감정분류로 나누어 살펴보고, 맹자의 사단칠정 중 칠정(희노애락애오욕)을 중심으로 양과 음의 감정을 나눠서 살펴본다.

아주 감성적인 책의 겉모습과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감정이었습니다'의 문구를 보면, 이 책이 감성적인 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책의 첫장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말랑말랑한 감정 위로의 책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후루룩 훑어보며 처음 읽었을 땐 여기 담긴 글이 한글인가 싶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거든. 그러나 다시 세세히,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한 줄씩 뜯어 읽듯 읽어내려가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 시대는 감정 사회라고 말하지만, 그 감정의 바탕이 되는 몸이 병들어 있어. 감정을 세밀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있지. 감정 사회란 형식이 내용과 일치하려면 우리의 몸이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현대 사회의 몸은 노동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감정을 수용하는 데는 서툴지. (133쪽)

마음은 감정이 되기도 하고, 다른 어떤 것도 될 수 있지. 마음은 기본적으로 육체와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야. 동물과 구분하고 싶은 욕구가 감정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동기일 거야. (156쪽)

저자는 여러 분류를 통해 하나씩 감정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겨버린 감정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당연한 것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생활 속 흔한 클리셰다. 그러나 책 속에 담긴 '당연하지 않음'은 꽤 새롭다. 시점을 옮긴 것만으로, 안과 밖을 두루 살피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감정계단>은 집중이 필요한 책이다. 저자의 말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생각하고, 그 저자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글이 그리 많지 않다고 얕봤다가는 큰코 다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채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땐, 감정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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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 / 프런티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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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는 카피부터 신선했다.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미래를 보고 싶다면 가장 신바람 나게 노는 사람을 주목하라!" "인간이 자기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혼신을 다할 때마다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이 일어난다." 뭔가 뚜렷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카피는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어떤 것인지 굉장히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카피들이었다. 그래서 어떤 장르의 책인지 불확실하지만 선택했다.

들어가는 말이라는 조금은 긴 서론부에서 저자는, 역사라는 것은 생존과 권력, 자유와 부를 얻기 위한 투쟁이기에, 기껏해야(저자의 표현을 빌린 것이다) 유희와 오락, 그러니까 '즐거움'이라는 단어에서 역사적인 변화를 이끈 원동력을 떠올리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바로 그 '즐거움'을 창출해 내는 여러 장난과 유희가 미래를 예견하는 발명품이었던 사실들을 들춰내, 역사에 감춰져 있던 한 조각을 끼워맞췄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저자가 생각하기에 어딘가 2% 부족했던 공간에 유희에서 찾은 조각을 넣음으로써 제대로 된 퍼즐이 완성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생존, 권력, 자유, 부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던 발명품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이 끼친 영향과 그 영향으로 이어진 또 다른 발명품들, 그리고 그런 발명품을 만들어낸 괴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어딘가 굉장히 필요없이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되게 흥미로운.

<원더랜드>에는 총 6개의 커다란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는 대체로 하나의 사소한 어떤 것에서 시작한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의 가장 사소한, 가장 작은 단위의 어떤 것 하나가 2페이지 정도 설명하고, 그것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들과 그 노력들로 인해 탄생한 것들에 대한 여러가지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에서 발전한 결과는 전혀 새로운 혹은 상관없는 것에의 도달이다. 그 처음과 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책은 복잡한 듯 보일 수 있는 연대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 뒀다. 당연하게 연관되는 듯 보이는 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역사 속 어딘가에 따로 떨어져 있던 조각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놀라움이란. 각 이야기의 키워드를 주르륵 나열해 보자면 보라색과 쇼핑몰, 음악과 컴퓨터, 후추와 제국주의, 유령과 영화, 게임과 보험, 공공장소와 커피. 이렇게 보니 '왜 이것들이 연관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중에서 상식선에서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특히나 보라색과 쇼핑몰, 음악과 컴퓨터는 어떻게 봐도 도통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들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책 속에 몽땅 나와 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 단, 이 모든 키워드들은 앞의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뒤의 것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

놀이에 대해 이렇게나 어렵게 이야기하고 있다니, 이 책이 뭔가 싶겠지만 책 자체는 가독성이 좋아 읽기가 쉽다. 사람 이름이 길고, 적용된 현상 혹은 반응들의 이름이 길어 익숙하지 않아 그렇지, 익숙해지면 그 가독성이 배로 좋아진다. 게다가 읽어나가면서 흥미로운 내용들이 쭉쭉 연결되다보니 지루한 줄도 모르고 읽게 된다. 그리고 유희와 놀이에 관한 이야기들에 철학자들도 자주 등장한다. 그 당시의 사회현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책에 저술했기 때문인데, 그 상황에 대한 철학자들의 설명을 듣는 것도 꽤 흥미롭다.

한 가지를 예를 들어 4번째 이야기 '환영'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환영은 1771년의 유령제조사였던 독일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당시의 유희는 한 공간에서 빛과 환등기를 이용해 유령을 불러내는 것처럼 보이는 쇼, 일명 팬태즈머고리아(당시 사람들은 진짜라고 믿었던)를 보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발명가들은 착시현상, 눈속임이라 일컫는 것들(입체경, 파노라마, 원근법)을 통해 영화를 탄생시켰다. 여기서부터의 이야기에 월트디즈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눈길이 갔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발전은 유명인을 만들어냈다. 
시각 잔상 효과는 문화적으로 우발적인 사건이 일어날 여건을 조성한, 진화론적 우발 사건이었다. 오늘날 유명인은 진화론적 부산물이 낳은 문화적 부산물이다. 275쪽

결국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사 쓸데없는 일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발명가들이 재미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쓸데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기발하지만 '하찮은' 자동기계는 훨씬 더 중요한 기술적 진전을 예고하곤 한다. 37쪽
위의 문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하찮은'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찮다한들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그 하찮은 발견이 끝은 창대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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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부분, 핵심만 골라 읽는 대충 독서법 - 심플하게, 스마트하게, 스피드하게 읽어라!
김충만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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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좋지 않은 편이다. '대충'이라는 단어가 '꼼꼼하다'와 대척점에 있는 단어이기 때문인데, '대충'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라고 나와 있다. 좀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뜻에 포함된 단어인 유의어 '대강'을 찾아봤다. '대강'은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니 대충의 뜻을 알 수 있는 듯 하다. 

사실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대충했다고 하면, 그것이 의도했든 아니든 받아들이는 사람쪽에서는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절대로 행해지면 안되는 일로 치부되어 왔다. "공부 대충 했어.", "계산 대충 했어", "대충하지 뭐." 등등, 일상 속에서 '줄거리를 요약해서 말하는 것'을 제외한 이야기 속 '대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부사로 쓰인다. 하지만 이 책 <대충 독서법>은 책은 대충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한 시대에 발맞춰 책을 스마트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눈이 확 가는 대목이었다.

책에 대해 사람들의 행동은 대게 둘로 나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자꾸만 사 놓기는 하는데, 정작 그 책들을 모두 읽어낼 수는 없는 경우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바로 나같은 경우가 그렇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시간과 체력과 여러 여건상 욕심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책을 좋아하지 못하는(않는) 이들은 책이 낯설어서, 다가가기 어려워서,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책을 아예 멀리한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아마도 <대충 독서법>의 저자는 두 부류 모두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묘하게 둘 모두 책을 가까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충 독서법>이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 그 생각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곁들여서 '대충 독서법'이 어떤 독서법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그 독서법을 어떻게 활용을 하는 게 좋은지, 책을 정독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그것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총 5개의 파트로 나눠진 책은 1부에 대충 독서법에 대한 대강의 설명들을, 2부에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선별하는 방법들을 , 3부에는 대충 독서법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들이 담겼다. 4부와 5부엔 대충 독서법의 활용 확장에 대해 다뤘다. 
대충 독서법에 대한 내용이지만 책이 그다지 두껍지 않았고, 솔직히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던지라 나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이 또한 책을 읽는 와중에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결코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정보를 단순히 아는 단계를 넘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재료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그 재료를 조화롭게 섞을 수 있어야 한다.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사물을 그냥 연결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말처럼 기존의 것들을 잘 연결시키고 조합하는 창의적인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14쪽

책을 재미가 아닌 의무로 시작하면, 처음부터 책에게 기선을 제압당한다. 이 책을 언제 다 볼까 하는 부담감, 보다가 중단하면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실망감, 결국 '예전에도 다 못 봤는데 이번이라고 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책 읽기를 지레 포기한다. 22쪽

대충 독서법은 책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바꿔놓고 시작한다.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읽기 싫다면 한켠에 밀쳐 뒀다가 다시 볼 수 있는 가벼운 존재라는 것. 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들은 각각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이겠지만 정작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면 쓸모없다는 것. 하이퍼 장르들의 성공으로 장르의 결합 등 여러 방면으로 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할 때에 정보 하나에만 몰두하는 것은 너무 시간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것. 책은 전반적으로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해 준다. 처음부터 책을 읽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문학 종류가 아닌 다음에야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책 읽기의 차이는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목적의 차이'다. 그래서 책에 따라 읽는 방법도 모두 달라야 한다. 문학 작품들은 감상하면서 읽는 것이 옳다. 비즈니스, 교양서적의 경우라면 부분적인 읽기로도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40쪽

더불어 책은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지, 나와 맞는 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같이 구해주려 노력한다.(2부에서) 책에 서툰 사람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서점 이용 방법, 광고와 베스트셀러에 유혹당하지 않는 방법 등 자신이 혹은 남들이 책을 고르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재 공간을 개편한다거나 손이 닿는 공간(보디존)에 책을 두는 것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 앞에서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을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을 위한 책 읽기가 되어야 한다. 30쪽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말해준다. 나의 서재는 나의 관심사와 생각을 통째로 보여준다. "서가는 그 주인을 비춰주는 거울이다."라는 일본 격언처럼 책장은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70쪽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방법 = 끌리는 제목의 책 / 책의 목차를 봤을 때 읽고 싶은 대목이 3개 이상인 책 / 서점에 가서 두 번 보게 된 책. 96쪽

대충 독서법은 속독법이 아니다. 이 책을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책은 그런 류의 독서법이 아니다. 취사선택. 대충 독서법을 다른 말로 하자면 취사선택일 것이다. "대충 독서법은 단순히 글자를 빨리 읽는 독서법이 아니다. 책을 가볍게 훑어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을 찾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는 기술이다. 41쪽" 책의 한 부분밖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지라도, 그 부분을 읽고 무언가를 느꼈다면(깨달았다면) 그것은 충분한 독서가 된다고도 이야기한다. 이는 작가가 독서는 책 한권을 읽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의 선입견에 쩍하고 금을 그었다.

하지만 작가는 대충 독서법을 단순히 '대충 읽는 책읽기'로 끝내지 않는다. 대충 독서법을 확장시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독서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도 담았다. 책 구석에 밑줄+메모를 치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은 따로 적어두거나 필사하거나, 어떤 질문을 통해 독서를 다른 분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거나,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을 찾아볼 수 있다거나. 여러 방법들을 통해 책읽기의 확장성까지 고려했다. (꽤 치밀한 뼈대가 아닐 수 없다.)

대충 독서법이 대충 읽는 것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관심이 있는 부분만을 찾아 읽는 취사선택의 책 읽기이기 때문에, 한 가지를 보게 되더라도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이 대충 독서법의 가장 큰 장점이다. 관심부분을 읽다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생기면 전체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야금야금 자신의 관심사를 늘려가며 나를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독서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창의성은 그냥 연결시키는 것이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되새길 수 있는,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쓸데없는 매칭을 시켜 새롭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을 찾아내는 놀이 아닌 놀이 방법도 책에 등장하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은 있어빌리티(있어보인다+Ability의 합성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책 속에 잠깐 등장하는 단어인데, 왜인지 모르게 이 단어가 정감이 가더니만, 위에서 찾아본 '대강'의 뜻과도 연관이 되니, 있어빌리티와 대충독서법의 만남은 필연인가 싶다. 누군가에게 있어보이기 위한 책읽기라면 단연 대충 독서법이 답이다. 지대넓얕 같은 팟캐스트와 책이 흥하고, 인문학 붐이 있으며, 이런 저런 강의들을 듣기 좋아하는 있어빌리티가 있는 당신이라면, 이 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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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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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말해왔던 나의 책 고르는 기준은 1번이 제목, 2번이 책 디자인, 3번이 책의 카피(작가가 혹은 출판사가 선정한 부제목 혹은 띠지, 책 뒷표지의 문장)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달의 조각>은 언급된 모든 것에 해당하니, 읽기도 전부터 딱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취향이라는 것은 글을 읽은 후에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 

먼저 책을 좀 살펴보자면. <달의 조각>이라는 책 제목,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예쁜 글씨체와 디자인,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이라는 부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달'과 관련된 책의 면면, 작가의 이름이 '하현'인 것 까지. 거기다 애초에 <달의 조각>은 독립출판물로, 반응이 좋아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는 설명까지 들으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달의 조각>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누군가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것이 작가 하현의 일상일 수도 있겠고,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일상일 수도 있을 테다. 되게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되게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묘한 지점이다. 특히나 '적당히 차가운 무관심'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첫번째 주제는, 요즘 들어 더욱 힘들어진 청춘들의 머릿속 어딘가를 작가가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공감대가 높다. 대체로 불완전한 청춘의 시간 속 작가가 겪은 흔들림에 대해, 그리고 현재도 가끔씩 찾아오는 마음의 시끄러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금 막 힘든 사람들이 읽는다면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몇 문장 옮겨 본다.

나는 오늘도 경계를 걷는다.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모습으로.  15쪽
나는 일상의 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은 모두 새가 되어 날아가. 저기 멀리, 나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17쪽 
가끔 나도 나를 감당하기 힘든 밤이 있다. 지금 내가 왜 슬픈지, 왜 이런 거지 같은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날이 있다. (중략) 그 안에서 누군지도 모를 얼굴을 하염없이 원망한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냐고. 왜 나조차 나를 보듬을 수 없는 거냐고. 34쪽

요즘 살짝 힘들다보니 이야기들이 아주 콕콕 마음 속에 박혀오더라. 그런데 사실 이야기들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구성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첫 번째 주제부터 먼저 이야기하게 됐지만, 원래 하려던 대로 돌아가서) 달은 태양처럼 늘 한결같이 완전한 모습이 아니다.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의 순서로 모양이 주기적으로 변한다. 작가는 이 모양이 변하는 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주제는 총 5가지지만 범위를 넓혀 크게 보면, 초승달과 그믐달을 같은 맥락으로 상현달과 하현달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보름달까지 총 3가지의 주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작가는 보름달을 가장 완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름달 주제는 '동행'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을 당시, 가족과의 이야기 속에서 따스함을 발견한 순간, 나에게 스스로 칭찬해주던 어떤 순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달의 조각>에서 가장 행복한 이야기들이다.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우연히 흘려보낸 누군가의 시간에서 따뜻함을 보는 것은 어쩌면 에세이만의 특권 같은 것. 혹시 우울한건 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세 번째 주제부터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가장 완벽한 보름달을 가운데에 놓으면 앞뒤로 모양이 변해가는 달들이 자리잡게 된다. 반달들과 손톱달들. 이 달들은 완벽한 원에서 모양이 변하면서 빈틈이 차오르기도 드러나기도 한다. 빈틈이 있다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것을 굉장히 싫어하기도 할텐데, 작가는 그 불완전성 또한 '불완전해서 소중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보름달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작가의 말이 뜻하는 것은, 완벽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완벽하지 않은 이들끼리 서로 보듬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듬뿍 담고 있다. 

이렇게 점차 모양이 변하는 달처럼, <달의 조각> 속 이야기들의 시간도 달처럼 변해간다. 외롭고 힘들고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던 것 같던 초승달의 시간에서, 한 발짝 내딛어 관계를 맺어보려 하는 상현달의 시간으로. 누군가를 만나 완벽했던 보름달의 시간을 지나, 이별이라는 외로움으로 다시 회귀하는 하현달의 시간으로, 다시 온전히 혼자 남아 조금은 달라진 시야를 가진 나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끊임없이 변해간다. 굳이 사랑 하나로 묶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모여 있으니 이런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며 글을 읽는다면 조금 더 재미있을지도.

두 번째 주제인 '낮잠'은 단어가 주는 어감과 마찬가지로 '무관심'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세 번째 주제인 '동행'은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를, 네 번째 주제인 '미지근한 온기'는 추억과 사랑의 어느 지점의 이야기가 담겼다. 마지막 주제인 '숨바꼭질'에는 완전함과 이별한 불완전성이 다시 드러났다. 또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을 몇 개만 옮겨 보자면.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소홀하기 쉬운 나에게, 너무도 가까워 가끔 잊고 살았던 나에게 한 번쯤 물어봤으면 좋겠다. 너는 오늘 잘 지내고 있냐고, 정말 잘 지내고 있냐고. 71쪽
잊지마. 네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너의 작은 세상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을 때였다는 걸. 117쪽
누구도 사랑하지 않지만,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은 날이 있다. 199쪽
너 역시 아주 사소한 순간에 문득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227쪽

추천사 중에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글이 있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알텐데, <달의 조각>은 그녀의 음악과 닮았다. 내지르는 음보다는 조용히 귓가에 자리잡는. <달의 조각> 또한 읽는 이들에게 그렇게 다가갈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읽고 나면 '참 따뜻한 에세이 한 권 읽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내 마음이 담겨 있는 이 책을 곁에 두고 읽고 싶어질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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