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부분, 핵심만 골라 읽는 대충 독서법 - 심플하게, 스마트하게, 스피드하게 읽어라!
김충만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충'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좋지 않은 편이다. '대충'이라는 단어가 '꼼꼼하다'와 대척점에 있는 단어이기 때문인데, '대충'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라고 나와 있다. 좀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뜻에 포함된 단어인 유의어 '대강'을 찾아봤다. '대강'은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니 대충의 뜻을 알 수 있는 듯 하다. 

사실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대충했다고 하면, 그것이 의도했든 아니든 받아들이는 사람쪽에서는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절대로 행해지면 안되는 일로 치부되어 왔다. "공부 대충 했어.", "계산 대충 했어", "대충하지 뭐." 등등, 일상 속에서 '줄거리를 요약해서 말하는 것'을 제외한 이야기 속 '대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부사로 쓰인다. 하지만 이 책 <대충 독서법>은 책은 대충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한 시대에 발맞춰 책을 스마트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눈이 확 가는 대목이었다.

책에 대해 사람들의 행동은 대게 둘로 나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자꾸만 사 놓기는 하는데, 정작 그 책들을 모두 읽어낼 수는 없는 경우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바로 나같은 경우가 그렇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시간과 체력과 여러 여건상 욕심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책을 좋아하지 못하는(않는) 이들은 책이 낯설어서, 다가가기 어려워서,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책을 아예 멀리한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아마도 <대충 독서법>의 저자는 두 부류 모두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묘하게 둘 모두 책을 가까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충 독서법>이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 그 생각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곁들여서 '대충 독서법'이 어떤 독서법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그 독서법을 어떻게 활용을 하는 게 좋은지, 책을 정독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그것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총 5개의 파트로 나눠진 책은 1부에 대충 독서법에 대한 대강의 설명들을, 2부에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선별하는 방법들을 , 3부에는 대충 독서법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들이 담겼다. 4부와 5부엔 대충 독서법의 활용 확장에 대해 다뤘다. 
대충 독서법에 대한 내용이지만 책이 그다지 두껍지 않았고, 솔직히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던지라 나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이 또한 책을 읽는 와중에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결코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정보를 단순히 아는 단계를 넘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재료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그 재료를 조화롭게 섞을 수 있어야 한다.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사물을 그냥 연결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말처럼 기존의 것들을 잘 연결시키고 조합하는 창의적인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14쪽

책을 재미가 아닌 의무로 시작하면, 처음부터 책에게 기선을 제압당한다. 이 책을 언제 다 볼까 하는 부담감, 보다가 중단하면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실망감, 결국 '예전에도 다 못 봤는데 이번이라고 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책 읽기를 지레 포기한다. 22쪽

대충 독서법은 책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바꿔놓고 시작한다.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읽기 싫다면 한켠에 밀쳐 뒀다가 다시 볼 수 있는 가벼운 존재라는 것. 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들은 각각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이겠지만 정작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면 쓸모없다는 것. 하이퍼 장르들의 성공으로 장르의 결합 등 여러 방면으로 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할 때에 정보 하나에만 몰두하는 것은 너무 시간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것. 책은 전반적으로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해 준다. 처음부터 책을 읽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문학 종류가 아닌 다음에야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책 읽기의 차이는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목적의 차이'다. 그래서 책에 따라 읽는 방법도 모두 달라야 한다. 문학 작품들은 감상하면서 읽는 것이 옳다. 비즈니스, 교양서적의 경우라면 부분적인 읽기로도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40쪽

더불어 책은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지, 나와 맞는 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같이 구해주려 노력한다.(2부에서) 책에 서툰 사람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서점 이용 방법, 광고와 베스트셀러에 유혹당하지 않는 방법 등 자신이 혹은 남들이 책을 고르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재 공간을 개편한다거나 손이 닿는 공간(보디존)에 책을 두는 것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 앞에서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을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을 위한 책 읽기가 되어야 한다. 30쪽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말해준다. 나의 서재는 나의 관심사와 생각을 통째로 보여준다. "서가는 그 주인을 비춰주는 거울이다."라는 일본 격언처럼 책장은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70쪽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방법 = 끌리는 제목의 책 / 책의 목차를 봤을 때 읽고 싶은 대목이 3개 이상인 책 / 서점에 가서 두 번 보게 된 책. 96쪽

대충 독서법은 속독법이 아니다. 이 책을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책은 그런 류의 독서법이 아니다. 취사선택. 대충 독서법을 다른 말로 하자면 취사선택일 것이다. "대충 독서법은 단순히 글자를 빨리 읽는 독서법이 아니다. 책을 가볍게 훑어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을 찾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는 기술이다. 41쪽" 책의 한 부분밖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지라도, 그 부분을 읽고 무언가를 느꼈다면(깨달았다면) 그것은 충분한 독서가 된다고도 이야기한다. 이는 작가가 독서는 책 한권을 읽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의 선입견에 쩍하고 금을 그었다.

하지만 작가는 대충 독서법을 단순히 '대충 읽는 책읽기'로 끝내지 않는다. 대충 독서법을 확장시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독서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도 담았다. 책 구석에 밑줄+메모를 치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은 따로 적어두거나 필사하거나, 어떤 질문을 통해 독서를 다른 분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거나,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을 찾아볼 수 있다거나. 여러 방법들을 통해 책읽기의 확장성까지 고려했다. (꽤 치밀한 뼈대가 아닐 수 없다.)

대충 독서법이 대충 읽는 것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관심이 있는 부분만을 찾아 읽는 취사선택의 책 읽기이기 때문에, 한 가지를 보게 되더라도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이 대충 독서법의 가장 큰 장점이다. 관심부분을 읽다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생기면 전체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야금야금 자신의 관심사를 늘려가며 나를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독서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창의성은 그냥 연결시키는 것이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되새길 수 있는,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쓸데없는 매칭을 시켜 새롭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을 찾아내는 놀이 아닌 놀이 방법도 책에 등장하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은 있어빌리티(있어보인다+Ability의 합성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책 속에 잠깐 등장하는 단어인데, 왜인지 모르게 이 단어가 정감이 가더니만, 위에서 찾아본 '대강'의 뜻과도 연관이 되니, 있어빌리티와 대충독서법의 만남은 필연인가 싶다. 누군가에게 있어보이기 위한 책읽기라면 단연 대충 독서법이 답이다. 지대넓얕 같은 팟캐스트와 책이 흥하고, 인문학 붐이 있으며, 이런 저런 강의들을 듣기 좋아하는 있어빌리티가 있는 당신이라면, 이 책이 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늘상 말해왔던 나의 책 고르는 기준은 1번이 제목, 2번이 책 디자인, 3번이 책의 카피(작가가 혹은 출판사가 선정한 부제목 혹은 띠지, 책 뒷표지의 문장)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달의 조각>은 언급된 모든 것에 해당하니, 읽기도 전부터 딱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취향이라는 것은 글을 읽은 후에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 

먼저 책을 좀 살펴보자면. <달의 조각>이라는 책 제목,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예쁜 글씨체와 디자인,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이라는 부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달'과 관련된 책의 면면, 작가의 이름이 '하현'인 것 까지. 거기다 애초에 <달의 조각>은 독립출판물로, 반응이 좋아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는 설명까지 들으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달의 조각>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누군가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것이 작가 하현의 일상일 수도 있겠고,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일상일 수도 있을 테다. 되게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되게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묘한 지점이다. 특히나 '적당히 차가운 무관심'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첫번째 주제는, 요즘 들어 더욱 힘들어진 청춘들의 머릿속 어딘가를 작가가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공감대가 높다. 대체로 불완전한 청춘의 시간 속 작가가 겪은 흔들림에 대해, 그리고 현재도 가끔씩 찾아오는 마음의 시끄러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금 막 힘든 사람들이 읽는다면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몇 문장 옮겨 본다.

나는 오늘도 경계를 걷는다.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모습으로.  15쪽
나는 일상의 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은 모두 새가 되어 날아가. 저기 멀리, 나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17쪽 
가끔 나도 나를 감당하기 힘든 밤이 있다. 지금 내가 왜 슬픈지, 왜 이런 거지 같은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날이 있다. (중략) 그 안에서 누군지도 모를 얼굴을 하염없이 원망한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냐고. 왜 나조차 나를 보듬을 수 없는 거냐고. 34쪽

요즘 살짝 힘들다보니 이야기들이 아주 콕콕 마음 속에 박혀오더라. 그런데 사실 이야기들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구성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첫 번째 주제부터 먼저 이야기하게 됐지만, 원래 하려던 대로 돌아가서) 달은 태양처럼 늘 한결같이 완전한 모습이 아니다.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의 순서로 모양이 주기적으로 변한다. 작가는 이 모양이 변하는 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주제는 총 5가지지만 범위를 넓혀 크게 보면, 초승달과 그믐달을 같은 맥락으로 상현달과 하현달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보름달까지 총 3가지의 주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작가는 보름달을 가장 완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름달 주제는 '동행'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을 당시, 가족과의 이야기 속에서 따스함을 발견한 순간, 나에게 스스로 칭찬해주던 어떤 순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달의 조각>에서 가장 행복한 이야기들이다.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우연히 흘려보낸 누군가의 시간에서 따뜻함을 보는 것은 어쩌면 에세이만의 특권 같은 것. 혹시 우울한건 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세 번째 주제부터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가장 완벽한 보름달을 가운데에 놓으면 앞뒤로 모양이 변해가는 달들이 자리잡게 된다. 반달들과 손톱달들. 이 달들은 완벽한 원에서 모양이 변하면서 빈틈이 차오르기도 드러나기도 한다. 빈틈이 있다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것을 굉장히 싫어하기도 할텐데, 작가는 그 불완전성 또한 '불완전해서 소중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보름달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작가의 말이 뜻하는 것은, 완벽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완벽하지 않은 이들끼리 서로 보듬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듬뿍 담고 있다. 

이렇게 점차 모양이 변하는 달처럼, <달의 조각> 속 이야기들의 시간도 달처럼 변해간다. 외롭고 힘들고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던 것 같던 초승달의 시간에서, 한 발짝 내딛어 관계를 맺어보려 하는 상현달의 시간으로. 누군가를 만나 완벽했던 보름달의 시간을 지나, 이별이라는 외로움으로 다시 회귀하는 하현달의 시간으로, 다시 온전히 혼자 남아 조금은 달라진 시야를 가진 나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끊임없이 변해간다. 굳이 사랑 하나로 묶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모여 있으니 이런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며 글을 읽는다면 조금 더 재미있을지도.

두 번째 주제인 '낮잠'은 단어가 주는 어감과 마찬가지로 '무관심'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세 번째 주제인 '동행'은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를, 네 번째 주제인 '미지근한 온기'는 추억과 사랑의 어느 지점의 이야기가 담겼다. 마지막 주제인 '숨바꼭질'에는 완전함과 이별한 불완전성이 다시 드러났다. 또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을 몇 개만 옮겨 보자면.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 소홀하기 쉬운 나에게, 너무도 가까워 가끔 잊고 살았던 나에게 한 번쯤 물어봤으면 좋겠다. 너는 오늘 잘 지내고 있냐고, 정말 잘 지내고 있냐고. 71쪽
잊지마. 네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너의 작은 세상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을 때였다는 걸. 117쪽
누구도 사랑하지 않지만,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은 날이 있다. 199쪽
너 역시 아주 사소한 순간에 문득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227쪽

추천사 중에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글이 있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알텐데, <달의 조각>은 그녀의 음악과 닮았다. 내지르는 음보다는 조용히 귓가에 자리잡는. <달의 조각> 또한 읽는 이들에게 그렇게 다가갈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읽고 나면 '참 따뜻한 에세이 한 권 읽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내 마음이 담겨 있는 이 책을 곁에 두고 읽고 싶어질 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작가님과 어떤 연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트위터라는 SNS를 매개로 작가님의 평상시 이야기를 쏠쏠히 훔쳐보고 있기는 하다. 처음에 팔로우하게 된 계기는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어느샌가 작가님을 팔로우하고 있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작가님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공간의 온도>가 사실 낯설지는 않다. 트위터에 가끔씩 올라온 '책 만드는 이야기'들을 봐와서, 외려 친숙하기까지 하다. 책의 표지를 결정할 때, 책의 제목과 부제를 결정할 때 모두 의견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고 말이다.





"당신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 당신에겐 있나요?"

부제로 적힌 이 문장을 봤을 때 '아, 좋다..'라는 느낌과 함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기억이라는 공간이 있고 그곳엔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소소하든 심오하든 그 중량에 상관없이 기억 속 한 켠에 두는 이야기들을 찾아가보는 내용이 담긴 책이라니.. 책 되게 좋겠다. 뭐 그런 생각. 하지만 실제로 출판되어 뚜껑을 열어본 책은 기억 속의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작가 주변의 여러 공간들과 그 공간 속에 담긴 기억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선후가 좀 바뀌었는데, 바뀐들 어떠하랴. 내 손 위에 있는 책을 펼쳐봐도 여전히 느낌이 좋은 걸.


<공간의 온도>는 걷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직접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면서 보았던, 그리고 겪었던 공간들을 그려냈던 네이버 그라폴리오의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평소 그라폴리오에서 작가를 눈여겨 봤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반가울 수도 있겠다. (그라폴리오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인데,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재치있고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들이 잔뜩 있어 나는 가끔씩 들러서 둘러보곤 한다. 요즘 그라폴리오 작가들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작가가 되는 또 다른 길이 되는 것 같아 신기하고 즐겁다.) 근데 그라폴리오가 뭔지 몰랐다 해도 책을 감상하는 데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책을 마주했을 때 표지에서부터 묻어나는 따스함이 좀 더 극적일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공간은 집, 그 중에서도 내 방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공간에서부터 시작한다. 책상 앞, 책상 밑, 옷장 속, 침대 밑, 침실, 책장, 창가 등과 연관된 작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그리고 방에서 살짝 벗어나면 '우리집'의 공간으로 공간이 확장된다. 거실의 소파, 목욕탕, 창고, 부엌, 베란다, 마당까지. 방금 언급한 모든 곳들은 너무도 익숙한 곳들이다. 평소에 그다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공간들. 하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공간이라는 것은, 멀리 나가거나 움직일 필요 없이 내 주변 1m 안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손이 잠깐 닿았던 물건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나 오래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얼마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사를 많이 다녔다면 이사를 많이 다녀서, 한 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면 계속 살고 있으니까 이야기가 늘어나는 것이다. 작가는 책을 시작하면서 '새롭지만 익숙하고, 일상에서 늘 마주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직 책의 채 1/3도 읽지 않았는데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듯 했다. 





집에서 벗어난 작가는 동네골목에 숨어 있던 공간들, 오래된 가게들을 지나다니며 그 속에 자리잡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낸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이용원, 시계밥을 줄 때마다 들렀던 시계방, 늘 뽀송한 옷을 만들어주는 세탁소,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꽃집 등등. 동네의 이곳 저곳을 지나 작가 자신이 쉼터처럼 이용했던 공간들(대체로 책방이나 카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궁궐이나 공원, 성당이나 교회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의외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또한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다른 도시 여행 중에 만난 공간들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리고 그 공간들 속에 서 있었던 작가와 글을 쓰는 현재의 작가의 생각들을 고스란히 글로써 마주하게 되어서, 글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내 방을 너무 익숙하게만 보지 않았나. 내가 자주 가던 단골집 혹은 우리 동네의 골목길 속에서 꺼내볼 추억은 없나.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였더라. 뭐 그런 생각들.




따뜻한 그림체만큼이나 따뜻한 공간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처럼 예전의 기억들을 주섬주섬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기욤 뮈소의 신간이 출간됐다. 
벌써부터 베스트 셀러에 올라가 있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중이다. 




그의 책이 전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책은 나도 열심히 읽고는 한다. 이번엔 그동안의 표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책을 받아들게 됐다. 그리고 왜인지 몽환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웬 걸. 이야기는 점점 스릴러를 향해 달음박질쳤다.

최근의 기욤 뮈소의 이야기들엔 스릴러적 요소가 많이 첨가되던 차였다. 그런데 이번엔 스릴러가 첨가된 것이 아닌, '본격 스릴러 소설'이었다. 




프롤로그는 가볍게 시작했다. 결혼을 3주 앞둔 커플의 오붓한 주말 여행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밝히면서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는 채 3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결혼을 앞뒀지만 비밀이 있는 듯한 여자,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말해줬으면 하는 남자의 말싸움을 시작으로 말이다. 여자는 '당신은 내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될 경우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13쪽) 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한 장의 사진을 남자에게 보여줬고, 그 뒤 남자는 뒤도 안 돌아본 채 펜션을 떠났다. 남자가 다시 되돌아갔을 땐 난장판이 된 펜션과 사라진 여자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고, 휘몰아치는 듯한 프롤로그는 독자에게 굉장히 복잡한 느낌만을 남긴 채 본편으로 넘어갔다.

사진이 어떤 사진이었는지는 여자를 찾기 위해 남자가 마음을 먹은 후에 밝혀진다. '까맣게 탄 시체 3구가 찍힌 사진'이라는 것이 말이다. (이쯤에서 남자의 이름은 라파엘, 사라진 여자의 이름은 안나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해야겠다. 앞으로는 등장인물이 더 있어서 헷갈리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라파엘이 가장 친하게 생각하는 친구는 60대의 은퇴한 경찰 마르크였는데, 그에게 사라진 안나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 부탁을 하면서 소설은 본격 스릴러의 길을 걷게 된다.




라파엘은 알 수 없었던 안나의 과거들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르크와는 같이 또 따로 정보들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그리고 안나가 사라진 뒤 첫째날, 안나의 본명이 '클레어 칼라일'이라는 것과 그녀는 희대의 사이코패스인 하인츠 키퍼에게 희생되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는 것, 현재는 알 수 없는 남자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책에는 안나가 사라진 뒤 총 3일의 이야기만이 담겼는데, 읽다보면 한 달 쯤은 지나간 듯 느껴질 정도로 담겨 있는 내용들은 방대하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안나가 클레어 칼라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녀를 곧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내 자신이 꽤나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파엘이 그녀의 과거를 알았다는 것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되게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지만 모든 사건의 실마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안나에게 프랑스에서의 삶을 만들어준 선생님, 하인츠에게서 도망친 클레어 칼라일을 차로 치었던 중령, 클레어 엄마 조이스 칼라일의 자매들, 불탄 시신 3구가 발견된 곳에 10살 무렵 납치됐던 남자, 클레어 사건을 파고들었던 기자, 수연, 몇몇의 형사까지. 라파엘과 마르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사건은 클레어 사건에서 클레어의 엄마 조이스의 사건으로 그리고 또 다른 사건으로 옮겨간다.



"영화 <고스트>에서 보면 여주인공의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이 벌어집니다. 과거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현재도 주인공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주인공의 운명을 바꾼 사건인데도 정작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기도 하지."
"네, 형사님 말씀대로 과거의 사건이 주인공의 성격, 심리, 내면세계, 행동방식까지 모두 변화시킬 만큼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사건의 전말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어요. 그때, '고스트'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극적 반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중략) 클레어 칼라일의 '고스트'를 찾아야 해요." (138-139쪽)

책을 읽다보니 표시해 뒀던 이야기인데, 왜인지 이 대화가 이야기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에는 저 부분을 읽을 당시 내가 제대로 표시해 뒀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 알 수 없는 '고스트'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 속에서 어떤 것일까. 혹시 이 서평을 먼저 읽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고스트'를 추측해 나가면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부분을 쉽게 넘기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미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스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떤 라파엘과 마르크에게도 시련이 닥치게 되고, 위험도 닥치게 된다. 또한 예상 가능한 혹은 굉장히 생각하지 못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과연 클레어를 찾아내 그녀의 뱃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라파엘의 아이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이야기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많이 접해봤던, 익숙한 패턴들의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다만, 작가 기욤뮈소가 엮어내는 이야기는 점점 속도가 붙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다음 상황에 대해서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그의 다음 스릴러가 기대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 자네도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거야. (185쪽)

마르크가 하인츠에게 납치되었던 당시의 남자아이(이제는 성인이 된)를 만나 건네줬던 조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남자아이에게는 순간의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틀린 말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의 마지막장을 넘긴 이후에야 알 수 있을테니,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지만..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리 있나. 특히나 자신의 아이를 잃은 부모는 그 고통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법을 터득할리 없다.

세상은 자식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지. 부모가 되면 훨씬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무한히 약한 존재가 되기도 해. 자식을 잃은 슬픔과 좌절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거야. 평생 십자가를 짊어지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고통이 주어지니까. (411쪽)

<브루클린의 소녀>는 우리에게 묻는 듯 하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그 유한한 시간들이, 자식을 잃은 누군가의 부모들이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들과 같을 수 있겠느냐고.  



덧. 한국인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대한민국에 갖고 있는 호감은 독자들만큼이나 커다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크린 영어회화 : 디즈니 OST - 팝송으로 배우는 스크린 영어회화 시리즈
라이언 강 / 길벗이지톡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 디즈니를 좋아하게 됐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좋아한 계기랄 것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삶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 첫번째 애니메이션은 엄마가 보여준 <백설공주>였고 (무려 1930년 작품), <알라딘>,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 공주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라이온 킹>이나 <101마리 강아지>, 최근 <빅히어로>와 <주토피아>까지 디즈니에서 본 영화보다 안 본 영화들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니까 말이다. 어린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낭만적인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에 끌려 좋아했던 시절을 지나, 영화 속에 숨겨진 1cm를 찾아내고 싶어하는 현재까지, 디즈니는 여전히 내게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디즈니의 특장점이라고 한다면 뭐니뭐니 해도 OST다. 최근에 와서는 뮤지컬적 느낌이 줄어드는 영화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던 <겨울왕국>만 해도 캐릭터들의 속마음이나 이야기들이 뮤지컬적 음악으로 표현되었다. <겨울왕국> 이전엔 <라푼젤>이 그랬고, <뮬란>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이 그랬다. <백설공주>를 비롯한 초창기 영화들의 성악(소프라노들이 부르는 듯한 느낌의 곡) 스타일에서 현재의 뮤지컬 스타일로 변화해 나가면서 음악들이 세련돼졌고, 영화는 끝났지만 우리들 곁에는 주옥같은 노래들이 남았다.





그리고 여기, 디즈니의 OST를 통해 영어회화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팝송으로 배우는 스크린 영어회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디즈니의 OST들 중 좋은 곡들을 손에 꼽으라고 한다면 열 명의 손가락이 필요해도 모자라겠지만,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OST 총 30곡이 소개되어 있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Let it go' 열풍의 주인공 <겨울왕국>이다. 그 유명한 'Let it go'와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부터 올라프의 솔로곡 'In summer'까지 총 6곡이 소개되어 있다.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와 <라푼젤>의 'I see the light'과 'When will my life begin', <라이온 킹>의 'Hakuna matata'과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OST들이 많이 담겼다. 여기에 <미녀와 야수>, <뮬란>,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노틀담의 꼽추>, <피노키오>, <백설공주>까지. 13개의 영화 속 30곡의 OST들이 담겨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엔 OST들이 수록된 CD가 따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사 해석이 되어 있는 '노래 듣기' 파트의 윗쪽에 보면 QR 코드가 담겨 있어 간단하게 들어볼 수 있다.(대체로 모든 링크들은 영화 속 한 장면들이었다. 또한 따로 검색을 하거나 찾아들어도 무방하다.) '노래 듣기'는 귀로 듣고 해석을 자막으로만 봤던 영화와는 달리 1곡을 여러번 들으며 그 의미들을 계속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깊숙하게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르는 단어들이나 어휘들은 아래쪽 단어장에 따로 정리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서 보면 될 것이고, 뒷페이지엔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회화들을 따로 추려 세세한 설명까지 덧붙이기 때문에 가사들이 실제로 쉽게 다가온다. 

나같은 경우엔 처음엔 노래를 1번 들을 땐 영화의 다른 부분들까지 회상하느라 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 2~3번 들으면서 영어 문장들과 해석들을 번갈아보면서 봤다. 4번째부터는 해석들보다는 영어문장이 있는 쪽으로만 눈길을 두면서 속으로 따라불러봤고, 그렇게 여러번 따라 들으면서 문장이 입에 붙을 때 쯤엔 문장을 보지 않고 노래를 들어보기도 했다. 나는 책에 소개된 30곡 중 <노틀담의 꼽추>를 제외한 모든 곡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노래를 여러번 듣기가 더 수월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디즈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또 증명이 된다.)





책 속에서 내가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가사 음미하기' 부분의 '발음' 부분이다. 중학교때 영어 선생님이 아이들의 발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우스개 소리로 '미역'이라고 발음하면 'milk'로 들린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이런 것처럼 책에는 발음을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다른 부분들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었던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steps in을 발음할 때는 '스텝스인'이 아닌 '스땝씬'이라고 해 주시고, sees you는 '씨스유'가 아닌 '씨-쥬'라고 해 주세요. (273쪽) 
mile, will, while을 발음할 때 혀를 윗니 쪽으로 밀면서 끝부분의 l 발음을 하면 '마일', '윌', '와일'이 아닌 '마열', '위얼', '와이얼' 이런 식으로 들릴 거예요. 그것이 좋은 발음이랍니다. (218쪽) 

이런 식이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글을 읽은 뒤 예문 mp3를 들었을 때 들리는 발음이 글과 비슷해서 더욱 흥미로웠고, 가르쳐 준대로 따라 발음했는데 mp3와 비슷한 소리가 나서 더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이렇게 '모든' 단어들의 발음 소리를 코치해주는 책은 어디 없나 찾고 싶어졌다나 뭐라나.





30곡 중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곡은 <피노키오>의 'When you wish upon a star'였는데, 디즈니의 모든 영화 속 오프닝에 쓰이는 곡이기 때문이었다. 늘 들으면서 이 곡은 무슨 곡이었지? 어디서 나왔지? 생각하면서 들었던 그 곡이 바로 이 곡이었다니. 요즘에도 즐겨 하고 있는 디즈니 게임 속 배경 음악도 이 음악이라 발견하고 가장 기분 좋았던 곡이기도 하다. 해석된 내용이 활기차고 희망차서 더 좋았던 것도 있고.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이루어 질 거예요.'라는 곡의 주제가 디즈니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고, 이렇게나 희망찬 노래의 가사를 내가 이제 알게 됐다는 것도 기분이 좋아졌다.

위 이미지처럼 OST들은 어떤 장면에서 쓰였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간다. OST의 뒷이야기 같은 소소한 이야기와 (어떤 상을 받았다거나 어떻게 쓰였다거나 등등) 영화의 여러 장면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면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듯 싶다.

책을 통해서 영어회화가 엄청나게 많이 늘었어요!라고 단번에 말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공부를 위한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길벗 시리즈임에는 틀림없다. 더불어서, 적어도 내게는 디즈니와의 많은 추억들을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책이라 많이 애정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꽤나 공들여서 찾은 트랙리스트들을 mp3에 넣으며 랜덤 플레이에서 자주 디즈니의 OST들이 들리길 바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