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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크기가 아주 작고 색깔이 귀여운 책이었다.
하와이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아주 담백한 책이었다.
"책은 받아들자마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얇은 책이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읽은 내용을 글로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작가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하와이에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행복이 나와는 참 별개로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아이도 없고, 현실에서의 걱정이 미친듯이 많으면서 하는 일도 잘 안풀리고 있는 것 같다 느끼고 있는 나와 훌쩍 하와이로 떠나 아들과 남편과 친구와 잠깐의 휴식을 즐기며 순간의 행복함을 적어놓은 작가 사이의 갭이 순간 느껴졌다고나 할까. 즐거운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전혀 즐겁지 않은 기분."
나는 책을 읽고 나면 대강의 내 기분을 짧게 적어두곤 한다. 근데 이렇게 적어놓은 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 이날의 내 기분은 이렇게나 별로였구나.'라는 게 너무나 티가 나는 글이어서 말이다. 이 때의 나는 무슨 일때문에 이렇게나 배배 꼬였었나 생각해봐도 딱히 생각이 나는 게 없었다. (메모를 남겨둘때 날짜따위 적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만) 지나고 나면 이렇게나 별거 아닌데 나는 왜 저렇게 흥분했을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봤다. 짧으면서도 행복한 기운이 물씬 넘치는, 작가의 애정이 듬뿍 쏟아져 있는 책이라는 것을 첫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하와이, 그리고 훌라춤. 따뜻한 남태평양의 그곳은 참 걱정거리도 근심거리도 모두 던져버린 듯 평화로워보였고, 그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 시덥잖은 것들을 생각하며 웃고 즐기는 요시모토 바나나는 퍽 즐거워보였다. 그저 밥하고 빨래하는 일상을 하와이에서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이야기 할 만큼.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에피소드는 아들과 함께 들어간 어느 골목길 허름한 하와이안 숍에 갔던 이야기다. 하와이와 훌라에 심취해 있으면서도 단 하나의 하와이안 주얼리를 갖고 있지 않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키나와에서 우연히 발견한 하와이안 숍에서 찾은 반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만날 사람은 만나게 돼 있어!'라는 말이 새삼 우연이 아니라 운명처럼 느끼게 해준 느낌. 아마도 작가와 하와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처럼 나도 나만의 하와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어떤 것에 몰두하거나 나의 휴식을 찾아 떠날만큼의 여유가 없지만 그래도 꼭 하나쯤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말이다. 그곳에 가면 나의 힘든일 같은 건 모두 잊어버릴 수 있도록, 친구도 하나쯤 있고, 내가 좋아하는 햇살과 바다가 함께 있으면 더욱 좋고. 나는 없지만 이 글을 읽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이 참 부러워지는 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그렇듯 늘 그렇게 와닿는 글들이 많이 있다.
이 곳 저곳 색연필로 줄을 그어 놓았는데 몇 개만 소개하면서 서평을 끝맺는다.
ㅡ소설은 참 좋은거네. 아무리 멀리 있는 것도 이을 수 있으니까. (82p)
ㅡ세상의 그 무한한 넓이에는 늘 현기증이 인다. 이 실로 넓은 세계, 인간만이 좁은 공간에 꿈을 담아 이 세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매일 수도 없이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 (83p)
ㅡ역시 이 세상에 편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생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가 톱인 장소에서는 다 똑같이 힘은 들어도 보기에는 근사하니까. 똑같이 꾹꾹 참고, 할 말을 삼키고, 내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그런 매일을 쌓아간다. (100,101p)
ㅡ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그 장소에서 보내는 일상이 때로 엄청난 경치에 필적하는 추억이 되니까. (134p)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