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에의 심야상담소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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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에의 심야상담소>라는 제목이 어쩐지 친근하게도 느껴지는 이 책은, 단편 7개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는 현재 일본에서 미스터리 작가로 가장 핫한 작가이기에 책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듯 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표지도 어찌보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스르륵 읽어가면서,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 답지 않게 무겁지 않아 읽기 수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스터리 추리물이라고 한다면 어떤 살인이나 사건이 일어나고 그를 해결하는 셜록홈즈를 비롯한 여타 탐정수사물, 첩보 액션이 가미된 히어로물, 뒤를 절대 돌아보면 안 될것 같은 스릴러물 등을 떠올리지 않나. 살인 사건이 당연시되고,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온 힘을 다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사건을 풀어내는 그런 이야기 구조 말이다. 하지만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는 다르다. 책 속의 이야기는 소소하긴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라는 제목에 맞게, 장소는 당연히 나가에의 원룸이다. 표지에 보이는 방은 아마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가에의 방인 듯 하다. 연보라색 띠지를 벗기면 가려진 이미지를 마저 볼 수 있는데, 쇼파 앞 식탁(테이블)에 음식이 담겨 있는 접시와 술잔, 젓가락, 앞접시 등이 놓여 있다. 책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원룸보다는 훨씬 따뜻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왜 표지 이야기를 하냐면 7개의 단편 모두 이 '술상' 주변에서 '말'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본 등장인물은 유아사 나쓰미(화자), 구마이 나기사, 나가에 다키아키 총 3명. 여기에 단편마다 게스트가 한 명씩 등장하니 대체로 이 술상에는 4명이 둘러앉아 밤을 즐긴다.

나가에, 구마이, 그리고 나는 대학 시절 술친구였다. 졸업 후에도 셋 다 도쿄에서 일하게 되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술자리를 갖곤 했다. 그런데 매번 같은 멤버만 모이다 보니 심심해져서 몇 년 전부터는 친구를 모임에 데리고 오기로 했다. 그 친구들과 새로운 화제로 얘기를 하다 보면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해서 어느 결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10쪽)

 

대학시절 술친구 3명은 하나의 음식(안주)를 정해 놓는다. 배 터질때까지 먹어보자, 혹은 이 음식을 질릴때까지 먹어보자 뭐 이런 느낌으로 잔뜩, 가득. 그리고 그에 맞는 술을 준비한다. (술에 대해 여러 지식이 있는 구마이가 선택과 추천을 도맡는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면서 얘기를 하다보면 그에 관한 이야기(그러니까 안주이야기)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게스트들은 음식 혹은 술과 관련된 경험들을 꺼내놓게 되고 그러면서 나가에 원룸의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바로 이때! 미스터리 추리물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등장한다. 바로 '나가에의 추리'다. 나가에는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고 게스트의 행동을 보면서 일반인들은 그냥 넘겨버릴 이야기들을 짚어낸다. 그리고 이때부터 추리물의 느낌이 약간 난다.

 

나가에는 '너무 똑똑한 머리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81쪽) 스타일이다. 주인공인 나쓰미는 나가에의 똑똑함은 절대로 연애 상대로 보지 않는 결정적 이유라고 언급해 두기도 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게스트로 등장하는 모두는 나가에의 앞에서 누군가가 숨겨뒀던, 혹은 자신이 숨겼던 것들을 들키게 된다. 자신도 원치 않게. 그렇게 밝혀진 감정들은 대개 사소한 것들이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겼든, 누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겼든, 일종의 '숨겨진 마음'에 대한 것들. 그냥 지나칠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지만 굳이 짚어내는 나가에로 인해 알게 된 진심들인 것이다.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졌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긴 것을 인정하고, 그 술자리는 외려 마음을 제대로 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마음을 알게 된 커플이 6커플. 심지어 여기에는 화자 나쓰미 부부, 그 당시에는 커플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게스트들이 이야기를 하고 나가에가 그 이야기들 속에 숨어있는 마음을 찾는 패턴이 계속되다보니 아무래도 패턴이 읽히는 감이 없지는 않은데, 그래도 책을 읽다보면 궁금하다. 이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을까, 나가에의 입이 떼지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술을 아주 즐기지는 않기에 책을 보면서 '술을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술자리'라면 늘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 그 친구들이 엄선해서 데려오는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좋은 음식 좋은 술.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는 한 마디로 힐링이 가능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루하루 힘들게 치이면서 삶을 살아낸 스트레스를 하하호호 웃으면서 씻어낼 수 있는 공간. 감춰진 마음을 찾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누구든 숨기고 싶은 마음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동에 의문점이 든다면 나가에에게 찾아가보길 권한다. 그는 그저 행동의 나열만으로 묘한 부분을 찾아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물론 게스트가 상처받을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으니 주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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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 윤선디자인의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정윤선 지음 / 길벗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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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는 올해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무엇이든 손으로 하는(만드는) 열풍이 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혼자서 '손글씨'를 잘 쓰는 것에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많은 캘리그라피 책을 산다 한들, 그를 열심히 따라 쓰는 노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일테니까.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부단한 노력을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따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워크북' 혹은 '라이팅북' 형식의 손글씨 책들이 눈에 자주 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엮어 놓았으므로, 따라 쓰면서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연습장 형태인 것이다.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저자 정윤선은, 이전부터 내가 블로그 구독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포토샵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좋을 팁들이 가득 담겨 있는 폴더가 있어서 자주 찾아다니던 터였다. (포토샵 책을 내기도 한 그녀다.) 그런데 그 블로그에 어느날 '캘리그라피 책이 나왔어요'라는 포스트가 뜨더니, 그 책이 지금은 캘리그라피 분야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책 이름은 <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캘리그라피>. 이번엔 그 여세를 모아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형태로 책이 나왔다.

 

 

그녀의 블로그에 가서 몇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는건데, 작가가 주로 하는 캘리그라피는 먹과 먹물과 붓으로 하는, '붓'의 알 수 없는 방향성과 '먹물'의 자유로움으로 만들어진 한 편의 작품 같은 캘리그라피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그렇게 붓과 먹물을 휴대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으니, 이전 책은 캘리그라피 입문자들에게 차근차근한 설명으로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나 소소하게 손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책이었다. 나도 일상생활에서 펜으로 혹은 만년필 등으로 간단하지만 멋드러진 손글씨를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구매했었는데, 자신의 손글씨를 캘리그라피로 발전시키는 방법 등은 유용했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붓을 이용한 캘리그라피는 실천해 보기가 약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라이팅북은 손글씨를 쓰는 주체를 딱 2가지로 한정했고, 그 2가지는 일반 문구점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문구용품'들인 납작펜과 붓펜이다.


글씨를 쓸 수 있는 주체가 굉장히 간단해서 일단 구매부터 했다. 책 속에는 저자가 책을 쓸 때 썼던 제품들 이름을 정확히 밝혀 두고, 사진도 함께 있기 때문에 구매할 때 도움이 되었다. 캘리그라피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쿠레타케 붓펜'은 알파에서 6700원 정도에 구매했고, 'ZIG 납작펜'은 오프라인에서 못찾아서 온라인으로 3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사고 보니 ZIG 펜도 쿠레타케 붓펜을 만든 회사와 같은 회사더라. 책 속의 사진과 납작펜의 사진이 조금은 달랐지만 기능상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으니 쿨하게 패스.)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일단 붓펜과 납작펜을 사용할 때 알아야 하는 팁 같은 것을 5~6개 정도 알려준다. 어떻게 쓰면 글씨에 리듬감이 생길 수 있는지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하면서. (팁이란게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몰랐다면 꽤 밋밋했을 것 같은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10개 정도의 단어를 따라쓰게 만들면서 붓펜과 납작펜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 단어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따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쉽게 한 번에 저자가 의도한 느낌을 낼 수 있지는 않다.) 그리고 책 제목이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된 이유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담긴 30개의 글귀들이 차례대로 저자의 캘리그라피와 함께 예쁘게 꾸며져 있다. 왼쪽에는 저자의 완성 작품이, 오른쪽에는 흐릿하게 따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빈 종이가 등장한다. 캘리그라피를 많이 보면서 가질 수 있는 건 글을 배치하는 능력이나 비율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저자의 캘리그라피를 본따서 직접 써 보면서 그 느낌을 가늠할 수 있는 점이 꽤 익숙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에 함께 붙어 있는 부록 CD로 똑같은 글귀를 마음껏 출력해서 써 볼 수 있도록 배려 또한 잊지 않은 것도 장점.

 

 

아무래도 직접 붓펜을 가지고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농도 조절이라든지 글씨체 조절이라든지 획의 굵기 조절이라든지가 쉽지 않았다. 저자가 말한대로 눕혀서 썼는데도 불구하고 끝이 뾰족해진다거나 갈라진다거나. 헤매기도 많이 헤맸는데 이것들은 한 두번 한다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납작펜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상시에 사용하는 펜들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잘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납작펜은 경사가 없이 납작한 펜이라 손에 익숙해지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획의 굵기를 조절하는게 붓펜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서 많이 헤맸다. 그렇게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낸 붓펜과 납작펜 손글씨. 저자의 손글씨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 뿐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실망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얼추 비슷해 졌을 때의 만족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모르지 싶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뭐.. 처음이니까.

 

 

휴대할 수 있는 펜들이라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거나 힘이 안 들어가면 원하는대로 글씨가 나와주지 않으니까. 예전부터 글자의 비율이나 배치들로 인해서 캘리그라피처럼 보이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따라 써보면서 배치하는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 때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펴서 따라 쓰면서 손으로 직접 만든 카드를 전해 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마음을 전하기 어렵다면 열심히 연습한 손글씨로 슬쩍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손글씨 연습이 필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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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 위대한 실패 vs. 위험한 실패, 성공한 기업들만 아는 말할 수 없는 비밀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1
윤경훈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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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이라고 적힌 표지를 펼치면 제일 먼저 보이는 프롤로그. 프롤로그에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등장한다.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저마다의 실패담을 자랑하는 기업가들의 모임 failcon. 저자는 이 모임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벤처기업가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투자자들과 후배 벤처기업가들에게서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발견한 듯 했다. 저자는 이 모임의 가치를 Pay it forward 라고 정의했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준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든 사람에게 돌려준다는 뜻'으로, 알기 쉽게 말하면 기업가들이 실패를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실패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9쪽)


우리가 잘 아는 명언으로 하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사자성어로 한다면 타산지석, 반면교사 정도일 내용을 담고 있는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은 저자의 말마따나 '실패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군가의 실패를 통해서 내가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것. 비슷한 이유로 당할 수도 있었을 실패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 누군가의 실패를 보면서 그런 예방이 가능하냐 묻고 싶겠지만, 가능하다. 비슷한 직종이라면, 아니 비슷한 직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선두로 나서는 그룹이 있다면 후발로 좇는 그룹도 존재한다. 선두하는 그룹이 무조건 옳은 길로 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놓친 부분에서 그리고 그들의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하지만 사실 대한민국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나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기업들이 많아 '이 기업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하지만 저자가 덧붙인 그 기업들의 전성기 시절 위상을 알고보니 절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그룹들이었다. '아니 이렇게나 대단한 그룹들이 어떻게 위기를 맞고 실패를 맞게 된 건지?'란 의문이 너무도 당연하게 피어올랐고, 그들이 실패를 맞게 된 이유는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에 소개된 그룹의 수 만큼이나 다양했다. (저자가 카테고리별로 묶기는 했지만, 실패의 '이유'가 제각각이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코닥, 샤프, 스타벅스, 도시바, 트위터, 코치, 레고, 아베크롬비, BBC 등등 내가 알고 있는 그룹만 벌써 10개 가까이 된다. 이 그룹들이 모두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그룹들이라는 게 새삼 놀라웠다.


코닥은 2012년 파산했는데, 그 이유는 기존 카메라 시장의 틀을 지키고 그러한 틀 안에서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것이 자신의 회사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9쪽) 샤프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큰 액정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적자 경영난에 빠졌다. 저자는 코닥과 샤프의 상황을 통해 시장을 이끌며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의 판을 새로 짰던 기업들이 '혁신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하고, 혁신에 내제된 실패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않은 채 기술에 대한 자만과 과신은 멀리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아베크롬비는 '뚱보는 우리 옷 입지마'라는 발언, 장애를 가진 직원의 보직 이동, 아프리카계 미국 남자직원의 해고 등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최고경영자와 그룹의 행동에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스타벅스는 눈앞의 단기이익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베이커리 브랜드 라블랑제와의 협업에서 손을 놓은 행동에서. 두 그룹의 최고 경영자들의 순간의 선택이 바꿔놓은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도 한다.

또한 트위터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수익구조나, 코치의 '저렴한 사치품'이라는 전략에서 필수적인 생산량 절감을 위한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 등의 선택, BBC의 방만한 경영과 등돌린 여론 등으로 볼 때 결국 실패의 원인은 제각각이다. (BBC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의 K모 방송국이 생각나기도 한다만..)


"실패한 상태에서 그만두면 실패가 된다. 하지만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성공이 된다." 즉,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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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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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처음부터 나름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라니. 남편들에게는 꽤 매정해 보이는 제목이 아닌가. (물론 반기는 쪽도 있겠지만) 예의상이라도 다시 태어나면 너랑 살아주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다시 태어나면 너랑 결혼 안 할건데?라고 이야기하는 책 제목이 말이다. 그래서 굉장히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기에 제목이 이런(?)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좀 더 범위를 줄여보자면,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중년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범위를 구체화 해보자면 '중년 여자 작가가 이야기하는 중년 여자의 이야기'가 되겠다. 일상적으로 흔히 마주하는 아내, 엄마,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중년이 될 예정이거나 중년이거나 중년이었던 여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유머러스함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글솜씨는 보너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지금까지 내가 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늙었으나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 이유를 찾고 싶어져 '젊음을 잃어가는 대가로 얻고 있는 것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니 이 책은 작가가 찾은 그 숨은그림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공간이다. 그러면서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더 좋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앞으로 펼쳐질 책 전체의 '분위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


기본적으로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유머러스함을 시종일관 놓지 않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이야기들 속에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중년 여자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조금씩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 탱탱한 젊음은 가고 유연한 지혜가 온다는 것, 그래서 나이가 드는 것이 괴롭지만은 않다는 것. 아직은 중년 여자가 되지 않은 내가 느낀 감정들은 이렇다.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가슴이 깊숙히가 아닌 머리여서 아쉬웠다는 것만 빼면.) 하지만 책은 '중년 여자'로 주제를 한정하지만은 않는다. 보편적인 '나이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감정들도 무수히 등장한다. 그러니까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나이듦의 즐거움' 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중년 여자로서 느끼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나이 들었다고 '꼰대짓' 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의문을 품는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한다. '나이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건 초라하게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제목이 있을만큼 (하나의 이야기로 묶일만큼) 작가는 나이가 유세인 양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도 안되는 고집들을 경계한다. 나이를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노화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나이로 대접받지 않고 나 자체로 존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이 듦의 방향을 정했다"(115쪽) 라는 작가의 결정은 나중에 내가 따라하고 싶을만큼 젊고 나이스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나이스함과 반대로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에 슬퍼하고,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에 발끈하며, 할머니옷(?)에 눈독 들이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늙어 보이기 싫은 건 만국 여자들의 공통일 테니까.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싶다. 그렇다고 오면 오는 대로 세월을 정통으로 맞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80쪽)" 그래서 작가는 매력적으로 나이 듦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한 때 모두가 주연이었던 우리는 이제 몇 계단 아래로 내려와 조연으로서의 삶을 즐길 때가 된 것 같다. 때가 되었는데도 주연 자리에 미련을 놓지 못하고 새로 올라오는 이들의 손마디를 밟아 떨어뜨리는 이의 모습은 추하다. 나는 삶의 횡단면에서 주연 사퇴를 한 요즘이야말로 내 삶에서는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타인의 기대와 시선, 무지와 부족한 판단력 등에 묶여 꼭두각시 주연으로 살아온 젊은 날에서 해방되어 내가 쓰는 대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진짜 주연 말이다. (68쪽)


아무래도 내가 가장 관심이 있던 부분들은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아직은 내가 닿지 않은 세계이고, 그렇기에 그 세계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조차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에는 결혼생활과 육아, 워킹맘으로서의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귀엽고 엉뚱한 시선의 작가 모습을 지켜보는 매력이 쏠쏠하니, 여자들이라면 한 번씩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폭풍 공감을 일으킬만한 주변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할 테니 말이다. 여자 마음은 여자가 가장 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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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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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들의 '요즘 연애'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책 이름은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책 이름이 꽤나 직접적이다. (제목에서 언급하는 '요즘 남자'라는 것은, 특별한 남자의 종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일 뿐이다.) 세상이 많이 변화한만큼 연애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고, 남자들의 모습도 그대로인 듯 많이 바뀌었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다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연애에 관해 꽤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에서 '요즘 남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의 성격은 저자의 '책머리에'에 나온다. "엿보기 어려웠던 남자들의 수다를 풀어냈지만 꼭 남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이해와 이별 사이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6쪽)" 라고. 그러니까 <요즘 남자 요즘 연애>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라고 한다면 누구나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맞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만나기만 하면 꿀 떨어지는 시간들을 지나,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들을 거쳐,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자 넷이라는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남자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바람대로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른 네 명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수다'를 선사한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만났던 신선함은 '남자들의 수다'였다.) 여자들의 시시콜콜함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듯 했다. 수다에는 늘 술이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 작가가 만들어낸 <섹스 앤 더 시티> 남자판 등장인물 소개를 좀 해 볼까. 먼저 화자인 '나'가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듯 한 주인공인데, 에세이 속 이름은 '태희'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연애칼럼을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는 중이다. 여자는 믿지 않지만 사랑은 믿는다는 주의.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준'은 현재는 소셜데이팅앱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대표이자, 과거에는 애널리스트와 게임 tv 아나운서 등의 직업을 가졌던 화려한 직업란의 소유자. 사랑에 데인 기억이 너무나도 커 여자는 믿지만 사랑은 믿지 않는다. '주영'이라는 친구는 인간문화재 아버지를 따라 가업(아버지는 칼을 만든다)을 잇는 게 싫어 집에서부터 도망쳤다. 현재는 요리사. 여자와 사랑 모두 의미가 없다며 믿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친구 '세운'은 기간제 교사로, 여전히 여자와 사랑 전부를 믿는 쪽. (챕터 1의 3번 이야기 참조) 프롤로그에서 태희가 실연을 당하자 모두 솔로였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그에게 위로 비슷한 걸 건네는 부분부터 본격 등장하는 4명의 친구들은, 여자에 대해 꽤나 솔직하면서도 대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와중에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말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여자인 내가 봐도 공감가는데 남자들이 보면 얼마나 더 공감할까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여자로서는 '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엿볼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매듭은 그냥 잘라버리는 편이 나아." 남녀 관계 역시 그렇게 꼬여버리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뒀던 감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해져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냥 그땐 잘라버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하며 유턴을 했다. (63쪽)


책 속에는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1인칭 소설처럼 혹은 에세이처럼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하나의 챕터가 끝나는 식이고,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굉장한 텀을 두고 혹은 짧은 텀을 두고 이어지기도 한다. 쉽게 읽히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이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 거기에 남자의 이야기들을 여자가 보더라도 괜찮을 만큼 '순화'해서 적어놓았으니 말이다. (실제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들은 순화하지 않으면 여자들이 많이 낯선 법이라 했다.) 그 와중에 연보라색 종이에 적힌 이야기들은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태희가 프롤로그에서 쓰기 시작한 '사랑은 없다'라는 가제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도남'이라는 주인공이 있고 ('도시 남자'의 준말이다.) 어떤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기보다 '사랑'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주로 한다. 뜬구름을 잡는 듯한 느낌이지만 읽어보면 공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느낌.


이해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이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바로 연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연애는 이별이란 허무한 결말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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