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런던탑'에 나온 두 왕자 이야기를 아래 옮긴다. 어릴 때 동화나 만화로 읽은 것 같다. 희미하게 장면이 그림으로 떠오른다.

The sons of Edward IV of England 1880 By Pedro Américo






형이 아름답고 맑은 목소리로 무릎 위의 책을 읽는다.

"자신의 눈앞에 자신의 죽어가야 할 때의 모습을 그려보는 이야말로 축복 있을진저. 날이 날마다 앉으나 서나 죽음을 기도하라. 머지않아 주 하느님 곁으로 가는 이, 무얼 두려워하리오……."

아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슬픈 목소리로 ‘아멘’을 뇌인다. 때마침 멀리서 불어오는 초겨울 찬바람이 높다란 탑을 흔드는가 하자, 벽이 무너질 듯 쿵 요란스레 울리기 시작한다. 아우가 화들짝 형 어깨에 얼굴을 가져다댄다. 눈처럼 하얀 이불 한 귀퉁이가 훌러덩 뒤집혀진다. 형은 또 읽기 시작한다.

"아침이라면 밤이 되기 전에 죽는다고 생각하라. 밤이라면 내일이 있음에 매달리지 마라. 각오야말로 고귀한 것. 누추한 죽음이야말로 또 한 번의 죽음이로다……."

아우는 또 ‘아멘’을 뇌인다. 그 소리가 덜덜 떨고 있다. 형은 조용히 책을 덮고 작은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바깥을 보려 한다. 창문이 높아 키가 닿지 않는다. 걸상을 가져와 그 위에 올라서서 발돋움을 한다. 자욱한 검은 안개 저 끝에서 희미한 겨울해가 비추인다. 도살한 개의 생피로 그 한 곳만 오려내어 물들인 듯한 느낌이다. 형은 "오늘도 또 이렇게 저무는가?" 하고 탄식하며 아우를 돌아다본다. 아우는 단지 "추워."라고만 대답한다. "목숨만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큰아버님한테 왕위를 물려줄 텐데." 형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아우는 "어머님을 만나고 싶어."라고만 말한다. 이때 저쪽에 걸려 있던 태피스트리 속 여신의 나체상이 바람도 없는데 두세 번 너풀너풀 움직인다. - 런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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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세이레가 보여주는 ‘세 마녀의 멕베스’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16391 맥베스를 재창작한 연극이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아예 마녀를 해녀로 변신시키는 설정도 괜찮겠지 싶다. 기사를 보니 맥베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내용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킨다. '세 마녀' 포스터는 퓌슬리의 그림으로부터 영감 또는 영향을 받은 것 같다.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Henry-Fuseli

'Macbeth', Act I, Scene 3, the Weird Sisters, 1783 - Henry Fuseli - WikiArt.org


Lady Macbeth Seizing the Daggers, 1812 - Henry Fuseli - WikiArt.org


Macbeth, Banquo and the Witches, 1794 - Henry Fuseli - WikiArt.org


The Nightmare, 1781 - Henry Fuseli - WikiArt.org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447945&cid=63854&categoryId=6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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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2-03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푸셀리를 처음 접한 그림은 <the nightmare> 였습니다.
전율을 느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서곡 2023-02-03 18:48   좋아요 1 | URL
예 그 그림이 제일 유명하더군요 ... 저 위 네이버지식백과 설명 발췌를 해오진 않았는데 ˝국내 연구에서 퓌슬리는 주로 영국 낭만주의 작가 중 한 명으로 다루어지며 ‘악몽’ 외 작품에 대한 분석이 미진함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끝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qUxn4Bizj6s 2021년 2월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으로 공개된 햄릿 - 왕자가 아니라 공주다. 이봉련 배우는 이 연기로 백상연기대상 여자연기상을 받았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228_0001354120&cID=10701&pID=10700 "착한 공주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나쁜 공주는 뭐든 할 수 있지"라는 대사가 있다고 한다.


https://youtu.be/SqHtkY9jllM 덴마크 여배우 아스타 닐센이 햄릿 역을 한 1920년 영화로서 딸인데 아들로 키워졌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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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03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봉련 배우 요즘<일타 스캔들>에서 보고 있는데 와...!!
˝착한 공주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나쁜 공주는 뭐든 할 수 있지˝ 멋짐 뚝뚝ㅋㅋㅋ

서곡 2023-02-03 11:32   좋아요 2 | URL
네 감초로 맹활약하시는그분이심요 ㅋㅋㅋ 멋집니다!!!

그레이스 2023-02-03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셰익스피어 탐독 중이시군요

서곡 2023-02-03 17:46   좋아요 1 | URL
최근 읽은 책들에 햄릿과 맥베스가 언급되어 집었는데요 여기서 일단 멈출지 더 읽을지 아직 결정을 못 했습니다
 

Christina Nilsson as Ophelia, 1873 - Alexandre Cabanel - WikiArt.org


Ophelia, 1883 - Alexandre Cabanel - WikiArt.org


Ophelia - Gabriel von Max - WikiArt.org





오필리아가 하루는 아무도 몰래 이 시냇가에 와서 데이지와 쐐기풀, 꽃과 잡초를 뒤섞어 화관을 만들고 버드나무 가지에 화관을 걸려고 올라갔다가 가지가 부러지자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와 화관과 그녀가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물 속으로 풍덩 떨어졌다. 잠시 동안 그녀는 옷 때문에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자신의 괴로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혹은 물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생물인 듯이 태평스럽게 옛날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녀의 옷은 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그녀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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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3-02-02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악! 마침 지금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의 죽음>에 대한 남다른 노력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데, 사건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탄생한 명작이라네요. 굿밤 보내세요!^^

서곡 2023-02-02 22:01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ㅋㅋ ‘명화와함께읽는셰익스피어‘에 밀레이 오필리아 그림도 나오는데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라 굳이 안 올렸답니다 ㅎㅎ 네 감사합니다 굿나잇입니다~

서곡 2023-02-02 22:05   좋아요 1 | URL
오필리아 그림 한 장 더 올렸습니다 ㅋ 좋은 꿈 꾸시길요 ㅎ

appletreeje 2023-02-02 22:12   좋아요 1 | URL
감사요!~~ 서곡님도 굿나잇이욥!
근디 좋은 꿈 꾸기엔 쫌 이른 시각 아닌가요ㅋㅋㅋ
한창 물오르는 중이랍니다. (새침)ㅋㅋㅋㅋㅋ
 

[뚝섬미술관, 현대인을 위한 힐링·쉼 주제의 전시 '로그아웃'https://www.news1.kr/articles/?4696387


아래 언급된 모샤트 박사의 로그아웃 체험기를 담은 책은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이란 제목으로 오래 전 우리 나라에 번역되었다.https://v.daum.net/v/20120530210711041?f=o (김현진) 이 글에 소개된다.





미디어 생태학 박사인 수전 모샤트는 빅 데이터의 흐름에 저항하는 실험을 실행에 옮겼다. 그가 열넷, 열다섯, 열여덟 살의 자녀들과 함께 로그아웃 생활을 6개월간 실천한 뒤에 우리에게 남긴 〈디지털 해독을 위한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따분함을 두려워하지 말라. 2.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라. 3. 윌핑(검색 목적을 잊고 인터넷을 헤매는 것)을 하지 말라. 4. 운전 중 문자를 하지 말라. 5. 휴일에는 스크린 사용을 금하라. 6. 침실은 미디어 금지 구역으로 유지하라. 7. 이웃의 업그레이드를 탐하지 말라. 8. 계정은 비공개로 설정하라. 9. 저녁 식사 자리에 미디어를 가져오지 말라. 10. 온 마음을 다해 현실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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