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은밀한 식탁' 중 실비아 플라스 편으로부터 옮긴다. 실비아와 테드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끝나는지 후세의 우리는 알고 있기에 아래 발췌글이 애잔하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수민 최님의 이미지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5)‘생활고·여성’ 굴레 짊어진 자신과의 싸움…결과는 사후에 ‘퓰리처상’ (장영은) https://www.khan.co.kr/article/201910152137005 단행본 출간된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의 '1부 쓰다'에 '글 쓰는 여자는 자기 자신과 싸운다 - 실비아 플라스'로 묶였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kian2018님의 이미지


박연준, 장석주의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 - 두 시인이 한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에 실비아 플라스 편이 있다.








테드와의 삶은 처음에는 천국이었다. 아침에는 늘 테드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크림이 듬뿍 들어간 뜨거운 밀크커피를 침대에 있는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런 다음 하루를 시작했고 글을 썼다. 테드와 실비아는 커다란 책상을 함께 썼고,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찻주전자가 있었다. "뜨거운 차가 담긴 평화로운 찻잔"은 두 사람의 작업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시집과 신문들 옆에는 그녀가 큰 소리로 읽다가 그대로 펼쳐둔 요리책들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 설 연휴의 첫 날이자 이 달의 마지막 토요일인 이 밤에 뭐 재미난 책 없나 찾다가 ...... '거장의 은밀한 식탁 - 위대한 예술가 45인의 맛있는 인생'(피오나 로스) 중 '4장 작가의 식탁'에서 실비아 플라스 편으로부터 옮긴다.

살구타르트 - 사진: UnsplashALEXANDRA TORRO


레몬머랭타르트 - 사진: UnsplashYou Le


'레몬머랭파이 살인사건'이란 책이 있다.







실비아의 할머니 오렐리아 그륀발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으로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할 사워크림 소스와 맛있는 크림치즈 살구 타르트를 만들었다. 크림치즈 살구 타르트는 실비아가 기억 속에서 자주 불러내곤 하던 음식이었다.

1959년 1월 실비아와 테드가 미국에서 일하고 있을 때, 유명한 시인 로버트 로웰이 저녁을 먹으러 왔다. 위대한 미국 시인에게 저녁식사로 무엇을 대접해야 할까? 실비아는 무엇이 좋을지 궁리했다. 그녀 자신도 미국의 위대한 시인이 되리라는 것은 알지 못한 채. 잠시 후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때 나타나는 눈부신 요정처럼 답이 나왔다. "나의 믿음직한 천사, 레몬을 얹은 머랭 파이"였다. 순수한 레몬의 강력한 떨림과 완벽한 파이 껍질은 시인들의 입에 안성맞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년 연초에 읽은 비키 바움 소설집 '크리스마스 잉어' 수록작 '길'로부터 옮긴다. 병에 걸려 아픈 친칸 부인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환영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토마스 만이 높게 평가한 작품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비키 바움은 음악가 출신 유대계 여성작가로서 미국으로 망명한다.

Traditionelles Heilig-Abend-Essen: Der Weihnachtskarpfen By AnRo0002


'크리스마스 잉어' 번역은 원로 여성 독문학자 박광자 교수가 했는데 비키 바움의 장편 '그랜드 호텔'도 같은 역자이다. 박광자 교수가 번역한 올해의 신간 헤르만 헤세 전기와 함께 쏜살문고 '기만'(토마스 만)을 찾아둔다.





그녀가 눈을 떴는데,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곁에 나타났다. 어머니는 침대가에 앉아 있었다. 젊어서 세상을 떠났는데 백발이었다. 친칸 부인은 미소했다. "알아요, 어머니." 그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도 곧 알게 돼." 어머니가 조용히 말하고 하얀 머리를 끄덕였다. 부인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이렇게만 말했다. "이제 쉬워졌어요." 그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부드럽고 따스한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다 놓았다.

그러자 숨을 쉴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왔니?" 어머니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지?" 부인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지?"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우는 것 같은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저 멀리 자신의 삶이 보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가만히 누워 자신의 삶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못 이룬 꿈뿐이에요, 어머니." - 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5-01-25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속의 식탁은 장식이 있어서인지 특별한 날의 느낌이 많이 듭니다.
서곡님, 오늘부터 연휴 시작이예요. 이번엔 임시공휴일이 생겨서 연휴가 길어졌습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 2025-01-25 22:30   좋아요 1 | URL
네 크리스마스 잉어래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편안한 토요일 밤 되시길요!
 

작년 1월에 읽은 책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유대성과 시온주의 비판' 중 '5장 유대주의는 시온주의인가?-아렌트와 민족국가 비판'으로부터 옮긴다.


[“전쟁은 파괴의 연속”…팔레스타인 시민의 연대 호소 / 가자지구 영구적 휴전 및 식민 지배 종식 촉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8451.html

사진: UnsplashAsh Hayes


2024년 12월에 번역된 주디스 버틀러 대담집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을 발견했다.







지정학적으로 흩어져 있다는 게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새로운 정치적 정의의 개념화에 봉사할 수 있는 흩어진 삶scattered existence에서 일군의 원칙을 도출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로부터 보호하지 않고서는 유대 민족을 파괴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는 게 정치적 핵심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과 살림 파괴는 그 파괴를 자행했던 이들에 대한 파괴 위협을 증대할 뿐이라는 게 진실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폭력적·비폭력적인 판본을 두루 갖고 있는 저항 운동에 지속적인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점을 이해하기 위해 헤겔을 열심히 공부한 우등생일 필요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s://youtu.be/r3b7c4gT9zc 연극 '사랑에 대하여'


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바로이북)로부터 옮긴다. 안나는 루가노비치의 부인이다.

오페라용 쌍안경 (1910년 경, 프랑스)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사랑에 대하여'(이항재 역)이 올해 출간되었다.





안나 알렉세예브나와 나는 가끔 같이 극장에 가곤 했는데, 갈 땐 늘 걸어서 갔고, 극장에서는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앉았어요. 그녀가 말없이 건네주는 작은 쌍안경을 받아들 때마다 그녀가 내 사람인 듯 친근하게 느껴졌고,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공연한 오해를 살까 봐 극장에서 나오면 곧바로 작별 인사를 하고 낯선 사람들처럼 헤어졌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의 삶에는 늦든 빠르든 끝이 오기 마련이죠. 우리에게도 이별할 시간이 왔습니다. 루가노비치가 서부 러시아의 어느 현 재판소장에 임명됐기 때문이었죠. 그들은 가구와 말, 별장까지 모두 팔았어요. 별장에 마지막으로 다녀오는 길에 모두가 초록빛 지붕과 정원을 돌아보며 슬퍼했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그녀와 진짜로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5-01-24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체호프의 <사랑에 관하여>를 읽었는데 민음사에서 새 책을 냈군요. 목차를 살펴보니 딱 네 개의 작품만 겹치는군요.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단편을 잘 쓰는 작가죠. 아, 민음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도 몇 년 전 읽었는데 재밌어요.^^

서곡 2025-01-25 14: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펭귄과 민음 단편선(박현섭 역) 읽었습니다 불멸의 완소작가니까 앞으로도 계속 새 작품집들이 꾸준히 나오겠지요 연휴 잘 보내시고 해피 뉴이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5-01-25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민음사 체호프 단편집 또 나왔군요 이건 사야죠!

서곡 2025-01-25 14:59   좋아요 1 | URL
영원히 사랑 받을 체호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연휴 잘 보내십시오~

햇살과함께 2025-01-25 15:31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