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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평점 :
˝476명중 172명 생존, 295명 사망, 9명 미수습˝
그날 언론에선
555명의 잠수사가 동원된 최대규모의 구조활동이라
떠들어댔건만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8명만의
민간잠수사만이 맹골수도 대형태풍의 위력과 흡사한
조류를 헤치고 시신을 건져내기 시작했다.
심해 뻘에서 조우한
민간잠수사와
꽃다운 나이의 단원고 학생들~
칠흑같은 어둠과 조류, 붕괴직전의 좁은 선내에서
바디케이스 하나없이 꼭 끌어안고
10센티도 안되는 위치에서 눈을 부릅뜬 시신과
마주했었으니
산자와 죽은자의 인연치곤
꽤나 특별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순진하기만 했던,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평생 치료받아야 했던,
피해자이지만
법적으로 피고인이 되어버린
민간잠수사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글이다.
무수히 많은 거짓말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한번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관심을 갖게 해 주신
김탁환 작가의 용기를 응원하고,
이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준
정혜윤 PD를 존경하고,
응원하고 격려해준 변영주 감독을 사랑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뜨거운 눈물로 읽고
차가운 지성으로 분노했으면 한다.!!
완전히 미쳐 돌아간 겁니다. 실종자 수습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민간 잠수사들은 뼈가 썩고 근육이 찢어지고 신경이 눌려 휠체어 신세로 지내도 괜찮단 겁니까? 유가족이야 생때같은 자식과 형제자매를 잃었으니 더 자주 더 빨리 실종자를 찾아 달라 요구했다 칩시다. 잠수사들도 흥분한 채 만용을 부려 잠수를 더 하겠다며 나섰다고 치자고요. 그렇더라도, 해경이든 범대본이든 이 참사 수습을 총괄하는 수뇌부는 냉정하게 판단해서 말렸어야죠. 하루에 두세 번씩 매일 심해로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치명적인 잠수병에 걸립니다. 잠수를 다시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거나 목숨이 끊길 수도 있어요. 지구상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잠수를 시키는 나라는 없습니다. -203쪽
조류가 빠르다고 하면 조금 급하게 흐르는가 보다 생각하실테지만, 맹골수도의 조류가 빠르다는 건 잠수사의 몸이 날린다는 뜻입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듯 수평으로 흔들리는 것이죠. 줄을 쥐지 않으면 그대로 조류에 쓸려 버릴 정도입니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 보면, 어깨 근육이 찢어지거나 척추를 상할 위험이 큽니다. -103쪽
심해 잠수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랜턴을 몸에 많이 달고 들어가면 시야를 더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맹골수도 침몰선의 어둠은 그냥 어둠이 아니라 미세한 뻘로 가득 찬 어둠입니다. 빛이 투과되지 않는 어둠인 겁니다. 그 뻘들을 모조리 걷어내지 않는 이상, 랜턴을 아무리 많이 지니고 들어가도 멀리 내다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전에도 이렇게 뻘이 많은 심해에서 용접을 한 적이 있습니다.용접기를 쇠에 갖다 댔을 때 튀는 빛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해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빛이 없는 깊은 바다에선 눈으로 무엇인가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겠죠. 눈이 하던 역할을 몸의 다른 부위가 맡게 됩니다.처음 선내로 진입한 제겐 손이 곧 눈입니다-69쪽
"새빨간 거짓말이지. 우선 보상금을 받는 건 유가족이 가진 최소한의 권리야. 이번 참사의 보상금은 일반 교통사고 수준으로 책정되었어. 희생 학생들의 경우는 도시 일용직 노동자 기준으로 금액이 산정되었다고.아이들의 재능과 꿈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괄 정리한 거야. 그러니 다른 참사와 비교해 봐도 보상금이 많을 수가 없어.유가족이 받은 돈은 이 보상금에 희생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금과 국민들이 낸 성금을 합친거야. 다른 참사때도 보험금과 국민 성금은 있었고.잊을까 싶어 다시 지적해 두자면, 이 보험금과 성금에도 세금 한푼 나간 게 없겠지?" "왜 그런 소문이 돌까?" "교묘하게 숫자로 장난치는 놈들이 있어. 예전 참사의 경우엔 보상금만 제시하고, 이번 참사엔 보상금에 보험금과 성금을 합쳐 놓곤 비교하는 식이지. 눈속임이야. 야비한"-308쪽
상상은 전부 달랐습니다. 저는 실종자들이 침몰한 배에 승선하기 전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구체적으론 몰랐고 지금도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품에 안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제각각 다른 존재인지 압니다. 키나 몸무게는 물론이고, 똑같은 자세로 최후를 맞은 이는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극심한 공포와 목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마지막 순간일수록 그 사람은 오롯이 그 사람인 겁니다. 그 차이를, 그 유일무이한 특별함을, 잠수사는 만지고 안고 함께 헤엄쳐 나오며 아는 겁니다.-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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