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사랑일까>보다 현학적이고
<낭만적연애, 그 이후의일상>보다 더 많은것을 담으려는
욕심이 앞선다.
하지만 25세때 쓴 이 작품이
진부한 소재를
독창성 있는 드 보통의 언어로 재창조한,
변함없이 지금까지도 그만의 언어가 될 수 있었던
처녀작이기에 풋풋한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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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11-2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5세 때 썼다면 정말 대단한 거죠.
근데 전 너무 늦게 읽었어요.
연애하는데는 당장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냥 잘 만든 철학 소설 그런 거죠.
전 리뷰 쓰는 걸 놓친 것 같습니다.ㅠ

북프리쿠키 2016-11-27 15:03   좋아요 1 | URL
새로운 분야나 작가는
첫만남의 설레임 덕분에
처음 읽은 책이 감흥과 여운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마치 연인의 첫만남이 가장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듯이 말이죠.
비슷한 방식의 책을 3권째 읽다보니 약간 식상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때그때의 제 감성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많이 받구요.
그래서 새로운 작가를 만날땐
되도록이면 목욕재계하고 충분히 쉰다음 읽을려고 해요ㅎㅎ

저도 주어진 시간에 리뷰를 쓸까.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보면
늘 리뷰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정말 제대로 시간을 두고
찬찬히 리뷰한번 쓰고 싶어요^^

stella.K 2016-11-27 18:11   좋아요 1 | URL
헉, 목욕재계꺼정...?!
쿠키님 그렇게까지 책을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정말 선비정신이십니다. 존경합니닷!!ㅋ

북프리쿠키 2016-11-27 18:1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쓰다보니 과장이 좀^^;

단지 피곤한 상태에서는
가급적 책 안 볼려고 합니다.ㅎ
맑은 정신이 아니면
진도 나가봐야 의미없는 글자만
읽는 셈이니까요~
아마 다들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 월간 채널예스 인터뷰 中(박웅현)

 

살만 루시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책에도 등장해 반가웠어요. ‘읽지 않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둘 중 하나’인 책이라고 소개하셔서 퍽 인상 깊었습니다.

 

미친 책이에요.(웃음) 읽자마자 이 문장이 떠올랐어요. 어떻게 이 책을 사람들이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 말은 후배들과 이야기하다 나눈 말이에요. “『한밤의 아이들』,어때요?”라고 묻길래, 제가 이랬어요. “둘 중하나같아. 사랑에 빠지거나 읽지 않았거나.” 사실 『한밤의 아이들』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이 책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전이수과목으로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꼽은 건데,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너무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감이 잘 안 잡혀 다시 읽었더니, 또 빠져들더라고요. 빠져든 상태에서 강독회를 했더니 『콜레라 시대의 사랑』 야기가 너무 강렬해서 『한밤의 아이들』을 제 못 다룬 것 같아요. 그래서 뺄까도 고민했는데, 100명의 독자 중에서 10명 혹은 5명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넣었어요.

 

 

 

 

예전에 장바구니에 넣어놨다가 한참을 망설이는데..

알라딘 중고등록 알리미에서 셋트로 울리네요~

제가 아닌 제 손가락이 이미 결제완료를..시켜놨더라구요..

서친님들의 선견지명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끙.

 

 

거기에다..2만원 무료배송을 맞추기 위해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까지 제 손가락이 알아서..^^;;

(알라딘에서 삼성페이 모바일 결제 론칭을 하여 시험삼아 해보니 아주 편리했습니다.) 

 

올 겨울은 곳간에 양식이 많아

등 따숩고 배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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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3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3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11-23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얼른 행복한 월동준비를!!

북프리쿠키 2016-11-25 10:36   좋아요 2 | URL
클레비스님. 안녕하세요~
clavis 사전 뜻을 찾아보니 <열쇠>란 뜻이네요.
이쁜 단어입니다.^^;

책이란게 참 오묘한 것 같습니다.ㅎ
새로운 분야나 새로운 작가의 첫 느낌은 색다른 신선함과 설레임을 가져다주고,
기존에 읽어왔던 분야나 작가에겐
마치 실제로 만나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친밀감과 뿌듯함을 선사해요~

올 겨울 많은 분들 만나시고.
봄에는 한층 더 지적이고 멋진 클레비스님이 되시길 ^^;

stella.K 2016-11-23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하긴 제가 대체로 출판사 세계문학전집 별로 안 좋아하나 봐요.
민음사 것도 그렇고.ㅠ
그래서 저 살만 루시디 책도 읽을 생각도 않고 있습니다.

뭐에 빠지기 좋아하는 사람 위험하던데...ㅋㅋ
보내주신 책 앞에 조금 읽었는데 역시 박웅현 스마트한 사람 같아요.
왜 독자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예스24는 1만원 이상인데. 문제는 그짝은 고를만한 책이 없다는 거고,
여긴 고를 게 많은데 2만원 이상이어야하고. 공평치가 못해요.

역시 춥고 긴 밤엔 독서만큼 좋은 그림도 없죠.^^

북프리쿠키 2016-11-25 11:12   좋아요 1 | URL
텔라님 잘 지내시죠? ^^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롤리타> 딱 1권 읽어봤습니다.
것두 민음사에서 나온 게 절판이라(중고 가격이 더 비싸요 롤리타는..ㅎㅎ)
롤리타 작품이 좋은건지, 아님 문동의 번역이 매끄러웠는지..저에겐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는 책이었어요.
내용은 잘 모르지만 문동이 시끄러운 정도(?)만 알고 있는데..
문동에서 나온 것 밖에 없어서..ㅠ.ㅠ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제가 책 고를 안목이 안되서...그나마 안전하게 ㅎㅎ

사실 예전에 비해 책에 더 빠져있긴 한데,
그렇게 위험한 사람은 아닙니다.^^;ㅋㅋㅋㅋㅋ

참, 박웅현 작가가 텔라님 마음속으로 들어왔어요?
휴 다행입니다 ㅎㅎ
그냥 가볍게 읽히지만 추천도서에 대한 감상과 소개는
탁월한 것 같아요.

텔라님 책도 언능 읽어야 되는데
요 근래 행사에 육아에 시간을 못 냈습니다.
주말 찬찬히 펼쳐..
텔라님의 향기를 맡아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쓰다보니..이상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십시오


clavis 2016-11-2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와 이렇듯 다정하고 따스한 댓글이라뇨😍 클라비스는 건반이라는 음악용어 사전을 본따 쓰고 있어요 열쇠라는 뜻이 있네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북프리쿠키님♥♥올 겨울 많은 분들을 만나고 봄에는 한층 더 지적이고 멋진 클라비스가 된다니 아 좋아!!^^♥♥

북프리쿠키 2016-11-25 17:24   좋아요 0 | URL
아 프사도 글코 클라비스님 페이퍼 좀만 읽어봐도 피아노 전공자인걸 눈치챘을텐데 ㅎㅎ
한줄의 댓글에 기쁘셨다니
저 또한 그 기운을 받아 흐뭇해집니다.

주말이 시작되는 타임입니다.
이 때가 젤 행복하네요~
이 기운 전달받으시고ㅎㅎ주말 잘 보내세요^^

clavis 2016-11-2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키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전 전공은 안했는데 건반들을 마니 좋아해요^^

그토록 다정한 댓글 덕분에 길고도 길었던 이 하루를 요로코롬 씩씩하게 마무리하네용ㅋㅅㅋㅅ

북프리쿠키 2016-11-28 09:20   좋아요 0 | URL
아..2번 넘겨짚다가 2번다 틀렸네요 ^^;
피아노소리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한때 배워볼려고 들이댔다가..
바이엘 100번도 못치고 포기했던 적이..
캐논변주곡을 멋지게 치고 싶었는데 이제 물건너간듯 합니다 ㅎㅎㅎ

한주 화이팅 하십시오!~


고양이라디오 2016-11-2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서재에 너무 오래있다간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져서 안되겠습니다ㅎㅎ 잊고 있었던 책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북프리쿠키 2016-12-12 22:38   좋아요 0 | URL
힛..라됴님 댓글을 이제사 발견했습니다 ^^ 늦어서 죄송하구요..ㅎ
저도 북플활동을 위주로 하다보니 서재에 들러서 찬찬히 읽어보는 기회가 잘없는데요.
그래도 여러 서친님들이 읽으시는 책 눈 동냥하며
추천도 나름 받고 리뷰도 읽어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라됴님의 왕성한 글쓰기도 제겐 자극이 많이 되네요 ^^;;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 구입한 마지막 책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네 멋대로 읽어라
제가 좋아하는 서친 stella.k 님의 책이예요
후딱 구입해야 하는데 쌓여가는 책에 마음이 무거워
이제사 구입하게 되었답니다.
텔라님의 책 읽기에 대한 철학을 엿보고 싶네요 ㅎㅎ
중고를 좋아하지만, 이 책은 새책으로 구입했습니다^^;

* 코스모스(보급판)
양장본과 보급판의 가격차이가 무려 25,000원 정도 나네요.
가난한 책 성애자로서 보급판으로 구입했습니다.
책 두께에 비해서 그리 비싸지 않는 16,000원 정도 가격이라
냅다 질렀습니다.
양념통닭 한마리 시킨셈치고 말이죠..ㅋㅋㅋㅋ

* 달과6펜스
알라딘 중고로 4,200원 하더군요.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지만 사실, 구입 포인트가 몇천원 남아서 깔끔하게 금액 맞추느라 이참에 클릭클릭.
중고도서도 무료배송할려면 2만원 맞춰야 하니(물론, 새책과 포함하면 관계없지만) 가끔 쓸데없이 끼우는 책도 있습니다만.
바르다 김선생 김밥한줄 사먹은 셈 치죠..ㅋ

* 마이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아..이 책은 **님께서 선물해주셨습니다.
평소에 프랑스혁명에 대해 1도 몰라서(다락방님 표현을 빌렸습니다 ㅋ) 프랑스 혁명과 마리앙투와네트, 그리고 나폴레옹을 아우르는 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슈테판츠바이크라는 저자의 무게와 **님의 호평에
이 책으로 결정하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중고를 기다릴까, 냅다 지를까....)
구매의욕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신 **님의 리뷰를 보고 사고자 결심을 굳혀 댓글을 달았는데..
고맙게도 선물해주셨습니다.
이 책이 프랑스혁명에 대한 식견을 넓혀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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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20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6년 : (지름)신에게는 아직 12월이 남아있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11-20 17:43   좋아요 0 | URL
아하하~근 40일동안 무리겠지요
딱 들어맞는 문장입니다. 최고예요ㅎㅎㅎ

yureka01 2016-11-20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책을 낳게 되고...그 책은 또 새로운 설명을 만드네요...독서 책이 그래서 의미 더 생기나 봅니다...

북프리쿠키 2016-11-20 17:47   좋아요 0 | URL
책 한권이 한권정도만 파도타기해주면 그나마 나으련만
어떨땐 무지막지하게 새로운 책 파도를 일으키니 ~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꺼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네요.ㅎㅎ

2016-11-2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0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1-20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과연 마지막이 될까요??^^
그래도 즐독하세요
코스모스 책은 지난주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 그 두께를 보구서 계속 전 음~~~감탄과 한숨을 쉬는 중입니다ㅜ
감히 범접하기 힘든 책인 것같아서요
북프리님의 리뷰를 기다려보고 저도 읽을 것인가,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겠어요^^

북프리쿠키 2016-11-20 20:23   좋아요 1 | URL
내가 진짜 이럴려고 책 안산다고 했나 자괴감이 들정도로
금단증상에 시달릴 것 같습니다ㅎㅎㅎ
아~코스모스 이거 함 도전해보고 솔직한 장단점을 적어볼께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ㅎ

책읽는나무님 댓글 감사드리며
가을밤 정취를 느끼는 저녁이 되었음 합니다^^


2016-11-2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1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1-21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책 너무 많이 사시는 거 아닌가요ㅎㅎ?
코스모스 밤마다 조금씩 읽었던 거 생각나네요ㅎ

북프리쿠키 2016-11-21 13:29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하 라됴님.
책이 오면 기록으로 남길려고...페이퍼를 작성하긴 했는데요.
이번달이 유독시리 많았네요 -_-+

어떻게든 합리화해서
이 불편한 마음을 해소해야 될껀데..
갖다붙일 핑계도 잘 없네요 이제..^^;

코스모스 그림도 좀 있고 술술 읽힌다는
익명의 제보자덕에...사긴 샀는데
분량땜시 아마 머~언 미래쯤에나 완독가능할 듯 싶습니다.

2016-11-22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2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레카님께서 선물해주신 시집이다.
시집은 얼추 안 읽은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한창 감수성이 폭발하던 중고딩때 칼릴지브란이나 원태연의 시집에 잠깐 빠져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솔직히 시에 대해선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혹자는 피라미드로 그려보면 시라는 쟝르가 문학의 가장 최상위에 있는 언어의 수준이라고 하는데, 반사적으로 끄덕거릴 뿐 내심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진 않다.
특히나 아포리즘으로 버무려진 시들을 대하거나,
철학적인 시들을 접할땐 그저 읽기만 하기에도 벅차고
그 깊이의 환희에 다가서기도 전에 영원히 책장을 덮게 마련이다.
나에게 시는 한때 그저 감각적이고, 써먹기 근사한
어록의 향연일뿐 고뇌의 바닥까지 뚫고 내려가 공허와 적막의 공간에서 영혼이 찢기는 인생의 아픔을 표현한 글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유홍준의 시가 그러하다는 유레카님의 페이퍼를 읽고,
카푸치노와 함께 그를 만나보았다.
먼저 김언희님의 발문에서 소개한 전작 <나는,웃는다(2006)>에 실린 작품 한가지를 보고 가자.

주석 없이

탱자나무 울타리를 돌 대
너는 전반부 없이 이해됐다.
너는 주석 없이 이해됐다.
내 온몸에 글자 같은 가시가 뻗쳤다.
가시나무 울타리를 나는 맨몸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가시 속에 살아도 즐거운 새처럼
경계를 무시하며

1초 만에 너를 모두 이해해버린 나를 이해해다오.

가시와 가시 사이
탱자꽃 필 때
나는 너를 이해하는 데 1초가 걸렸다.

가시나무 울타리를 맨몸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직접‘의 세계에서 문자는 그 ‘직접‘을 가로막는 가시에 불과했을 것이다-108쪽

또 하나 시인 유홍준을 알 수 있게 하는 글을 보자.

‘게다가 유홍준에게는 에테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는 생기, 약동하는 활기가 있어서 함께 있는 사람들이 무슨 약이라도 돌려 마신듯이 그 기운에 취해 본 사람이 그 취기를 못잊어 밤낮 주야로 전화질을 해대게 하는 진풍경도 만든다. 그것도 사내가 사내에게-108쪽

책 한권을 읽고나면 포스트잇이 붙은 자리가 무수한 편이다.
그러나 이 시집은 5-6개 밖에 붙이지 못했다.
내가 대체적으로 큰 기복없이 편안한 삶을 살아 그의 억센 인생을 이해못해서는 아닐것이다.
오히려 난 처절한 삶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이고,
항상 부족한 이들에게 마음을 주는 편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이 시집을 이해못하는가....
애초에 시집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은 게 잘못된 것일까.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난 시가 있다.



-사람을 쬐다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씨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으로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눈가가 짓물러진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48쪽


요즘 우리는 혼술, 혼밥, 혼숙(?) 등으로 모든 게 혼자가 편한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쬐는 게 귀찮고, 번거롭다.
나부터가 그렇다.
이렇게 혼자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는 행복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 되어 버리니
나의 이런 시간들을 뺏기는 사람과의 만남이 때론 불편하다.
마음속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핀다고 하니,
때론 마음의 평온을 주는 ‘독거‘에는 댓가를 치러야 되는
부작용도 있나보다.
하지만 부작용을 감수할 만큼 우린 인간관계의 피로사회에 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다음의 시를 보자.


- 미소를 닦다

미소는 흘러내린다.

미소는
흩어진다.

똥구멍으로 짓던 미소, 음부로 짓던 미소

내 입가의 미소는 수습이 잘 안된다.
휴지로 닦아도 잘 닦이지 않는다.

미소는 얼룩이다
어떤 얼굴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더 이상 미소를 지어선 안되는 얼굴도 있다.

제발 좀 웃기지 마라
행복할 일도 그만 생겨라

세수를 할 때마다 나는 미소를 씻는다.

마른 수건을 들고 축축한 미소의 물기를 닦는다
다 닦아버린다. -58쪽



이 시를 읽고 나서 전 ‘미소‘라는 행위가
인간 내심의 자유를 뺏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웃기지도 않는데 웃어야하고,
남의 행복에 웃어줘야 하고,
무슨 예기인지도 모르는데 남이 웃으면 같이 웃어야 하고,
이렇게 처연하게 미소짓는 일상이 끝나고
겨우 녹초가 되어 집에 와서야 하루종일 흘러내린 미소의 얼룩을 씻을 수 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도덕률이
우리를 너무 옥죄고 있지는 않는가..

‘이런 유홍준의 시는 일견 가볍고 수월해 보이기도 한다.
가볍디가벼운 화산석으로 대충 쌓은, 틈새투성이 섬집 돌담들처럼, 그러나 이 가벼움과 수월성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애써 성취한 가벼움이고, 애써 도달한 수월성이다.
화산석의 저 가벼움은 용암의 뜨거움을 거치지 않고는 이를 수 없는 가벼움, 제 안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난 다음에야 도달하게 되는 무서운 가벼움이다.(.....중략....) 유홍준의 시는 틈새 그 자체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으면서 틈새를 견지한다는 것, 그것이 요구하는 긴장과 집중은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수월성과 가벼움은 모든 예술이 추구하는 궁극이다‘
-114쪽


시를 읽는 내내 정신병동의 풍경을 그린 내용이 많은지라
아마 시인은 그 병동에 원무 정도의 일을, 아니면 자원봉사 등의 일을 한 듯한데..확실치는 않다..
이런 이야기를 실은 의도가 나의 단견으로는
사람은 ‘모두 정신병자이자 모두 정신병자가 아니다‘ 란 말을 하고 싶어하진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 한잔 카푸치노의 카페인이
시를 읽을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그리고, 한술에 배부르냐만은,
그 중요한 ‘한술‘을 떠 먹여준 유레카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음에 만나는 시는 지금보다 더 내 곁으로 다가와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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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1-19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말에도 책 읽으시는 군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6-11-19 23:08   좋아요 1 | URL
주말에 잠을 충분히 잔 다음 읽는 게 평일 억지로라도 조금씩 읽는 것보다 훨씬 낫더라구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시고,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6-11-19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6-11-19 23:55   좋아요 1 | URL
도저히..중간쯤 읽다가 궁금해서..뒤의 발문을 읽고
그나마 좀 낫더라는..^^;
시는 다른 쟝르와는 다르게
나만의 감성으로 느끼는 점이 중요한 거 같아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안 봤습니다만은.

말씀주신대로
‘시는 읽을 순 없다, 다만 여러번 읊을 뿐이다.‘의 자세로 대해야겠습니다.
미술과 마찬가지로 많이 아는 사람이 더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는 것도 아닌 거 같네요..
그래서 더 재미있을지도^^

눈으로, 감성으로, 마음으로, 소리내어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좋은 밤 되세요^^

 

˝당신이 없으니까 엉망진창이야
오늘은 꼭 당신 만나러 갈께 보고싶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오베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빛이 되어준 소냐.
(식당에서의 키스는 정말 가슴따뜻했어요)

그 빛을 잃고 어둠속에서 허우적대던
까칠한 오베가 마침내 소냐 없이도 무지개색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이웃을 만나는 과정이
참 흐뭇합니다.

저에겐
오베라는 남자도 좋았지만
소냐라는 여자가 더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덧붙임
소냐가 극중에서 책을 엄청 좋아하는데
기차에서 오베와 처음 만나 책이야기를 하지요

<거장과 마르가리타>
마침 (오베 당신처럼)무임승차한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미있다고.

미하일 불가코프 아냐고ㅎ
어색하고 설레는 순간에 책 이야기를 하다뉘ㅋㅋ
제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죠.

장바구니 슬쩍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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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11-19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장과 마르가리타> 예전에 반값할인할 때 사서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라니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비견이 될까요?
조만간 빨리 읽어야겠슴다.^^

북프리쿠키 2016-11-19 18:42   좋아요 0 | URL
아 오베가 무임승차했는데
마침 그 소설속에 무임승차한 고양이도 나온다고 하는 장면인 듯~내용은 소비에트 정권하에 흑마술사 악당들의 이야기랍니다^^텔라님 아니었음 저도 잘못 알고 있었을 듯ㅎㅎ
(본문 살짝 수정했어요^^)

참 소세키의 <나는고양이로소이다> 어때요?

마르케스 찾기 2016-11-19 23:09   좋아요 1 | URL
어디서 태어났는 지 도무지 알 수없는 이름없는 고양이라는 첫표현이 좋아 가볍게 시작했는 데ㅋ 그 독특한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세계를 바라보며 풍자해대니ㅋ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나 마르케스, 카프카의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읽어 볼 만 하실것 같습니다ㅋ 마르케스나 카프카같이 쉽게 생각했으나, 어렵게 읽혔어요,, 저는ㅋㅋ

그래도 그 첫표현은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여전히 기억나고 여전히 좋아요ㅋㅋ

북프리쿠키 2016-11-19 23:47   좋아요 0 | URL
아 첫문장이 유명한가봐요.
마르케스 찾기님께서 어렵게 읽으셨다니..이거 난감하네요.
솔직히 마르케스나 카프카도 두려운데요..ㅎㅎㅎ 이거야 원.. 일단 보류시켜야겠습니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서 나쓰메소세키 옹의 생가가 구마모토에 있다고 해서 다음에 규슈가면 꼭 들릴까해서 관심을 가졌는데..

그 전에 마르케스와 카프카부터 손을 대봐야 겠습니다..ㅎㅎㅎ

stella.K 2016-11-20 15:41   좋아요 0 | URL
뭐 마르케스 찾기님이 워낙 설명을 잘 해 주셔서
저는 얻어 갑니다.
사실 작년 말인가 올초에 읽다가 엎어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려운 건 아닌데 속도는 겁나게 안 나더군요.
사유가 많다는 느낌이예요.
질긴 문장의 근육질을 느껴 보고 싶다면 읽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소세키 특유의 풍모도 있잖아요.

전 요즘 일본작가들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라구요.
현대 작가는 별로고 근대 작가들.ㅋ

마르케스 찾기 2016-11-20 14:26   좋아요 1 | URL
내용이 심오하여 어려운 게 아니라 낯설어 헤메는 거ㅋㅋ
아래의 댓글에 쓴 것처럼,,,
잘 짜여진 일본식 정원같이 단정하다 못해, 갑갑할 정도의 가지런한 (정서와 문장)에 쉽사리 읽어낼 공감이 잘 안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어요ㅋㅋ
일본 특유의 문체가,, 자연과 동화를 추구하는, 자연을 가두지 아니하는 한국식 마당에서 놀다 유럽의 자유로운 정원에 길들여진 탓에 낯설어서 ˝잘 안 읽혔˝을 겁니다ㅋ
허나 저와 다르게, 북프리쿠키님같이 열린 독서를 하시는 분이시라면 충분히,,, ^^
일본 문학은,, 유럽영향을 받은 하루키 정도만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찾아 열심히 읽었네요ㅠ 무라카미류와 소세키, 히가시노의 작품도 나름 접해본다고 접했는 데,, 재미는 있으나 글자가 잘 안 읽혀서ㅋ 시간이 걸렸어요ㅋㅋ 문장 자체가 주는 지나치게 단정한, 절제된, 갑갑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래서 글자가 잘 안 읽히는 거ㅋ
저는 일본문학이 저와 비슷한 면이 있어 더 회피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ㅠㅠ

내용이 심오하거나 어렵진 않아요ㅋㅋㅋ

2016-11-20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1-20 15:40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님이 워낙 표현을 섬세하게 잘 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생각하지 못한 걸 생각하게 해 주셨습니다.
다만 제가 소세키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게 없어서,
사실 그 책이 처음이었거든요.
많이 대화할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ㅠ

마르케스님은 그렇게 느끼셨겠지만 저는 단정하면서도 단호함 흐트러짐 없는
그러면서도 내면에 뭔가의 자신을 직시하는 그게 좀 매력으로 다가오더라구요.
특히 저는 얼마 전 마스모토 세이초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을 읽었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아직도 적대적 앙금이 있는지라
일본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것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보면 정말 배울 게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전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 거죠.

저도 나중에 기회되면 이런 독서토론 더 해 보고 싶네요. 고맙슴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20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문장이 유명하다기 보다,, (사실 이 책의 다른 리뷰는 아직 읽어 보지 못해서,, 다른분의 판단은 모릅니다ㅠ)
아,, 첫 인상이 좋았다는 표현이 맞겠구나,,싶네요ㅋㅋ
이름없는 고양이,, 어디서 태어났는 지 도통 짐작조차 못한다는,, 쥐를 절대 잡지 않는 고양이,, 인간보다 좀더 강한 자신이 세상을 바로 잡겠다,,,대충 이런 문장이었던 기억인데요ㅋㅋ 이 첫문장에서는 풍자나 복잡한 인간세계나,, 그런 문제들도 간단해 보였다는 표현이 맞으려는 지,, 이 첫문장에서 강하게,, 인간들은 참 쓰잘데없이 복잡하게 산다,, 가볍게 떠도는 고양이의 조롱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그저ㅋㅋ
읽다보니 가볍지 않은 생각할 꺼리가 많은 내용이더라구요ㅋㅋ 저는 첫문장이, 아니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저야 일본 소설의 ˝단정하게 짜여진 문장˝들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 어렵게 아니 ˝낯설게˝ 느꼈을 지라도,, 북프리쿠키님이시라면 저와 다르게 충분히 열린 독서를 하시리라,,,

구마모토 성만 보고 왔네요,, 인기있는 곳만ㅠ 수박을 겉만 핥았군요ㅠㅠ 소세키의 생가가 거기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ㅋㅋ

북프리쿠키 2016-11-20 20:21   좋아요 1 | URL
역시 마르케스님은 느낌을 글로 풀어쓰시는데 탁월하십니다. 무슨 뜻인지 어떤 느낌의 소설인지 알 거같아요.
일본소설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절제하고 때론 밋밋하게 가져가는 데에 매력이 있나봅니다.
저도 일본소설이래야봤자 하루키정도 밖에 못 읽어봤지만 예전에 냉정과열정사이 rosso편 에쿠니가오리의 문체는
자칫 잘못하면 졸기 딱 좋더군요ㅠ.
그 절제미와 단정함을
영화로 표현하니 때론 예술이 되더군요ㅎ
그래도 마르케스찾기님이 소개를 해주셔서 궁금합니다.
그 느낌을 알려면 읽어봐야되니까요
무엇이든간에 경험이 본질인건 무시하기 힘들자나요

즐겁게 독서토론 했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20 21:27   좋아요 1 | URL
아! 냉정과 열정사이도 있었군요ㅋㅋ 두 작가가 번갈아 써서 그런지 남녀의 입장이 정말 잘 표현되어 좋았습니다. 한명의 작가였다면, 남녀 모두의 감정을 다 어우러내기 힘들었을텐데,, 두 작가가 각기 맡은 인문의 심리를,, 와,, 절묘한 방식이다,, 감탄했었네요ㅋㅋ
아~~ 말씀듣고 보니 일본문학도 편견없이 좀더 접해봐야겠어요ㅠ
갑갑하고 소심한 제 일상과 닮아 싫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