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감정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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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 샌드의 책을 읽은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센서티브'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풀어놓은 내용이었다. 보통 외향적이길 기대하는 사회분위기에서 민감한 성향에 대해 소심하거나 예민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들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그것을 민감하다는 단어로 바꾸어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전작을 읽은지 몇개월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신간이 나왔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반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비슷한 류의 주제로 책을 낸다면 내용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사람의 성향이나 감정에 대해 다년간의 상담 이력을 통해 나름의 시선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조절하며 생활할 수 있는 조언을 주는 흐름인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내용은 아니다. 자신 내면의 감정이나 복잡한 생각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혹시 어떤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누구나 알고 있고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내용을 정리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자기계발서나 감성에세이의 구태의연한 흐름들에 현혹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툰 감정'도 일부 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이 빛나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몇군데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그 행동이 당신의 삶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당신 자신에게 금지하는 행동일 것이다."

전부터 다른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었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속보이는 행동을 하는 동료나 친구가 꼴보기 싫거나, 모임에서 계산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불편하거나. 내가 할수도 있는 일이지만 체면이나 양심 때문에 하지 않은 일을 재빨리 해버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기 싫다고 떠올리는 이 예들이 곧 나의 경우를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들은 내가 욕망하나 나 "자신에게 금지하는 행동"들 중 하나인 것이다. 넓게는 논란거리가 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도 이런 범위 안에 있다. 일자 샌드의 '서툰 감정'에서 비슷한 관점의 내용을 접하게 되어 반가웠고 뒤이어 오는 '분노에 지배되지 않는 법'의 단락을 통해 4가지 경우의 갈래로 분노를 느끼게 되는 요인을 나누고 분석한 내용들을 보며 흥미로웠다. 하지만 개인 내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외부적 요인을 통해 불어나 몸집을 키우는 사회적 분노 요인 등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본 내용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은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7장에 있는 질투에 관한 내용을 처음부터 관심있게 생각했는데 내용이 좀 짧고 확실한 마무리 없이 끝맺음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데서 오는 두려움, 경쟁에서 질 것이라는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질투를 야기한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법으로는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나 "상대가 중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자"는 요지로 흘러간다. 더불어 질투를 느끼지 않기를 원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포기하거나 둘 다 어렵다면 상담을 받기를 조언한다. 이것은 그저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외부적인 요인에 기댄 일시적인 해법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공감되지 않았다. 조언으로 보기에는 좀 극단적인 방법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질투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원하는 감정을 선택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질투라는 감정도 나쁜 것이 아니라 서툰 것이라 주장하고 싶어하는 내용은 잘 정리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내면을 어지럽히거나 혹은 상대방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부정적인 감정인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있게 봤던 장이었는데 질투를 자존감과 연관시켜 풀어냈다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2장에서는 꽤 실망스러운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많이 안고 읽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당신에게도 그런 성향이 이다면, 지금 눈앞에 당신과 같은 성을 가졌고, 장애가 있으며,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사람과 당신을 비교해보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할 수 있는 일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는 부분이었다.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래도 내가 낫지라며 위안받느니 나보다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느꼈다. 남을 부러워하는 것도 못할 짓이지만 남에 비해 자신을 위안받는 것도 더욱 치졸하다. 아쉽고 안타깝고 왜 썼을까 이해가 되면서도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오히려 텍스트가 아닌 면대면의 대화를 한다면 저자에 대해 이보다 더 넓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잘 정리된 내용을 읽으며 공감하다가도 왜 이렇게 마무리를 했을까, 왜 이런 관점에서 머물렀을까 싶은 부분들이 아쉬웠다. 좋은 리뷰가 되지 못했지만 솔직한 리뷰를 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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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글.그림, 황호덕.김희진 옮김, 황호덕 해설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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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럼버스도 우리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았으리라."

 

 근대를 대표하는 표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1900년대 초반의 서양과 동양의 모습을 구분짓은 요소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넓고 낮게 펼쳐져있는 1900년대 과거 서울의 모습을 남긴 사진 자료들과 막 1902년 완공된 플랫아이언을 시작으로 조성된 뉴욕의 고층건물들의 사진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때문에 김동성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서 표현한 처음 본 뉴욕에 대한 인상은 낯선 것에 대한 놀라움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뉴욕의 마천루들이 우리의 맨눈에는 길게 늘어선 산맥처럼 보였"다고 하며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고국에서 우리의 신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덧붙여 다른 유명인사나 정부보다도 고층건물 등의 도시상에 더욱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높은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마천루에 대한 동경과 경외은 마치 더 높을 곳을 향해 쌓아올리는 바벨탑에 대한 그것과 같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과 같"다고 느낀다.

 

 그 외에도 아주 소소한 일상들에 대한 간결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았는데, 그의 생각이 매우 진보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 가정상을 두고 미국의 독립적이 가정의 모습을 "이 시대의 가장 훌륭한 제도"라고 표현한 점은 인상적이다. 덧붙여 뒷부분에 나오는 "사랑" 부분의 내용에도 "고국에서는 부모가 젊은이들의 배우자감을 골라주는" 것에 대해 말하며 반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단한 자유를 누리고" "스스로가 선택한 이와 사랑의 도피를 할 정도"라고 연애와 결혼 제도에서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여성 참정권"에 대한 내용인데 짧지만 직접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여성 규범에 대해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라고 표현하는 김동성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시선이 눈에 띈다.

 

 읽으며 재미있었던 부분은 '옷'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당시 김동성이 "미국인들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이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인들에 대해 유행에 민감하고 스타일리쉬하다는 평이 많다. 반면 유행이나 남을 신경쓰지 않는 단순하고 편한 스타일이라고 표현되는 미국의 스타일은 시대와 지역 차이가 있겠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도된 평가로 새삼스러운 시간의 골이 느껴졌다. 이어 나오는 "개구리 다리"에서는 "고국에서는 식용이 아니던 개구리 다리가 이곳에서는 미국 메뉴의 최고 유행 요리 자리에 올라 있다"는 내용이 나와 충격적이다. 우리는 개구리 뒷다리가 서양인들은 끔찍하게 생각할지도 모를 우리의 토속 음식 문화 중 하나 쯤 된다고 여기며 지내왔을텐데! 정반대의 입장이라니!

 

 저자인 김동성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책의 첫머리에 나온다. "미주의 인상을 펴내며" 김동성의 저작물들을 옮겨 펴낸 황호덕이 대표로 써놓은 머릿말인데, 그 안에 줄줄이 담긴 김동성의 흔적은 여전히 생소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그와는 별개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동안은 외부에서 본 조선의 모습이 담긴 기록 등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외부로 나아간 조선의 시선은 오히려 낯설고 조심스러운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표지부터 한자로 내리 쓴 제목까지 강렬하지 않은 것이 없어 경계가 생기는 책이다. 하지만 1900년대부터 넓게는 1930년대까지의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또는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하다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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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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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오글거린다'는 말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그 말이 쓰이게 된 뒤로 감성적인 글들이 점차로 사라지게 되었다.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쓰이게 되면서 감성적인 것들은 좀 촌스럽거나 우스운 일로 치부되어 버리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물론 때로 눈물을 흘리는 순간에도 셀카를 찍어 올리는, 감수성이 지나친 혹은 포장된 감수성을 이용하는 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공감을 하고 투박하더라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좋은 글들도 있었다. 그 자리를 냉소적이고 감정을 배제한 문장들이 채우고 그만큼 사람들이 더 메마르게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요즘, '아주 조금 울었다'의 등장이 감성적 충족을 위한 단비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그녀는 매니큐어가 형편없이 벗겨진 / 친구의 손톱을 보더니, 말했다. -p.44 너에게 상처 주지 마"

다른 내용들보다도 이 부분이 눈에 띈 이유는 손톱과 발톱을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네일이나 패디같은 경우는 '너 말고는 아무도 니 손톱에 신경안쓴다', '남자들은 안 봐', '그냥 자기만족이지'라는 말로 많이 평가절하 당한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손을 쓸 일이 많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했기 때문에 잘 관리된 손톱도 신경쓰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직접 관리를 하는 편이지만, 이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샵에 다니는 다른 동료들의 네일 관리는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드는 일이다. 자기만족의 한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일하다 벗겨진 매니큐어 자국을 자기관리 부족으로 지적당하는 일도 생긴다.

 

 스스로 관리할 시간이 없도록 벅차면 단정히 짧게 자르는 것으로 대체하곤 했던 적이 있는데, 바쁘더라도 주기적으로 완벽한 상태의 손마저 유지하려고 노력하던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 관리가 무너져내릴만큼 여유가 없고 힘들었다는 상황이 이런 사소함에서 공감된 까닭이다. 그 경험 탓인지 아직까지도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손톱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일부러라도 칭찬의 말을 건네는 편이다. 그 사람이 들인 시간과 비용, 어쩌면 필수적이었을 정돈됨을 위한 노력을 공감해주기 위해서.

 

 " "그래서 넌, 고백도 안 해 볼 거야?" / 그녀가 묻자 친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그 사람, 곧 결혼한대." -p.120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여자의 눈물이나 다른 내용들보다 가장 최근의 시기와 잘 맞는 부분이었다. 과거의 X였던 존재의 결혼 소식을 경험하게 되는 나이를 지나보내고 나니 메신저 프로필에 뜨는 웨딩사진, 결혼식 안내 문구,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아기 사진 등이 주는 느낌이 있다. 이미 예전에 끝난 관계지만 상대의 결혼 소식은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오는 결별임을 실감하게되는 내용이었다. 마치 확인사살처럼. 결혼소식은 헤어지거나 사랑이 식는 것과는 다른 뉘앙스를 준다. 결혼 그 자체를 두고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네보내는 거리감을 준다. 과거의 X를 두고 우연한 재회를 꿈꾸거나 술마시고 전화하는 '진상'짓을 할 수는 있어도 기혼자에게는 이미 '간통죄'가 폐지됐다 하더라도 어떤 시도나 대상화 자체가 범법의 일환과 다름없기 때문이리라. 본문에서 느껴지는 단념, 체념적인 문답도 저런 맥락에서 온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 눈물을 흘렸던 경험이 아주 오래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조금 울었다'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어떤 구절들은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이 뭔가를 마음속으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감성적인 충족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라디오를 즐겨 듣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거나 소소한 위로를 주는 책을 읽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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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웃 - 왜곡된 정의감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사람
우메타니 가오루 지음, 이수형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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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이웃은 독특한 내용이다. 이웃이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가 바로 떠올릴 옆집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이웃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주변에 두게되는 많은 유형의 그룹들을 통칭하는 것이고 회사, 학교, 거주지, 이성관계 등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한 부류의 주변인들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웠던 내용은 '스쿨 카스트'라는 용어가 나오는 5장이었다. 성장과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학교 생활이다. 학생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그룹이 나눠지고 개개인별로 확연한 서열이 있다. 흔히 잘나가거나 그렇지 않다고 구분되던 것인데 그 서열을 통해 '빵 셔틀'도 시키고 좋아보이는 물건도 '나눠쓰고'하는 것일테다. 이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갈수록 악화되는데 따돌림의 원조격인 일본에서 건너온 학교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장이라 관심있게 봤다. 해결 방법이 쉽게 나올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소개된 대안 역시 미미하고 고루한 면이 많아 아쉬운 마무리였다.

 

 전반적인 사례와 이에 접근하는 분석 방식이 공감대를 구성하기 보다는 내용과 약간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특유의 왜색이 느껴진다. 타인과 어떤 문제가 생기는 과정이나 그 문제에 맞서는 방법에서 직설적인 면이 덜하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인 특유의 겉과 속이 다른 느낌이 책 안에 묻어난다. 주변인이 '위험한' 사람이 되는 계기에 대해 분석한 내용 중에 사례인이 미인이기 때문이라고 드는 부분은 다분히 극적이었다. 주택편 64p에서 "질투 받기 쉬운 조건" 파트가 나온다. 사례인이 미인이기 때문에 동성의 질투를 받기 쉽고 그녀를 본 간호사가 " '저런 사람이랑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사례로 나왔던 관리소장과의 불화가 그런 이유로 시작됐다고 근거를 드는 것조차 수준낮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그 후에 악의적인 분담금 미납으로 인해 소액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역시 집요하게 대상자를 괴롭히는 악질적인 수법이 좀 일본스러웠다.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는 육탄전이 벌어졌을텐데.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목차를 살펴보다보니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먼저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지만, 적어도 '위험한' 주변인으로 분류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하는 염려가 들었다. 왜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냐면,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게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인물상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아주 흔하게는 내가 부주의하게 뗀 걸음이 어느집에선 소음이 될 수도 있고, 무신경하게 내뱉은 말이 상처나 모욕이 될 수 있다. 저 유명한 명제 '또*이보존법칙'이 너무나 맞는 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덥고 습한 날씨에 짜증도 많이 나고 주변을 돌볼 여력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약간이라도 염려가 된다면 책을 읽으며 자기 검열도 해보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또라*들을 어떻게하면 유연하게 대처해서 내 인생에서 치워버릴 수 있을까 팁도 얻어보면 좋을 것 같다.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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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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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이여! 하며 시작하는 문구들이 이래저래 많이 눈에 띄었다. 여자를 향한 과잉된 집중에 조금 지친 기분이 된다. 여자가 여자로써 살아가면서 겪고 이겨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너무 여자에게 집중하여 그것에 도리어 매몰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대상을 여자에서 확대하여 그냥 한 인간으로 봐주었다면 더 마음편히 봤을 것 같다. 여자의 독서라기 보단 인간들아 독서 좀 해라. 같은 외침이 더 속이 시원한 기분이다. 마치 여자에게 이런 책들을 읽어야 해. 하고 한번 더 강요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같은 맥락으로 안그래도 이래저래 눈치보며 살아가기 힘든데 여자는 이것도 해야하나 싶은 갑갑함이 드는 것이다.

 

 여자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책이지만, 오히려 그 대상은 양성으로 두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난세(?)에 기꺼이 여자들을 위한 멘토같은 역할을 자처하여 나온 책이지만 이것이 여자에게만 국한된다면 우리가 알고, 고민하고, 느끼는 것들이 그 안에서만 순환하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랬다면 처음 느꼈던 이미 여러번 만나본 것 같은 '진부한 책소개', 혹은 '여성을 겨냥한 또다른 강요' 같은 느낌들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쯤, 그 이상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이런 부분은 어떻게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처음의 불편했던 심정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내용들이 마치 재미있게 잘 정리된 책소개를 보는 것 같아 금방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한나 아렌트 같이 이름만 들어봤던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작가가 가지고 있는 비판적 시각이나 넓은 관심사를 배울 수 있었다. 도시 개발에 대한 내용에서 소개된 제인 제이콥스와 사스키아 사센같은 인물에 대한 내용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디딤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렇듯 책 안에서 내가 몰랐던 책과 인물, 생각들을 재밌고 읽기 쉽게 풀어내어 주는 부분들이 있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꽤 만족스러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속도를 내어 읽기 어려운 껄끄러운 지점이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지점에 어떤 불만족을 느끼며 책을 읽었던가 꼽아보기라도 할 요량으로 다시 책을 들추니 비로소 눈에 띄었다. 작가였다. 그녀가 시시콜콜히 적은 개인사들이 나오는 부분이 나와 맞지 않았다. 주로 내지가 옅은 보랏빛으로 된 부분이 그러한데, 본문의 내용을 읽는 것은 좋았지만 개인적인 삶이 드러나는 부분은 나와 맞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 싶은 경우였다. 안타깝게도 저자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는 이유로 책 읽기가 어려웠다니 당황스럽다. 굉장히 실례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도 혼란스러운 생각을 감출 길이 없다. 물론 나와는 다른 이유로 이 책이 더 만족스러울 독자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다소 부정적인 내용의 평이었지만 불만족에 그치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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