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글.그림, 황호덕.김희진 옮김, 황호덕 해설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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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럼버스도 우리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았으리라."

 

 근대를 대표하는 표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1900년대 초반의 서양과 동양의 모습을 구분짓은 요소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넓고 낮게 펼쳐져있는 1900년대 과거 서울의 모습을 남긴 사진 자료들과 막 1902년 완공된 플랫아이언을 시작으로 조성된 뉴욕의 고층건물들의 사진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때문에 김동성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서 표현한 처음 본 뉴욕에 대한 인상은 낯선 것에 대한 놀라움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뉴욕의 마천루들이 우리의 맨눈에는 길게 늘어선 산맥처럼 보였"다고 하며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고국에서 우리의 신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덧붙여 다른 유명인사나 정부보다도 고층건물 등의 도시상에 더욱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높은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마천루에 대한 동경과 경외은 마치 더 높을 곳을 향해 쌓아올리는 바벨탑에 대한 그것과 같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과 같"다고 느낀다.

 

 그 외에도 아주 소소한 일상들에 대한 간결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았는데, 그의 생각이 매우 진보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 가정상을 두고 미국의 독립적이 가정의 모습을 "이 시대의 가장 훌륭한 제도"라고 표현한 점은 인상적이다. 덧붙여 뒷부분에 나오는 "사랑" 부분의 내용에도 "고국에서는 부모가 젊은이들의 배우자감을 골라주는" 것에 대해 말하며 반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단한 자유를 누리고" "스스로가 선택한 이와 사랑의 도피를 할 정도"라고 연애와 결혼 제도에서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여성 참정권"에 대한 내용인데 짧지만 직접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여성 규범에 대해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라고 표현하는 김동성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시선이 눈에 띈다.

 

 읽으며 재미있었던 부분은 '옷'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당시 김동성이 "미국인들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이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인들에 대해 유행에 민감하고 스타일리쉬하다는 평이 많다. 반면 유행이나 남을 신경쓰지 않는 단순하고 편한 스타일이라고 표현되는 미국의 스타일은 시대와 지역 차이가 있겠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도된 평가로 새삼스러운 시간의 골이 느껴졌다. 이어 나오는 "개구리 다리"에서는 "고국에서는 식용이 아니던 개구리 다리가 이곳에서는 미국 메뉴의 최고 유행 요리 자리에 올라 있다"는 내용이 나와 충격적이다. 우리는 개구리 뒷다리가 서양인들은 끔찍하게 생각할지도 모를 우리의 토속 음식 문화 중 하나 쯤 된다고 여기며 지내왔을텐데! 정반대의 입장이라니!

 

 저자인 김동성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책의 첫머리에 나온다. "미주의 인상을 펴내며" 김동성의 저작물들을 옮겨 펴낸 황호덕이 대표로 써놓은 머릿말인데, 그 안에 줄줄이 담긴 김동성의 흔적은 여전히 생소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그와는 별개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동안은 외부에서 본 조선의 모습이 담긴 기록 등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외부로 나아간 조선의 시선은 오히려 낯설고 조심스러운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표지부터 한자로 내리 쓴 제목까지 강렬하지 않은 것이 없어 경계가 생기는 책이다. 하지만 1900년대부터 넓게는 1930년대까지의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또는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하다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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