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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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는 책은, 혹은 그 무엇은 나에게 그리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텍스트를 텍스트 자체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먼저 내어주는 통에 순수하게 감상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 책도 그런 우려가 있었다. 책의 소개를 읽으면서, 분명히 이 책이 주는 미스터리어스함이나 환상적인 느낌과 흥미진진함을 느꼈지만 그 감각적인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전에 분명 종교적 색채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소양의 얕음에 대한 우려가 먼저 작용될 것이라는 염려가 들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 책을 읽기 전에 염려가 먼저 되었다면 책을 읽으면서는 그 염려에 보상하는 의외의 면도 발견하기 더 쉬워지나 보다. 책의 내용에 푹 빠져들어가기 앞서 이승우라는 작가에 대해 다소 생소하게 생각했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은 느낌으로 내용을 구성해놓아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올해 초에 낯선 작가의 책을 함부로 읽었다가 읽기에도 그렇고, 안 읽기에도 그런 상황에서 억지 독서를 했던 기억이 있고나서 증명되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기가 꺼려졌었는데,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싹 사라지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그 책과 이 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게 여겨질만큼.

 

물론 생소한 내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모든 이야기가 모이게 되는 천산 수도원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된 수도원의 한 벽서에서부터 시작되어 역사적인 내용과 연결되어 결국 인간의 죄의식과 개인의 삶의 파괴라는 사건이 어우러져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열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후가 라면에 대해 언급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상처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었다. 라면과 사촌누나와의 사건에는 기실 큰 관련이 없으나 어째서인지 그 사건의 상징처럼 떠오르는 매개체가 되어 후의 이야기도 바로 그 라면에 대해 풀어내면서 시작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후는 그 라면으로 시작된 비극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천산 수도원에 얽히게 되고 수도원 깊숙히 숨겨져있던 비밀은, 모든 비밀들이 그러하듯이 천천히 그 실체를 드러냄으로서 사람들의 가슴속에 또 다른 비밀과 고뇌를 남기게 된다. 차동연이라는 인물과 후의 모습이 시간을 뛰어넘어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그 두 인물이 서로 교차하는 그 부분이 이 소설에서 무릎을 치게 만드는 백미이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으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감상을 만들어내도록 자극하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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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중전화 문학과지성 시인선 201
채호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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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중전화"를 알고 있는가? 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채호기의 시집을 손에 넣어 펼쳐보게 되는 것은. 지나가버린 세기말의 추억 1997년의 응답을 기다리는 시대가 된 2010년대 초반인 지금, 공중전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참 열병을 앓던 십대 시절에만 해도 공중전화는 꽤 빈번하게 이용되었다. 그 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집을 떠나 어디라도 갈라치면 집에 도착을 알리는 전화를 하기 위해 늘어선 공중전화박스 앞에 늘어선 아이들의 행렬이 있었고, 역 앞 광장에 놓인 공중전화앞에는 늘 고달픈 군복차림의 군인들이 구부정한 자세로 서있었다. 그리고 차마 다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온 밤새 끊어져가는 삐-삐- 수신음을 황급히 이어가며 토해내었던 밤의 공중전화가 내게도 있었다.

 

오로지 그 제목만으로 이 시집을 펼쳐들었으나, 기실 이 시집 속의 내용은 내것과 같은 움을 틔우진 않는다. 마치 그래서얀 시집이 아니지. 하는 듯이 날것의 느낌을 담아낸 육체적이면서도 해체된 감각적인 느낌을 동시에 주는 - 단순한 사실적 상황을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데서 그치는 조악한 것이 아니라 - 시였다. 그래서 낯설고 너무나 생생하여 한켠으로 저어되는 그런 시어들과 마주하게 된 나머지 생각 의외의 것을 두고 이 것을 어찌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느껴지는 시집이었다. 말미에 이르러서야 그것이 어떤 느낌이 되어 가슴을 쳐왔지만, 글쎄 이 농염하면서 감각적인 시집을 다 끌어안을지는 미지수이다.

 

"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中

 

 

끔찍하다.

내 살 속에 사람이 들어있다. "

 

이 강렬한 표현으로부터 시작하여 너의 발, 등, 젖가슴, 품, 손, 꽃, 입, 입술, 허리, 바다에 이르기까지 시들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들을 일깨우며 다가온다. 다음은 밤의 공중전화와 함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의 전문이다.

 

" 너의 발

 

난초의 발은 화분 안에 감추어져 있다. (모든 식물의 발은 흙 속에? 혹은 물 속에?) 발은 뿌리일까? 너의 발은 구두 속에...... 너는 구두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구두의 맨살이 너의 발에 입맞추고, 핥고, 쓰다듬고, 주무르고, 누르고, 찌르고, 비비고, 달라붙는다. 흥분한 너의 발에서 어느덧 체액이 흘러나오고 구두는 자신의 신체 깊숙이 그것을 빨아들이며 너의 것이 되어간다. (네 몸의 일부가 그의 것이 되어간다.)

 

구두는 들판을 뛰어다니며 꼬부라진 발톱과 뾰족한 송곳니의 야수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짐승의 내장과 근육을 담고 있던 피부였다. 구두는 이빨과 근육에 늘 쫓기면서도, 잎과 물을 뜯어먹고 둥치를 방패 삼으며 꽃을 짓밟고 그것들에 늘 군림하던 짐승의, 민감한 귀와 예미민한 코를 이루고 있던, 껍질이었다.

이제 구두는 네 발의 것이다. 네 발은 구두에 감금되었다. 구두는 짐승의 본래 기억을 되살며 네 발을 강간한다, 두려움 없이 펼쳐진 하늘 아래서. 나는 구름 뒤에 내 눈을 숨긴다. 나는 들판 구렁에 내 눈을 숨긴다. 흘러가는 바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끼우고.

 

구두를 떼어내고 너의 발가벗은 발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 뺨에 댄다. 너의 발에 입술을 대고 너의 발을 입 안에 담는다. 놀란 너의 눈이 잘 맞지 않는, 불편한 새 구두를 쳐다본다. 동시에 화분처럼 너의 뿌리를 감싸며 꽃핀 너의 눈을 본다. 햇빛이 연방 플래시를 터뜨리며 그 순간을 채집한다. 시간이 점점 속도를 줄이고 끝의 입구가 아련히 꽃과 구두에 반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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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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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소설인 것 같다. 그동안 비소설 장르의 책을 연달아 읽어왔던 터라, 이런 흐름이 있는 이야기를 읽은 것이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져 반가웠다.

 

 

 

정한아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82년생의 정한아 작가도 젊은 작가 축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기 까지 어떤 머뭇거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용이 좀 가볍거나 젊은 작가들이 추구하는 어떤 흐름에 함께 속해있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새로운 작가와 새롭게 만나는 일은 그런 우려를 넘어선 어느 정도의 신선함과 즐거움, 아쉬움, 그리고 그 다음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달, 그 안의 차갑고, 고요하고 생경한 풍경 역시 그만의 독특한 씨실과 날실의 엵임으로 하나의 새로운 의미를 간직한 인상을 남겼다.

 

 

 

책을 읽으면서 은미를 통해 전해지는 할머니-고모-은미로 이어지는 태생적 순환, 꿈꾸는 삶을 사는 이들의 계보가 끊이지 않고 은밀히 이어지는 흐름을 보는 일이 즐겁고, 흥미로웠다. 할머니에서 고모로 이어지는 환상과 꿈, 아름다움, 비극, 무지개에 대한 믿음은 고모에게서 나로 내려오는 책을 읽는 법, 친구를 사귀는 법, 일기를 쓰는 법, 노래를 부르는 법으로 연결된다. 어쩌면 이 연결고리는 상당히 한국적인 면모를 띄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면서, 동시에 작품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는 가족의 역사이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어느 시작 부분에서부터 줄기차게 이어져 내려온 일부분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니까.

 

 

 

이야기 안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들은 개성적이면서도, 그 개성을 사회속에 빼앗긴 몰개성화되어버린 인물이기도 했다. 사회속에 스며들기를 실패하는 은미, 어릴적부터 거짓말에 소질을 보인, 그래서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가능성을 보였던 그녀는 결국 어떤 무엇으로도 사회속에 규정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쉽게 말하면 취업 실패가 계속된, 눈치밥을 먹다가 먹다가 결국 스트레스로 탈모증세까지 오게되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리고 그녀의 단짝인 민 역시 사회에서 용인되지 못하는 인물, 자신의 성정체성을 끝없이 의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의 성이 아닌 이성이 되길 갈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민은 트렌스젠더였다.

 

 

"십대가 된 후에도 우리는 다른 이성친구들처럼 어색해지지 않았다. 여름이면 봉숭아물을 들이고, 같이 드라마를 보고, 머리에 헤어롤을 말면서 밤새도록 전화통화를 했다. 우리는 만화에 나오는 한 쌍의 초능력 마법사, 종횡무진 활약하는 혼성 탐정단, 둘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환상의 듀엣이었다." - "고모는 할머니가 움찔, 물러섰다가 이내 다시 굳게 입을 다무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모는 그 자그마한 머리통을 할머니 쪽으로 가져가서 조용히 말했다. "엄마, 그럼 나중에 우린 달에 가서 살아요." "......그래. 꼭 그러자." "

 

 

어떤 의미에서 은미와 민의 조합은 매우 개성적인 존재들의 긍정적인 조화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미 수많은 은미와 민의 사례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그들 인물 유형이 끼치는 -자극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이미 사회에 집중적으로 노출되어 버린 이 개성적인 인물들의 조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느 사이엔가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들로 몰개성화 되었다. 이 독특한 인물들은 사실 자신만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사회속에 적용하였을 때 그들의 매력이 반감 혹은 평가 절하된다는 점을 갖고 있다. 은미의 고모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가 구현해 낸 아름답고 독특한 우주 안에서 빛나고 자유롭지만, 현실 속에서는 작은 가게 안에서 바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반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현실과 비현실의 공간이 서로 교차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잃은-몰개성화 된 일상적 인물들의 내면에서 빛나는 가치를 발견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결함과 부족을 찾아내어 실망하고 값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취급되지 않을 장점을 발견하고 끌어들여 그들을 새로운 의미를 가진 인물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거짓으로 창조된 비현실에서 결국은 현실로 이어지는 진실한 희망을 끈을 찾음으로써 감동과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야기는 정교해지고 또 아름다워졌다.

 

"일주일간의 궤도비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저는 깨달았죠. 아무리 오랫동안 이 일을 하더라도 결코 질리거나 싫증이 날 리는 없을 거라는 걸요.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땐 섭섭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상공에서 낙하산이 펴졌을 때도 안도감이 들지 않더군요. 저는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 " "은미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할머니는 블라우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이 얘길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말을 못 하고 한참 동안 헛기침만 하던 할머니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네가...... 네 고모를 좀 만나러 갔다 와야겠다." "

 

 

이 인물들이 자신을 찾는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여행'이다. 우주비행사로 우주로의 기약없는 여행을 앞둔 고모와, 그런 고모를 만나고 오라는 할머니의 특명하에 미국 여행길을 떠난 은미와 민. 그들은 이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고모가 죽음 앞에서 만들어낸 달로의 여행은 고모를 어머니가 되길 원했던, 어머니 앞에서 되길 바랐던 진정한 자신으로 완성한다. 비록 거짓일지라도 고모가 만들어낸 세계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속에서 진짜가 되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더불어 민에게는 여행이 갈망하는 한편 의심하고 고민했던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고히하는 여정이었으며, 약속없는 삶과 의미없는 죽음 사이에서 부질없이 흔들리던 은미를 현실과 꿈의 중간쯤 어딘가로 내려놓는 길이 되었다.

 

 

 

마치 나와 어딘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즐거움과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달의 바다'를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거짓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일견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거짓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무한한 긍정을 상징하는 거짓으로 바뀌고, 바로 그 순간 작가가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이다. 조곤한 편지글에 담긴 드넓은 우주가 이 책에서 펼쳐졌다. 색다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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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신동헌 지음 / 세미콜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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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진 남자'라는 펜네임으로 여자가 읽어도 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를 모토로 글을 쓰는 이 남자의 자동차 이야기를 어느 정도 가늠하는 눈으로 읽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동차라는 단어와 표지의 수많은 자동차 그림들에 자신도 모르게 이 책에 손을 대고 말,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아마 자동차라는 커다랗고 육중한 기계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매끈한 바디의 이 까진 남자가 표현하듯, 대상화되는 상대, 여자와 비슷하게 바라보는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아마 남들보다 그 평균값이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자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해서. 이 자동차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을 지닌 자들을 향해, 자동차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을 지닌 자가 쏟아내는 말들을 읽고있자니 낯섦과 익숙함이 동시에 올려온다. 자동차, 대체 그것이 무엇이기에.

 

흔히 말하듯,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기계이야기, 군대이야기, 게임이야기 등을 즐기지 않는 여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제일 듣기 싫어하는 얘기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말이 이제는 우습지도 않은 농담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엄연한 우리 사회의 한 분야이자 문화인 이런 이야기들을 무조건 피해가며 생활할 수는 없다. 관심없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남자 입을 고함, 신경질, 눈치, 혹은 다른 육체적인 방법으로 매번 틀어막고 생활할 수는 없는 법. 그 앞에서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수도 없고, 웃으며 앉아만 있자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들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에 전력을 다해 귀를 기울이고 때에 맞춰 '응, 그래?, 아..'하는 추임새를 넣어보려 노력하는 만큼, 그들의 세계에 대해 무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이 좀 더 가벼운 구성으로 되어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1번부터 100번까지 순위를 매겨놓는다던지, 자동차 사진, 가격, 사양, 연식, 제조사 등등 정보를 적어놓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약간 첨가해놓는다던지 하는 자동차 모음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 까진 남자는 꽤 다양한 이야기를 차와 함께 풀어놓았다. 생활 속에 차가 있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차 속에 생활이 있는 듯한 느낌으로. 주로 드림카로 꼽을만한 차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클래스있는 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흔히 나올 법한 허세의 흔적은 많지 않다. 오히려 드림카를 향한 좀 더 날 것의 몸부림이 보여서 읽기 편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지인의 무르치엘라고 LP640를 운전하다 범퍼를 긁히는 바람에 길바닥에 버려진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여자를 사로잡는 남자의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단, 차안의 음악, 안정된 주차, 세련된 매너, 그리고 그런 당신을 침대에서 떠올린 여자면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확실히 조금 우스운 면이 있었지만.

 

책의 어떤 부분부분에서는 비유가 다소 저돌적인 느낌이 없지 않은데, 뭐, 펜네임이 까진 남자라고 하니 감안하고 읽어야 하고. 달리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차, 혹은 오토바이등을 여자와 비교-비유하는 양상을 띄는 것은 너무나 오래되어 고전적인 수식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여자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특히- 화장품이나 옷, 구두같은 것들을 아가들이라고 칭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쨌든, 평소에 읽어보지 않은, 그런 소재를 다룬 책이었는데 다양한 차에 대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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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행복하다 - 우울증 없는 행복한 삶을 위한 힐링 심리학
스티븐 S. 일라디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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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만으로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책은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문제는 바로, 우울증. 우리 사회는 육체적이라 일컬을 수 있는 혹은 살갗으로 체험가능한 문제들, 경제적인 문제들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빈곤한 사회, 물질적인 부족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 심적인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황폐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 중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것이 이 우울증인 것이다.

 

나는 원래 행복하다는 제목만큼 말랑한 내용으로 힐링을 권하거나 위로해주려는 내용만을 담고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생활습관부터, 운동, 식이, 보충제 등의 보조제 사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항정신성 약물없이 우울증을 극복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들에 대한 조언으로 되어 있다. 특히 3장에 가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우울증 극복법이 나오는데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서 총 12주로 구성되어있는 주별 스케줄이나 해야할 일들의 방법, 장점 등이 나와있는 표도 있고, 우울증을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테스트도 있다. 평소 생활에 별 불만이나 우울, 무기력감이 없어서 그냥 한 번 해봤는데 의외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별 문제는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햇빛을 좀 더 받으면서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우울증이라고 하면 개인 내면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스스로의 안에 갇혀서 외부에서나 자기 자신이 도움을 주기 힘든 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반추라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우울감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이 좀 의외의 내용이었다. 또 생활 습관을 바꾸는, 예를 들면 햇빛을 더 쬐인다던지, 반추를 하게 될만한 때에는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일을 한다던지, 음식을 조절하는 일 등으로 우울감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특히 잠을 잘 자야한다고 되어 있는 부분은 꽤 느낀 것이 많았다. 여름동안 잠을 설친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체력과 감정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고 기운이 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가볍게 여기게 되는 일상적인 일들이 우리를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건강과 행복은 어렵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거나, 벗어나기 위해 쉽게 대화를 청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그렇다고 병원을 찾아가기는 것도 쉬운 마음으로 내키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울증을 치료받거나 상담받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정신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우울감은 혼자 그러안고 있을때 더욱 커지는 것이라 이런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서 삶의 변화를 주고 또 변화를 받아들일 정보를 얻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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