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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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회하지 않느냐고?" 메이가 눈알을 굴리며 대신 말했다. "미안. 이제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내 대답은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야." 메이가 스티븐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후회하지 않아." "좋아." 스티븐이 키스를 한 다음 다시 몸을 눕히자 메이가 일어났다. 그러고는 물속에 반짝이는 생물체를 내려다보았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말하고 싶었지만 스티븐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실을 생각했다. 후회는 없지만 내 평생의 꿈을 잃어버린 아쉬움은 영원히 가시지 않을 것 같아.(318) "

 

 책을 읽으며 상상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 그동안 영화를 볼 때 스페이스 오페라 류를 그다지 챙겨보지 않았다. 자본이 많이 들어간 오락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스타워즈' 같은 우주 배경 미래 물이 힘을 못 쓴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게 아닌 것처럼, 어쩐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할까. 최근 승리호를 비롯한 몇몇의 작품들은 즐겁게 봤지만 가지고 있는 배경으로 '갤럭시'의 공간을 설계해내기에는 어려웠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우주선 공간을 잘 구현해낼 수 있는 바탕이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메리엄이 정신을 차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067년 12월이라는 숫자는 멀고도 가깝고 상상이 잘 되질 않지만 영 허무맹랑하지도 않다. 인공지능과 유로파 탐사 미션, 탐사선이라는 다소 미래적인 요소들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보고 자란 2020 원더키디도 1989년의 상영작이었다. 그 사이에 원더키디의 미래 배경까지 30년의 시간이 있는데, 2021년인 지금, 갤럭시를 읽으며 약 40년 후의 미래도 상상해 볼 법 하다. 인공지능에게 이브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메리엄의 모습을 보면, 빅스비나 시리와 대화를 시작해나가는 지금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메이와 이브의 조각난 기억들을 통해서 탐사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살펴보는 과정은 험난하다. 몸상태는 엉망이고, 탐사선은 파손되었다. 동료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끊어진 기억들 속에서 남편인 스티브와 이혼 준비중이라는 사실과, 자신이 임신 중이라는 것, 그리고 탐사선 내의 모든 동료들이 사망했다는 것, 이 상황이 우연히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차례로 알게 된다. 이대로 우주 미아가 되버릴 것만 같은 위기 상황에서 메이는 침착하고 유연한 대처를 보인다. 메이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보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매력적인 인물이고, 메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이 이 소설의 가장 큰 포인트가 된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배우가 메이를 연기하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 답답하기도 했는데 메이 이외의 생존자와 만나게 되는 부분부터 내용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일의 전모를 알게 된 메이는, 그리고 그녀의 무사귀환을 도와야 하는 스티븐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깨어진 사이를 회복하고 두 사람은 새로운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책의 출간과 함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영화화 확정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로 개봉하게 되면 꼭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별이 박힌 우주 공간의 모습과 탐사선의 구조 등 상상으로 미흡했던 부분들을 잘 채워넣은 화면으로 보고 싶다. SF물을 좋아하거나, 특히 마션을 재밌게 봤다면 갤럭시도 마음에 들 것이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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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파괴 -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원칙
콜린 브라이어.빌 카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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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넷플릭스의 규칙없음을 읽었다. 규칙이 없는 조직인 넷플릭스는 과연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최우선으로 하는 규칙은 '넷플릭스의 이익이 되게 행동하라'였다. 리더가 할 일은 넷플릭스의 유연한 제도를 적극 이용 권장하는 것도 포함되고, 이를 통해 넷플릭스에 맞는 인재를 골라낸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견 방만해보이는 자유를 안겨주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나름 바탕이 되는 목표를 심어놓고 업무 효율을 늘리도록 힘쓰고 있다는 요소들이 보였다. 어떤 인재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선택이 더욱 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으로 느껴졌다. 아마존의 성공원칙 순서파괴를 읽기 전에 넷플릭스의 규칙없음을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비교해보려고 노력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성공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분명하다. 이들이 성공한 기업이 되기까지 어떤 원칙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해나갔을지 알아보고 이 중에서 실제적인 그룹 운영, 인재 관리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를 찾아보고 싶었다.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익숙하지 않은 문화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만큼 경쟁적이기도 했다. 외국계 기업의 인재 관리, 성과 보상 방식에 대해 우리가 부러워하는 점- 자유로운 근무 환경, 확실한 능력제 등-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을 막상 실제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당황스러울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정말 연차를 써도 되는가부터, 가만히 자리만 보전하고 있어도 연차가 쌓이면 승진할텐데 성과를 보여야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 같은 것들은 익히 들어왔다.

 

 순서파괴에서 나온 아마존의 조건들도 간단하고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막상 실제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면, 어떤 식으로 문화와 규율을 바꿔야 좋을지 애매하기도 하다. 낯선 용어만큼이나 눈에 띄었던 것이 '바 레이저'라는 채용 프로세서였다. 구인을 할 때 대부분 인력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요소로 보거나, 공백없이 채워 업무 분담을 진행시키기 위해 일정에 맞춰 적당한 인재를 찾아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한다. 가장 최선이 좋은 이력을 가진 지원자를 뽑는 정도이지만, 바 레이저 프로세스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아마존은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라는 생각(80)에서 벗어나 채용 수준을 최고의 프로세스로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에 큰 시간과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관심있게 읽은 것은 전자책 서비스 '킨들'에 관해서다. 전자책 서비스가 가져오고 있는 변화는 -비록 아직 여러 불만족스러운 후기들과 해결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매우 크다. 독서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주변인들 대부분 크레마를 이용하거나, 오디오북 어플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이책을 구매하여 읽는 사람들의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는 과정에서 아마존이 서비스하고 있는 킨들에 대한 내용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넷플릭스와 훌루와의 경쟁 속에서 아마존 프라임을 경영해나갔는지 알아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길게 엮어듣는 일은, 실패담을 듣는 것에 비해 그다지 즐겁지 않지만 그래도 아마존의 생생한 성공담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과연 아마존이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일지는 글쎄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매번 성공을 향한 더 욕심있는 행보를 보였던 것은 느껴졌다. 몸담고 있는 조직의 운영방식에 적용하기 어려운 면들도 있지만 기업과 인재풀 운영에 대해 생각과 눈을 키워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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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숨소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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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를 읽으면서 이 책은 어쩌면 미용실에 가서 길고 긴 시간을 버티는 동안 몰래 보고 싶은 그런 잡지 속 코너 내용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로 이 태도가 성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랬지만 생각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을 마주하고 철없는 호기심은 접어두고 건조한 시선으로 좀 더 진지하게 책을 읽었다.

 

 어른들에게도 성에 대한 조언이 필요할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말이다. 어쩌면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취사선택이 어려운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너무 빨리 많이 알아서 문제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경로로 알게 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 것이다. 버릇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졌다.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더 나은 방식으로 알게 하는 편이 나을테니 말이다.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여자친구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놀랐다(140)는 사연이었다. 이걸 대체 어째야 하나 싶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는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해주는 책의 내용에 감탄했다. 요즘은 매체에서도 왁싱에 대한 주제로 얘기를 하는 연예인들도 있으니, 이정도의 고민을 담은 책이라면 수위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라이트한 편이 아닐까. 브라질리언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뭐 겨드랑이털 정도야.

 

 전체관람가 주제는 이런 정도지만 이보다 더 자세한 고민들, 주제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목차 내용을 참고해서 일독을 결정하길 바란다. 이제서야 어쩐지 이중적 의미가 담긴 듯한 제목이 다시 보인다. 밤의 숨소리라니. 솔직히 모르는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책이고, 알 것 다 안다는 자신만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안 읽어본 사람보다 읽어본 사람이 좀 더 나을테니 참고삼아 재미삼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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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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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역은 분위기가 독특하다. 간이역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단어의 이미지 때문일까 책의 안과 밖을 채운 일러스트들은 예쁘지만 사람의 온기가 덜 느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안의 내용을 보니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로 채워져있었다. 간이역을 처음 봤을 때 예전에 읽었던 책이 한 권 떠올랐다. 지금은 제목도 잘 기억이 안나서 찾아봤는데,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책이다. 기억에는 이소라의 음악도시 라디오 작가였던 저자가 써 낸 감성적인 책이었는데 간이역처럼 서로 주고받는 듯한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쩐지 그 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화 간이역을 모티브로 펼쳐낸 책 속의 남자와 여자는 짧은 기록으로 자신의 사랑을 남겨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승현의 이야기보다 지아의 이야기가 더욱 공감이 갔다. 승현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에게 더욱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지아쪽에 더 공감되는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남자 독자의 시선으로는 어느쪽의 부분이 더욱 공감이 될까 궁금했다. 약간 신파적 느낌도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읽는 내용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 중 한시간 정도는 이런 감성물에 푹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책을 읽고 마음에 들었다면 원작이 된 영화도 함께 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순박하기까지 해보이는 감성에 당황하기도 했다. 곧 다시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싸이월드 시절의 감성이 이런 것일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감수성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갈수록 더욱 자극적인 컨텐츠를 찾아가게 되기 마련인데, 오랜만에 보게 된 말랑하고 순정적인 내용의 글이라 도리어 신선했다. 다가오는 봄, 촉촉한 감성에 젖어보고 싶다면 간이역을 한 권 펼쳐들고 꽃놀이를 떠나봐도 좋을 것 같다. 정통 멜로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승현과 지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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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 연대기 -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박찬용 지음 / 웨일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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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가격은 500만 원. 이런 식이었다.(147) "

 

 이 사람과 나는 참 멀리도 떨어져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아주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대체로 재미있으면서도 답답하다.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지 싶은 비워진 연결고리들 사이에서 헐,싶은 헛웃음이 나기 마련이다. 냉장고와 인터넷이 없다니. 어쨌든 나와 다른 이 사람의 첫 독립 이야기는 의외로 허술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한 권으로 만들어질만큼 성공적이었다.

 

 " 동네의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준다. 동시에 삶의 어떤 면은 도저히 예뻐지지 않는다. 단독주택의 낭만 곁에는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벽지가 있다.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틈이 있다. 그게 뭐든 이 경험이 아니라면 몰랐을 일들이다.(9) "

 

 장기간 방을 비우고 집엘 돌아가보니 내 방이 달라졌더라 혹은 집이 이사를 가고 없더라는 우스운 일화들이 사실은 꽤 흔하다. 저자가 독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비슷한 이야기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적은 탓에 세간들이 이리저리 쫓기다 저자의 방으로 들어차게 되면서 이불을 반 접어서 깔고 자게 되었다(22)는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공감된다. 우리가 주거를 위해 얻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가족의 수는 그보다 많았을 적에 나 역시 이리저리 방을 옮겨다니며 가족들과 방을 함께 써야 했다. 나만의 방을 갖는 것이 꿈이었던 때가 있었다.

 

 사는 곳을 바꿀수는 없었지만, 나는 사는 방식을 바꾸는 방법으로 변화를 꾀했다. 요즘은 삶의 방식도 유행이라 남들이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삶을 사는 평범한 모습 중 하나이겠지만, 나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변화였다. 약 1년 정도 후 예정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와중에 꽤 관심있게 읽어본 책이다. 벽지가 가장 마지막이라는 사소하지만 유용한 팁도 얻었고, 체리색 몰딩 같은 것에 아무렇지도 않은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 변기에 새겨지게 될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로고도 그저 재미있었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충분히 해보게 되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방식으로 재밌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첫집은 다 후회와 미련, 결여 그리고 각별한 애증이 함께 하는 공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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