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연대기 -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박찬용 지음 / 웨일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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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 가격은 500만 원. 이런 식이었다.(147) "

 

 이 사람과 나는 참 멀리도 떨어져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아주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대체로 재미있으면서도 답답하다.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지 싶은 비워진 연결고리들 사이에서 헐,싶은 헛웃음이 나기 마련이다. 냉장고와 인터넷이 없다니. 어쨌든 나와 다른 이 사람의 첫 독립 이야기는 의외로 허술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한 권으로 만들어질만큼 성공적이었다.

 

 " 동네의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준다. 동시에 삶의 어떤 면은 도저히 예뻐지지 않는다. 단독주택의 낭만 곁에는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벽지가 있다.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틈이 있다. 그게 뭐든 이 경험이 아니라면 몰랐을 일들이다.(9) "

 

 장기간 방을 비우고 집엘 돌아가보니 내 방이 달라졌더라 혹은 집이 이사를 가고 없더라는 우스운 일화들이 사실은 꽤 흔하다. 저자가 독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비슷한 이야기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적은 탓에 세간들이 이리저리 쫓기다 저자의 방으로 들어차게 되면서 이불을 반 접어서 깔고 자게 되었다(22)는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공감된다. 우리가 주거를 위해 얻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가족의 수는 그보다 많았을 적에 나 역시 이리저리 방을 옮겨다니며 가족들과 방을 함께 써야 했다. 나만의 방을 갖는 것이 꿈이었던 때가 있었다.

 

 사는 곳을 바꿀수는 없었지만, 나는 사는 방식을 바꾸는 방법으로 변화를 꾀했다. 요즘은 삶의 방식도 유행이라 남들이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삶을 사는 평범한 모습 중 하나이겠지만, 나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변화였다. 약 1년 정도 후 예정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와중에 꽤 관심있게 읽어본 책이다. 벽지가 가장 마지막이라는 사소하지만 유용한 팁도 얻었고, 체리색 몰딩 같은 것에 아무렇지도 않은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 변기에 새겨지게 될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로고도 그저 재미있었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충분히 해보게 되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방식으로 재밌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첫집은 다 후회와 미련, 결여 그리고 각별한 애증이 함께 하는 공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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