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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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원래 대부분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찾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글을 볼 수도 없었을 뿐더러, 대체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 -열심히 읽었으나 자신이 부족하여 텍스트의 온전한 이해가 어려워 아쉬웠다는 내용의- 이 책의 평이었다. 겁을 좀 집어먹었다. 철학과 음악에 대해선 무지몽매한 범인이고, 그런 사람의 입장으로 이 책을 읽는다고 집어드는 것은 독서로 체하는 지름길임을 알면서도 그 길로 들어서는 것과 다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독서도 체한다. 음식만 먹고 체하는 게 아니라 이해 범위 밖의 것을 지나치게 하면 제대로 소화가 안되고, 한동안 독서에 뜻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체했다.

 

 왜 굳이 이 책을 집어들었냐면, 저자 최정우의 강연회가 있었다. 참가하고 싶었다. 왜냐면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저자를 직접 만나면 나도 뭔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그리고 그 밑에 잔뜩 깔린 욕심때문이었다. 저자 최정우의 강연회에는 기쁘게도, 참석하게 되었고, 책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까만것은 글씨 하얀 것은 종이. 눈 앞에는 저자, 그리고 나는 어디 여긴 누구의 소위 멘탈이 붕괴될 것 같은 시간이었다. 라고 말하지만 약간 과장이고 그래도 직접 어떤 배경을 두고 어떤 글이 나왔는지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책만 읽고 혼자 끙끙 앓았던 때보다는 훨씬 나았었다.

 

 1악장, 폭력의 이데올로기 비판을 위하여"에서 영화 '그랜 토리노'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법치에 대한 뒤틀린 믿음"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 부분이 반가웠던 이유는 영화 얘기가 나와서 이기도 하고 그 뒤틀린 믿음에 대해서 나는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보면서 느꼈다. 거기에서 주인공이 끝부분에 독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반인들이 법이라는 것에 대해 갖는 막연한 환상과 그 환상의 무너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느끼기에는 비슷하게 여겨졌는데, 글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결론은 두 영화 모두 추천이라는 것.

 

 2악장, 페티시즘과 불가능성의 윤리"에서는 직립보행과 발:저속한 것, 냄새 나는 것의 페시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뭐라고 메모를 해놓았으나 시간이 좀 지난 관계로 해석불가능이다. 다시 읽어보면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엄두가 안난다. 슬픈일이다. 그 뒤로 4악장 쯤에 가면 강연회에서 직접 들었던 일화, 사이토 지로의 '아톰의 철학'이라는 책이 만화 코너에 꼽혀있었다는 것, 윤대녕의 소설 '은어낚시통신'이 레저 코너에 있었다는 얘기 등이 나온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13악장 쯤에 가면 글렌 굴드와 에드워드 사이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글렌 굴드는 멋있어서 좋아하고 있고,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의 대담을 정리해 놓은 책을 아직까지 읽고 있는 중의 현재진행형으로 미뤄두고 있기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 책의 나머지 내용들은 설명이나 언급 불가입니다. 어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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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집에 살아요 괜찮아, 괜찮아 1
마리안 드 스멧 지음, 닌케 탈스마 그림, 정신재 옮김 / 두레아이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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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두레아이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괜찮아,괜찮아 시리즈의 첫번째 책입니다.

페이지는 약 15페이지 정도 되고, 하드커버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두 집에서 살게 된답니다.

나무에서 웃고 있는 여자아이가 주인공 니나이고, 그 옆은 니나의 햄스터입니다. :)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책 뒤편 상단에 있고, 그 밑으로는 노경실 작가의 소개글, 경기도 아동 상담소 소장 한경희씨의 소개글이 있습니다.

 

 

괜찮아,괜찮아 시리즈에 대한 소개 문구입니다.

"아프고 상처 받은 어린이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어른과 어린이가 서로 가슴 속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꺼내서 서 많이 나눌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니나입니다.

니나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평범한 여자 아이입니다.

고양이와 햄스터를 키웁니다.

 

 

어느날부터 엄마와 아빠가 싸우게 되고, 그럴 때마다 니나는 슬프고 무서운 마음에 탁자 밑에 들어가 숨었습니다. 위의 니나의 모습과 전체적인 색감, 분위기가 다른것이 그림에서도 느껴집니다.

책에서 엄마와 아빠가 서로 이혼하고 떨어져 살게 되는 것을 함께 살기에 집이 좁아졌다"는 표현으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다정한 표현으로 배려가 느껴집니다.

비록 싸울 때는 엄마, 아빠, 니나의 마음이 아팠지만 두 집에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어도 엄마와 아빠가 니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고 오히려 두 배가 되었습니다. 니나는 무엇이든지 두번 했고, 니나의 소중한 순간에는 엄마, 아빠가 함께 해줍니다.

 

 

부모님의 이혼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반드시 불행해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책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니나의 행복한 표정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한 아이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이 되고,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에 대한 이해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책과 함께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엽서가 왔네요. 나무를 심는 사람은 좋아하는 책이라 정말 많이 읽고, 또 영상으로 되어 있는 비디오도 자주 봤네요. '나무를 심는 사람'도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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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의 질주 - 신은 내게서 두 다리를 앗아갔지만 나는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지아니 메를로 지음, 정미현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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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주인공인 젊은 청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작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의 뉴스에서 였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무심히 지나쳤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어려운 이름의 청년은 화제와 논란의 대상으로 브라운관에 나왔었다. 이 책의 표지에서처럼, 두 다리에 보철 다리를 끼운 채 달리는 육상선수의 모습으로 첫 대면을 했다. 그의 존재가 신기했을 뿐, 그닥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 난, 그가 끼운 보철 다리가 과연 그에게 얼마나 더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도움이 될 것인지, 그래서 선수간 경쟁이 공평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애초에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라는 이 청년과 다른 선수들 간에 공평한 대결이 가능한 것인지, 이런 생각들을 조금 했을 것이다. 냉랭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지만, 그랬다.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이야 그가 질주를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감동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이 청년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이 책의 출간을 알게 되면서이다. 그때 기시감이 들었다. 어? 잘 모르는 인물이 분명한데 왠지 익숙한 모습이다.'하고 생각했다. 혹시 내가 착각하고 있나, 찬찬히 생각해보니 일년 전 그가 달리는 모습을 언뜻 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팔다리가 없는 레슬링 선수 더스틴 카터의 영상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스틴 카터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를 둘러싼 세상에 가득한 사랑과 이해, 배려를 지켜보며, 또 더스틴이 이뤄낸 극복과 승리의 장면을 보며 감동했던 기억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 청년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아마 팔다리없는 레슬러 더스틴에게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됐다.

 

 "처음에는 내가 어머니의 죽음을 아주 잘 견뎌 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를 보내면서 우리 가족 중 울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슬픔에 빠진 형과 에이미를 위로하던 사람도 나였다. 장례식 후 난 바로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얘기는 했지만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게 한 가지 있었다. 지금까지 구축된 세계와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가 너무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는 점이 그것이다. ...중략... 그 시기에는 운동이 나의 구세주였다. 운동 덕분에 난 그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생전에 누구보다 강한 분이었던 어머니는 내게 세상의 중심 같은 존재였다. 그런 어머니를 잃고 크나큰 상실감의 늪에 빠진 나를 구해 낸 것이 바로 스포츠였다."

 

 공감되는 부분이라 꼽아보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상실의 경험을 기록해놓은 것이 요즈음에는 많이 눈길을 끈다. 누구에게나 상실의 순간은 온다. 이 청년이 자신이 어떤 삶을 걸어왔는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인상깊게 보았지만, 어머니를 잃고 괴로워했던 시간을 털어놓은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의 경험을 그 안에 투영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바탕으로 끌어모아 이해하고 해석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오스카 역시 상실의 괴로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괴로워했던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 괴로움 속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붙잡은 것이 스포츠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인간적인 약함, 어려움을 보면서 이 책의 주인공에 대해 감정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그가 이뤄낸 것들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나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그의 겉모습이 나와는 다른 것 같아서 멀게 느껴지다가도,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경험으로 고통받고, 이겨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 청문회는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뿐 아니라 반드시 이겨 내야 할 일생일대의 싸움이기도 했다. 시작은 개인적 좌절에서 비롯된 고군분투였는데, 어느새 차별에 저항하는 상징적인 싸움으로 발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그리고 미래에 나와 같은 상황에서 운동을 하든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기 위해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형평성의 논란이라고 해얄까, 그가 사용하는 보철 다리가 그를 달리기 더 쉽게 만들어준다는, 연구로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는 직접 테스트를 거쳐 그가 동등한 입장에서 겨루고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더 유리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면이 없지 않아서 주의깊게 읽어보았다. 다소 전문적인 분석에 대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것이 문제가 되고 그로 인해 어떤 이야기가 나왔으며 또 어떤 입장으로 반론했는지 흐름을 놓치지 않고 알 수 있도록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질주를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지치고,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오스카,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좌절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넘치는 호기심과 의욕으로 대신하였던 그의 삶을 접하며 인생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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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룰
에스더 힉스.제리 힉스 지음, 박행국 옮김, 조한근 감수 / 나비랑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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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발간 전부터 독특한 이력을 쌓아왔다. 그 중, 독자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전력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을 쓴 힉스 부부의 워크숍이 한국의 독자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살펴보면서 다소 아리송한 면이 없지 않았다. 힉스 부부와 아브라함이라는 존재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아직도 아리송하긴 하다. 아브라함이 한 사람의 인물 같다가도, 또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어떤 공동체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힉스 부부인 것처럼 동일시 되기도 한다. 책은 힉스 부부가 말하는 영적 지도자인 '아브라함'이라는 대담자와 제리 힉스 사이의 문답 형식으로 책 내용이 진행되고, 강연회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나 삶에 있어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풍요와 긍정을 부르는 68초의 기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상적인 내용이 많은, 강렬한 문구들이 실려있어서 어떤 것을 기억에 남는 문구로 꼽아야 할지 생각하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주제만을 정리해서 꼽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어떤 일부분만을 꼽아서 옮겨 놓자니 너무나 많은 내용을 놓치고 마는 것 같아서 어려웠다. 그래도 읽으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게 되는 부분을 몇군데 골랐다. 그 부분들을 차례로 소개하겠지만, 그 부분들이 이 책의 내용을 대표하는 부분이 될 수 없음을 미리 말해둔다. 지극히 일부분인 내용일 뿐이고, 이 책의 가치는 꼽혀진 문구나 남이 꼽아놓은 문구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 발견하며 읽었을 때 발휘될 뿐이다.

 

 "기억 하십시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 당신을 새로 태어난 것입니다. 당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은 모든 끌어당김이 멈추었습니다. 잠이 든 시간에는 당신의 의식이 현실에서 물러나게 되어 더 이상 아무것도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원기를 회복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그 전날 자신을 괴롭혔던 문제를 스스로 되살리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새로운 날에 다시 새롭게 태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당신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문제에 마주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문제는 잠들지 못하도록 나를 따라와 괴롭힌다. 그런데 어떤 문제를 끌어안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으로는 문제의 해결을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나 자신만 괴롭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괴로워질수록 문제는 점점 더 그 크기를 불려나간다. 그럴 때 그냥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또는 자고 일어나면 뭔가 뾰족한 수가 생기겠지, 하는 희망으로 잠을 자고 난 뒤에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나 눈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것도 맥락을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잠이라는 휴식을 거치면서 문제와 한 발 물러서기,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 나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들은 자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도 많다. 그 전까지의 고민이 헛되었던 것처럼. 경험과 책 속의 내용이 서로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더 마음에 남는 부분이었다.

 

 "나의 동정심은 누구에게도 가치가 없습니까?

제리가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을 더 이상 주시하지 않게 되면 물론 내 기분은 좋아지겠죠. 하지만 그것은 그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준 게 아니라 단지 문제를 회피한 것에 불과합니다." "

 

 마침 오늘 만난 지인과 끊을 수 없는 마지막 동정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공교롭기도 하지. 내 앞에서 곤경에 빠진, 혹은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타인을 모른 척 하려다가도 끝내 두고보지 못하는, 그런 나의 태도에 대해 지적하면서, 그게 어떤 때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상대방이 빠져있는 곤경 속에서 내가 나타나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 사람은 자기 힘으로 문제를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고, 또 하나는 자신을 도운 사람의 호의가 사실은 우호적인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동정심에서 나온 것임을 알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랬던 상대방에 대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이야기하기까지 해서 동정을 하고, 남을 거든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동정심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가 곤경에 처했음을 알고도 그들을 돕기를 회피한다면 당장 어려운 일과 부담감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나는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상대방을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상반된 의견을 몇 시간 차이로 접하게 되다 보니 마음이 여러가지로 복잡해지게 되었다. 아마 가장 좋은 답은 동정과 냉정의 태도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적용되야겠지만, 사람은 사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면밀히 파악하여 그때그때 필요한 행동으로 자신의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 자신이 하던 대로 상황에 반응하는 면이 더 많을 것이다. 남을 위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마음먹기도 행동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브라함: 당신들이 알았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언제나 '중요하지 않다'는 표현을 쓰라는 것입니다.(웃음) 물론 당신의 인생 속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당신 자신의 의견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어느 때건 당신이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인해 기분 나쁘게 하는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면 당신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때까지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연습하라는 것입니다. 저항이 없는 상태에 도달할 때 당신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강렬하게 마음에 남았다. 표시를 해두었던 갈피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있었는데, 어느 부분에다가 표시를 했는지 다시 한 번 넘기며 찾아보았을때도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바로 이 부분을 다시 찾아내었었다. 그만큼 기억에 크게 남는 말이었는데, 아마 속으로 이 책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말을 강조하여서 의아하게 생각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물론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풀풀 풍기는 설명이 뒤따르기는 하지만, 그만큼 강렬하기는 하다. 그리고 꽤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뜻을 따르는 것과 타인의 눈을 신경쓰는 것을 잘 조율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극단적인 길을 선택하고야 만다. 지나치게 개성적이거나, 지나치게 몰개성적이거나. 지나치게 개성적인 부류들은, 타인의 눈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방약무인한 태도를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많고, 후자의 경우는 자신의 호불호도 모른채 유행에 말초적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라다니는 무리들이 많다. 여기서는 후자의 경우에 맞춰 조언을 주고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니, 이 부분에서도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하되,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크릿을 정독해본 적이 없어서 꽤 새롭게 읽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 긍정적인 믿음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을 수는 없는 것이어서, 한번 읽어서는 실천으로 옮기기까지가 쉽지 않게 느껴진다.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이 읽어보면 생각의 재고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읽어보면 생각의 확장을 가져올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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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청년이 스무 살 청년에게 - 당신의 꿈을 일깨우는 가슴 뛰는 이야기
김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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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참 인상적이다. 여든이라는 나이와 함께 따라오는 청년이라는 말이, 약간은 어색하면서도 어쩐지 순응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조화를 이룬다. 스스로를 여든의 청년이라고 칭하는 건양대의 총장이자, 김안과병원 이사장인 김희수. 그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스스로를 아직 청년이라 부르고, 또 스무 살의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을지 생각해본다. 보통의 흔한 자기계발서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자서전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서전같은데 그러기에는 누군가를 향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고, 그냥 자기계발서라고 보기에는 작가의 삶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이 많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 아니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책 제목을 보고 누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표지를 보고 조금 궁금해지고, 저자에 대한 약간의 소개가 담긴 글을 보고 조금 더 궁금해지고,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궁금해졌다. 커진 궁금증은 책을 덮어서야 해결이 됐다.

 

 "나는 먼저 권위의 상징인 양복과 구두를 벗었다. 대신 점퍼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장갑을 꼈다. 챙 넓은 모자도 썼다. 그리고 집게를 들고 캠퍼스를 돌았다. 당시만 해도 학교에는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이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소문은 금세 퍼졌다. 웬 노인이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이 바로 학교 총장이라는 소문은 지역 언론에까지 확산됐다."

 

 저자를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청결함을 강조하려는 생각도 담겨있었겠지만, 저자가 뒤이어 강조하는 청결함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다른 것을 더 많이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그가 권위를 내려놓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실천하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자신이 쌓아올린 것이 많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손에 든 것을 내려놓기 어려워진다. 저자도 비켜갈 수 없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이 밑바닥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권위를 내려놓기로 한다. 남에게 시키거나 모르는 척 외면하지 않고 자신부터 실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혹자는 보여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돈이나 물질적인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함으로써 보여준다는 점이 특별한 것이다.

 

 "물이 가득 차 있는 컵을 떠올려보라. 여기에 물을 부으면 어떻게 되는가. 물이 쏟아져 바닥으로 흘러내릴 것이다. 더 이상 물을 담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컵을 기울여 물을 쏟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버린 만큼 새 물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를 더 담을 수 없다.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게 된다. 버리기 위해서는 낮아져야 한다. 꼿꼿이 서 있는 컵은 가득 담긴 물을 버릴 수 없다. 비스듬히 기울여 낮아져야만 물을 쏟아내고 거기에 신선한 물을 담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런 비슷한 취지의 말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었던 아이가 떠올랐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 아이가 떠올랐고, 그 아이가 어떤 의도로 그 말을 적어놓았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아이가 써놓은 말을 읽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 책에서 그 문구를 다시 만나게 되니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나의 일상을 재발견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또 그 일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책을 통해 환기하고, 떠올리고, 정리하게 된다. 아마 저자와 그 아이는 같은 생각을 하며 이 문구를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컵을 비우듯이 자신을 비우자고. 그래야 또 다른 무언가를 담을 공간이 생기게 된다고. 나는 늘 채워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만큼은 비워진 사람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젊음과의 융합이다. 80년을 넘게 살아온 나의 노련함과 10대와 20대의 무모한 도전과 추진력을 서로 섞어 넣으려는 것이다. 내가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늘 비슷한 얘기를 들었는데, 나이 들수록 젊음과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아마 어렸을 때는 오래됨과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리라. 그땐 그게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때였겠지만. 젊고 나이듦 사이의 소통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세대간의 소통이라고 얘기를 하는 게 더 간단하겠다. 그게 필요하다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니까. 서로 다름을 극복하자는 취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세대 간의 소통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고보니 누군가 스무 살의 청년이 여든의 청년을 향한 답가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스무살에게 수신된 여든의 노련함을 젊음의 무모함과 추진력으로 답하는 재미있는 융합이 있었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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