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흔(躊躇痕)

                                             김 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을 뒤집어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졌다기 보단 어쩐지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 올해 미당 문학상 후보중 최연소인 김경주 시인의 작품이다. "주저흔(Hesitation Marks. 자살하기 직전 머뭇거린 흔적)"이란 이미지에서 언뜻 얼마전 읽은 소설의 주인공 주홍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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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저흔... 아름다운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

책향기 2007-08-1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교주께서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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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민서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도착했답니다. 카드에 조근조근 인사까지 보내주신 민서님의 따뜻한 마음 오래오래 기억할께요*^^*  1권부터 3권까지 갖고 있었던 세계사 책은 민서님이 4권을 보내주신 덕에 책 네권을 다 갖추게 되었네요. 선물도 선물이지만 민서님 이벤트 덕에 알라디너 여러 님들과 조금씩 조금씩 교감을 나누기 시작한것 같아 그것이 더욱 마음을 뿌듯하게 합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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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개봉한 영화 스타더스트를 보았다. 나는 원래 반응이 좀 느린 편이라 책이나 영화, 노래등을 남들이 다 보고 듣고 너무 좋더라 말들을 해주면 그때서야 나중에 감상하고 혼자 좋아라 하는 타입이라, 개봉하는 첫날 영화를 보러간 것은 내게는 작은 모험같은 일이었다. 스타더스트라는 닐 게이먼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도 영화를 보고나서 알라딘에서 검색해보고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소설에서 묘사된 판타지 부분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많이 궁금해 하면서 영화를 본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작은 모험은 성공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소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을 먼저 읽은 분들의 평을 보니 영화가 꽤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타더스트. 사전적인 뜻은 첫 째, 소성단(小星團), 우주진(宇宙塵) 둘 째, 황홀함, 청순하고 로맨틱하며 신비한 감정, 넋을 잃게 하는 매력이라고 한다. 내용에 있어서 두 가지 뜻이 다 통한다고 생각되지만 전체적인 주제를 나타내는 것은 두 번째 뜻이 더 어울릴 듯하다.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사랑. 진부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사랑이야기이니 판타지와 멜로를 버무린, 거기다 유머까지 곁들인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영화는 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쓰고 연기파 배우들을 조연으로 기용하였는데, <로미오와 줄리엣>, <터미네이터 3>의 클레어 데인즈가 별의 여인 이베인 역을 맡았고, 할리우드의 신예 찰리 콕스가 청년 트리스탄 역을 연기했으며, 두말이 필요 없는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 <위험한 아이들>, <아이 앰 샘>의 미셀 파이퍼, <아라비아의 로렌스>, <트로이>의 피터 오툴, <알피>의 시에나 밀러,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루퍼트 에베렛 등이 공연하고 있다. 또, <반지의 제왕>의 이안 맥켈런(간달프로 나왔었다.)이 나레이터 목소리를 담당했다. 연출은 갱스터 드라마 <레이크 케이크>로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마블 코믹스 원작의 슈퍼 히어로 영화 <쏘어(Thor)>의 감독으로 내정된 영국감독 매튜 본이 담당했다. 두 주연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내는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나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로버트 드니로와 미셸 파이퍼의 연기였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아니.. 오히려 즐기는것 같은^^) 로버트 드니로와 추하게까지 보이는 자신의 모습도 감독과 세세히 의논해가며 연기한 미셸 파이퍼! 이들 두 명배우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CG를 입힌 것에 지나지 않는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로 머무르고 말았을 것이다. 


찰리 콕스와 클레어 데인즈. 찰리 콕스의 선한 웃음과 클레어 데인즈의 빛나는 매력이 잘 어울린다.



로버트 드니로. 영화속 캐릭터때문에 망가지면서도 대배우로서의 아우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미셸 파이퍼. 그녀의 변신이 놀랍다. 마법으로 젊어진 자신을 바라보며 흡족해 하는 표정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영화의 배경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 월가(Village of Wall)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마법의 영토 스톰홀드 왕국(Kingdom of Stormhold). 마법의 영토 스톰홀드의 왕(피터 오툴)은  자신이 걸고 있던 루비 목걸이를 찾아오는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하고 목걸이에 마법을 걸어 하늘로 던져버리고, 이 목걸이와 함께 별 하나가 스톰홀드 왕국으로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여인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으로 변한다. 한편, 월가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에게 사랑을 구하던 트리스탄(찰리 콕스)은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마침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갖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 스톰홀드의 마녀 라미아는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별의 심장을 필요로 하고 두 자매와 함께 이베인을 데려올 계략을 짠다. 왕임을 규명해 줄 루비목걸이를 건 이베인을 중심에 두고 트리스탄은 사랑을 얻기 위해, 스톰홀드의 왕자들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사악한 마녀 라미아는 불멸의 젊음을 얻기 위해 쫓고 쫓기는 여정이 시작되고, 이 와중에 해적 캡틴 셰익스피어(로버트 드니로)와 트리스탄의 친엄마가 트리스탄과 이베인의 모험에 엮여들면서 스토리 전개는 점점 더 스피디해지고 유머러스해진다. (자세히 쓰면 영화보실 분들 재미를 덜어낼테니까 이정도로...^^)


왕위를 계승하려면 루비목걸이를 찾아오라고 왕자들에게 말하는 스톰홀드 왕(피터 오툴)


스톰홀드로 떨어지면서 여인으로 된 별 이베인. 그리고 그녀에게 빅토리아의 사랑을 얻기위한 선물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순진무구(아니.. 어리버리?^^)한 트리스탄.



유령이 된 왕자들. 왕위를 둘러싼 이들의 암투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만, 죽고 난 후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유령신세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밖에 없다^^


젊음을 찾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둠의 마녀 라미아.


얼마 전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보고 많이 실망했었던 이유는 판타지에 너무 많은 <생각>을 끼워 넣으려 했던 시도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관객들이 판타지 영화에 바라는 소박한 요구, 즉 상상력, 유머, 엽기, 유쾌함 등 대신 해리의 정체성과 성장통에 너무 많은 비중을 할애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내내 지루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런 주제라면야 다른 영화나 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고민할 수 있다구!!) 하지만 스타더스트는 기존의 판타지 영화들인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와는 또 다른 개성과 매력을 뿜어내는 영화이다. 영화 전편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는 유머 때문에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도 웃음을 유발하는 엉뚱한 요소가 다분해서 어른들이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은데다가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에서 너무 빈약하게 나왔다고 여겨졌던 마법 장면(사실 해리포터 하면 마법 아닌가...)들이 심심찮게 나와 아이들도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환타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이베인이 쥐로 변한 트리스탄에게 자신의 말을 못알아듣는 줄 알고 사랑고백을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이베인을 빅토리아에게 데려가는 트리스탄에게 진정한 사랑은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는것이라고, 당신의 심장이 나의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수줍으면서도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이베인...그녀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그녀가 별이기때문이 아니라 트리스탄을 향한 진정한 사랑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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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리뷰 너무너무 멋진데요, 겸손이셨죠?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추천^^

책향기 2007-08-1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댓글 보고 바로 오셔서 이리 추천을 해 주시다니... 너무 부끄럽사와요...(사실 너무 좋아요!!! 와락~)

쥬베이 2007-08-17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리뷰를 보니, 영화 빨리 보고 싶어요^^
소설을 뭐낙 재미있게 봐서...기대가 큽니다. 그나저나 미셜파이퍼의 마녀분장...허허

비로그인 2007-08-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소설로도 있었군요.
영화예고편을 보고 호감이 갔었는데
자꾸 보고 싶어지네요.
글 잘 봤어요.

책향기 2007-08-1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 전 얼른 책이 도착하기를 고대하고 있답니다. 미셸 파이퍼가 늙은 마녀일때는 아무리 분장이라지만 정말 싫었을것 같아요. 엄청 추하거든요...^^
민서님. 무지 더운 날 여름 열기 식히기 딱 좋은 영화이니 얼른 보셔요~

아영엄마 2007-08-1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런 영화 좋아하는 편인데 아이들과 볼 수 있나 찾아 봐야겠어요. (12세 이상이려나요? 작은 아이는 연령에 걸릴 듯..)

책향기 2007-08-1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12세 이상 맞아요. 근데 아주 많이 어리지만 않다면 보호자 동반해서 충분히 볼 수 있을 듯 싶은데요^^
 

오늘 사진첩을 보다가 9년전 아이들 모습을 보았어요. 세월이 참 빠르네요^^

혜지 4살때, 원재 3살때 모습이에요. 책장이 너무 지저분함...^^







 

 

 

 

 

 

  

   얘들아~ 책은

어떻게 이용하

는거랬지??

 



혜지 : 열심히 읽는거에요!

원재 : 책장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노는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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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5학년 그런가보네요.
저희 집은 책을 볼 때 책장에 안 꽂아요.
그래서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할때 엄청 힘들죠.

책향기 2007-08-1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민서님. 중1, 5학년이에요. 연년생인데 큰애가 일곱살에 학교 갔거든요...저 뒤에 책장은 남편이 중학생때부터 가지고 있었던거라고 하는데 아직 혜지방에 있어요. 그러고 보니 25년이나 됐네...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