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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냄새 나는 아이 - 달리 저학년 동화 2
페르난도 알론소 지음, 티노 가타간 그림, 권미선 옮김 / 달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가 엄마들 사이에 화젯거리다. 특목고와 일류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아이들의 학습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선 엄마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처한 교육현실이 한심하다는 생각에 쓴웃음을 짓게 되지만 한편으론 마음 속 한켠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것을 막지는 못하겠는 것이 나 역시 우리나라에서 애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이리라....며칠 사이에 내신 반영율이 50%에서 30%로 왔다갔다 하는 정신없는 시절에 그저 우리애가 고 3이 아니라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인 평범한 엄마...
게다가 우리 아들놈은 공부도 관심없어... 그렇다고 다른 분야에 딱히 관심을 보이는것도 아닌 터이라 중학생 되기전에 슬슬 공부좀 하라고 닥달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는 스페인의 페르난도 알론소이다. 첫 번째 작품인 "페랄과 황새"로 스페인 문화성에서 주는 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그 후 스페인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라사리오 청소년 문학상' '국제 청소년 도서 기구 올해의 도서' '안데르센 명예상'등 많은 상을 받았다고 한다.
교실의 붕괴, 학력지상주의 같은 폐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 먼 스페인에서도 똑같이 고민하는 문제인가보다. 하긴 어느 부모인들, 그리고 어떤 사회인들 일등이라는 자리가 주는 자긍심과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기회를 마다할 것인가... 이 책은 아빠때문에 늘 일등을 해야만 하는 아이의 중압감과 사회적 신분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갈등을 해결해 과는 과정이 재미있고도 따뜻하게 묘사하고 있다.
늘 일등을 해야 하고 일등을 하지 못하면 꿀꿀이 죽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아빠, 아빠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부만 하는 후아니또, 말썽장이 아이들을 휘어잡기 위해 기막힌 계획을 세우는 마누엘 선생님이 이야기 전개의 주축이다.
마누엘 선생님에 의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이유로 교실에서 쫓겨나게 되자 그 충격으로 돌이 되어버리는 후아니또!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학교생활의 실패'로까지 문제는 크게 확대되어 버린다. 후아니또를 진찰한 의사는 후아니또의 방에서 구구단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고 부모님에게 후아니또를 위한 처방을 내린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돌이 된 후아니또에게 그래도 산수 문제를 풀라고 하며 시간을 낭비할까 걱정하는 아빠에게 엄마가 하는 말이다.
"우리 아들은 살면서 이미 많은 시간을 잃었어요. 놀 수 있는 시간, 달릴 수 있는 시간, 모험 동화를 읽을 수 있는 시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시간들을요."
후아니또의 엄마가 해준 이 말은 요즘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모든 엄마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나 또한 우리 아들에게서 놀 수 있는 시간, 달릴 수 있는 시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버린 것은 아닌지 가슴이 뜨끔했으니까....
아이를 잘 키워낸다는 것은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게 하는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진부하지 않은 표현으로 잘 그려낸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어떤 엄마인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동화이다.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부모가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