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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석간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1년의 12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12편의 단편 소설 <일요일의 석간>! 벗꽃이 흐드러지는 4월의 사랑 이야기 <꾬꼼남과 털털녀>를 시작으로 5월은 <카네이션>,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기일이 있는 6월의 <오우토키의 연인>등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을 앞둔 3월의 <졸업 홈런>까지 1년 열두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저자 시게마츠 키요시가 등장시킨 주인공들은 그닥 잘난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니... 오히려 가슴 한 켠에 싸한 아픔 하나씩은 묻어두고, 주류 사회에서 약간은 비켜나 있는 듯한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그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 맞아... 그렇지...'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정도로 시게마츠 키요시의 이야기 솜씨는 맛깔스럽고 재치가 있고 감정표현이 섬세하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살건 우리나라에서 살건 복작복작 이리 엮이고 저리 엮이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되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쉬고자 하는 마음은 다들 똑같은가보다.
그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가전제품, 자동차, 그리고 포르노, 야쿠자등등 첨단산업이거나 아니면 어두운 밤세계에 속해 있던 것들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의 소소한 일상 또한 우리네의 삶 전반에 흐르는 정서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는것을 느끼게 되어서 갑자기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 그냥 막 가깝게만 느껴지는것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졌던 단편적인 이미지(주로 부정적인^^;)들로부터 놓여나게 된것도 이 책이 내게 준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원조교제, 탈선, 명퇴, 도시 생활의 각박함등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그들도 똑같이 우리처럼 고민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것을 알게 됐으니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갑자기 남편의 어깨가 넓어 보이기도 하고 또 움츠러 든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 년만 지나면 우리 애들도 지금은 어리광 부리며 매달리곤 하는 아빠를 부담스러워 하며 이야기 나누는것도 피하게 될까...?
창문 밖 비내리는 소리가 마음속으로 젖어든다. 남편과 같이 빗소리 들으며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함께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