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우의 성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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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호의 레이더에 포착돼 오랜만에 읽게 된 일본 역사소설 <노보우의 성>, 책 앞면에 표지의 모습처럼 무언가 진중함 대신 코믹함이 묻어날 것 같은 이 책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와다 료'의 소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출간되자마자 역사소설 부문에서 12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 연출과 '국민배우'라 불리는 '노무라 만사이' 주연으로 2011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 또 다른 화제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다 읽고 난 총평은 진짜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정말 재미난 스토리텔링이었다. 즉 여기 소설 속 이야기에는 실존했던 일본 사무라이들이 등장해 갖가지 개성 강한 캐릭터로 그 현장을 생생하게 활보한다. 또한 그들만의 낭만까지 아우르며, 읽은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으니 '노보우의 성'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역사소설이다보니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는 바로 1582년부터 1590년까지 8년 간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프롤로그를 통해서 일본의 센코쿠(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종1위 '관백'(일본의 천황 대신 정치를 하는 직책)에 오른 아주 유명하고 임팩트한 인물이자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서 나온다. 그가 '오다 노부나가' 밑에서 부장으로 있던 시절, 수많은 성들을 공략하면서 위명을 떨쳤던 1582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전국시대 상황이 간략이 소개된다. 그러면서 '혼노지의 변'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죽은 뒤 8년이 지난 덴쇼 18년(1590년) 히데요시는 자신의 저택 '주라쿠다이'에서 전국의 다이묘(바쿠후로부터 1만석 이상의 영지를 받은 장수)을 모아놓고 또 다른 명령을 하달한다.

관백 휘하 장수의 '오시 성' 공략전, 얼간이 '노보우'가 만만치 않다.

아직 점령못한 지역을 교통정리 하는데, 바로 간토 지역으로 그곳에서 유명세를 떨친 호조 가문의 '오다와라'성을 접수하라 지시한다. 그리고 그 호조 가문과 친분을 쌓으며 유지해온 또 다른 '오시'성도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일본 천하를 주름잡는 관백 히데요시가 쳐들어온다니 호조 가문의 '오다와라'성은 물론이요, 나리타 가문이 지켜온 '오시'성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풍전등화 상태,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다. 우선 호조 가문의 성주인 우지나오와 우지마사는 오시 성의 성주이자 나리타 가문의 당주 '나리타 우지나가'에게 이쪽을 지원해 달라 요청한다. 그러면서 우지나가가 호조 가문을 돕기 위해서 오다와라 성으로 떠나고 당주 자리가 빈 오시 성은 성대(성을 대신 맡은 성주)로 '나리타 나가치카'가 맡게 된다.

그런데 이 인사가 참 웃긴 게 자신의 이름보다는 바보 얼간이란 뜻의 '노보우' 님으로 불린다는 거. 특히 그 성의 농민들까지 그렇게 부르며 그와 꽤 친숙함을 보이는데 그만큼 나가치카는 백성들과 한 몸으로 매번 농사일을 돕는 등, 그는 사실 무사 기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몸치로 오시 성의 운명을 책임지는 총사령관이 된다. 물론 그 전에 그의 아버지 '나리타 야스스에'가 맡았지만 호조 가문을 위해 도요토미 군에 맞서 싸울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등 홧병에 죽으면서 나가치카가 대신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얼간이 성대를 도와 줄 나리타 가문의 무사들은 세 명의 걸출한 인물들이 있었다. 하나는 '마사키 단바노카미'로 줄여서 '단바'로 불리는 이는 나가치카와 죽마고우이자, 나리타 가문의 '에이스' 무장이다. 또 다른 인물은 '사카마키 유키에'로 나리타 가문의 스물두 살 젊은 가로(무가의 가신들)로 그는 수많은 병법서를 통달하고 스스로르 '비사문천의 화신'이라 칭하지만, 전투를 치러 보지 못한 풋내기 무사로 혈기왕성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덩치가 큰 거한에다 최고 무사의 상징인 단바의 '개주창'을 실력으로 빼앗는 것이 삶의 최고 목표인 '이즈미'로 불리는 '시바사키 이즈미노카미' 이렇게 이들 셋 무장이 바로 얼간이 노보우와 함께 오시 성을 지키게 된다. 물론 이외에도 우지나가의 딸이자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무예의 달인으로 검술에도 능하지만 성대 나가치카를 좋아하는 '가이히메'가 있다. 역사적으로 여기 가이히메는 나중에 관백의 첩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이의 계모로 우지나가의 두 번째 부인이자 전설적인 무장 '오타 산라쿠사이'의 딸로 남편 우지나가를 시시한 남자로 여기는 '다마'까지.. 이렇게 나리타 가문의 주요 인사들만 해도 개성이 철철 넘치는 인물들이다.


(센코쿠 시대의 사무라이들, 역시 짧다. 하지만 여기 노보우 '나가치카'는 꽤 키가 큰 인물이다.)

그리고 반대편 여기 오시 성 함락을 위해 뛰어든 무사는 관백의 오른팔로 총애를 받았던 인물 '이시다 미쓰나리'. 이 인물은 나중에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전투를 패하며 운명을 달리한 용장이었다. 우선 1590년 그는 오시 성 공략작전을 책임진 총사령관으로 머리가 비상하지만 융통성이 없을 정도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이와 함께 미쓰나리와 친분이 두터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간파하며 돕는 인물 '오타니 요시쓰구', 그리고 무게만 잡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거만하고 옹졸의 성품으로 '산술의 천하무적'이라 불릴 정도로 계산이 빠른 장수 '나쓰카 마사이에'까지 이렇게 관백 쪽은 세 명의 에이스가 있다.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무장들이 간토 지역에 펼쳐져 있는 성들을 공략하게 되는데, 여기 미쓰나리와 요시쓰구, 마사이에가 바로 오시 성을 공략하면서 나리카 가문의 노보우와 그의 무장들과 함께 공성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이자 뼈대인 것이다.

캐릭터 강한 무사들의 드라마 '노보우의 성',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즉 이야기는 사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개성만점의 일본 사무라이들이 센코쿠시대의 관습처럼 굳어진 무사의 기본 아우라를 지키며 오시 성을 공략하고 수비하면서 펼쳐지는 한바탕 소위 난리 부루스라 보면 쉽다. 처음에는 천하를 가진 관백에게 항복하려다가 얼간이 나가치카가 '아니야, 우린 싸울 꺼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일대 대 공방전이 펼쳐져 1차 전투 때에는 나리타 가문이 승기를 잡는다. 이에 화가 난 미쓰나리는 관백이 자주 썼던 수공을 이용해 오시 성을 혼마루(성의 중심부)만 남기고 모두 물에 담가버리는 계책으로 2차 전투의 승기를 잡는다. 이에 궁지에 몰린 오시 성은 노보우 나가치카가 홀연 단신으로 배를 띄워 한바탕 쇼를 한 후에야 그들이 다시 승기를 잡는 등, 제대로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진짜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기록처럼 오시 성은 결국 관백에게 접수가 되고 마는데, 과연 이 전투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며 누가 이기고 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렇게 철옹성도 아닌 이 보잘 것 없는 시골의 '오시 성'을 관백의 오른팔 미쓰나리는 제대로 공략을 못한 것인데,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니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음이다. 이렇게 역사소설 '노보우의 성'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된 1590년 나리카 가문이 지켜온 '오시 성' 전투기록을 참고로 소설적 재미를 가미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드라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일본역사가 중국역사보다 좀 낯설어 시대적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읽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이 소설 속에는 필요한 배경적 이야기가 있다면 페이지마다 어느 가문의 내력과 시대배경을 친철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대신에 일본의 그 부르기 힘든 이름 때문에, 초반까지는 읽는데 애를 좀 먹는 게 있다.

즉 각 무장들 이름을 기억하고, 누구 가문의 이름은 헷갈려 메모까지 적으며 읽었던 '노보우 성', 물론 중반 이후부터는 그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며 한 편의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듯 생생한 재미를 선사했음을 부인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위에서도 자세히 적었지만 여기 주인공 바보 얼간이로 불리면서 키 큰 멀대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없는 나가치카의 캐릭터부터 그의 조력자 단바, 유키에, 이즈미, 반대편 관백의 장수들 미쓰나리, 요시쓰구, 마사이에 등 개성이 강한 무사들의 향연장으로 빠져들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 역사소설은 진중함 보다는 특히 마지막에는 센코쿠 시대 무사들의 낭만을 일깨우는 맛도 선보이며, 새로운 감각으로 일본역사상 가장 기이했다는 오시 성 전투를 통속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무언가 메시지를 담아낸 아주 담백함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오시 성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얼간이 '노보우'라 불린 '나리타 나가치카'가 있었고, 그가 이른바 '지장 덕장 용장'을 능가하는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운짱'이 아니었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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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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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는 '위화''쑤퉁', 이 둘은 나이도 비슷하게 60년, 63년생 아직은 40대 후반의 젊은 문인들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 선봉파(전위파, 아방가르드파)의 기수로 서구 문학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중국 전통 문학의 에너지를 되살려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던 이들은, 90년대 이후 상업문학 조류의 발맞춰 작품의 문학성과 대중성을 결합시키는 전향적 작업을 진행시키며 수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인기 작가들이다. 그래서 중국 현대문학을 접하는 사람치고 '위화'와 '쑤퉁'을 빼놓고는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위치는 현재 철옹성처럼 확고하다.

이에 강호는 '위화'의 중단편집은 물론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인기 작품인 <허삼관 매혈기>, <인생>, <형제>를 접하고 나서, 그 다음으로 쑤퉁을 읽고 있다. 첫 번째로 가상의 역사 공간 속에서 소년 제왕 '단백'을 통해서 인생무상을 이야기한 <나, 제왕적 생애>를 끝내고 두 번째로 읽게된 <이혼 지침서>, 이 소설은 장편이 아닌 세 편의 이야기를 모은 중편집이다. 물론 여기 작품들로 쑤퉁의 대표작으로써 아직도 인기가 많은 소설들이다. 과연 이 세 편의 이야기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처첩성군>, 희생된 여인네들 운명에 바치는 조사(弔飼)

배경은 1930-40년대 현대적 결혼 제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부인 넷을 데리고 사는 어느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중심은 남자가 아닌 그 집의 네 번째 부인으로 들어가서 살게 된 20살의 젊은 첩 '쑹렌'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즉 네 명의 처첩을 둔 천씨 가문을 무대로 축첩제도의 현실과 그 속에서의 여성의 정체성의 변화를 담아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 네 명의 여인네들의 삶과 운명이 각기 개성을 발휘하며 '보여주기' 식으로 이들의 운명을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떤 비판을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첫 번째 본부인 '위루'는 이제는 늙은 퇴물이 됐지만 정실의 권위로 젊은 첩들을 호령하려 든다. 그래서 그녀의 장성한 맏아들 '페이푸'는 이런 어머니를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오히려 그는 자신과 연배가 비슷한 '쑹렌'에게 눈이 돌아간다. 

두 번째 부인 '줘윈'은 외면적으로 중후하고 사람좋게 굴지만 그 웃음 속에 칼을 감추며 남편 천춰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 부인 '메이산'은 경극 단원 출신답게 타고난 정열과 자유 분방함의 소유자로 '쑹렌'과 죽이 잘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쑹렌'은 한때 대학까지 다닌 '신여성'으로, 천씨네 첩으로 들어와서도 그 상큼하고 풋풋한 기질과 때론 당찬 구석이 많았던 젊은 첩이다. 하지만 위의 부인들과 대면하며 지내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 안의 감춰든 정체성에 변화를 보이며 앙칼진 질투의 화신으로 변모하고, 위루의 아들 '페이푸'와 친하게 지내며 궁지로 몰리는 등 스스로 운명의 골을 파고 만다. 이렇게 네 명의 여인들이 천씨네 집안에서 살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여기에는 자살한 전 부인들의 '우물의 전설'이 장치로 깔려있고, 마지막에 그 우물에서 큰 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쑹렌'은 어떻게 됐을까? 그 우물 앞에서 그녀들의 운명을 빌 뿐이다.

2. <이혼 지침서>, 현대적 삶의 애환이 담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우화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양보', 부인은 '주윈', 이들 부부는 풍족하지 못하게 다소 구차하게 살며 피폐된 일상에 찌든 모습으로 서로가 데면데면한 상태, 이에 남편 양보는 부인에게 강력히 호소한다. 우리가 이렇게 살 바에는 이혼하자고, 하지만 부인은 요지부동이요, 콧등으로도 듣질 않는다. 도리어 남편을 위협한다. 처가집에 온 남편에게 오빠들을 시켜 이혼 못하도록 몸둥이 찜질을 시키는가 하면, 스스로 창가에 뛰어내려 자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에 남편 양보는 매번 당하기만 하고 확실하게 이혼을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매 항상 '구역질 나'를 입에 달고 사는 젊은 애인 '위츙'이 있다. 즉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인데, 양보는 그것보다는 우선 현재 부인이 귀찮고, 혐오스럽고, 무섭고, 밉고, 가증스럽기까지 해 도저히 같이 못 산다는 것이다.

이에 부인은 이혼할려면 2만 위엔(한화 250만원)을 요구하는데, 양보는 그래서 소싯적 친구 '다터우'를 찾아가 굴욕적으로 돈을 빌린다. 하지만 이 돈마저도 잘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대학 시절 선배 '라오진'을 찾아가 그가 썼다는 책 '이혼 지침서'로 도움을 받으며 마지막 이혼 도장에 방점을 찍으려 하는데, 어떻게 양보는 자신의 의지대로 이혼을 결행했을까? 아니면 물에 술탄 듯 술에 물 탄듯 행동을 보인 양보는 그대로 살게 될 것인가? 이렇게 이 이야기는 우리네 삶을 투영시킨 '현대의 우화'라는 점에서 기실 와 닿는 점이 많다. 여기 주인공 양보는 나약하면서도 여전히 이상주의를 못 버린 지식인으로 나와 세속적인 도덕의 화신인 그의 아내 주윈과 매번 부딪히지만, 그렇다고 그는 아내나 애인에게도 저항할 힘조차 부족해 보인다. 그로 대표되는 값싼 엘리트주의와 나약한 이상주의의 현실을 목도하며 때로는 희극적으로 변모된 그를 통해서 우리네 삶의 오랜된 숙면을 보게 된다.

3. <등불 세 개>, 전쟁통에 한 소년과 소녀의 슬픈 동화 속 소극(笑劇)

위의 두 편이 이야기가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며 이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같이 소년과 소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의 분위기적 배경은 가히 동화적이지 않다. 국공내전이 펼쳐지고 있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어느 한 마을에서 소년과 소녀의 짦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그 마을 촌장 '러우샹'은 전투를 피해 피난길에 오르기 바쁘다. 동네 사람들을 일일히 챙기는 과정에서 마을의 오리치기 소년 '비엔진'이 보이질 않는다. 자신들도 살아야기에 우선 마을을 떠났지만, 그 마을에는 잃어버린 자신의 오리를 찾겠다고 헤집고 다니는 비엔진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소년은 아픈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기름 등불을 구할려는 소녀 '샤오완'를 만나게 되고, 그 소녀와 만남과 대화 속에서 슬픈 사연을 알게 된다.

즉 그 소녀는 군대로 출병한 아비를 기다리며 배에서 몸져 누원 어머니와 함께 눈에 띄기 위해서 등불을 구한 거. 물고기를 주고 얻은 등불로 불을 밝힌 소녀는 그렇게 아비를 기다리게 되고, 오리 찾아 삼만리를 펼치는 비엔진은 전투 중에 살아남기 위해서 관에도 숨는 등 요리조리 잘도 살아 남는다. 가열하게 피바다로 물들고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인 곳에서도 그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인데, 그렇다면 그 소녀와 엄마는 어떻게 됐을까? 출병했던 아비는 살아서 그들을 만났을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꽤 비극적이다. 전쟁통에 목숨의 운명을 내맡기듯 여기 바보 소년 비엔진은 운좋게도 살아 남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을 살갑게 대해준 소녀가 그리워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하지만 전쟁의 불덩어리는 꺼지지 않은 채, 그 비정한 운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몰아치고 있다. 아........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를 간략히 살펴 보았는데, 단편이 아닌 중편의 이야기들은 실로 와 닿는 구석이 많다. 지금은 사라진 우리네 할아버지 때 이전에나 있을 법한 축첩제도를 가열하게 펼쳐낸 <처첩성군>, 그 속에는 여인네들의 희생된 운명에 대해서 비판보다는 관조로 일관하며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 '쑹렌'의 시선을 통해 봉건 대가정의 숨막히는 분위기에 매몰되고 왜곡되고 파괴되는 그녀들을 그저 '보여주며' 그들에게 조사를 바친 작품이다. 그리고 <이혼 지침서>는 결혼과 이혼이라는 우리 일상의 소재이자 삶의 방식을 현대적 우화로 풀어내며, 주인공 남자 '양보'와 부인 '주윈'을 통해서 이상주의와 세속주의로 이원대립화된 현실을 보여줘 우리네 삶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등불 세 개>는 전쟁통에 만난 한 소년과 소녀의 짧은 우정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감상적으로 그리며 슬픈 동화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것은 마치 삶의 비극과 소극의 아슬한 경계를 느끼게 해준 의미있는 이야기로 다가왔으니.. 이렇듯 여기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의 주제의식이나 메시지가 강한 이야기자 그만의 문학들이다. 그것은 쑤퉁 스스로 자신을 "기이한 상상으로 가득한 자유로운 나그네"라고 칭했듯이, 그의 이야기 속에는 기발한 발상과 때로는 낯선 이미지가 교차하기도 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분히 문학적이면서도 무언가 삶의 한 단면을 관통하는 그만의 다채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다. 쑤퉁, 이제는 읽고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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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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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제왕의 생애'를 다룬 소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느낌이 단박에 온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게 되면 그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속에는 우리가 보통 동양사로 대표되는 중국역사나 우리역사를 통해서 만나본 그 어떤 황제나 군주에 대한 삶이 오롯이 나와 있다. 이미 TV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접해보거나 아니면 인문역사서나 역사소설 등을 통해서 접해본 그림들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는 물론이요, 갖가지 이야기들이 씨날처럼 구성돼 흐름을 좇는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참 매력적이다.

중국작가 '쑤퉁'의 대표적인 초현실 가상역사소설 <나, 제왕의 생애>

바로 이 작품은 중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쑤퉁'이 쓴 역사소설로, 그는 이것은 진정한 역사소설이 아닌 한 편의 꿈같은 이야기이자 초현실적인 가상의 역사적 이야기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속에서는 궁정의 사건과 비빈들, 옛 악기와 음악, 강호를 떠도는 예인들의 삶을 조망하며 인간의 희로애락이 갈마드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이 한 편의 소설을 설날 연휴 동안 틈틈히 읽으며 나름 새로운 기분에 젖어들기도 했는데, 과연 여기서 보여준 '제왕의 생애'는 어떠했는지 간단히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여기 고대 중국의 여러 나라 중에 가상의 나라인 섭국(燮國)이 있다. 섭나라라니 중국 역사에서 그런 나라가 있을까 싶지만, 기원전으로 파고 들어가 정말로 가열했던 춘추전국시대를 보면 없을 것도 없다. 어찌됐든 이 섭나라 섭국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플롯이자 매개체다. 즉 섭국에서 펼쳐지는 각종 사건들이 이야기의 뼈대인데, 어느 왕조들이 그러하듯 여기서도 부왕이 죽고 그의 아들들이 권좌를 잇게 됐다. 순서대로 단문-단헌-단무-단명-단백 순이었는데 장자 단문을 제치고 열네 살의 단백이 권좌를 이어받은 거. 이 소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수줍고 생각이 깊으며 때로는 결단력을 보이는 소년 제왕 '단백'은 부왕의 후궁을 제거하는 등 나름 권위를 보이려 하지만, 매 항상 불안하고 위기다. 주위의 형들 때문에 권력다툼이 잦아지고, 자신의 할마마마인 황보부인과 모왕후인 맹부인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섭정을 하려 하는 등, 단백에게 있어 이 제왕의 자리는 마뜩찮게 불편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제왕에 오른 섭왕 '단백'의 삶, 그는 광대를 꿈꿨다.

하지만 스승 '각공'을 통해서 자신을 다스리며, 어린 내시로 입궁해 제왕을 보좌하게 된 환관 '연랑'과 친해지면서 그의 제왕적 생애도 차츰 면모를 찾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변방에서 고생하는 군사들을 위무차 순행길에 올랐다가 생고생을 하는 등, 하지만 그런 길에서 연랑과 몰래 저잣거리를 활보하며 나름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다 어느 광대패를 보면서 무언가 자기 안의 끓는 열정을 보게 되는데, 아무튼 우여곡절이 많았던 순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장자인 단문을 강제로 장가보내고 변방으로 성이나 지키라며 쫓아버린다. 이때부터 그만의 세상인양 단백은 제왕의 변모를 더 갖추어 갔지만, 아직도 할머니와 어머니 등쌀에 괴롭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자신의 정비인 팽황후를 비롯해 여러 비빈들이 서로 암투를 벌이며 자신이 총애하던 순수하고 아리따운 '혜비'를 궁지로 모든 등, 궁정내 여인네들의 시기와 질투의 비사가 가열하게 펼쳐진다. 이에 단백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그만큼 혜비를 사랑했던 단백은 끝내 그녀를 지키지 못하고, 연랑의 고육지책으로 궁에서 내쫓는 것으로 일단락 짓는다.

한편 섭국의 위협이 되고 있는 팽국의 침략이 계속되는 가운데, 품주 지역에서 서왕 소양이 위세를 떨치며 단문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자자해지고 '머지않아 섭국의 재난이 닥칠 것이다'라는 예언이 계속 들어맞으며 섭국은 위기에 빠진다. 더군다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천회라는 농민반란군까지 일어나 이 반역사건을 제압차 변방으로 내쫓았던 단문을 불러들여 그들을 진압케 한다. 이것이 바로 호랑이를 키운 격으로 단문은 그들을 무찌르고 보무도 당당하게 서왕 소양과 섭궁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때 이미 단백의 할마마마 황보부인은 저 세상으로 떠났고, 광유대장군 단무가 서왕 소양과 짜고 역모를 꾸며 섭국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단백은 그 자리에서 기어가듯 쫓겨나 섭국을 떠나게 된다. 바로 여덟 해 동안 제왕의 자리에서 한 순간에 권위를 박탈당해 쫓겨난 것인데,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이들은 모두 참살돼 처참히 죽었지만, 단백과 그의 내시 연랑은 목숨만은 부지한 채 빠져나왔으니 말이다.

이때부터 단백의 정처없는 유랑 생활의 시작이다. 전혀 알지도 못했던 가렴주구에 빠져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며 일개 평민으로 전락한 그는 연랑과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연랑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구차해진 자신을 본 단백은 연랑을 놔두고 몰래 빠져나와 홀로 여정을 떠난다. 그러다 자신이 예전 순행길 저잣거리에서 본 광대패를 찾아가며 그만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 광대패를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예전 궁에서 내쫓긴 '혜비'가 기녀가 된 사연을 접하며 만나게 되고, 다시 찾아온 연랑과 어린 소녀 옥쇄를 알게 되면서 이들 셋은 스스로 광대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연습해 연습을 거듭하더니 자기 안의 끼를 발산해 예인 광대로써 단백은 줄타기의 왕으로 등극한다. 그 어떤 제왕이 아닌 이제는 줄타기의 왕으로 변모한 그에게 있어 이것은 새로운 삶이자 열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삶의 또 다른 열정은 섭국이 멸망하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것이 단백이 꿈꾸던 진정한 삶이 아니었을까?

가상역사소설 '나 제왕의 생애', 우아하고 환상적인 인생무상 이야기

이렇게 이 이야기는 한마디로 제목처럼 어느 제왕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다. 10대 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올랐던 제왕의 자리가 못내 싫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버텨온 그 제왕의 삶이 어느 순간 광대패를 보면서 자기 안의 삶의 열정을 보며 그는 끊임없이 그것을 좇았다. 결국 나라가 망하는 그 순간에도 그 끈을 놓지 못한 단백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플롯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 소설 속에는 보통 우리가 익숙하게 알려진 궁정내 이야기들인 음모와 배신, 후궁들의 암투와 시기, 반역과 처단 등 이런 그림들이 생생히 펼쳐진다는 점에서 복기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 역사적 배경이나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옛 군주의 삶을 이야기하며 꽤 몽환적이면서 우아하게 환상적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런 느낌은 다소 수사적인 표현들이 많아 한 편의 운치있는 문학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은 나름 우아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렇다고 그런 표현들이 와 닿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말의 수사적 극치를 보듯 마음의 눈으로만 그릴 수 있는 보석같은 이미지로 투영시키며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이 소설이 보통의 역사소설과는 다른 맛이자 색다른 매력인 셈인데, 결국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책의 저자 쑤퉁이 말했듯이 주인공 단백의 일생은 "비 오는 밤에 놀라 깨어 깨어났을 때의 꿈결 같은 것"이라는 언급처럼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통하는 그 어떤 인생무상에 대한 성찰이자 한낱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바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교차되는 그 순간을 여기 제왕의 생애을 통해서 지켜보며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인생의 무상함을 말할지 모른다.

그것이 쑤퉁의 <나, 제왕의 생애>가 보여준 이야기자 우리네 삶의 한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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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전쟁 - 그들은 어떻게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
뤄위밍 지음, 김영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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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한 욕망 중에 권력욕이야말로 가장 강렬하며 근본적인 욕망이다'라고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권력》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말했다. 그만큼 권력이라는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원적이자 보편적이면서도 끝없이 추구하는 욕망에 비유되기도 한 것인데, 보통은 어떤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리더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이 권력이 가진 규모의 사이즈는 창대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욕망중 으뜸가는 만족의 표상이다. 심지어 '권력의 유혹은 죽음보다 강렬하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처럼 인간은 권력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종국에 죽음까지 이르는 등, 그 권력에 대한 유혹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기에 이런 권력의 유혹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하며 인류사를 진행시켜 왔으니, 여기 그런 권력의 음모와 암투가 난무하는 권력세계를 그린 '권력전쟁'을 소재로 한 책이 있다.



중국역사 속 11인을 통해서 바라본 '권력쟁탈'의 이야기 <권력전쟁>

제목도 바로 '권력전쟁'으로 중국역사 속 잘 알려지고 임팩트했던 11인의 인물들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 권력의 정점을 조망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 11인의 면면도 화려하다. 여불위부터 시작해서 환관 조고, 한 고조 유방, 왕망, 가남풍, 당 태종 이세민, 측천무후, 조광윤, 옹정제, 홍수전까지 거의 다 들어보고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아는 중국역사 속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들 인물을 통해서 권력의 정점에서 어떻게 행동해 올랐고 종국에는 어떻게 가열하게 무너졌는지 정리하며 눈길을 끌었다. 마치 소설책을 읽듯이 그렇다고 전혀 소설이 아닌 정사와 야사를 아우르며 제대로 된 중국역사의 다이제스트판 같은 느낌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으니, 이 책에서 말한 중국역사 속 대담한 음모가였던 11명의 권력쟁탈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기회가 포착되면 모든 것을 걸어라 - 기화가거奇貨可居' 는 바로 진시황의 친부인지 아닌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바로 '여불위'에 대한 이야기다. 조나라 한단에서 잘 나가던 대상인 여불위는 자신의 애첩을 무기로 진(秦)나라에서 볼모로 잡혀온 '자초'(이인)를 구워삶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그를 효문왕 안국군에게 추천해 태자에 오르게 한 인물이다. 결국 효문왕 이후 자초는 장양왕이 되었고 여불위는 공적을 인정받아 상국에 임명돼 진나라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대신이 되었다. 하지만 장양왕이 즉위한 지 3년 만에 세상을 뜨면서 장양왕의 태자이자 실은 여불위의 골육인 영정, 즉 진시황이 권좌에 오르면서 여불위의 권력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진시황이 권좌에 올랐을 때는 열세 살에 지나지 않아 영정이 성인이 될때까지는 그가 국정을 좌지우지 했지만, 이후로 그는 궁지에 몰렸다.

그래서 여불위의 인생에서 최고로 잘 나가던 시절은 '자초'를 국왕으로 옹립하는 데 전부를 내걸었던 때가 가장 지혜로웠으며 기지가 빛났기에 바로 '기화기거'(奇貨可居, 저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상국으로 임명된 후에는 너무 자만했으며 '노애의 난' 이후에는 겁을 먹어 매사 대범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여불위는 상인으로서의 계략은 뛰어났지만 권력전쟁에서 필요한 두 가지 기질을 갖추지 못했으니, 그것은 바로 깊은 인내와 필요할 때는 자신의 전부를 걸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여불위는 최고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진나라 군주의 혈통을 바꾼 제일가는 지략가임에는 틀림없었다며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여불위를 알면 바로 진시황의 세계가 보인다.  

'사람을 꿰뚫고 시대를 거머쥐어라 - 심찰인심深察人心 ' 위의 여불위에 세워진 진시황의 제국을 흔든 환관 조고의 이야기다. 조고, 알만한 사람들은 하는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노비 출신의 이 환관은 진시황 사후 유조를 조작해 진나라를 피바다로 만든 장본이었다. 승상 이사는 물론 진왕 2세 호해를 구워 삶아서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아둔하고 멋모르는 호해를 앞세워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인물, 그런 그는 환관이었기에 봉건제도의 희생양처럼 자신에 씌워진 굴레를 이렇게 복수전으로 펼치며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이다. 즉 환관이 권력을 찬탈했을 때 봉건 국가가 뿌리째 뒤흔들리는 것으로, 호해를 죽음으로 몰고간 조고 또한 진왕 자영에게 죽고, 자영은 항우의 손에 죽임을 당하며 진나라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한마디로 환관 조고가 다 말아먹은 셈이다.


(한나라를 세운 한신, 유방, 장량)

'쓸모없다면 과감히 내쳐라 - 토사구팽兎死狗烹' 바로 중국고전으로 유명한 '초한지'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방과 항우의 쟁패, 결국 항우를 무찌르고 용인술 하나만으로 하층민 출신의 군주가 된 한 고조 유방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는 한나라를 세우고 나서 자신이 총애했던 가신들을 제거할 정도로 무뢰한 황제였으니, 바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군사지략가라 꼽는 '한신' 과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 등이 소상히 나온다. 그리고 이후 용맹한 장수 출신의 팽월과 영포까지 제거하게 된 배경 등, 물론 그 속에는 여태후의 입김이 있었지만, 유방의 용인술은 쓸 때도 제거할 때도 제대로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저자는 강조하며 말한다. 

'자신을 성인군자로 포장하라 - 대선대위大善大僞' 한나라 400여 년의 역사에서 기원 전 전한시대와 기원 후 후한 시대로 일컫는 중간에 또 하나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신(新, 8~23년)나라다. 그 신나라를 세운 왕망의 이야기로 그는 황실의 외척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외척들과 달리 절대 경거망동하지 않고 겸손과 자비로움을 내세우며 매사 신중히 대처했다. 심지어 명예를 위해서는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는 등, 그런 모습이 마치 자신을 성인군자로 포장해 나라를 세우기에 이르는데, 그야말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전형으로 도덕적인 위선자라 말하고 있다. 전한 시대 말의 가열한 역사가 나름 소상히 나와 다시 정독하고 싶은 부분이다.

'야망의 발톱은 내면 깊숙이 숨겨라 - 심장조아深臟爪牙' 바로 그 유명한 삼국지에서 제갈량과 지략 대결을 펼쳤던 위나라의 책사가 사마중달 즉 '사마의'에 대한 이야기다. 조조가 한창 패권을 다투며 자리 잡을 때 당시 사마의는 젊었지만 위나라가 세워지고 조조 이후 권력승계에서 조비-조방-조모를 모셨던 그들 사마가의 짧지만 가열한 권력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조진의 아들 조상과의 권력 다툼은 제목처럼 사마의의 지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사마의 사후 사마사-사마소 형제가 집정하고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진의 무제)이 새로운 왕조를 세웠으니 바로 서진(西晉, 265~317년)이었다.


(방탕한 황후 '가남풍'의 살인 게임)

'수단과 방법은 담대하고 냉혹하게 써라 - 대담수랄大膽手辣' 여성의 권력이 제대로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는 장이다. 바로 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위나라 이후 사마가가 세운 서진(西晉)은 무제에 이어 혜제 사마충에서 이 나라는 오래가지 못하고 멸망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사마충의 황후 '가남풍'이 있었다는 거. 황제는 영구같이 백치같은 놈이었고, 여기 가남풍은 가씨 집안의 명성대로 아주 흉포하고 방탕하기까지 한 악처 스타일로 정적인 '양씨' 일가를 멸하는 장면은 냉혈녀가 따로 없을 정도다. 결국 그녀로 인해 서진은 멸망을 하게 되는데, '가남풍'과 관련된 소상한 책을 한 권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여자가 아닌가 싶다. 그녀야말로 중국고전에서 손꼽는 악녀일 것이다.

'권력에는 금기가 없다 - 금문첩혈' 강호가 나름 좋아하고 재밌게 본 중국 역사물 중 '진왕 이세민', '정관의 치' 의 주인공 바로 당 태종 이세민의 이야기다.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유명하고 잘 알려진 당 태종 이세민, 그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 아버지 이연과 그리고 두 형제인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과의 관계가 간략하면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특히 수나라를 물리는 치는 과정에서 진왕으로 봉해지고 나서 그의 권력과 형제간의 권력 다툼에서 어떻게 승기를 잡고 놓쳤는지, 종국에는 '현무문의 변'을 통해서 형과 동생을 죽이고 과감한 결단을 보여준 그를 통해서 권력에는 금기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력자를 미색으로 다스려라 - 상두정치床斗政治' 이 또한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 바로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에 관한 것으로, 그녀가 열네 살에 입궁해 당 태종의 시녀로 지내다 태자 이치와 눈이 맞더니 태종 사후 비구니로 전락했다가 다시 고종 이치의 러브콜로 궁에 들어와 '소의'가 된 무비, 이후 황후로 올라서고 유약했던 고종을 대신해 섭정을 하더니 결국에 황제에 오르며 주(周)를 세운 측천무후, 하지만 그녀는 권력을 잡기 전에는 정적인 황후들을 가열하게 죽었고, 심지어 자식까지 죽인 무서운 여자였다. 그리고 당 고종 이치를 미색으로 다스려 궁지로 모는 등 쥐락펴락했다. 아무튼 측천무후는 관련 책도 많아, 언제 한번 '쑤퉁'의 책으로 정리를 해볼 참이다.


(송 태조 조광윤, 나라 개국이 전광석화 같았다.)

'권력자는 단 하루 만에도 뒤바뀐다 _ 돌변풍운突變風雲' 송나라를 세운 조광윤의 이야기로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전광석화처럼 하루 아침에 나라가 바뀐 역사적 사실이다. 5대 10국시절 기원 전 춘추전국시대처럼 가열했던 난세가 50여 년간 난무한 상황에서 역시 영웅은 나왔다. 마지막 후주 시대의 대미를 나름 선방하며 잘 유지했던 세종 '시영'으로 끝나고, '전전도점검'이라는 군관으로 있던 군벌 조광윤이 하명을 받고 토벌 세력을 치러갔다가 주위의 적극 추천으로 하루 만에 황포를 두른 사연이 바로 조광윤의 개국 이야기다. 그 인물이 바로 '돌변풍운아' 송나라의 태조 '조광윤'이었다.

'경쟁자를 결코 허용하지 마라 _ 다자다화多子多禍' 청나라 시대 황금같은 전성기를 130여 년간 누렸던 강희-옹정-건륭의 시대, 그 서막을 알린 강희제와 옹정제의 대한 이야기로 바로 권력승계의 과정이 정리돼 나와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길게 61년간 통치했다는 강희제에게 또 하나의 고민은 바로 수많은 자식들 '황자'의 권력승계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강희제는 그렇게 권력을 내놓기가 싫어 죽는 순간까지도 그 끈을 놓치 못했는데, 예상을 깨고 넷째 황자 '윤진'에게 돌아간 거. 그는 다른 형들이나 동생들과 다르게 꽤 착하고 야심이 없는 듯 보이며 행동했지만, 간과한 것이 있으니 바로 믿음직하고 성실하며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성숙하고 위험한 음모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옹정제는 권좌에 오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현답이다 _ 별무선택別无選擇' 청나라 시대 황금의 전성기 시절에도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태평천국(太平天國)'이라 불리는 농민운동이 있었다. 마지막 장은 이 운동의 창시자 '홍수전'의 이야기로 그는 서생 출신이었지만, 권력을 잡기 전까지 양수청의 꼭둑각시로 2인자의 그늘에 있었다. 하지만 태평천국내 다른 지도자들과 작당해 포악한 양수청을 척살하고 그가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으니 뿌리가 깊지 못한 태평천국은 스스로 와해되고 말았다. 그것은 봉건적인 정치 시스템 속에서 농민 봉기가 발전하는 것은 역사적 숙명으로써 태평천국 운동의 실패는 음모 가득한 내부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농민정권은 봉건정권과 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았고, 봉건정치의 모든 폐단이 농민정권의 정치사상에 침투해 있음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 보았는데, 위와 같이 중국역사 속에서 나름 유명하고 꽤 임팩트하게 권력의 정점을 보여준 11인을 통해서 권력의 양면과 숨은 이면을 조망하고 있다. 그것은 유구하고 광활한 중국역사를 마치 다이제스트 요약본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고, 이 '권력전쟁'은 역사 인문서이기도 하지만 한 편의 소설같은 느낌으로 또 다른 흥미와 재미를 선사했다. 비록 분량이 길지 않고 짧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이야기에는 '권력'이라는 욕망의 엑기스를 보여주듯 제대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권력은 단 한 번도 인류에게 도덕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이 아이러니한 명제 앞에서 중국 역사는 물론 지금 현시대에도 적용되는 그 권력욕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자 강렬한 욕구다. 그리고 여기 역사 속에서 천하를 움켜쥔 그들의 '권력쟁탈' 이야기가 바로 <권력전쟁>인 것이다. 전쟁은 바로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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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1 -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1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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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F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이 나오기 전부터 이 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돼 2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더군다나 영화계의 마이다스 '스티브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이 공동제작을 맡으면서 화제가 된 이 영화 아니 이 소설 '아이 엠 넘버 포'(I Am Number Four)는 소설도 영화도 모두 제목이 <아이 엠 넘버 포>다. 제목 '난 서열 4위'라는 의미만 봐서는 언뜻 무슨 조직 내 배신과 음모를 다룬 이야기로 알지만 그 아래 소제목으로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이라는 문구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 바로 저기 지구 밖 은하계 어느 행성인 '로리언'에서 온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SF소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로리언에서 온 어느 한 외계 청년이 주인공으로 그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그려지는데, 과연 '아이 엠 넘버 포'라 불리는 그 청년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여기 아홉 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저기 먼 지구 밖의 어느 행성으로부터 탈출한 외계인으로 세월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외계인이라고 해서 생김새가 이상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보통 그렇듯이 지구인과 똑같이 생겼다. 다만 염력을 부리는 '레거시'가 있다는 거. 그것이 그들이 지구인과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쫓는 다른 외계인에게 앞선 세 명이 사라져 죽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여섯 명, 놈들은 이들을 계속 쫓고, 모조리 없애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차례는 바로 넘버 포, 이야기의 주인공인 바로 '나'다. 여기서 주인공 넘버 포는 특정한 이름이 없다. 왜냐? 도망치는 인생이기에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이름과 주소가 바뀌기에 이번에 지어낸 이름은 '존 스미스', 간략히 '존'이라 나온다. 그런데 존보다는 화자가 바로 '나'로 그려지며 그를 돕는 인물은 중년남자 '헨리'와 함께 이들의 동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쫓는다. 지극히 존이라 불리는 고딩 청년 '나'를 중심으로 말이다.

로리언 행성을 탈출한 헨리와 넘버 포 이야기, <아이 엠 넘버 포>

넘버 포인 '존'은 어린 시절 모가도어 행성의 침략으로 쑥대밭이 된 로리언을 탈출해 지구로 오게 된다. 그때 옆에서 도와준 인물이 바로 '헨리'인데, 존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여기서 헨리는 '세판'이라는 개념의 '키퍼'로 보통 가이드라 보면 된다. 그리고 여기 '나'인 존은 바로 '가드'로써 레거시를 지닌 초능력자로 불리며 로리언 행성을 지켜내는 그룹의 인물이었다. 아직은 10대 후반에 풋풋해서 레거시는 아직 시작단계다. 그래서 레거시를 헨리가 도와주며 절차탁마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기 지구에서도 일반생활은 영위해야 할 터, 여느 또래처럼 학교를 다닌다. 그런데 전학생으로 찍혀 '마크'라는 소위 학교짱한테 괴롭힘을 당한다. 존은 자신의 능력이 들통날까봐 짐짓 피하지만-(왜냐? 레거시를 펼쳐 사고를 치면 또 이사를 해야한다. 모가도어 인의 추격을 피할려면)- 나중에 마크를 한방에 보내 버린다. ㅎ

그런 가운데 그 학교의 얼짱 소녀 '세라'를 사귀며 사랑에 빠지고, 절친 '샘'을 만나 간담상조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책의 중반까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보듯 스피드하게 전개된다. 그러면서 중반 이후 이야기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즉 극악한 모가도어 인을 피해서 지구로 와 생활하고 있는 이 로리언은 살아남아 다시 그들 행성으로 복귀를 꿈꾸는 게 골자였는데, 존의 절친 지구인 '샘'이 평소 외계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가 보던 외계인 잡지 <그들이 우리 가운데 있다>가 존과 헨리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그 잡지에 적힌 발행인을 찾아 헨리가 그 지역을 혼자 갔다가 봉변을 당하고, 존과 샘이 구출하러 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샘은 존의 레거시를 보고 그가 외계인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헨리를 구출하고 둘은 더욱더 친해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잡지 발행은 바로 모가도어 인의 추적에 노출이 되었고, 시시각각 그들이 암습해 오는 가운데 마크네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 지하실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다. 다들 대피하며 목숨을 건졌지만, 존의 여친 세라가 2층 방안에 갇혀 있는 것을 안 존은 시선을 피해 레거시를 펼쳐 그 화마 속에서 세라를 구출하게 된다. 즉 남들 몰래 구출한 것인데, 세라 앞에서 '나 실은 지구인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과거를 낱낱히 밝히는 존. 이에 놀라기는커녕 더욱더 존을 사랑하게 된 세라, 하지만 이날 화재 사건으로 존이 염력을 펼쳐 세라를 구출했다는 정보가 세나가면서 존과 헨리는 궁지에 몰리고, 모가도어 수색자들이 그들을 찾기에 이른다.


(2월 24일 개봉 화제작 SF 블록버스터, '아이 엠 넘버 포')

결국 학교에서 이들과 대치하게 되면서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바로 존과 헨리 그리고 존이 아끼던 개 '버니 코사'와 지구인 학생 세라와 샘과 마크, 그러면서 이들 위기에 불현듯 나타난 넘버 식스까지.. 이렇게 이들은 모가도어 수색자와 전사들 그리고 이들을 앞세운 괴수까지 전쟁을 방불케하는 판타스틱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넘버 식스의 여자는 투명기술과 천지를 요동케하는 염력을 이용해서, 넘버 포 존은 주특기 손바닥 불을 이용해서 나머지는 각자 무기를 들고 이들과 맞서지만 사실 중과부적이었다. 각자 흩어져 싸우게 되면서 위기를 맞고,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한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듯 섬세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 주인공 넘버 포가 숲에서 괴수와 싸우다 죽을 위기에 '버니 코사'가 일대 활약을 하는데.. 과연 이들은 모가도어 인의 공격을 무찌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모두 죽을 것인가? 하지만 스포를 남긴다면 이 중에서 딱 한명이 죽게 된다. 그 결말은 책에 나와 있다. 물론 영화로도 그렇게 그려질 것이다.

SF소설과 영화적 재미로 충만된 '아이 엠 넘버 포',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렇게 이 소설은 다분히 SF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외계인 소재, 그 외계인이 살던 별이 어느 별로부터 공격을 받고 피신해 지구로 온 사연, 그리고 그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 너무나도 익숙한 그림이자 설정이다. 보통의 SF 판타지들이 그려내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들이 이런 구도로 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외계로부터 온 행성 '로리언''모가도어'의 역사까지 말하며 무언가 이야기적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로리언과 모가도어의 대결 구도 속에서 계속 도망자 신세로 전락해버린 넘버 포, 순차적으로 죽여야 마력이 나타나기에 앞선 세 명 다음에 타겟이 된 넘버 포, 그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이 이야기의 골자인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나가 총 6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1편의 이야기가 절대 끝이 아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에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아마 영화로도 그렇게 그려질 것이다. 그전에 이렇게 원작소설을 만난 게 어떻게 보면 행운이기도 한데, 마치 영화 한 편을 다 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살아있듯 재미있다. 다만 그 어떤 문학성을 띈 작품이기 보다는 그냥 만화책 보듯 술술 읽혀 영화적 이미지들이 마구 그려지며 전개된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이 있다. 특히 중반까지는 존과 헨리의 도망자같은 삶의 고단함이 펼쳐지며 세라와 연애담의 하이틴 로맨스가 주류였다면 중반 이후에는 존과 헨리의 정체가 주변 사람들에게 밝혀지면서 이들이 도리어 의기투합하고, 드디어 이들을 발견한 모가도어 군과 한바탕 전투를 벌인다는 게 이야기의 골자다.

아무튼 오랜만에 영화같은 SF소설을 만나 그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다음 편 이야기도 기대되고, 우선 2월에 개봉하는 영화부터 당장 기다려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모가도어 인의 타겟이 된 '넘버 포'로 분한 '알렉스 페티퍼', 그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말이다. 물론 그의 연인 '세라'와 함께 넘버 포의 키퍼인 '헨리', 학교 친구 '샘과 마크'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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