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무기 견인 도시 연대기 3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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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라이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필립 리브'가 만들어낸 본격 SF 모험 소설인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는 전 세계의 팬을 확보할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 됐다. 이미 국내에도 그 시리즈가 3편까지 나오면서 이런 유를 좋아하는 SF소설 팬들에게 나름의 인기를 구가했는데, 벌써 3편까지 나왔고 이제 마지막 4편만을 남겨두고 있다. 강호는 물론 이 시리즈를 다 읽어 봤다. 1편은 '60분 전쟁'으로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간들로 다시 재편돼 '도시진화론'이 대두되며, 이른바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세계를 배경으로 땅 위를 달리며 작고 약한 도시들을 집어삼키던 런던이 '반 견인 도시' 세력을 무릎 꿇리려다 스스로 멸망한 것이 1권 <모털 엔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2권 <사냥꾼의 현상금>은 얼음으로 둘러싼 차가운 도시 앵커리지에서 벌이지는 두 주인공 톰과 헤스터의 모험담이 주를 이루며 제대로 된 어드벤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3편은 그 앵커리지가 사냥꾼 도시 '아크 에인절'로부터 위기에서 탈출해 멸망하지 않고 북아메리카 바인랜드의 호숫가에 정착하며 산지 16년 뒤의 이야기로 여기서 주인공은 바로 톰과 헤스터가 낳은 열여섯 살 소녀 '렌'이다. 그렇다. 바로 이 10대 소녀 '렌'이 이야기의 중심이자 매개체다. 즉 이 소녀로 인해서 사건이 벌어지고 톰과 헤스터가 이 딸을 구하기 위해서 나서면서 벌어지는 어드벤처다. 그런데 전편들과 달리 이 3편은 그렇게 스케일이 크거나 SF적인 스펙파클한 맛은 떨어진다. 물론 후반부에 그런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드라마적으로 전개되며 잔재미로 가득한 모험 소설이라 볼 수 있으니, 과연 어떤 내용인지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열여섯 살 '렌'의 모험담을 그린 '견인 도시 연대기' 3편 <악마의 무기>

얼음도시 앵커리지가 바인랜드에 정착한지도 어언 16년 동안 톰과 헤스터는 나름 행복하게 지냈다. 그들에게는 이젠 열여섯 살의 딸 '렌'이 있다. 그런데 이 소녀는 매우 쾌활하고 당찬 구석이 있다. 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세상을 벗어나 모험을 하고 싶은 거. 자신의 엄마 아빠가 그랬듯, 자기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그림스비' 조직의 '로스트 보이' 수장인 '가글'이 그녀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필요한 '틴 북'이라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시킨다. 즉 그 물건을 가져오면 같이 이곳을 떠나겠다는 제안, 그래서 렌은 고민이 많았지만 한때 앵커리지의 공주였던 '프레야' 선생님에게 접근해 '틴 북'의 소재를 알아두고 급기야 그것을 빼돌린다. 그리고 그것을 가글에게 주고 같이 떠나려고 하다가, 이를 눈치챈 헤스터가 달려와 총격전이 벌어져 가글과 그의 여친이 죽고, 렌은 가글의 부하인 '피쉬케익'에게 이끌려 비행선을 타고 납치된다. 

이때부터 사건은 전개된다. 즉 '렌'이 도망을 아니 '틴 북'을 가지고 납치가 되면서 톰과 헤스터, 그리고 프레야와 '로스트 보이'에서 앵커리지로 전향한 '카울'이 렌을 구하려고 다시 모험을 나서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1편과 2편에서 이어져온 스토커(기계인간)에 대해서 계속 언급하며 나간다. '반 견인 도시 연맹'의 수장격인 도시 '그린 스톰'에서 부활시킨 수많은 스토거들, 그들의 대장인 '안나 팽'이 다시 살아났고 닥터 제로가 또 부활시킨 막강 파워의 스토커 '슈라이크'까지 그린 스톰은 그렇게 다시 위용을 갖추게 된다. 한편 피쉬케익에게 납치된 렌은 사실 납치보다는 피쉬케익과 함께 모험을 즐기게 되는데, 그래서 엉클이 있는 그림스비로 돌아가는 대신 '로스트 보이'들이 부모없이 자란 것을 미끼로 뗏목 휴양 도시 '브라이튼'이 달콤한 방송을 전파하며 그들을 끌어들인다. 이에 렌과 피쉬케익은 그곳에 갔다가 바로 잡히고 노예 아동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그 '브라이튼'의 시장은 바로 허풍쟁이 역사학자이자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위선자 '페니로얄'이었다. 2편에서 등장하며 쏠쏠한 재미를 주었던 이 인물이 이렇게 살아서 여기서 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페니로얄 시장을 돕고 있는 대규모 노예 상인 '슈킨'이 나서 이들은 비지니스 파트너로 이 '브라이튼'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서 노예로 잡힌 렌은 페니로얄 부인의 시녀로 들어가고, 피쉬케익은 슈킨의 하인으로 지내게 된다. 한편 렌을 구하기 위해서 나선 4인조 구출단 톰과 헤스터, 프레야와 카울은 '로스트 보이'의 전초기지인 바다 속 그림스비로 찾아갔지만, 허탕만 치고 그곳에서 아직도 아이들의 신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엉클'을 만나 그의 최후를 목도하게 된다. 그렇게 그림스비는 바다 속에서 수장되고 만 것이다.(아래 그림) 이에 4인조 구출단에서 프레야와 카울은 앵커리지로 돌아가고, 톰과 헤스터가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사고 팔고하는 겉은 휴양도시라 불리는 '브라이튼'으로 간다. 렌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중반 이후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말 재밌다.


이때부터 배경은 '브라이튼'이다. 그 휴양 도시에서 각자 따로 렌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허탕일 뿐, 톰은 노예 상인 슈킨에게 접근했다가 잡히고, 이를 헤스터가 다시 구해내면서 그들은 그렇게 계속 딸을 찾고 있었다. 한편 렌을 노예로 삼으면서 '틴 북'을 거머진 페니로얄은 이 신성한 아이템을 자신의 금고에 장치를 해두며 숨겨 놓는데, 이를 시기한 슈킨이 렌에게 '틴 북'을 빼오라 지시하면서 렌은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이번에 이 도시에서 알게 된 전직 '그린 스톰' 돌격대 출신의 '테오'라는 남친을 사귀면서 그의 도움으로 '틴 북'을 수중에 넣게 된다. 그러는 사이, 스토커 군단인 '그린 스톰'도 그 '틴 북'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안나 팽'이 탄 '레퀴엄 보텍스'를 위시해서 대규모적으로 브라이튼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부분이 바로 스펙타클하게 묘사된 씬들로 공중폭격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무차별적 공격이 이루어진다. 물론 브라이튼도 맞서서 공격하지만 '그린 스톰' 위용 앞에서 그 도시는 쑥대밭이 되면서 무너지고 만다. 그러면서 브라이튼에서 분리된 '클라이드 나인'이라는 조그만 지역 도시가 사막에 불시착 되면서 여기 주인공들의 운명이 엇갈린다. 우선 페니로얄은 위기 상황에서 슈킨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고, 혼자서 비행선을 타고 도망친 슈킨은 공중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브라이튼을 공격하면서 '틴 북'을 손에 넣은 안나 팽이었다. 그런데 안나 팽의 존재와 이런 도시 전쟁에 회의감으로 가득찬 닥터 '위논 제로'가 슈라이크를 시켜 안나 팽을 제거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후반부 죽음과 관련된 반전과 마지막 결말은 4편의 전조다.

그렇다면 기존의 여러 주인공들이 모두 죽은 셈인데, 그런 가운데 톰과 헤스터는 드디어 렌을 만나게 된다. 옆에 테오와 함께, 그러면서 같이 이 무너진 도시를 떠나려는 순간에 헤스터가 같이 가기를 거부한다. 바로 페니로얄을 갑부로 만들어주며 쓴 책 <사냥꾼의 현상금>에서 헤스터가 도시 사냥꾼 '아크 에인절'에게 앵커리지를 팔아먹었다는 과거가 드러나며 그녀가 딸과 마찰을 빚은 거. 과연 이들의 모험은 다시 새롭게 시작된 것인가?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이야기는 절대 끝난 것이 아닌 바로 마지막 4편을 예고한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아주 시니컬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이번 '악마의 무기' 3편의 이야기는 바로 제목처럼 각 도시의 수장들이 '틴 북'이라는 아이템을 득템하기 벌이는 경연장이다. 그러면서 그것을 최초에 득템한 톰과 헤스터의 딸 렌이 '로스트 보이'에게 납치되었다가 뗏목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노예로 전락해 지내면서 그것을 손에 넣게 된 페니로얄, 그것을 서로 뺏을려고 하는 노예 상인 슈킨과 스토커로 무장한 반 견인 도시 연맹 '그린 스톰'의 안나 팽까지 가세하며 이야기는 정점에 이른다. 그러면서 후반에 많은 이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다음 편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죽여도 될까 의문이 들지만, 역시 '필립 리브'는 마지막 반전의 묘미로 기대를 충만케 했다. 죽었다고 믿는 독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3편 '악마의 무기'는 마지막에 '그린 스톰'이 브라이튼을 공중공격하는 장면을 빼면 그렇게 SF적으로 스펙타클한 맛은 떨어진다. 2편 톰과 헤스터의 모험이 꽤 스펙타클하고 어드벤처식이었다면, 3편은 다소 드라마적으로 흐르며 초점은 열여섯 살의 소녀 '렌'에게 맞추어져 있다. 즉 그녀를 통해서 사건이 시작되고 전개되고 또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등, 2편에 이어 16년이 지난 세월에 '렌'이라는 소녀를 통해서 이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어찌보면 엄마 헤스터를 닮은 듯 안 닮은 듯 이 당차고 쾌활한 소녀 '렌'의 모험이 바로 3편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것은 전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3편 마지막 결말에서 마치 영화 <스카이라인>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듯 꽤 의미있는 시퀀스로 대미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마지막 4편 <황혼의 들판>이 무시로 기다려진다.

과연 헤스터는 어떻게 됐을까? 그러면서 렌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SF소설 연대기 시리즈의 제맛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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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3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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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형제'는 이미 전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밝혔지만, 다시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은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기수이자 인기작가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즉, '형제'를 읽지 않고서는 '위화'를 말할 수 없음이요, 위화가 곧 '형제'라 할 수 있다. 이것은 3편을 다 읽고나서 마치 방점을 찍는 순간 알게 되는 일종의 쾌감이자 그 어떤 울림이다. 아니,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쾌감에다 울림이라 말하는가 싶지만, 온갖 문학적 수사를 떤다해서 그 문장이 살아 숨쉬고 소위 있어 보이는 게 아니다.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의 힘이 제대로 필을 받게 됐을 때 느끼는 감흥 같은 것인데, 바로 여기 '형제'가 그런 케이스다. 여러분도 읽어보면 알 터.

3편은 갑부가 된 이광두의 욕망과 송강의 운명적 이야기다.

이미 1편과 2편의 내용을 요약하면서도 밝혔지만 이 이야기는 바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아비와 친어미가 다른 배다른 형제라기도 부르기 뭐한 정말 남남같은 송강과 이광두, 하지만 이들은 친형제 만큼이나 운명과 죽음을 같이 하겠다는 맹세하에 문화대혁명의 격변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춥고 배고픔은 물론이요, 계급의 적으로 물려 아비를 잃고, 십대 시절에는 병으로 어미까지 잃으며 천애고아가 되었다. 이후 청년이 된 이들은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착실했던 송강은 공장에 다니면서 류진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예쁜 처자 임홍과 만나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고, 대신에 광두는 자신이 그토록 갖고 품고 싶었던 임홍을 송강에게 빼앗기고, 이후 그 청춘의 열정을 우연찮게 시작한 폐품사업에 투자해 대성공시켜 일약 갑부로 성장한다. 바로 열네 살 때 변소간에서 다섯 여자의 엉덩이를 본 이 당찬 소년이 명실상부 거부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2권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거부가 된 광두의 3편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됐는지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류진은 한마디로 천지개벽이 일었다. 이광두의 폐품사업과 의류 사업으로 류진은 소위 때깔좋은 동네로 변모한다. 때는 바야흐로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개혁개방의 기치가 중반을 넘어서며 자본주의 물결이 봇물처럼 쏟아질때라, 이 촌동네 류진은 세련된 도시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각종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이 들어서고 길도 넓혀지는 등 이 모든 게 이광두가 벌어들인 투자가 이루어지며 류진은 이젠 '이광두진'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동네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 급변한 모습에 특히 동네 어르신들은 불만을 표출하지만 누구나 옛것에 대한 향수는 다 있는 법이다. 아무튼 이광두가 류진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반면에, 여기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송강과 임홍 부부는 사정이 가히 좋지 않다.

송강은 어렵게 살고, '이광두진'은 처녀미인대회로 주목을 받는다.

한마디로 이들은 살림에 쪼들려 사는데, 송강이 일하던 금속공장이 파산돼서 그는 직장에서 짤려 나왔고,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 그때부터 송강은 불철주야 뛴다. 꽃 장사부터 해서 건설 노동현장의 하역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돈벌이에 나선다. 그러다 너무 무리하게 일하다 허리를 다치고, 심한 기침으로 폐병까지 앓으며 송강은 그렇게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마냥 놓고만은 있을 수 없어, 동네에서 허드렛일이 생기면 대리로 뛰는 등 '수석대리'로 자리매김하며 나름 열심히 산다. 이를 지켜보는 아내 임홍은 자신이 다니는 공장에서 성추행을 당해도 참아야 하는 고통과 남편도 걱정돼 이제는 거부가 된 광두를 찾아가라 하지만 송강은 싫다고 한다. 그 알량한 자존심보다는 부담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을 터, 아무튼 이들 부부의 살림은 쪼들리고 소위 궁상맞게 살고 있었다.

한편 이광두는 초특급 갑부로 성장해 자신의 사업 확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신의 주특기인 여자들과 놀아난다. 즉 연애는 무엇인지 몰라도 여자랑 자는 건 자신 있다는 광두는 류진의 처자는 물론 전국의 처자들까지, 아니 심지어 유부녀에 나이든 아줌마까지 관계를 가지며 위세를 떨치는데, 그러니 전국 각지에서 여자들이 몰려와 '내가 광두의 여자다, 광두의 아이를 낳았다' 등 장사진을 펼치니 가관이 아닌 것이다. 이에 법정까지 가게 된 광두는 지난 날 임홍을 잊기 위해서 한 정관수술 증명서를 보이고, 이 위기를 재치있게 넘어가며 그의 여성 편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더욱더 유명해지고 일파만파 퍼지자 류 작가가 '백만장자가 외치는 사랑'이라는 것으로 탈바꿈해 소위 소설을 써 류 작가는 광두에 눈에 들어 류 공보관으로 전격 발탁된다. 류 작가에서 '류 공보'가 된 것이다. 즉 류 공보는 광두의 비서이자 시다발이인 셈으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처녀편지를 수없이 읽어주며 그의 기쁨조 역할을 한다.

이후 사업에도 무료해진 광두는 그 우라질 놈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서 무슨 개뼈다귀같은 일이 없을까 구상하다가 '처녀편지'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 류진에서 '처녀막 올림픽' 대회를 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이에 류 공보는 그렇다면 제1회 전국처녀미인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어떻게냐 제안하며, 류진은 최고의 미녀를 뽑는 '처녀미인진'으로 탈바꿈된다. 중국 전역에서 골라 뽑은 삼천 궁녀 아니 미인들이 대거 올라오고, 그에 따른 부대 시설과 비용, 그리고 엄청난 취재진과 구경꾼 인파들로 류진은 이 처녀미인대회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조금은 판타지스럽게 전개가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어떻게 뽑아 선발하는 대책없이 오로지 그 미인들의 처녀막을 검사한다는 일념하에 급기야 이광두가 최종 후보에 올라온 두 명의 여자와 거기시를 가열차게 해버리는 등, 조금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다. ㅎ



특히 이 대회를 빌미로 강호를 떠도는 희대의 사기꾼 '주유'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눈길을 끈다. 그는 한마디로 말발로 먹고 사는 인물, 그래도 이 참에 돈을 벌려고 류진에 와 처녀미인대회에 걸맞게 '인공처녀막' 제품을 팔며 장사를 한다. 대신 혼자선 안 하고 그 영업사원으로 조 시인과 '수석대리' 송강을 끌어들여 사업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소씨 아줌마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 소씨 딸내미 소매랑 소위 야부리를 까며 지내는데, 그래도 인공 처녀막 장사는 잘 되는 편이었다. 결국 처녀미인대회가 광두의 미친 짓의 용두사미격으로 끝나버리자 주유는 류진을 떠나기로 결심, 대신에 조 시인 말고 송강을 데리로 그의 이름처럼 주유천하를 하기로 한다. 즉 중국 전역을 돌며 송강과 함께 장사를 하겠다는 거다. 이에 송강도 어려운 살림에 돈도 많이 벌고, 몸도 아파와 부인 임홍에게 부담을 주느니, 집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임홍과 우선은 그렇게 헤어졌다. 물론 임홍은 안 된다고 했지만, 사나이 가는 길을 누가 막을 쏘냐..

주유와 송강은 장사로 유랑, 광두와 임홍의 욕정 폭발!!

그렇게 송강은 강호의 사기꾼 주유와 함께 주유천하하며 각종 건강식품과 성인용품을 팔러 다녔다. 류진에서 '인공처녀막'에 이어서 이제는 남자들의 필수품 '음경증강환'이라는 비아그아류 약을 목욕탕에서 팔기도 하는 등 둘은 나름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이게 잘 안 되니까, 여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쭉빵 표 유방크림'을 팔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송강이 직접 물건의 효능을 보이기 위해서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유방 확대 수술, 즉 가슴 성형 수술을 한 것이다. 물론 주유가 시킨 것이지만, 그 넘의 돈이 무엇인지.. 송강은 수술하기로 받아들이고 결국 유방을 가진 남자로 살게 된다. 그러더니 더 이상 이 사업에 비전이 없음을 본 주유는 류진으로 떠나고 받은 물건과 돈을 모두 송강에게 주고 혼자서 해보라니, 송강은 미치고 앞이 캄캄한 노릇이다. 그래도 그 가슴 유방도 이젠 익숙해서 얼마 안 남은 유방크림까지 모두 팔고 자신도 류진으로 돌아올려고 하는데...

한편, 이광두는 송강 모르게 임홍에게 거금의 돈을 6개월마다 송금하면서 내심 도와주고 있었는데, 송강이 돈 벌러 떠났는 소식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사업이 계속 승승장구하니 급기야 모 주석에 버금가는 대 초상화를 만들어낸다. 러시아 대화가를 초빙해 초상화를 제작케하고 그 제막식에 바로 임홍을 초대해 그는 평생 이루고 싶었던 소원인 임홍과 거시시를 가열하게 한다. '송강 미안하다'를 외치고 나서 말이다. 물론 임홍은 이러면 안 된다고 처음에 거부했지만, '안 돼요..돼요..'가 되는 것처럼.. 그녀도 송강과 갖지 못했던 오랫동안 눌려있던 성욕이 폭발하며 이둘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듯 시도때도없이 섹스를 마구방발스럽게 즐겼다. 그것도 무려 석 달간이다. 즉 이들은 변강쇠와 옹녀처럼 석 달간이나 서로 황홀경에 빠진 것인데, 급기야 광두는 임홍에게 처녀막재생수술을 권하고 이들은 이 수술을 위해 상해로 떠난다.



그리고 송강은 돈도 어느 정도 벌었지만 몸은 점점 피폐해지고, 폐병은 점점 심해지고, 겨드랑이에선 고름이 나오는 등,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류진으로 수년 만에 돌아왔다. 바로 사랑하는 임홍을 만나기 위해서였는데, 그 집에는 임홍은 온데간데 없었다. 지나가는 조 시인과 미리와서 소매와 결혼해 살고 있는 주유 아니 이름을 개명해서 주불유(周不瑜,나돌아다니지 않겠다는 선언)한테서 얼추 소식을 듣는다. 광두와 임홍이 어디로 떠났다는 말에 그는 일견 올 것이 왔다는 등 모든 걸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그리고 집에 들러 광두와 임홍에게 각각 편지를 써놓고, 어디 철길이 보이는 곳에 가더니 조용히 눕는다. 그리고 한 마리 갈매기가 광활한 꽃밭을 나는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그는 달려오는 기적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즉 철로에서 자살한 것으로, 이렇게 한 남자는 세상을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은 채, 또 임홍과 광두를 생각하며 썩어가는 육신을 제대로 던진 것이다.

송강의 자살, 각자 갈길을 가며 이광두는 우주 여행을 준비한다.

한편 같은 시각 처녀막재생수술을 하고 돌아온 광두와 임홍은 또 그짓을 열나게 하고 있다가, 류 공보로부터 송강이 철로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광두는 즉각 그 짓을 멈추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고, 임홍은 울음부터 쏟아지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는 그렇게 격한 운우지정을 나누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당연지사. 결국 장례연을 거하게 치러낸 이광두와 임홍, 그렇게 송강을 보내고 시간이 3년이 흘렀다. 모든 건 변함없이 흐르고 발전해 그 류진의 인물들은 이렇게 지내고 있었다. 송강을 잃은 임홍은 상처를 잊은 듯 아니 자신의 과오 때문이지 젊은 아가씨들을 데리고 유곽장사를 하며 나름 살고 있었다.

한 때 잘 나가며 이제는 슈퍼마켓 체인점으로 돈도 많이 번 동 철장은 60이 넘은 그 나이에도 정력을 과시하며 임홍의 VIP 고객으로 접대를 제대로 받는 등 인생 말년을 늙은 마누라와 알콩달콩 살았고, 이광두 폐품회사 투자로 수많은 돈을 만진 여 뽑치와 왕 케키는 반일감정이 일자 일본으로 시위하러 가자며 객기를 부렸고, 류 공보는 이광두 회사를 물려받아 류 총재 아니 '류 CEO'에서 C만 따서 '류 C'가 되었고, 조 시인은 이광두가 어마어마한 재산으로 러시아 우주 여행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체력 단련 조련사로 스카웃돼 '쓸어차기'의 교보재로 광두를 보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이광두는 그 우주 여행을 위해서 만만의 준비를 해왔고, 과거 시절을 반추하며 비록 씨도 다른 배다른 형이었지만 개후레자식이라고 싸잡아 욕했던 송강에 대한 각별한 정을 회고한다. 그렇게 자신의 사업에만 몰두하면서 이상한 대회나 짓거리만 일삼고, 그가 없는 사이 형수 임홍과 육체적으로 질펀하게 놀아나고, 결국 자신의 형을 돌보지 못했다는 심한 죄책감과 회한에 회사를 이미 류C에게 물려주고서 이렇게 그는 우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주 여행을 떠나는 그날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송강의 유골함을 우주 궤도상에 올려놓겠다고 생각한다. 송강이 그 우주에서 영원히 달과 별들 사이를 유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광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되면, 내 형제 송강은 외계인이다!" 라고 말이다.



이렇게 3편 이야기 아니, '형제'의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났다. 송강의 죽음과 함께 말이다. 특히 3편의 느낌은 1편이나 2편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1편이 이광두와 송강의 유년 시절을 그리면서 문화대혁명의 격변기 속에서 정신의 광기와 본능을 억압하는 처절한 가족사가 그려졌다면, 2편은 광두와 송강의 청춘시절 즉 연애담이 재미나게 펼쳐지면서 광두가 우연찮게 고물사업으로 갑부가 된 이야기, 그것은 중국 개혁개방이라는 물결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재미나고 다소 풍자적인 사업 성공담이었다.

송강과 이광두의 극단의 간극, 욕망과 운명의 파노라마를 보았다.

그런데 이번 3편은 참 불편한 것이 다분한 게 많다. 이미 초특급 갑부로 성장한 이광두에게 있어서는 돈이 아닌 여자, 오로지 여자와 그짓만 할려는 경박한 욕정의 화신으로 그려졌고, 얼토당토않는 처녀미인대회를 여는 등 또 형수인 임홍과도 질펀하게 놀아나며 윤리가 전복되는 등, 성욕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광두의 미친 욕망의 파노라마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반면에 송강은 그 반대다. 오로지 임홍을 위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도 사기꾼 주유와 함께 주유천하하며 자신의 몸까지 성형하고 돈을 구차하게 벌고자 했던 송강이었다. 이런 그를 통해서 무엇을 보겠는가.. 바로 광두와 극단적인 간극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위화가 이 작품을 쓰면서도 언급했다시피 '시대의 간극''현실적 간극'이라는 말처럼, 그 어떤 간극을 통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다소 판타지스럽게 희화화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유머 코드가 아닌, 풍자는 물론 살아있는 그 자체로 중국 현대사 속에서 인민들이 40여 년을 달려온 삶을 투영시키기 위한 '현대적인 리얼리즘'의 또 다른 해석일 수도 있음을 견지하게 된다. 어찌됐든 위화의 '형제'는 분명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소설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우리와 닮은 모습에 놀라고, 그 삶과 운명과 욕망이라는 대전제 앞에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살려고 바동거리는 것을 본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때로는 진한 여운과 애환을 남기며, '형제'라는 3권의 장편소설은 읽은 이의 가슴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남게 될 것이다. 이광두와 송강을 위시한 그 만물군상의 시대를 말이다. 아.. 송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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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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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국 현대문학에서 나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젊은 작가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 <형제>를 지금 강호는 읽고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장편소설은 일반소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마치 위화의 전작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권짜리 소설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를 소위 짬뽕해 놓은 듯이 위트와 풍자는 물론 중국 현대사에서 중국 인민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고단한 쏠라닥질 같은 삶을 버티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 어떤 간극에 대한 이야기가 대서사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기에 이 '형제'라는 장편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즉 단순한 이야기라 치부할 수 없는 그 속에서 인간군상에 대한 고찰과 광기로 억압된 처절한 운명의 시대를 보게 된다.

형제 2편은 청년 이광두의 청춘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1권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 요약을 했지만 다시 간단히 줄이면 1960년대 중반 시작된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7살 된 어린 소년 '이광두'와 배다른 형제였던 '송강', 이들의 처절한 가족사가 펼치지며 계급의 적으로 몰려 아버지를 잃고, 15세가 될 때까지 교차 편집해 이들의 동선을 좇는다. 그러면서 10대 시절 변소간에서 다섯 여자의 엉덩이를 본 죄로 그는 '엉덩이 대왕'이라 불리며 동네 '류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그 소스로 마음껏 그 비싼 '삼선탕면'을 원없이 먹었던 당찬 녀석이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성(性)에 눈을 떴던 소년 광두, 이렇게 개차반같은 광두도 병으로 어머니마저 잃자 그는 송강과 함께 목놓아 울었다. 이제는 천애고아가 된 두 형제는 따로 헤어져 살게 되면서 그들은 그 어떤 운명의 파고를 맞게 되는데, 그 다음의 이야기가 2편에서 펼쳐진다. 2편은 바로 그들의 20대 청년 시절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잠깐 빠져보자.



때는 바야흐로 문화대혁명이 막 끝나고,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될 무렵 70년대말 80년대 초다. 10년을 떨어져 살았던 광두와 송강은 다시 만난다. 송강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송강이 광두를 찾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그들은 친형제처럼 같이 산다. 그래서 먹고 살아야 하기에 민정국에 일하는 '도청' 국장의 소개로 송강은 금속공장에 취직되고, 광두는 복지공장에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광두는 그곳에서 소위 짱을 먹는다. 열네 명으로 구성된 장애인들 절름발이, 정신지체자, 귀머거리, 맹인을 거느리고 그들의 충성심을 받아 공장장이 된 것이다. 송강은 류작가 밑에서 문학으로 이야기를 트고, 그러다 그의 필력을 시기한 류작가가 송강을 해하려다 광두에게 엄청 얻어 터지고, 광두는 송강을 보호하는 망나니처럼 군다. 마치 수호지에 나오는 흑선풍 이규처럼 말이다. ㅎ

이광두의 손자병법식 재미난 연애 공략기, 승자는 송강이었다.

그러면서 광두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바로 자신이 열네 살 때 변소간에서 본 다섯 명의 여자 엉덩이 중 가장 찰지고 예쁘게 본 임홍이 이젠 다 큰 처자가 된 거, 그는 눈이 돌아간다. 아니 그녀를 갖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송강을 제갈량같은 책사로 고용, 그녀 공략법에 나선다. 그러면서 송강이 읽었던 손자병법을 이용해 연애 공략기에 들어간다. 이른바 '방고측격, 단독직입, 병림성하, 심입적후, 사전난타'라는 이 다섯 가지 기술로 매번 그녀를 공략하지만 실패한다. 심지어 이런 공략 전에 아이들에게 구애 전도사를 시켰다가 아이들이 '연애'라는 말이 생각이 안나 '성교하고 싶데요'를 내뱉어 진작부터 꼬인 광두였다. 그러니 임홍에 눈에 광두가 미친 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그 옛날 자신의 엉덩이를 본 것만 해도 치가 떨리니 그의 구애를 받아 들일리가 만무하다.

대신에 임홍은 광두의 배다른 형제 송강에게 마음이 간다. 다소 말랐지만 이 키 크고 잘 생긴 송강에게 눈이 간 거. 그때부터 임홍은 송강을 점찍고 직접 자신이 구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다. 하지만 송강은 광두와 맺은 형제의 의리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자신도 임홍을 좋아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만 고심이 많다. 결국 자살까지 결심한 송강을 보고 이를 구한 광두는 포기하기에 이르고, 청춘남녀의 삐리리가 어떻게 막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에, 송강과 임홍은 전격적으로 연인 사이를 선포하고 사귀기 시작해 결혼까지 골인한다. 광두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고, 그는 그렇게 송강에게 임홍을 보내며 못내 아쉬워하며 정관수술(결찰)을 감행한다. 즉 내 여자 임홍을 놓쳤으니 차후에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고 살지 않겠다는 충절과 지조의 뜻이라나.. 뭐라나.. ㅎ 아무튼 광두의 연애담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광두는 5년 안에 복지공장을 류진에서 제일 많이 이윤을 남기는 공장으로 만들더니, 도리어 공장장을 사퇴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인 '의류가공' 사업을 해보겠며 그 동네에 잘 나가는 상인들인 동 철장, 장 재봉, 관 가새, 여 뽑치, 왕 케키, 소씨 아줌마까지 끌어들여 소위 창업자금 조달을 하는데, 다들 저마다 옷의 부위를 하나씩 맡아 바지, 와이셔츠, 러닝셔츠, 팬티, 양말, 브래지어의 상표는 자기 것으로 해달라며 꿈에 부푼다. 이에 돈을 안고 상해를 간 광두는 갑자기 깜깜 무소식이다. 여섯 명의 동업자들이 그 큰 돈을 맡겼기에 애가 타고 속이 타들어가 가는 건 당연지사, 급기야 석 달이 돼서야 돌아온 광두, 그는 완전 거지꼴에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즉, 다 말아 먹은 것이다. 이에 다섯 남자는 그를 비오는 날에 먼지나듯 개패듯 패며 화풀이를 한다. 내 돈 내놓라는 것인데, 광두는 이에 걱정하지 말라며 나중에 배로 갚을 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된 광두는 당장 입에 풀칠하기가 급해 다시 복지공장 공장장으로 복귀를 민정국에 신청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도청이 하는 말, '아니 자기 마음대로 나갈때는 언제고 이젠 궁해지니까 다시 들어오냐며, 어디 국가기관이 니 꼴리는 대로 하는 데가 아니다'며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광두가 아니다. 바로 현 민정국 정부 청사 앞에서 연좌 1인시위에 바로 들어간다. '나를 다시 앉혀 주지 않으면 여기서 늙어 죽을 때까지 있겠다'는 각오는 그는 버틴 것이다. 하지만 배고픔은 물밀듯이 밀려오니 지나가는 송강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 자신의 돈과 배식표를 주며 광두를 돕는다. 나중에는 임청이 싸준 도시락까지 나눠 먹으며 형제애를 과시하는데, 이를 눈치 챈 임홍은 그런 녀석과는 만나지도 말고 광두를 돕지 말라 한다. 이에 천상 애처가 스타일의 송강은 우선 광두와 거리를 두고 당분간 의절키로 한다.

이광두의 폐품사업 성공기, 우연이 필연이 된 고물사업으로 갑부되다.

그러면서 그 옛날 신하가 무슨 큰 죄를 짓고 대정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하듯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버틴 광두, 이를 안쓰러워 보다 못한 인민들이 자기 집에 있는 고철 덩어리와 신문지와 폐품들을 가져다 광두 면전 앞에 쌓아 놓는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서 산을 이룰 정도로 쌓이자 광두는 이때부터 이 폐품을 팔면서 사업을 한다. 바로 고물사업으로 나름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데, 그 예전 여섯 사람에게 빚도 갚게 되면서 고물 사업은 4년여간 날로 번창하고, 이를 보다 못한 현 정부가 광두에게 당장 나가라고 하면서 공장장으로 복귀하라고 하자, 이제는 때가 늦었다며 난 내 길을 갈 거라며 청사 맞은 편 빈 건물에 세를 얻어 '이기(李記)수집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이광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본에까지 건너가 폐품의류를 다량으로 가져와 특히 폐품양복을 수집해 대량으로 류진에 풀면서 그는 일약 갑부로 스타덤에 오른다. 소위 광두가 가져온 양복을 안 입고선 류진의 남자들은 거리에서 활보를 못 할 정도로, 그 양복 안감에 써있는 일본 가문의 명성을 서로 대고 위시대며 그들은 그렇게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 폐품의류 사업에 투자한 여 뽑치와 왕 케키는 지분 투자로 얻은 이익 배당으로 큰 돈을 만졌고, 광두에게 지난 과거의 실패로 투자를 안한 동 철장과 관 가새, 장 재봉과 소씨 아줌마는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광두의 사업 확장은 넓혀지면서 그는 지주회사 설립까지 하며 여 뽑치와 왕 케키를 이사로 앉힌다. 그리고 상해로 또 사업차 건너가 광두는 류진으로 돌아올 때 한순간도 벗지 않고 계속 입고 있었던 누더기 중산복을 과감히 벗고, 빨간색 산타나 세단과 함께 검은색 이태리제 아르나미 양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다. 어디 당의 고위급 간부처럼 나타나니 사람들은 깜놀한다. '저게 누구 랑께? 아니 광두 아니여.." 그렇다. 이광두는 이제서야 갑부티를 제대로 내며 류진으로 다시 입성한 것이다. 그 옛날의 싼티나고 개후레자식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이렇게 2편의 이야기는 청년 이광두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다. 배다른 형제 송강과 다시 만나 같이 지내면서 류진에서 잘 나가고 가장 예쁜 처자 임홍을 사이에 두고 셋 청춘의 솔직한 연애담을 그려냈고, 그 승자는 송강에 돌아간 후 광두는 복지공장에서 열심히 일해 공을 세우고 자진 사퇴해 자기 사업을 할려다가 한번 말아먹고, 다시 공장으로 복귀하려다 안 받아 주니까 그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다가 사람들이 아름아름 준 폐품이 쌓이자 고물사업을 하면서 성공하게 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에까지 가서 폐품의류로 더 크게 돈을 벌고, 급기야 지주회사까지 설립해 명실상부 배포가 큰 사업가로 성공한 것이 2편까지 이야기다.

3편은 초특급 갑부가 된 이광두의 중년기다.

이렇게 놓고보니 그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없이 쑥쑥 사업이 잘 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폐품 수집이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부 청사 앞에서 연좌시위를 할 정도로 그는 그렇게 깡다구 하나로 버티며 버는 만큼 빚진 만큼 제대로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 더군다나 당시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그는 분명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광두는 예전의 그런 개후레자식이 아니다. 과연 위풍당당하게 초특급 갑부로 성장한 그의 중년기는 어떤 삶이 기다릴지 그 마지막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진다.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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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수호지 2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전략 삼국지로 유명한 만화 작가 '요코야마 미쯔데루'의 작품 중에 만화 수호지 1편에 이은 2편 이야기다.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이제서야 2편을 쓰게 됐는데, 1편에 이어 2편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1편 마지막은 고구 밑에 일하던 친위대 장교 출신의 '청면수 양지'는 일처리를 잘못해 쫓겨나고 가문의 칼을 팔려는 행상을 하다 사람을 죽이면서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그러면서 2편은 바로 지다성 오용과 조개가 나오는 이야기다. 바로 이 조개가 초기 양산박 수령으로 앉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양중서가 고구에게 보내는 뇌물을 있음을 안 그들은 악덕 관리를 응징한다는 기치 아래 완씨 삼형제와 유당, 오용 등이 가세해 대추 장사로 위장하고 뇌물을 싣고 온 그들에게 술에 약을 타 빼앗는 사고를 친다. 특히 고우영 수호지 만화에서 보면 아주 제대로라는..ㅎ

수호지 2편 이야기는 조개의 양산박 입성과 송강의 수난시대

이에 그 고을 관리로 있던 송강이 평소 친분이 있던 조개에게 얼른 숨으라 정보를 흘리고, 범죄자를 숨겨둔 죄를 안 이를 송강이 죽이면서 자신마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면서 청주 감옥으로 가는 도중 청풍산의 '소이광 화영'을 만나 간담상조한다. 그런데 화영의 미친 존재감을 시기한 유 관리의 음모에 빠지게 되고, 그의 수하였던 황신까지 그들을 잡을려고 하면서 이들은 대규모 맞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도리어 황신은 위기에 빠져 그마저 화영에게 들어가 간담상조한다. 이에 송강과 함께 양산박에 들어가려는 순간, 송강의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전보에 송강은 고향으로 돌아가 바로 잡힌다. 아버지가 위급한 것이 아닌, 아들이 도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끌어들인 거, 결국 송강은 죄값으로 강주 감옥으로 귀양길에 오른다.
 
물론 소풍 떠나듯 양산박에서 환송회도 열어주는 등 기분좋게 떠난 귀양길이었는데, 도착한 그곳의 책임 관리자는 '신행태보 대종'과 그의 망나니같은 똘마니 '흑선풍 이규'가 있었다. 대종 또한 송강의 위명을 많이 들었던지라 바로 편하게 숙식 제공을 하며 그를 귀하게 모시게 되고, 이규 마저 송강 형님을 위해 바로 신선한 회를 뜨러 어촌에 갔다가 그곳에서 물찬 제비 '장순'을 만나 물속 싸움에서 된 통 당한다. 이를 본 송강이 이들 싸움을 말리고 장순마저 그의 위명에 같이 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 유명한 술집에 가 거하게 한잔 하더니, 만취한 송강이 무어라 주절주절히 쓴 시가 나중에 모반의 시로 밝히지면서 그 고을에서 그를 시기한 상급 관리가 대종에게 시켜 그를 잡아들이라 지시한다. 과연 송강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여기까지가 2편 이야기다.


(양산박의 충의당 관광코스 실제 모습)

자 그럼, 이 책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 부록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호한들의 본거지 양산박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일본 교수들이 실제 가보고 쓴 양산박 기행기인 사진과 글들이 실려있다. 전해진 양산박의 위용과는 다르게 실제 최고봉인 호두봉조차 해발 197m밖에 되지 않아서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어 도무지 책의 내용처럼 견고한 요새 같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그 양산박에 있는 각종 캐릭터의 실물같은 동상과 유물, 행사 등을 이야기했는데, 특히 그들이 하늘에 맹세하며 '체천행도'와 '충의쌍전'을 외쳤던 '충의당'에는 송강을 중심으로 옆에 지다성 오용과 옥기린 노준의 상이 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 양산박은 관광지로서 대폭적인 변신을 하고 있어 수년 후에는 일대 테마파크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이들은 전망한다. 아.. 강호도 가고 싶다. ㅎ

'강호의 호한'을 밥 먹듯이 말하는 '수호지', 강호빼면 시체?

그렇다면 이렇게 양산박에 모인 수호지 영웅들의 세계를 좀 들여다 보자. 수호지는 알다시피 108명의 영웅호걸들을 다룬 일종의 판타지 중국고전인데, 그런데 정작 이들을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까? 다들 도적에다 살인자에 어디 하나 사실 제대로 된 인간은 없다. 거의 다 범법자들인데, 그래도 그들을 가리켜 호걸, 의적, 무법자, 임협, 협객 등 좋게 표현하면서 수호지 원문에는 확실히 따로 존재하는 문구가 있었으니 바로 '강호의 호한' 되시겠다. 그 옛날 호한마마 보다 무서웠다는 그 '호한'이 아니다. 好漢의 한자니 그 호랑이와는 다르다. 어찌됐든 수호지의 등장인물들은 말만 꺼냈다 하면 '강호의 호한'들과의 사귐을 즐긴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수호지 120회 중에 '강호'라는 단어는 약 80회, '호한'이라는 단어는 약 60여 회에 걸쳐 등장한다. 즉 '강호의 호한'이라는 말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강호'란 대체 무엇일까? 엠엘강호가 닉으로 삼고 있는 이 '강호'라는 이름 江湖, 대체로 우리는 '천하', '세간', '세상' 등으로 번역하며 그 어떤 강호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산하'(山河)라는 말이 국토를 나타내는 것처럼 '강호'라는 말은 강과 호수를 더한 광대한 천하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는 사용하고 있다. 무협소설에서 강호의 세계는 절대 고수들이 모여있는 그 중심을 말하거나 그런 강호를 떠난 무릉도원같은 강호의 세계도 뜻하는 이중적인 함의적 단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가장 긴 강인 '장강'과 가장 커다란 호수 '동정호'를 합쳐 '강호'라 하고 세상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유래가 된 셈이다.



그런데 '강호'라는 말은 '관'(官)의 반대편에 있는 '야'(野)의 세계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즉 '야'적인 개념으로 강호가 그렇게 쓰이고 있다보니 수호지와 제격인 셈인데, 사마천의 <사기>에서 <화식열전>을 보면 춘추시대 월왕 구천의 결을 떠난 범려는 "조각배에 몸을 실어 강호에 띄우고, 성을 바꾸고 이름을 고치네."라고 말하고 있다. 즉 관직을 버리고 서민들 사이에서 이름을 숨기고 살았던 것이다. 이렇게 '관'에 대비되는 '야'의 세계로서의 강호는 당(唐)대 시인들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써 활용이 되었고, 신출귀몰한 자객이나 협객 등 호걸들의 활약을 그린 소설도 유행했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사소아전(謝小娥傳)> 이라는 협녀의 복수 이야기가 그렇다.

강호의 세계는 수호지가 원전이다, 그들에게 강호는 '이상향'이다.

그리고 여기 '수호지'의 세계는 영웅호걸들 사이에 차례로 임협 정보망이 형성되어 가는 곳, 이름이나 정체를 숨길 필요는 전혀 없이 살인 전과는 오히려 훈장이 되니 폭력으로 점철된 경력과 별명을 앞 다투어 내세우며 자기소개를 자랑하듯 한다. 그러나 무리 대부분이 수배자인 까닭에 관리들 앞에서는 이름을 숨겨야 하므로 이름이 필요 이상으로 잘 알려진 세계(=강호)와 필사적으로 감추어야 하는 세계(=바깥세상)가 극명히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즉 '수호지'에서 강호란 일정을 직업을 가지고 일정한 곳에 자리 잡고 사는 일반 사회에는 머물 곳이 없는 재야의 아웃사이더들이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수호지의 세계에서 '강호의 호한'이라 하는 것은 이미 정형화된 하나의 생활양식이며 '강호에서 사람들이 부르기를 XX..'라 소개하는 별명이야말로 무엇보다 효과적인 하이패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급시우 송강처럼 말이다. 자주 보는 대사만 봐도 '강호에서 진작부터 들어왔다.', '강호에서 빈번히 들었다.' ,'강호에 소문난', '강호에서 줄곧 들었던'과 같은 말들이 각 수호지 인물에 사회적 지위까지 부여해주고 있어 이들이 말하는 강호는 한마디로 하나의 약속이자 거대한 프리미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수호지는 보편적인 강호의 세계와 즉 일반 세상의 것과는 다른 이질적인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강호스런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까지 자주 차용되는 이 '강호'라는 말이야말로 수호지가 바로 원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강호는 세계는 수호지가 그리고자 하는 메시지이자 그 어떤 이샹향이다. 툭하면 강호라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바로 강호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희노애락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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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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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 정도 유명한 문학 작가라면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 그런 사람의 작품이 있다. 바로 중국 선봉파의 기수로써 이를 뽑는 발치사에서 소설가로 인생 대역전을 하며 이름을 떨친 현대 중국문학의 젊은 작가 '위화'가 그런 사람이다. 그런 위화에게는 초창기 실험정신이 가득한 전위적 중단편집이 있었지만, 이후 발표했던 장편소설 <인생><허삼관 매혈기>는 그를 단박에 알리는 특히 국내팬들에게 '위화'라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일조한 대표적 작품이다. 위트와 풍자는 물론 그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날카로운 페이소스와 패러독스가 담긴 걸작같은 소설들이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작품에 방점을 제대로 찍은 작품이 있으니 바로 <형제>다. 그래서 위화를 이야기할 때 이 소설을 읽지 않고서는 감히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마치 중국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쉰의 '아Q정전'과 '광인일기'처럼 말이다. 그래서 강호는 올해가 가기 전 위화의 역작이자 마지막 방점으로 '형제'를 꺼내들고 읽었다. 세 권의 장편 소설로 구성된 이 작품은 그가 말했듯이 그 어떤 시대의 아픔이 서려있는 역사적 간극과 배다른 형제를 통한 현실적 간극을 통해서 우리네 삶의 극단을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한 권씩 강호식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과연 이들 형제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격동의 이야기 속으로 잠시 빠져보자.



먼저 이 1권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문화대혁명의 격변기 시절로 중국의 어느 시골마을 '류진'(劉鎭, 진은 우리나라 읍에 해당되는 행정구역)이 배경이다. 그리고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이름은 이광두, '광두' 이름부터 무언가 심상치않다. 머리에 빛이 나는 풀이처럼 '빡빡 대머리' 되시겠다. 그런데 이 열네살 된 광두는 아주 되바라진 소년이다. 초장부터 가관이다. 변소간에서 여자들이 볼일 보는 그 현장에 숨어 있다가, 5명의 여자 엉덩이를 마음껏 감상해버린 아주 당찬 소년이다. 주요 부분까지 볼라는 찰나 동네의 조시인에게 덜미가 잡힌다. 류작가라는 사람까지 가세해 이끌려 나와 그는 거리 시위를 당해 톡톡히 죄값을 치른다. '어린 넘의 새끼가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여자 엉덩이와 거시기를 볼려고 했느냐'며 뭇매를 맞는다. 이에 광두의 어머니 '이란'은 소위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다섯 여자의 엉덩이로 스타가 이광두, 제대로 통속적이다.

왜냐? 아들의 이런 짓도 있지만 그의 아비 류산봉도 이미 그 짓거리를 하다가 똥통에 빠져죽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아비에 그 자식' 되겠다. 부인으로써 또 어미로써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런데 마냥 치욕이 아닌 게, 광두가 본 다섯 명의 여자 엉덩이중 가장 찰지고 도드라져 예쁘게 잘 빠진 18살 꽃다운 처자 '임홍'의 엉덩이를 가지고 광두는 소위 장사를 한다. 동네 어른들은 죄다 그에게 붙어 임홍의 엉덩이를 이야기 해달라며 달라붙는데, 광두는 그냥 이야기를 안 해준다. 자신이 그토록 먹고 싶었던 양춘면 아니, 그 비싼 '삼선탕면'을 사주어야 얘기하겠다며 조건을 건다. 그래서 그는 무려 쉰 여섯 그릇이나 삼선 탕면을 먹으며 호기를 누린다. 어린 넘이 제대로 장사를 한 셈인데, 이를 지켜보는 어미 이란은 정말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지만 그런 광두를 보니 어릴적 시절이 떠오른다. 바로 광두가 태어나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그 시점도 광두의 아비가 여자 엉덩이를 보려다 똥통에 빠져 죽은 그날, 이란의 뱃속에는 광두가 자라고 있었다. 즉 광두는 아비의 얼굴도 못 보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것인데, 그날 똥통에 빠진 남편을 건져 준 사람이 바로 '송범평'이라는 사내다. 체격도 건장하고 착실한 인상에 마음까지 따뜻한 남자, 이란은 이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없이 허송세월하다 똥통에 빠져 죽은 남편보다 이 남자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절 마냥 대시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송범평은 이란의 남편을 똥통에서 건져주고 씻기고 장사까지 치러주며 이란을 지근에서 정성껏 돕는다. 그러다 송범평의 아내도 얼마 안 있다 죽게 되면서 둘은 서로의 감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결혼을 한다. 이미 송범평에게는 '송강'이라는 아들이 있었고, 광두보다 한 살 많은 그들은 바로 배다른 형제가 된 것이다.

엄마 이란과 아빠 송범평이 중국식 풍습대로 결혼식 시가 행진을 마치고, 신혼 첫날을 지내던 그날, 7살 된 광두는 송강과 잠결에 깨서 엄마와 아빠의 거시기 현장을 리얼하게 보게 된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송강 앞에서 시연하는 광두, 걸상을 갔다놓고 엎드려 앞뒤로 움직이고 비벼대며 아주 가관이다. 그런데 자신도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점차 강도가 세져 길가다 말고 옆의 나무전봇대만 보면 거기에다 비벼대며 황홀경에 빠지는 이광두, 정말 대책없는 꼬마녀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그 마을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있다. 대장장이 동 철장, 이를 뽑는 여뽑치, 재봉사 장재봉, 아이스케키 장사 왕케키 등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그들은 점차 자신의 직업은 뒷전인 채 비판투쟁대회에 앞장선다. 바로 자본가와 지주 계급은 물러나라며 타도를 하는 것인데, 이에 송범평 가족은 이란이 몸이 아파 상해병원으로 보내고, 송범평은 그런 투쟁대회의 선봉에 서서 위풍당당하게 시위를 이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듯 송범평네 가문이 지주 계급으로 밝혀지면서 그는 하루아침에 계급의 적 지주로 몰려 머리에 큰 널판지를 두른 채 자아비판을 받는 처지가 된다. 하루하루가 곤욕이고 힘들지만 두 아들 송강과 광두를 위해서 참고 견디며 살고 있는 송범평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들에게 자신만의 '쓸어차기' 기술을 가르쳐주며 동네 중학생 홍위병들인 손위, 조승리(후에 조시인), 류성공(후에 류작가)과 대적케 하는데, 이들도 송범평을 비판하며 이 기술을 배웠기에 광두와 송강은 아직 어려 매번 당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타나면 곧바로 앉아서 위기를 모면하는 두 형제. 그러면서 광두 보고는 "이런 후레자식 같은넘 어디 전봇대랑 또 거시기 해봐.." 그러면 광두는 "지금은 성욕이 안 일어요, 다음에 할 꺼에요.." 작렬하는 광두, 정말 웃긴 넘이 아닐 수 없다. ㅎ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야만에 몰린 두 사람의 죽음, 처참하다.

이렇게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아비 송범평은 지주 계급으로 몰려 비판을 받는 가운데, 어느날 광두가 모주석(모택동) 뱃지를 빼앗긴 것을 아비한테 이르다가 아비의 목에 걸린 지주 한자를 '땅 지의 모 주석의 주'라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듣고서 송범평이 모주석을 욕보였다며 바로 창고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에 친아들 송강은 광두의 어리석음에 화가 나 둘은 소원해진다. 이제는 면회를 감옥으로 가야 할판, 두 어린 자식들은 어미도 없이 생활은 점점 궁핍해오고 먹을 게 없어 허기지는 날이 다반사니, 이를 보다 못한 송범평은 상해병원으로 간 이란을 만나기 위해서 창고감옥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바로 아이들 켵으로 이란을 데리고 오려고 한 것인데, 탈출까지는 좋았지만 버스를 탈려고 간 터미널 현장에서 그는 붉은 완장을 찬 이들에게 비오는 날 먼지나듯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또 악다구니로 버티고 날 가게 해달라 애원하며 더 버티자, 그들은 더욱더 개패듯 패며 급기야 뽀족한 몽둥이로 복부를 강하게 찔려 송강은 그 자리에서 처절하게 숨을 거둔다.

집에서 아빠가 엄마를 데리고 올거라 마냥 기다리고 있던 7살 광두와 8살 송강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기다리다 지쳐 터미널에 가보고, 아비가 싸늘한 시체로 죽어 있는 것을 목도한다. 어린 아이들은 세상이 떠나라 울부짖으며 어떻게 할 줄 모르는데, 그때 한 남자 '도청'이라는 사람이 아이들 아비의 시체를 거두어 수레로 집까지 데려다 준다. 한편, 이란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남편 송범평이 자신을 데리러 올줄 알았는데, 오지 않는 상황에 매우 불안해하며 직접 병원을 나서 류진으로 버스를 타고 온다. 자신의 가녀린 몸은 아직도 아프고 성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터미널에 도착한 순간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두 어린 아들 송강과 광두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죽음 소식을 들었던 이란은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에 목놓아 운다.

하지만 마냥 울 수만은 없어, 그 궁핍한 살림에도 조그만 관을 짜고 장례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그 관에 체격이 건장했던 남편의 시신이 다 안 들어가자 장의사들은 송범평의 무릎뼈를 분질러서 집어 넣는데, 이게 망자에게는 못할 짓이지만 그 만큼 이란의 가족은 처절하게 살았던 것이다. 이때 송강의 할아버지도 아들 송범평의 죽음에 회한을 담아내며 송강을 데려가고, 우선 광두는 엄마 이란과 함께 살면서 이들 두 형제는 헤어지게 된다. 이렇게 문화대혁명 격변기에 광두의 아비는 시대의 야만 앞에서 처참히 죽었고, 그 화살은 또 다른 이로 옮겨져 송범평이 감옥에 갇혀있던 시절, 간수로 있던 장발 손위의 아버지도 지주 계급으로 밝혀져 그 또한 비판투쟁의 희생물로 전락해 옥고를 치른다. 심지어 아들 손위마저 장발이라는 이유로 잡혀 머리를 바리깡으로 깍이다가 뒷목에 동맥이 끊겨 어이없이 죽게 된다. 이에 그의 어미는 반 미쳐서 돌아버렸고, 손위 아비 조차 감옥에서 담배 꽁초에 항문을 지지는 등 갖가지 고문을 받느니 차라리 죽자고 결심, 바로 대못을 어디서 구해서 자신의 머리를 관통시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것도 아주 리얼하게 말이다.



이렇게 다들 문화대혁명의 격변기 속에서 미쳐가고 있을 때, 어린 광두의 생활은 무료하기 그지 없다. 엄마 이란은 이런 시기에 바깥에 돌아다니다가 어린 녀석이 변이라도 당할까봐 집안에 가두어 놓았는데, 이때 멀리서 송강이 찾아와 문 밖에서 '토끼표 캐러멜'을 놔두면서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난다. 허기진 광두 입장에서는 산해진미가 따로 없는 토끼표 캐러멜, 이렇게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한 해가 지나면서 광두가 학교갈 나이가 되었고, 학교에서조차 '새끼 지주'라 놀림을 받는 등 그의 유년시절은 엄마 만큼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광두는 광두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는 녀석인지라 그를 바라본 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 송범평이 죽고 난 뒤 어느 덧 세월이 7년이 흐른 뒤, 바로 열네살 소년이 된 광두, 그가 바로 변소간에서 다섯 명의 여자 엉덩이를 본 사건으로 되돌아온다.   

'엉덩이 대왕' 이광두 그의 유년 시절 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

그 어린 시절 '새끼 지주'로 몰리던 그가 '새끼 엉덩이'로 새롭게 놀림을 받지만, 그에게 쉰 여섯 그릇의 삼선탕면을 사주며 임홍의 엉덩이 소스를 리얼하게 들은 어른들은 그를 '엉덩이 대왕'이라 치켜세운다. 이에 훈장을 얻은 냥 마냥 좋아하는 광두, 하지만 엄마 이란은 마냥 좋을 수가 없다. 7년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수절하며 지켜온 심정이 한 순간에 무너지며 몸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심한 요독증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던 이란은 자신의 생애가 얼마 안 남았음을 감지하며 두 아들을 불러 생을 정리하려 한다. 그리고 이란은 두 아들에게 유언을 남기며 병원에 남고 두 아들이 잠깐 집에 간 사이, 그녀는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꿈에서도 보고 싶었던 남편 송범평 무덤에 같이 눕게 된다. 이들을 지켜보는 두 아들은 하염없이 우는데, 송강은 이란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뒤 이렇게 맹세한다. "엄마, 안심하세요. 밥이 한 그릇밖에 없으면 꼭 광두 먹일게요. 옷이 한 벌 남으면 꼭 광두 입힐게요."

이렇게 여기까지가 형제 1권의 내용이다. 태어나기 바로 전 친부가 똥통에 빠져 죽었고, 7살 때부터 걸상과 나무전봇대를 통해서 황홀경을 경험했던 그 광두는 문화대혁명 격변기 속에서 두 명의 아버지와 친엄마를 잃은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열네살 소년이 되서는 그 버릇을 못 고치고 변소간에서 다섯 명의 여자 엉덩이를 보다가 걸렸지만, 이 소스로 어른들한테 장사를 해 원없이 삼선탕면을 먹었던 그다. 물론 배다른 형제 송강과 유년 시절을 같이 보내면서 허기진 배를 움켜지며 그 동네 류진을 들개처럼 싸돌아 다녔던 그다. 이젠 그런 그에게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비도 어미도 없는 고아, 과연 형제가 된 송강과는 앞으로 남은 창창한 인생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기대해 보며, 이들의 이야기는 2권에서 계속 이어진다.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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