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넘버 포 2 - 생명을 주관하는 소녀, 넘버 세븐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2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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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SF 장르 만큼이나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도 없지 않을까.. 그것이 책이든 드라마든 또 영화든, 무한의 상상력으로 펼쳐내는 그 가공의 세계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아이 엠 넘버 포 2'라는 SF 소설도 그렇다. 물론 나온지는 좀 됐지만, 이쪽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 책의 1권은 이미 출간됐고, 올 초에 영화로도 개봉된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영화는 화제만 되었지, 크게 인기를 못 끌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책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영화가 한정돼서 그려내지 못하는 부분까지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그 SF 세계로 안내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이른바 계속된다. 총 6부작으로 기획됐고, 그 중 국내에 출간된 2번째 이야기가 바로 <아이 엠 넘버 포 2> '생명을 주관하는 소녀, 넘버 세븐' 이다.



먼저 1권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저기 지구 밖 외계행성 중 하나인 로리언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미래를 책임지고자 도망쳐 온 아홉 명의 아이들이 지구로 와 숨어서 살고 있는 이때, 이들을 순서대로 죽이려는 모가도어인의 공격이 가해지며 이중 앞에 셋이 죽고 넘버 포 차례가 도래한다. 이미 10대 고딩으로 자란 '존 스미스'라는 소년은 자신을 보호하는 가드 '헨리'와 함께 지낸다. 자신의 레거시 초능력을 키우며, 학교에서 여친 '세라'도 사귀고 학구파적인 '샘'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시시각각 적이 공격해 오는 가운데, 섹시한 넘버 식스녀를 만나고, 결국 학교를 잿더미로 만드는 가열한 전투를 벌이며 이들의 전투는 서막을 알린다. 그 와중에 가드 헨리는 죽었고, 이들 셋은 또 다른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1권의 주요 줄거리다.

그러면서 2권은 바로 이들 셋의 이야기로 곧바로 이어진다. 그 가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미국 전역에 수배령이 때려친 채 이른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샘과 넘버 포 존, 그리고 식스녀와 변신 애완견 버니코사, 이렇게 이들의 험난한 여정이 전개된다. FBI의 법망을 피해 다녀야 하고, 시시각각 암습해 오는 모가도어인의 공격도 피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들 셋의 우정은 깊어만 가면서, 특히 넘버 포가 식스녀에게 묘한 사랑의 감정을 품으며 괴로워한다. 난 지구녀 세라를 좋아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모드다. 이렇게 이들의 여정이 펼쳐지는 가운데, 다른 쪽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바로 2권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넘버 세븐 '마리나' 소녀가 등장한다. 17살의 그녀는 스페인의 어느 깊은 산골에 있는 수녀원에 오랫동안 숨어 살아온 로리언인이다. 가드 '아델리나'와 신분을 숨긴 채 살고 있지만, 그녀는 18살이 되던 해에 이곳 수녀원을 벗어나기로 마음 먹는다. 그전까지는 고리타분하고 규율에 얽매힌 수녀원 생활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그녀 또한 자신의 레거시를 키우며 알게 된다. 그녀는 불꽃슟 같은 에네르기가 아닌 생명을 주관하는 소녀답게 죽은 자도 살려내는, 아니 그것보다는 염력은 물론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하고, 물속에서 숨 쉴 수 있고, 죽어가는 식물도 살릴 수 있는 다방면에 능통한 초능력자다. 그리고 이런 마리나 옆에 8살 전후의 '엘라'가 붙으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이렇게 저쪽 넘버 포 일행의 로드 무비식 여정과 여기 수녀원의 넘버 세븐 마리나 일행의 이야기가 매 장마다 따로 전개되며 이들의 일치점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의 공통분모인 '로리언 함', 이것을 얻는 자 초능력 충만의 레거시를 얻을지니, 각기 자신의 함을 찾기에 나선다. 그러면서 모가도어인의 공격을 받는 등, 그런 그림은 계속된다. 결국, 존 일행은 모가도어 인이 우글대는 동굴 속 소굴을 알아내고 식스녀는 스페인으로 세븐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세븐 일행은 급기야 수녀원을 탈출해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모가도어의 공격을 피해 어느 호숫가로 가 대격전을 벌인다. 각종 괴이한 괴수들의 공격을 받는 등, 제대로 그림이 펼쳐진다. 그것은 샘과 존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동굴 아지트에서 생과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치르며 넘버 나인까지 만나게 되는데..


(2가 나온다면, 넘버 세븐 '마리나' 소녀 역에 '다코타 패닝' 추천..)

SF 소설 '아이 엠 넘버 포 2', 상상과 재미의 '로리언 레거시'는 계속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모험은 어떻게 됐을까.. 각기 다른 곳에서 적을 어렵게 물리치며 일단락된 이 상황에서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그것은 다음 권에서 이어진다고 이야기 끝에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이번 소설 '아이 엠 넘버 포 2'는 이들 행성의 이름 '로리언'을 따온 '로리언 레거시' 시리즈 중 하나로, 1권 보다는 확실히 재미면에서 낫다. 개인적으론 다른 사정이 있어 읽는 걸 중단하느냐 시간이 걸렸지만, 1권이 꽤 학원물스럽게 진행되며 답답한 이야기를 보였다면, 여기 2권은 넘버 포와 넘버 세븐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따로 진행하며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이번 장이 존 이야기면 다음 장은 마리나 이야기인 그런 식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언제 만날까'하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1편에 이어 여기서도 주인공인 존 쪽의 로드무드식 여정의 이야기도 볼만하게 진행되고, 마리나 쪽 수녀원 쪽 이야기도 재밌게 진행된다. 그래서 나름 스피드하면서도 몰입감을 주긴 하지만 내용이 좀 중구난방 식으로 전개되는 모양새가 있다. 각기 다른 파트를 맡아서 진행이 되다보니, 이것이 캐릭터간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흐름이 있다. 그런 아쉬움은 막판에 가열하면서 판타지한 전투를 통해서 상쇄를 시키지만, 이것은 SF 장르가 기본 갖추어할 그림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여러가지 사정으로 읽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분명 재미난 SF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면서 저번에도 포스팅 했다시피, 이번 2권의 주인공인 넘버 세븐의 소녀 '마리나'는 누가 좋을까?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암만 봐도 94년생 '다코타 패닝'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1편에 이어 영화로 제작된다면 무언가 신비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그녀가 제일 잘 어울려 보인다. 그외 '엠마 왓슨'이나 '클레이 모레츠' 등도 물망에 올랐지만.. 어쨌든 1편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되길 기대하며, 여기 책처럼 '로리언 레거시' 시리즈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나저나 넘버 아이들 중에 이제 누구만 찾으면 되지? 보자, 안 나온 친구들이 누가 있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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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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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추리소설 한 편이 있다. 나름 미스터리한 게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바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으로 '예지몽'이라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실 그가 만들어낸 추리 소설이야 수십 종에 달하고, 무슨 무슨 시리즈해서 많이 나왔다. 가가형사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물론, 중단편집에 이르기까지 게이고의 작품은 무언가 퀼리티가 있는 추리소설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예지몽'이라는 소설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부제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탄'이자, 제목의 의미처럼 어떤 예지력과 관련된 이 책에는 총 5편의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 미스터리는 어떤 초자연적인 오컬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과연 어떤 사건들이 있는지 간단히 살펴본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 '꿈에서 본 소녀'는 어느 한 청년이 여고생 레이미 침실에 몰래 침입하며 시작된다. 그런데 그 현장을 들키면서 도망치다 뺑소니까지 저질러 결국엔 잡히게 되는데.. 그는 진술에서 그 소녀가 자신을 초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소녀는 17년 전 자신이 꿈 속에서 보았던 여인과 같다며 '연인'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소녀는 환생한 것일까.. 과거와 현재가 크로스 돼 이들 가족사를 추적하면서 그 신비스런 꿈의 이야기는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것은 바로 레이미의 엄마와 관련된 것인데, 혹시 불륜?! 과연 '레이미' 소녀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일까..

두 번째 이야기 '영을 보다'는 연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야기다. 치정은 아니지만, 한 남자가 술집 여자를 사귀고 그 여자가 죽게 된다. 왜 죽었고, 누가 죽였을까..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죽은 여자의 혼령이 나타나 그 남자 집에 잠깐 모습을 비추기도 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사건을 추리하면서 이들 사이의 내막은 바로 뺑소니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녀가 뺑소니 사건의 주범이었을까.. 그래서 죽인 거다?!

세 번째 이야기 '떠드는 영혼'은 꽤 재미난 구석이 있는 이야기다. 어디 헐리웃 공포영화의 장르 중에서 나오는 '하우스 호러'물처럼 무언가 괴기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한 여자의 남편이 실종돼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그 실종된 시각에 이웃집 아줌마가 죽는다. 그리고 그 집에 살게된 그녀의 조카 부부와 이상한 두 부부, 이렇게 네 명이서 그 집에 칩거하며 나오질 않는다. 밤 8시에만 잠깐 나오고, 그 틈을 타 주인공 형사와 그의 친구 유가와는 그 집에서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된다. 일명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목도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 남자의 실종은 여기서 발견된다?! 더군다나 독일말로 '폴퍼가이스트'는 '시끄러운 영'이란 뜻인데, 그럼 그 집에는 영적이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



네 번째 이야기 '그녀의 알리바이'는 앞선 세 개의 이야기들과 다르게 어떤 오컬트적 분위기는 아니고 일반 추리소설에 가깝다. 제목 '알리바이'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뜻은 법적으로 범행당시 범행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피고인이 제출하는 '현장부재증명'을 말한다. 즉 '알리바이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범행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인 것인데, 여기 한 주부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더 의심스럽게 만들며 보험금을 노리고 자살한 남편의 처지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그렇게 알면서도 눈 감아 주는 상황이 여자들, 참 무섭다. 뭐, 현실에서도 직접 범행을 저지를 정도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 오컬트 추리단편 '예지몽', 추리는 '과학'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예지몽'은 바로 표제작으로 이 단편집의 마지막 편이다. 바로 앞선 4편의 이야기들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추리 소설이다. 한 여자가 유부남을 무척 사랑하며 모든 걸 바쳤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부인과는 이혼을 하지 않는다. 이게 못마땅한 그 여자는 자살을 기도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로 자살하는게 아니라, 그 남자에게 겁만 줄려고 하는 시도였다. 서로 마주보고 사는 아파트 였기에 이런 쇼는 가능했던 거. 그런데 그녀가 정말로 자살 위장 시도를 하다가 죽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어의없는 죽음이 아닐 수 없는데,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죽은 것일까.. 더군다나 그녀가 죽기 전 맞은편에 있던 아파트의 한 소녀가 그녀의 죽음을 보았다며 예지몽을 말한다. 그럼 그녀는 먼저 죽은 것일까..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는 그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다. '꿈에서 본 소녀', '영을 보다', '떠드는 영혼', '그녀의 알리바이', '예지몽'까지 모두 무언가 초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오컬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꿈속에서 본 듯한 현실에서 오는 기시감과 데자뷰는 물론이요, 집에 귀신이 쓰인 듯 감도는 불길한 현상들, 그리고 꿈 속에서 본 사람의 죽음의 암시까지, 모두 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오컬트적 분위기로 끝내지 않는다. 탐정 갈릴레오의 캐릭터 색깔처럼 주인공 '유가와'는 이야기 속에서 물리학 교수를 맡고 있는데, 그가 모든 사건의 뒤에는 과학이 숨겨져 있음을 설명하고 증명해 보인다.

즉 신비스럽게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따지고 들어가는 추리 속에서 잘 구성된 트릭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고로 위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과학적인 설명이 분명 붙는다는 거다. 제목을 '예지몽'이라 지으며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를 시켰지만, 결국엔 다 납득할만한 사건의 과정과 트릭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본인 스스로 전자공학을 전공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을 발산한 소재감으로 또 다른 추리적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추리에만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적확한 '과학'을 얘기한다는 거, 쉽지는 않을 터다.

바로 '예지몽'은 그 꿈에 대한 반격의 추리인 것이다. 물론 현실은 더욱 이해불가의 세계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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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특강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김목인 옮김, 이내화 해제 / 마젤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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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고도화된 서비스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통 뒤도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려가며 자신의 삶과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 불철주야 뛰는 게 지금의 우리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무위도식하며 사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다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최소한 살아 남을려면 어떻게든 버티는 심정으로, 그 일이 좋든 싫든 그렇게 갈마들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위안을 주는 책들이 있다. 바로 자기에게 부족한 소양을 키우고 계발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자기계발서'들이 그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만큼 수없이 많은 책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게 그것 같고 저게 그것 같고 다 똑같은 설만 풀어내는 듯 보이면서도 무언가 그 안에서 조금이나마 교훈을 얻는다면, 나름 소득은 있는 셈이다. 그렇다. 여기에 그런 책이 하나 있다. 다소 특이하게 이탈리아의 유명한 문화와 예술의 중소도시 '피렌체'를 배경으로 인생의 성공 특강을 풀어냈으니 바로 '피렌체 특강'이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이태리가 낳은 최고의 예술가이자 조각가 '미켈란젤로' 대가(大家)를 앞세워 우리네 인생의 성공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일까? 혹시 그 흔한 자기계발서와 같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게, 우선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이 책은 그 흔한 자기계발서의 모습과 근원적인 메시지도 어찌보면 대동소이한 양상을 띈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과정이 그렇게 하드하지 않고 꽤 소프트하게 여행기를 읽듯이 한 청년과 노인의 대화로 점철돼 있다. 즉 고리타분하게 여러분의 인생을 '이렇게 해야된다 말아야 된다' 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노인과 청년의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서 그런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조각가이자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인생 여정을 밟으며 그가 남긴 최고의 조각품 '다비드상'을 통해서 설파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면도 알게 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여기 잘 나가는 대기업 사원이지만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달려오며, 재충전차 유럽을 여행중인 '톰'이라는 미국계 청년이 있다. 그 마지막 여행지로 택한 이탈리아 피렌체, 그냥 다른 유럽처럼 비슷한 유적지와 문화들에 지쳐갈 때쯤 한 노인을 만나다. 그리고 그 노인이 왜 이리 심드렁하게 있느냐며 그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한다. 회사일에 만족하지 못한 아니 인생 자체에 깊은 회의감에 빠져든 이 청년에게 노인은 다비드상이 있는 박물관으로 안내를 하고 그곳에서 인생 특강을 설파한다. 장장 28개월에 걸쳐 각고의 노력끝에 만들어낸 그 '다비드상'을 '잠자는 천사를 깨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던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시작으로, 우리 안의 내면의 잠재력을 깨우라 말한다. 골리앗과 싸움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 다윗의 내면에 감추어진 힘과 용기를 끄집어 내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감춰진 자신의 열정과 믿음을 가지라는 신념을 얘기하고, 그런 신념 속에서 셈세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자신의 마음과 손길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설파한다. 물론 이렇게 한꺼번에 가르치는 건 아니고,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만들때 빠져든 그 자세와 견주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기 청년 톰은 그때마다 새롭게 눈을 띄며 인생 성공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갖는다. 이후에는 노인의 친구가 일하는 조각실 작업장을 보여주며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그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교훈을 말한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은 헤어지게 되는데..



 
'피렌체 특강', 미켈란젤로 역작 '다비드'상을 통한 인생의 성공 프로세스

결국 여기 노인이 말한 인생 성공학에 대한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내면의 천사를 찾아라, 열정에 따라 움직여라, 자신을 믿고 신뢰하라, 아름다움은 섬세함 속에 깃들어 있다, 손은 마음이 생각하는 것을 창조한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라, 변화의 두려움을 사랑하라, 떼어내기 조각하기 다듬기 윤내기의 단계를 밟아라, 현재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라!!" 이렇게 압축이 되는데, 어찌보면 참 교과서적이면서 상투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열정과 신념으로 셈세하게 접근하라, 대신에 손과 마음이 가는대로 창조하돼 철저하게 준비하고 변화에 두려워 말며 우리 인생을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는 말씀.. 어떻게 좀 와 닿는가.. ~

이렇게 이 책은 인생의 성공학에 대해서 설파한 책이다. 그런데 요약해 놓고 보니 사실 근원적인 메시지들이라 새삼스러운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책은 바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통해서 인생의 성공학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예술가의 작품이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듯이, 한낱 대리석에 불과했던 그것이 위대한 '다비드'로 탄생했듯이, 미켈란젤로의 삶과 철학을 통해서 우리네 인생을 조각하라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비드'상에 숨겨진 이면과 노력의 땀방울까지 보게 되는데, 그 과정은 바로 인생 성공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무튼 인생 성공의 잣대도 많이 변모가 되는 요즈음 세상이다. 누구에겐 그 성공이 돈과 명예와 권력이 될 수 있고, 누구엔겐 소소한 행복과 자유와 건강 등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자기 성찰과 노력 끝에 이루어낸 자기 만족감이 나름의 성공이라고 봤을 때, 무슨 일을 하든 성공DNA 과정은 여기 다비드상을 만들어낸 대가 '미켈란젤로'의 방식이 제일 근원적이면서 와 닿는 게 아닐까 싶다. '떼어내고,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는 그 과정처럼 인생의 성공은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다비드'는 나올 수 없음이다.

이러하니 성공이 어려운 게 아니겠는가, 그래도 노력하면 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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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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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 '거짓말'을 소재로 풀어쓴 추리소설이 한 권 있다. 사실 추리소설의 장르야 워낙 다양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래도 주가 되는 것은 어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 그 살인사건의 목격자든 용의자든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진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옥죄는 진범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그렇다. 이번에 나온 아니 나온지는 좀 됐지만,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한 '가가형사' 시리즈 6권의 마지막 편이자 유일한 단편집인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라는 추리소설이 닥 그런 케이스다. 제목에서 얼핏 느낌이 오듯이, 여기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거짓말' 이 불러온 파국, 즉 용의자로 몰리면서 진술했던 증언들이 자신에게 유리함과 불리함의 모호한 단계에서, 가가형사의 유도 심문의 덫에 빠져든 그 현장을 담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알리바이'와 밀접한 관계 형성 속에서 그 추리를 풀어나가는 재미를 선사하며, 여기 단편집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에 간단히 이 내용을 소개해 본다.




먼저 첫 번째 사건은 표제작으로 어느 발레리나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다. 마치 '블랙스완'을 연상시키듯 예술혼을 담아내는 발레리나의 춤사위, 전도유망한 어느 젊은 여자 무용수가 자살을 하면서 이들 주변의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그중 발레단 사무국장으로 있었던, 과거 발레 공연의 유명세로 스타덤에 올랐던 중년의 한 여자가 지목이 되고, 그 여자가 알리바이로 풀어낸 증언들이 하나 둘 그녀를 진범으로 몰고 가는데, 자신의 치부를 안 것에 대한 단죄 보다는 사회적 명성 뒤에 감춰진 근원적 거짓말이 불러온 파국에 그녀 스스로를 옥죄고 만다. 발레 연습은 아무 곳에서나 하는 게 아님을 보게 된다.

게이고 추리월드에서 '거짓말'을 다룬 살해사건들, 사회적이고 재밌다.

두 번째 이야기 '차가운 작열'은 나름 의미가 깊다. 젊은 부인과 어린 아기의 그로테스크한 죽음, 그리고 이를 목격하고 신고했던 남편, 하지만 그 남편의 거짓 증언을 통해서 스스로 죄를 시인하게 된다. 아이의 사체를 그렇게 전문적으로 보관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일본에서 파친코 도박에 빠져서 아이를 자동차 안에서 방치하에 사망에 이르게 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세 번째 이야기 '제2지망'은 요즈음 젊은 세대를 반영하듯, 몰인정과 몰가치로 내몰린 신세대를 대변하듯 그들의 어그러진 욕망을 다룬 이야기다. 어머니의 따스한 보호와 열과 성을 다하여 쏟아낸 교육 아래 기계체조 선수로 키워진 딸, 이 두 모녀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날 어머니한테 남자가 생기고 그 남자가 그 집에서 죽게 된다. 과연 범인은 어머니일까 딸일까? 어머니의 알리바이가 완벽한 듯 보이지만 진실을 빙자한 거짓 진실이 결국 그 딸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만다. 어른을 그렇게 목졸라 죽이다니 기계체조 선수기에 가능할 거다.

네 번째 이야기 '어그러진 계산'은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 중 하나로, 이른바 불륜에 관한 욕망적 이야기다. 여기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현실은 시궁창으로 변해 남편의 강압적인 폭거 앞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한 여자가 있다. 연약한 여인이기에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데, 어느 날 집 수리차 온 건축기사와 눈이 맞아 바람이 난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불처럼 타오르더니 여자는 자기의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도와주고 살해계획을 세운 그 남자, 하지만 둘이서 그 남자를 죽이고 행복하게 살려는 계산은 어그러지고 마는데, 그 여자의 증언을 통해서는 사고 당한 두 남자가 엇갈리지게 나오지만, 그 속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래도 그녀에게 이젠 두 남자가 모두 없을 뿐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친구의 조언'은 여기 주인공 '가가 형사'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알고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졸음 운전을 해 차가 전복돼 거의 중상을 입은 것인데, 이를 알게 된 가가가 병문안 차 왔지만, 그 친구에게 이것저것 캐물으며 그를 이렇게 만든 범인으로 부인을 지목한다. 절대 넌 졸음 운전을 하는 넘이 아니라면서.. 하지만 친구는 그의 심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인의 범행을 부인하려 드는데, 하지만 결정적 단서로 인해 그도 인정하게 되고, 부인 마저도 스스로 남편 곁을 떠나게 된다. 결국 그녀 켵으로.. ~



이렇게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다섯 편은 꽤 사회적인 문제 의식이 강하다. 표제작이기도 한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발레니라를 통해서 본 사회적 명성의 허상을 다루고 있고, '차가운 작열'은 붕괴된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조금은 몽환적으로 말하고 있다. 여기에 '제2지망'은 엄마의 욕망으로 자란 한 소녀의 무감성의 그로테스크한 행태를 보게 되고, '어그러진 계산'은 이른바 불륜남녀가 저지른 파국이 어떻게 어긋나게 결과를 보여주는지 꽤 영화적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일 만큼 그 부인의 사정이 대단할 정도로, 성 정체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이야기에는 표제작의 그 제목처럼 모두 '거짓말'이 들어가 있다. 보통 추리소설의 느낌처럼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바로 목격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용의자 신분으로 몰리면서 그들이 쏟아내는 거짓말들이 스스로를 옥죄고, 또 가가 형사만의 치밀한 계산하에 던지는 심문들이 진실을 유도하게끔 만들며 결국 그들을 진범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여기 단편들은 장편은 아니지만 꽤 몰입감 좋게 솔리드한 느낌이 강하다. 그와 함께 펼쳐지는 용의자의 세세한 심리 묘사까지, 추리소설적인 재미는 충만되게 보여준다.

사실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미스 리플리'를 보더라도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한 여자의 욕망적인 이야기처럼, 거짓은 언젠가는 들통이 나고 그 강도에 따라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기 추리소설에도 이런 파국을 담고 있다. 때론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또는 선의든 거짓말을 한다지만, 여기처럼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면서 펼쳐내는 거짓말들은 치명적인 모순을 안게 되며 결국 진범으로 밝혀지게 된다는 거. 물론 가가형사의 치밀한 심문이 주를 이루었지만, 바로 여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한 편의 미스터리 추리월드는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이, 살인사건 비밀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의 그 현장을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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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여기 학생들의 '왕따' 문제를 직관적 방식의 있는 그대로 때로는 사심을 드러내듯 풀어 쓴 소설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무언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경묘한 필치로 행간에 인생의 애환을 담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 그가 이번에 신작 <콜드게임>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들 중 <소문>을 위시해서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그날의 드라이브> 등을 접하며 그만의 색깔을 견지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신작 <콜드게임>을 통해서 청춘의 잔혹한 서사를 보며 우리 사회의 병폐로 자리잡은 '왕따' 문제를 목도하게 된다. 알다시피 '집단 따돌림'이라 불리는 왕따 문제는 비단 학생들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이미 우리 사회의 큰 이슈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이지메'라 불릴 정도로 이 단어가 친숙할 정도인데, 그만큼 임팩트도 무시 못한다. 그렇다면 소설 '콜드게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며 어떤 식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여기 이야기의 주인공은 표지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가 아니다. 왕따를 일으킨 가해자는 많고 피해자는 하나라는 일종의 등식처럼 여기 주인공은 여러 명이다. 물론 그 주인공들은 모두 가해자다. 그중에서 화자는 바로 고3으로 야구부 출신의 '미츠야', 그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진학 문제로 운동을 포기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높지만 공부는 뒷전인 그래도 인간성은 나름 좋은 학생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여러 친구들이 나온다. 왕따 가해자의 핵심인물이자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사회에 눈을 뜬 '료타'와 그의 부인?인 '미사키', 료타의 똘마니격의 '시미즈', 그리고 마초적 기질의 '히로키', 여도적이라 불리는 '칸노', 또한 미츠야와 친한 '도카' 등 이외에 이름도 외우기 힘든 일본 학생들이 참 많이 나온다.

그러면서 이들이 하나 둘 습격을 받는다. 지나는 밤길에 뒤에서 얻어 맞아 쇄골이 부러지고, 기르던 개가 죽고, 얼굴과 몸에 심한 상처까지 입는 등 연이은 상해 사건에 이들은 초긴장한다. 그런데 왜 습격을 받은 것일까? 그렇다. 4년 전 중2 시절에 이들이 놀리고 집단 따돌림으로 궁지로 몰았던 '히로요시 다케시', 멍청한 히로요시라 불리는 '토로요시'의 짓으로 의견이 모아지며 이들은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다. 미츠야와 료타를 중심으로, 처음에는 이 둘이 해결해 볼려고 했지만 그 놈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자, 급기야 동창회를 소집해 '기타중학 방위대'를 결성하고 순찰을 돌기까지 한다. 히로요시의 다음 타겟을 보호함과 동시에 그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와중에 시미즈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게 되고, 심지어 교사까지 화재 사고로 죽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 퍼진다. 단순히 보복 사건으로 치부하기엔 강도가 센 거.

하지만 히로요시는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이들 앞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예전의 모습에서 진일보해 골격도 더욱 커지고 모히칸 스타일의 마초맨으로 나타나 자신들을 과거 출석 명부 순으로 살상한다는 추측만이 나돌 뿐, 실제 그를 대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미츠야와 료타는 물어물어 히로요시의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찾아가는 등 나름의 수사를 하지만, 이혼한 이들 부모조차도 아들을 무서할 정도로 피하고 있다는 얘기만 듣게 된다. 그렇다면 히로요시는 안 보이는 괴물이었던 것일까.. 결국 경찰에는 의뢰하지 않은 채 이들 방위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려고 추격하는 과정에서 히로요시의 정체는 서서히 들어나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이 살상을 즐겼던 것일까? 혹시 히로요시가 아니라 다른 누가 이 사건을 조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러가지 의문이 마지막까지 들게 만들며 결국엔 반전식으로 갈무리를 짓는다. 물론 그에 대한 애도와 함께.. ~



'콜드 게임', 사회적 이슈이자 '왕따'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소설

이렇게 이 소설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왕따'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 속 배경이나 상황은 일본의 학창시절을 그리고 있지만 우리와 다를 바는 전혀 없다. 예의 고3들의 여러가지 고민과 함께 주인공 '미츠야'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경묘하면서도 때로는 오기와라식 위트와 유머를 간간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때로는 무겁지 않게 다가오기도 한다. 심지어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과정에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만 볼 수 없음을 후반에 가서 견지하게 된다. 마치 그로테스크한 잔혹 스릴러를 보듯이 반전이 펼쳐지는데, 이것은 읽는 내내 그 의문의 종착지인 셈이다. 그래서 '왕따 보복 사건'의 가해자로 나선 히로요시가 마지막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소설적 의미로 다가온다. 정말 그가 한 짓은 분명한 것 같은데,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일까..

그러면서 이 소설은 이런 미스터리적 요소 이외에도 청춘들이 내지른 '집단 따돌림'의 잔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심히 이게 아이들의 악행이라고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그 수법이 꽤 악의적이다. 때리고 옷을 벗기고 태우는 건 고사하고 심지어 살점을 뜯어내고 교실 밖으로 뛰어내리게 하는 등, 그 강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니 이런 악의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 앞에서 도움의 손길도 없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인 히로요시가 받았을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생각한다면, '눈눈이이' 방식이 일견 와 닿기도 하다. 그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은 너에게, 너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러 가마'처럼 말이다. 그래서 히로요시의 복수는 통쾌함을 때론 불러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이런 복수에 당하는 아이들까지 방치할 수는 없을 터..

아무튼 오기와라 히로시가 펼쳐낸 왕따 문제를 다룬 이번 이야기는 다분히 사회소설의 성격을 띄고 있다. 그렇다고 그렇게 무겁게 진행되거나 매 항상 가르칠려고 드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네 심각한 왕따 문제의 현실을 반영하듯, 교내에서 팽배하게 자행되어 온 그들의 악의적인 과거를 역추적하며, 그것이 불러온 복수의 그림으로 이들의 청춘 잔혹사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종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로 남는 슬픈 비애감마저 들게 만드는데, 그것은 왕따 문제로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처럼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어쨌든 이 소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왕따' 문제를 상기하게 된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군 내부에서도 불거진 각종 '열외' 사고로 벌어진 살해사건을 보듯이, 집단적 따돌림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까지 뺏고 뺏기는 가장 잔혹한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여기 토로요시라 불렸던 '히로요시'처럼 말이다. 이젠 이런 짓거리는 지양할 때다.


ps : 딱 300여 페이지면 좋을 법한 내용인데, 400여 페이지가 넘어서 별 하나를 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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