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왕, 여기 잠들다
필립 리브 지음, 오정아 옮김 / 부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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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적으로 인류사를 장식해 온 인물들 특히나 전설속 영웅적 인물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가까운 시대가 아닌 천 년 이상이나 되는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라면 더욱 더 그렇다. 직관적인 사료도 정확히 남아있지 않고,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어 온 그 신화와 전설들.. 그 속에서 때론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상 야릇한 신비감에 쌓이게 된다. 그중에서 강호가 소싯적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원탁의 기사와 엑스칼리버로 유명한 '아더 왕'의 전설, 아니 여기서는 '아서'로 불리니 '아서'로 해야겠다. 이 '아서왕의 전설'을 책으로 만나게 된 순간,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든 '필립 리브'의 신간 <아서왕, 여기 잠들다>이다.

사실, 이 책은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 나온 SF모험 소설 첫 번째 이야기 <모털 엔진>을 예전에 미리 접하고 나서, 그가 그려낸 무한의 상상과 재미에 빠진 기분에 이렇게 신작이 나와서 읽게 된 소설이다. 그런데, 제목에 아서왕이 들어가 있다보니.. 얼추 아니 바로 '역사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기 작가 '필립 리브'는 역사소설이 아닌 '실제 아서왕'을 그릴 생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니요, 오로지 아서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의 바다에 조그만 이야기를 하나를 보태고 싶었을 뿐이였다는 그의 바램처럼, 이것은 지극히 이야기에 중심을 둔 소설이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에서 아서왕은 절대로 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조연일뿐 아니 거들었을뿐, 이야기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 그 이야기 속으로 잠시 떠나보자.

먼저, 시대 배경은 5, 6세기경 브리튼(Britain : 아일랜드(Ireland)를 제외한 잉글랜드(England), 웨일스(Wales), 스코틀랜드(Scotland)를 통틀어 이르는 말) 지역을 무대로 전개된다. 이 지역에서 '색슨족'과 매번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브리튼 지역을 지배했던 수많은 군주중에서 '아서'라는 군주.. 그는 사실 우리가 상상해온 젠틀하고 용맹하며 기사도 정신의 선봉장인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여기서는 그려진다. 거침없고, 포악한 곰같은 인물로 어찌보면 가장 인간적인 느낌이랄까.. 그 곰같은 사내가 오늘도 부하들을 이끌고 어느 지역을 습격하고 약탈해 쑥대밭을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도망친 어린 소녀 '그위나'.. 그렇다. 바로 여기 10대의 어린 소녀 '그위나'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다.

즉, 그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서왕의 이야기다. 아니 아서왕을 그렇게 많이 바라보지도 않는다.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주고 아서왕의 홍위병을 자처하며 그의 전장에서 전승(戰勝)을 설파하기 바빴던 마법사 '마르딘'(후기 이야기에 등장하는 멀린의 원형이며, 실제로 존재한 인물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과의 여행담?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사실 여기 마르딘은 마법사라 하지만 사람들의 눈속임과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대는 이야기꾼일 뿐이다. 그래서 그의 지상최대의 목표는 오로지 '아서의, 아서에 의한, 아서를 위한' 이야기 만들기에만 주력할 뿐이다. 하프 하나 챙기고 시종으로 데리고 다니는 '그위나'와 함께 말이다. 딱 그림이 그려진다. ㅎ

그러다가 아서의 전장에서 활약을 좀더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서 '그위나'를 남장시켜 '그윈'이라는 이름으로 소년병으로 자원입대?까지 시킨다. 그위나는 깜놀하지만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때부터 소년으로 살며 전장을 누빈다. 그렇다고 그 전장이 멋지고 그런 모습은 아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아서의 조카이자 괜찮은 핸섬보이 '베드위르'와 그의 형 '메드로우트'를 알게되고, 그러다 어느 지역에서는 자신도 모른 채 여장하면서 살아온 '페레디르'(웨일스 신화와 전설 모음집 『마비노기온』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영웅이다. 이후 중세 로망스 문학에서 아서의 기사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자 성배를 찾는 퍼시발로 면모한다. 하지만 여기서 페레디르는 소위 '찌질남'이다.ㅎ)를 만나며 우정을 싹띄운다.

물론, 아서의 다른 지역 약탈과 습격은 계속 된다. 예의 영토와 보물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후처로 명문가 아우렐리아누스 가문의 딸인 '그웬휘바르'를 얻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제는 '그위나'가 아니 남장의 '그윈'이 다시 본연의 여자 '그위나'로 돌아와 그웬희바르의 시녀가 된 것이다. 물론, 마르딘이 시킨 것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중반으로 치닫는다. 바로 그위나는 아서의 후처를 밀착 보필하며 여자로서의 삶을 다시 살아간다.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서도.. 그러다 남장시절 알게된 간지소년 아니 이제는 어엿한 전사인 '베드위르'가 전장에서 다치자 그가 그웬휘바르의 경호를 맡게된다. 그런데, 마님과 돌쇠처럼 둘이 삐리리해서 사랑에 빠진다. 이를 알게 된 아서..  



아니 그위나가 사실 마르딘에게 이 사실을 고하며 상담을 요청했는데, 마르딘이 아서에게 발고한 것이다. 아서는 전장에서 지는 것 만큼이나 자신을 난처하게 또 바보로 만들면 가차없이 사람을 죽이는 그런 성정의 군주였다. 적어도 이 이야기의 아서는 말이다. 결국, 아서의 조카 '베드위르'는 목이 달아나고 그위나가 마님과 함께 탈출한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이 아서에게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된 베드위르의 형 메드로우트는 반기를 들고 다른 지역과 세를 합세해 우선 손아귀를 벗어난다. 또한 아서의 이복형인 '카이' 또한 동생의 명령때문에 아일랜드인과 합세해 색슨족을 치러 떠난다.

그리고 이 '카이'의 군대에 그위나가 또 합세한다. 물론 그위나가 아닌 남장의 '그윈'으로.. 이때는 마르딘이 시킨 것이 아니고 자진해서다.-(이때 마르딘은 이미 한물간 늙은 이교도 마법사로 전락한지 오래여서 퇴물 취급당해 시름시름 앓으며 집에 칩거중인 상태다.)- 예의 남장시절 만났던 '페레디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후 이 카이의 군대는 기습공격을 받아 몰살당하고 그윈과 페레디르만 살아남는다. 아마도 아서의 일파가 모종의 계략으로 쳤을지도 모른다. 과연, 살아남은 그윈 아니 그위나와 페레디르는 마지막에 어떻게 됐을까.. 또 무대뽀 기질에 포악하기 그지없는 아서는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 결말임에 여지를 남겨둔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아서왕의 전설을 다룬 이야기다. 그런데, 아서왕이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남자로 변신했다 여자로 다시 왔다 다시 남자로 변했다가 다시 여자로 변한 어찌보면 중성적인 '그위나'가 바라본 아서왕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아서왕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로 자기를 거두어 준 마법사 마르딘과 여행하며 아서의 전승(戰勝)을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뷰티풀하게 전승(傳承)시킨 주범?들이다. 하지만 '그위나'는 아서를 직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뭐.. 옆에서 보필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위나를 통해서 당시 여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하찮고 무모한지에 대한 개탄은 물론, 남장을 하면서 소위 남자들에게 가려진 여인네들의 삶에 대한 회한같은 것이.. 때로는 위트속에서 10대 소녀 '그위나'를 통해서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기서 그위나는 당찬 10대 소녀의 이미지 마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울지 않는다는 '캔디'모드로 활약을 한다. 그것은 마치 전작 <모털 엔진>에서 10대 소녀 여주인공 '헤스터'를 보듯 느껴진다. 아무튼, 결국에 여기서 그리고자 했던 이런 이야기들은 아서왕의 어떤 영웅적인 면모가 아닌, 만들어진 아서, 마법사 마르딘의 아서, 이야기속에서 재창출된 아서로서 그리고 있다. 즉, 아서왕의 전설은 아마도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나름의 전승적 차원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아서왕의 전설이 어느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어느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위대한 군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사실 이 소설은 당차고 얼척없는 소설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제목 <아서왕, 여기 잠들다>처럼 어떤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며 마지막 장렬히 숨은 거두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다 읽고나면 알게 되듯이.. 여기서 '잠들다'는 것은 바로 이 문구가 빠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서왕, (이야기속) 여기 잠들다>가 된다. 즉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만들어 낸, 또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사된 영웅의 모습, 그래서 어찌보면 허무하고 공허해 버리는 이야기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를 통해서 우리는 또 색다른 영웅을 만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기 '마르딘'과 '그위나'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위나가 바라본 그 영웅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우리들에게 계속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여기 소설이 말한 메시지다. 즉, 영웅의 전설은 결국 이야기로써 만들어 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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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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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런데 정말 사신(死神)과 인간이 만날 수 있을까.. 이런 황당하고 발칙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플롯이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 사신이 왔는지 안 왔는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바로 죽어야 하기에.. 그래서 여기 우리가 보통 '저승사자'라 불리는 죽음의 신 아니, 인간의 죽음을 가지러 온 사신(死神)이 있다. 그런데, 이 사신은 조금 독특하다. 그는 인간의 죽음에 관해 별반 흥미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사신이 그럴 수 있을까.. 이것은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지만, 여기 사신은 예의 사람의 죽음에는 특별한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즉, 누가 언제 죽느냐에는 흥미가 없고 단지 오늘도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 죽음의 순간까지 일주일을 지켜보기 위해서, 그것이 여기 사신으로 인간세계에 강림한 지극히 시니컬하면서도 다소 엉뚱한 주인공 '치바'가 할 일이다.

그렇다. 물론, 소설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마냥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네 삶과 죽음에 대한 패러독스와 냉소가 깃들여있다. 자신의 죽음을 모른 채 살아가는 무모?한 인간들에 대한 비판과 그 일상의 반복으로 지친 삶에 허위허위대는 인간들, 이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모습의 그림들을 여기 일본의 젊은 천재작가라 불리는 '이사카 코타로'가 시니컬하면서도 패러독스있게 그렸으니.. 그를 세상에 알린 최고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사신치바>다. 사실 이 작가를 모르다가 최근 개봉한 영화 <골든 슬럼버>의 원작자임을 알게되면서 3종세트로 책을 구하고, 그 첫번째로 읽게 된 것이 바로 <사신치바>다. 과연, 치바가 만난 죽음을 앞둔 인간들의 모습들은 어떠했는지 그 이야기속으로 잠시 떠나보자.

먼저, 각 이야기를 하기전에 여기 이야기의 주인공 사신 치바의 임무는 '사고사'로 결정된 사람을 일주일동안 관찰한 뒤, 해당 인물의 죽음을 결정하거나 보류하는 것이다. 즉, 상대를 직접 만나보고 조사를 해서 '죽음'을 실행하기에 적합한가 어떤가를 판단하여 보고를 한다. 그렇다고 조사라고는 하나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일주일전에 전에 상대와 접촉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고 하면서 '가(可)' 혹은 '보류'라고 쓰기만 하면 된다. '가'면 일주일 뒤 죽는 것이요, '보류'면 죽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모하고 형식적인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그 이상한 씁쓸함이 배어있다. 이런 '사신 치바'의 일처리에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의 죽음을 결정짓는 사신 치바의 특징이 있다. 좀 독특하다. 맨손으로는 절대 악수를 안 한다는 것,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음반매장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린다는 것,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할 수 없는 말을 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항상 비가 오는 날에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튼, 사신 치바와 죽음을 앞둔 인간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여기 여섯 편의 이야기속으로 잠시 만나보자. 1장 사신의 스토커 리포트 '치바는 정확하다'는 고객센터 불만처리 전화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한 젊은 직장 여성을 찾아나선 치바.. 아니 그 여자를 스토커처럼 따라붙어 접근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전화로 치근덕거리는 한 사람때문에 괴로워하자 도리어 치바가 그녀를 돕게 되는데.. 과연 그 여자는 일주일 뒤 죽음을 선택받게 될까 아니면 보류를 받게 될까..

2장 사신의 하드보일드 '치바와 후지타 형님'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하드보일드하게 느와르적인 조폭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치바는 두 조직의 알력싸움에 끼게 된다. 상대편 두목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온 치바, 결국 그가 그들을 대신해 다른 조직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 조직간의 싸움에서 그가 죽음으로 지목한 후지타라는 두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없을까.. 3장 사신의 탐정소설 '산장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클리셰를 따른다. 여기 한적하고 어느 길이 막혀버린 산장에 갇힌 한 무리의 사람들, 그리고 하나 둘 죽어나가는 사람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범행을 지르게 됐을까.. 여기서 치바는 탐정으로 분연해 사람들 사이에 끼어 그 사건을 해결하는데.. 그가 지목한 사람은 살아 남았을까..



4장 사신의 로맨스 '연애 상담사 치바'는 말 그대로 연애 소설같은 분위기다. 이번에는 풋풋한 청춘남녀가 밀당(밀고 당기는)을 즐기는 연애에 그들의 중재를 맡은 치바가 나서게 된다. 참 별거 다하는 치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그가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연애상담일지라도.. 그리고 그가 죽음으로 인도할 사람은 바로 남자쪽이었는데, 그 둘이 사랑을 완성하는 순간 그는 살아남았을까 죽었을까.. 5장 사신의 로드무비 '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다'는 여섯 편의 단편 중 가장 긴 이야기로 꽤 재미를 보장한다. 위트도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젊은 청년과 차를 타고 떠나는 목적있는 여행길.. 그 여행길에 기사로 동승한 치바, 이 둘의 주고받는 대화속에 인간의 무모함과 덧없음이 묻어난다. 그리고 과거 유괴 피해자로 트라우마에 갇힌 살인용의자 청년, 그는 목적을 수행하고 생을 마감할 것인가, 말 것인가.. 치바는 그런 청년을 바라볼 뿐이다.

6장 사신의 하트워밍 스토리 '치바 VS. 노파' 마지막 이야기로 방점을 찍는다. 우리네 인생을 다 살아온 어느 70대 노파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노파가 수상하다. 치바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순간 치바는 깜놀하지만 보통 내기가 아닌 노파이기에 순수히 인정한다. 그리고 그 노파는 죽기전에 자신이 일하고 있는 미용실에 젊은 손님들을 끌어달라 치바에게 부탁을 한다. 할 수 없이 픽업맨으로 전락해 젊은 손님들을 많이 끌어들이는데.. 과연 죽음을 앞둔 이 노파의 숨은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 의도속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치바는 센치해지지 않는다. 단지 마지막 순간에 그 노파와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눈부신 태양을 바라볼 뿐이다.

이렇게 여섯 편의 이야기는 지극히 소설적이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소설로 치부하긴엔 인생의 무언가가 담겨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면서 각각의 여섯 단편은 각각 하드보일드, 탐정소설, 로드무비,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펼쳐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의 죽음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그 어떤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신 치바가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인간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주일동안 때로는 관조적으로 냉소적으로 마지막 '가부'를 결정짓는 죽음의 신이다. 그래서 죽음의 예감을 불러오는 위기에 처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은 더 와닿는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들.. 그 인간들에게 무던히도 의도든 아니든 쏠라닥질을 해대는 사신 치바..

그 지점에서 또 이 둘의 관계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지향점을 찾게 된다. 결국, 이런 이야기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천재'라 일컬어지는 나름의 팬층을 다수 확보한 젊은 일본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빼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 사랑에 대한 두터운 믿음, 인간의 포용력에 대한 성찰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독특하고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작품 자체도 2005년 나오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이듬해인 2006년에는 전국서점대상 3위로 선정된 책답게 재미와 메시지를 던진 <사신 치바>.. 가볍게 읽은 소설같은 이야기가 어찌이리 때로는 묵직하게 우리네 인생을 그렸는지 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 매력은 기존의 미스터리류의 '히가시노 게이고'나, 인생 소설로 잘 알려진 '오기와라 히로시'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코믹하고 유쾌한 캐릭터인 '이라부'를 만들어낸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타 히데오'처럼.. 여기 '이사카 코타로'가 만들어낸 사신 '치바'의 캐릭터는 어찌보면 일맥상통하게 보인다. 인간 세계의 군상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여기 '치바'의 시선은 지극히 시니컬하고 쿨한 엉뚱함이 묻어난다. 물론 그런 매력이 강점으로 다가왔으니..

우리네 인생이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나는 그 순간에도 이런 '사신 치바'를 만난다면, 당신의 인생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가부'에 따라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부'의 중요함 보다는.. '치바'가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화상은 이 소설속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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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근 2015-08-0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개인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재능으로 파멸되어간다.

박병근 2015-08-0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에게 재능을 준 건 누굴까?
 
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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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법이다. 없다해도 남들한테 말하기 거북하고 밝히기 힘든 속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한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라면 어떨까.. 그 막중한 국정을 운영하는 내내 어떤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다보면 또 여론과 대신들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군주로서는 정말 감내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속내를 아니 그 비밀을 자신이 아끼던 대신에게 비밀편지를 통해서 의견을 조율하며 국정을 운영해온 군주가 여기 있다. 바로 조선시대 학자풍의 개혁군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를 이끌었던 '정조'(正祖, 1752~1800)다. 그리고 그 '정조의 비밀편지' 즉 『정조어찰첩』이 2009년 2월 세상에 공개됐을때 역사학계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을 끌며 기존 사료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독살했다고 오해할 만큼 적대적 관계로 잘 알려진 노론 벽파의 수장이었던 '심환지'(沈煥之, 1730~1802)에게 정조가 사망하기 직전인 1796년 8월 20일부터 1800년 6월 15일까지 4년 동안 한 개인에게 보낸 6첩 297통의 어찰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신하나 친족에게 보낸 어찰첩까지 합치면 300여 첩이 넘지만, 여기서는 정조가 심환지에게 4년간 보낸 비밀편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조어찰첩>이 갖는 의미로서 기존의 설과는 다르게 정조가 노론벽파를 중용하여 심환지가 조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였던 점과, 정조 말년의 정치적 격동기에 집중되어 있어 더욱더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그래서 이 <어찰첩>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고까지 학계는 보고 있다. 군주가 지속적으로 폐기하라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세계사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 정도로 전무후무한 케이스다. 바로 심환지가 어떤 이유에선지 왕명을 거스리고 보존한 덕택에 그 후손가에 의해서 이렇게 현존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무려 297통이라는 많은 양이 하나의 첩으로 구성되어 오직 한 사람에게 보냈다는 것이 사료로서 더 풍부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이런 <정조어찰첩>을 두고 다른 역사학자들과 연구해온 현직 한문학 박사로 재직중인 '안대회'교수가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썼으니.. 바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정조의 비밀편지>다. 이에 그 '정조의 비밀편지' 를 간단히 들여다보자. 

첫 장은 윗글의 서두처럼 1장 『정조어찰첩』의 출현을 다룬다. 이 어찰첩이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으며 그 어찰첩의 개황과 공개 과정을 밝히고 있다. 특히 심환지 후손가 심천보씨등 잘 보존해온 상태가 사료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후손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2장 '국왕의 비밀편지'에서는 역대 국왕의 어찰문화를 되짚어보며 임금이 직접 쓴 편지는 어찰(御札), 임금이 직접 쓴 글씨는 어필(御筆), 임금이 직접 지은 글은 어제(御製), 세자나 세손이 직접 쓴 글씨는 예필(睿筆), 직접 지은 글은 예제(睿製), 직접 쓴 편지는 예찰(睿札)이라고 기본 용어를 설명한다. 그리고, 세손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정조가 여덟 살 이전 원손 시절에 큰 외숙인 홍낙인의 부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원손예필'을 선보이며 예의 그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특히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편지를 활용했던 편지광으로서 모습을 이야기한다.

3장 '수신자 심환지와 비밀편지 왕래 과정'을 통해서는 수신자 심환지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다. 인용해보면은.. 자가 휘원(輝元)이요, 호가 만포(晩圃)로서 1771년 문과에 급제했다. 정조대의 대신인 심이지, 심리지, 심풍지와는 육촌지간이었을 만큼 명문가였으며 언론과 관료의 감찰을 담당하는 부서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준엄하고 격렬한 주장을 펼쳐 노론 벽파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심환지는 정조 초년부터 김종수와 함께 정순왕후의 외척집안인 김구주를 좇아 혜경궁 홍씨의 외척집안인 홍봉한을 공격하는 파벌에 가담했다. 이후 줄곧 강경한 노론 벽파로 활동했다. 그가 조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 때는 58세 때인 1787년으로 그는 부교리로서 중앙정계에 복귀했고, 이후에도 서명선을 비롯하여 이가환 등을 매섭게 공격하는 원칙론자로 활동했다. 그가 정조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정계의 핵심적인 요직을 맡기 시작한 것은 환갑을 넘긴 1792년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그는 도승지, 이조참판,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정조사후 영의정까지 오르며 그는 당시 권력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런 그에게 정조는 비밀편지를 보내고 그 왕래 과정 또한 비밀스런 연락책을 통해서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비밀편지로서 읽고서는 없애라는 지시에 심환지는 의도적으로 묵살한다. 실수나 특별한 목적으로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350여 통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정조의 지시를 의도적으로 거부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미스터리고 현재로서는 비밀편지를 보관한 심환지의 속내를 밝힌 문건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추정한다면 노론 벽파라는 한 정파를 이끄는 리더로서, 심환지가 정치적 보험을 드는 의미로 보관했다는 견해다. 즉, 정조어찰은 정조의 정치적 입장이 노론 벽파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동지적 관계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입증해줄 만한 좋은 증거물로서, 이를 확보해두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든든한 보험인 셈이었던 것이다.

4장 '어찰과 정치가 정조'에서는 말 그대로 어찰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어진다. 즉 정조가 심환지에게 4년동안 보낸 그 어찰에는 어떤 내용과 의미들이 있는지 편지를 소개하며 상세히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은 관료의 인사문제와 정치현안, 그리고 개인의 신상과 감정에 관한 문제가 주류를 이룬다. 주요 관심사를 많이 언급된 순서대로 뽑아본다면.. 정치 현안을 주제로 논의하고 지시하거나 막후조정, 관료의 인사 문제를 논의하고 지시, 상소와 차자등 임금에게 올리는 각종 문건의 동향과 내용을 논의, 정계의 여론 동향을 탐문하고 논의, 서로의 안부와 가정사, 관료의 비리와 정조의 정국 운영, 심환지의 관직 문제와 진퇴문제, 대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내용, 정조 자신의 성격과 인간됨 그리고 자신의 안좋은 건강문제까지.. 이렇게 그 내용과 관심사는 다양하다.

바로 이를 통해서 <어찰첩>은 막후정치의 실상을 밝힌 한마디로 비공개를 전제로 한 '정치 문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어찰첩을 통해서 정조가 다양한 얼굴을 지닌 군주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기존에 굳어진 학자 스타일의 군주로 세심하고 온화한 인품의 제왕은 물론 강경한 의리를 표방하는 당파를 키우려 했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또한 남과 각을 세워 정사를 처리하는 태도를 옹호하면서 각 당파가 화합할 것을 유도하는 동시에 제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혁이미지에 방점을 찍는 정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강경한 주문속에서도 그는 비밀편지에서 감동과 유쾌한 정치를 이끌려는 정서적 도구로 활용하며 신료의 건강과 가족의 안부를 챙기는등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5장 '어찰첩에 드러난 정조의 인간적 면모'에서는 바로 어찰첩을 통해서 세상에 회자된 새로운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자신은 일 중독증에 걸렸다고 할 만큼 늘 정무에 바쁘다고 토로한 그의 사생활 부터해서 또한 자신의 성격은 다혈질적이고, 흥분을 잘하며, 조급해서 이른바 '태양증(太陽症)이라고 자체적으로 분석해 그 때문에 화병도 자주 나고 가슴의 심한 통증도 발생한다고 토로하며 이 기질은 고치기 어렵다고 고백까지 한다. 이렇게 속내를 다 드러내다 보니 정조는 흥분을 잘하고 거친 언사를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편지에서도 여러 대신들을 지칭하며 누구는 '호로자식'이라는등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모습에서 제 아무리 높은 벼슬아치와 저명한 명사라도 정조의 입 앞에서는 온전한 인간은 없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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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치행위가 늘 진지하고 엄숙한 것이 아니듯 자신이 솔선수범하며 보여준 정조.. 때로는 가볍고 사소한 내용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예를들면 사안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 가벼운 편짓글에 자주 등장하는 굳어진 표현중 하나인  "껄껄(呵呵)"이란 가볍게 웃는 의성어를 구사했다. 지금으로 치면 ㅎㅎ나 ㅋㅋ정도랄까.. 이렇게 정조는 인간적인 유머까지 편지에 담아내며 심환지와 담소를 말년에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은 6장 '편지의 문장과 언어'에서 정조어찰은 형식과 문체, 내용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산한다며 설명한다. 즉, 매우 유려한 한문으로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이두문자를 구사하면서 거의 우리 문장을 한자로 바꿔놓은 수준의 글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급하게 쓰느라고 미처 문체를 돌볼 겨를이 없는 정황을 보이는 편지도 적지 않다. 또한 어휘의 구사에서도 전아한 말에서부터 아주 속된 욕설에 가까울 정도의 비속한 표현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며 속어 '뒤죽박죽'과 속담의 적절한 구사를 들어 그의 편지는 휘황찬란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 7장 '만년의 병세와 독살설'에서는 예의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언급이다. 바로 대중역사 연구가 '이덕일'소장이 <조선왕 독살사건>에서 제기한 그 독살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독살에 대한 정황만 있을뿐 확신한 근거나 논리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정조어찰에 나온 편지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 말년에 심환지에게 보낸 4년간의 편지를 보면 정조 본인 스스로 몸에 종기뿐만이 아니라 여러 병증이 섞여 병세가 안좋아 지고 있다고 수시로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그는 자연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어찰첩>의 전체 내용을 분석해보면, 1795년 '벽패환국' 뒤로는 정조에게 심환지와 벽파는 적대적 관계라기보다는 비판적 협력자로서 정치적 동반자 관계라고 봐야 할 만큼 최측근 신료였다는 것이고, 그래서 노론 벽파가 정조를 독살하려는 정치적 음모를 당파적 입장으로 세울 상황이 아니라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튼, 독살설의 진실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언급하기로 한다.

이렇게 '정조의 비밀편지' 즉 『정조어찰첩』의 각 내용을 살펴보았다. 사실,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다. 200여 페이지도 안될 정도로 얇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난 소설책을 보듯 게눈 감추듯 막 읽어내려갈 책이 절대 아니다. 한 페이지마다 사진과 글을 읽고 다시 읽는등 그 내용 분석을 좇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페이지 사이마다 키워드 속의 키워드로 '선조의 밀찰과 정조의 발문', '정조 후반기의 정치 지형: 시파와 벽파', '정조가 어찰을 보낸 사람들', '정조의 새해편지', '이명연과 그의 상소', '정조어찰과 호락논쟁', '지방 정보를 캐묻는 정조의 어찰', '「오회연교」의 표적', '정조가 죽던 날의 풍경'까지.. 역사속 지식들을 제공하고 있어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도 읽는 내내 이것은 정조의 기본 이미지와 부합되고 또 이런면은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는 점에서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것은 어느 편지는 유머와 인정을 베풀듯 가볍게, 어느 편지는 진중하게 아주 정제된 문장으로 내용을 정확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구사하며 높은 수준의 글솜씨를 자랑한 군주 정조.. 그 수준은 어느 군주보다 유례가 드물게 탁월했으며 문학적으로도 우수하여 작품성이 뛰어난 편지가 곧잘 눈에 띄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어찰은 정치사 사료로서 비중이 매우 높은 동시에 문학과 서예, 궁정 문화와 생활사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도 조명받을 가치가 충분한 사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정조의 정적으로만 기존에 알고 있던 노론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4년간 보낸 그 편지속에는 정조의 일거수일투족과 그가 말한 모든 내용이 대부분 정치적 의도를 구현한 일종의 정치적 문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원천적 사료에 속할 뿐만 아니라, 기록학적으로도 충분히 신뢰한 만한 문서라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결국, 200여 년전에 죽은 정조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비밀스런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비밀은 사람들의 묘한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더욱이 권력의 최정점에서 노련하고 완숙한 정치력을 발휘한 군주의 비밀이었기에 더욱더 그렇다.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진 순간, 기존의 근엄하고 진지하고 직관적인 사료가 주는 역사를 좀더 이완시키며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조의 비밀편지' 즉 『정조어찰첩』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어찰첩을 통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익숙한 정조의 모습에 더해 새로운 정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 아니『정조어찰첩』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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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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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쿠다 히데오, 오기와라 히로시, 노자와 히사시등 유명한 일본작가의 소설들을 나름 즐겨 읽다보니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팬이 된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중에 블랙유머 소설 시리즈 세 권 <독소>, <괴소>, <흑소>는 사회적 블랙풍자의 백미였고, 인간의 이유없는 악의적 본성을 일깨운 <악의>, 그리고 이번에 작가 스스로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라며 감히 호언장담한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물론, 일본에서는 10여 년전 문예지 『소설보석』에 98년부터 연재돼 문제가 되어 연재 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금되어 단행본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그만큼 이 작은 문제작이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문제작이었던 것일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서도.. 여튼, 국내에는 바로 신작으로 소개되면서 국내 주요 도서 사이트마다 일본소설 분야에서 상위에 랭크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앞 표지의 순백색의 그로테스크한 '아이'(eye) 즉 눈의 모습과 "잊지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문구로 단박에 이목을 끈 환상의 걸작 미스터리 호러소설 <다잉 아이>.. 물론, 게이고의 기본 습성?답게 추리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이런 추리의 기본 얼개에 미스터리적 요소가 다분히 많게 전면을 휘감은 것이 이번 작 <다잉 아이>다. 더군다나 미스터리적 요소에 을씨년스럽고 무언가 신비적인 호러 그리고 관능적인 색정을 과감히 노출하며 읽는 독자들, 특히 남자들의 숫컷 본능적인 성욕을 자극한 지극히 못된? 미스터리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여자들에게는 이런 색정이 불편할 수 있지만 마치 질퍽한 애정영화를 보듯 그 묘사는 인간의 상상을 자극시키며 사건 해결을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과연 '죽은 눈' 또는 '죽어있는 눈'이라 해석되는 그 이야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이야기속으로 잠시 빠져보자.

어느 한 여자가 있다. 평범하게 살던 유부녀 '기시나카 미나에', 그 날도 밤에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오는 날 밤.. 그는 뒤에서 갑자기 들이받은 차로 인해 죽고 만다. 그런데, 그녀는 그 차로 인해 짓뭉개지고 피범벅에 내장이 파열되며 서서히 죽어간 것이다. 마지막 삶의 끈을 놓지 못한채 서서히 식어가며 속으로 외친다. "죽고 싶지 않아.. 용서 못해, 내 육체는 없어져도, 이 원한을 끝까지.." 이렇게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죽은 한 여자의 이야기로 서막을 여니.. 여기 '미나에'가 바로 이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남자 주인공은 소위 물장사로 자신의 장미빛 인생을 개척할려는 현직 잘 나가는 바텐더인 '아메무라 신스케'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스케가 일을 마치고 새벽 2시 문을 닫는 순간 그는 머리에 강하게 둔기를 맞고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다.

그리고, 그는 일부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물론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진 뒤 그는 형사로부터 뜻밖의 애기를 듣게 된다. 즉, 자신이 과거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사고에 대한 정황도 기억도 없다. 그러면서 그 읽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 탐정으로 분연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 전에 근무했던 술집 사장과 동료 바텐터를 찾아다니며 나름의 수사를 한다. 왜 내가 이렇게 당해야만 하는가.. 내가 정확히 잃어버린 그 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러는 와중에 동거녀인 '나루미'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신비스런 여자 '루리코'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신스케는 예의 알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며 그 둘은 육체의 탐닉으로 이어진다. 그 수위가 꽤 높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수 차례에 걸쳐 그 둘은 육체를 동물처럼 탐닉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주인공 신스케는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를 무서워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도대체 나의 기억을 앗아가 버린 아니 내가 일으켰던 교통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노력이 계속된다. 결국, 희미하게 서서히 찾아드는 사건의 전모, 그 교통사고에는 자신이 혼자만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는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된다.미스터리류라 감히 자세히 또 결말과 연관이 있기에 밝히지 못한다. 그 사건의 전모는 분명 예의 알 수 없는 매력녀 '루리코'와 관련이 되어 있다.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며 신스케는 그녀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또 신스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진실은 어디인지.. 이 모든 것이 그 날의 교통사고 현장에 있다는 것만을 밝힌다.



물론 이것은 다 읽었을때 알게되는 내용이고, 읽는 내내 이런 전반적인 사건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작품 <다잉 아이>는 그런 특징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읽어 내려 갈수록 빠져드는 사건의 실체와 시종일관 미스터리적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기를 연신 내뿜듯 표출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사는 삶이 아닌 소위 물장사를 하는 그들의 세계, 그 밤의 세계를 현실감있게 또는 의뭉스럽게 현장을 좇듯 묘사했다. 그래서 이런 다소 특이한 소재거리를 가지고 정교하게 구성하고 복선을 깔며 치밀한 각 캐릭터간의 심리묘사로 긴장감을 조성해 읽은 이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한게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바로 여자 주인공이자 교통사고로 죽은 유부녀와 그를 몹시 사랑한 남편의 애절한 마네킹 사랑, 그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주인공이지만 때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과, 그 주인공을 둘러싼 동거녀, 동료 바텐더, 형사, 전직 술집 사장, 그리고 알 수없는 매력적인 색정녀까지.. 이렇게 각 캐릭터간 인간 군상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나중에는 다소 의외의 결말로 치닫게 하는 매우 드라마틱한 구성적 요소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분명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미스터리 소설과는 궤를 달리한 느낌이다.

그것을 다시한번 요약적으로 압축한다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죽은 어느 한 여자와 폭행 사고로 기억의 일부(교통사고 현장)가 날아간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과 그 사건을 무던히도 파헤치려는 주인공, 그러면서 차츰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의 음모와 배신, 결국에는 이 등장 인물들이 파멸해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간의 원한과 슬픔, 어두운 욕망(색정포함)등 내면에 깊게 깔린 소용돌이치는 인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한 편의 드라마 아니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그 저변에 흐르는 긴장과 호러 그리고 관능까지도 절묘하게 믹싱시켜 그려낸 것이다.

이렇게 호평만 하다보니 그렇다면 단점은 없는 것일까..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인기작답게 단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아주 잘 빠진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것은 간단히 줄이면 자신이 교통사고의 진범이지만 또 다른 진범이 있지 않을까 하게 만드는 플롯의 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이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기에.. 여튼, 오랜만에 기본적인 미스터리 추리소설만을 접하다가 우리네 있을법한 교통사고에 얽힌 이야기속에서 인간의 모든 욕망을 보듯이 세트로 안겨준 절묘한 레시피같은 작품 <다잉 아이>.. 그 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관능과 호러의 미스터리 이야기속으로 빠져보자. 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제목에 있다. 바로 사람 눈속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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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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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이 '사랑의 승자'라 얼핏보면 무슨 연인들간의 사랑, 아니면 부모 자식간의 사랑등이 우선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그것도 책 커버가 하얀 순백색과 흑백 사진의 조화속에 마치 예비 신혼부부의 웨딩스레스 화보집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사진집이다. 하지만 앞에 떡하니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90년대 어느 장례식을 마치고 최루가스를 맞아 돌아오는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안에 있는데, 그렇다. 이 책은 보통의 포토에세이 같은 사진집으로 한국의 굴곡진 영욕의 현대사를 장식한 대부(大父)같은 존재 김대중(金大中)의 모습을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가 그간의 사진을 모아서 내놓은 책이다.
 
바로 1991년 언론사 사진기자 시절 저자 '오동명'은 화장실에서 우연히 소변을 보다 김대중 후보를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보도사진 속에 사람들의 일상을 담으려 노력하며 정치인으로서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김대중과 기자로서 고민하며 살던 사진기자 오동명의 인연이 이 사진집을 내게 됐다는 소개다. 특히 여기 사진집에 실린 사진은 1991년부터 1998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으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 사랑스러운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김대중이 걸어온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일반적인 사진집과는 달리 무게 잡지 않고 김대중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가려 뽑은 포토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제목이 하필 '사랑의 승자'일까.. 정치인의 포토에세이치고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 의문이 들지만.. 좀더 들어가보면 김대중이 걸어온 정치 인생사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인 화두가 바로 '민주'요, 그 다음이 '자유'와 '사랑'이다. 특히 그중 사랑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용서와 화해의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그가 걸어온 정치 역정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패자가 아닌 승자로서의 모습.. 하지만 그런 모습이 어떤 위용을 자랑한다기보다 지극히 일상적인 주로 '하품을 하는 사진들'이 눈에 띄는데.. 아래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집을 들여다 보면 마치 우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것은 저자가 김대중 대통령을 좇으며 기록한 사진과 그와의 대화, 그리고 자신이 사진기자시절 느꼈던 당시의 비루한 소회감등 개인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이런 모든 것을 '인생'이라는 장을 통해서 담백하면서도 간결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장마다 김대중 대통령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와 어록을 실으며 그의 정치 역정을 담아내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제목만 봐도 메시지가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하품, 기회, 양심, 소외, 보복, 독서광, 꽃, 자유, 그리움, 이희호, 오해, 가족, 윈칙과 가치, 엄격, 믿음, 경청, 침묵, 도덕성 결핍, 핑계, 피로, 회담, 선택, 용서, 유언비어, 임기응변, 희망, 위로, 똘똘이, 우리, 우상화, 마지막에는 대통령이 되어서 5년 후 그 동네로 돌아오길 기대했던 한 '꼬마의 소원'까지..



여기 '인생'이라는 장을 통해서 김대중 정치사 아니 그의 인생사를 반추케하는 빛바랜 사진속 모습과 단어들로 오롯이 표출하고 있다. 그 어록들이 구구절절히 주옥같이 와닿는데 대표적으로 뽑아보면 이렇다.

   
  "내가 수많은 시련에서 얻은 것이라면 사랑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랑입니다.", "최고의 대화는 경청이다.", "정치에서의 도덕과 윤리의 구현이 되지 않고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남이 나를 괴롭힐 수는 있지만 그 고통 속에서 불행하게 되느냐 오히려 이를 발전의 계리로 삼느냐는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국민이 제게 준 선물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전인적 완성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제약과 조건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이렇게 사진도 물론이지만 각각의 어구들이 빛바랜 사진과 잘 어울려 더욱더 그를 반추케 하는 '사랑의 승자'로서 모습이 표출된 또 하나의 도정인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치욕을 겪은 김대중이 남긴 메시지가 한 개인의 아픔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으리라는 심정으로 이 책 아니 사진집을 펴낸 것이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정치부 사진기자로 걸어오면서 무조건 그를 칭송?만 하지는 않았다. 어떤 구절에서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것은 그의 주된 언행이었던 '행동하는 양심'과 다르지 않나.. 또 궁극적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려면 권력과 권위의 땅 '현충원'에 묻히면 안되지 않았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저자의 개인적 견해를 떠나서라도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90년대의 김대중의 모습, 아직은 노쇠하지 않았을 그 시절의 김대중을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사진집은 일차원적으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좀더 많은 사진과 대화들이 담겨 있어 더욱더 그의 모습을 간직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간결한 포토 에세이답게 구성이 잘 된 사진집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사들의 사진집은 많지만, 이렇게 우리 정치사의 거목을 담아낸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작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역설하듯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 김대중, 그를 이젠 호남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고 한 번만이라도 그의 행적을 생각해보자는 이 사진집의 화두처럼.. 이제는 정치인 김대중을 한 인간으로서 한 국민으로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러기에는 아직도 존재감이 큰 어른이기에.. 그의 인생을 여기 사진집 '사랑의 승자'가 담아낸 사진과 대화와 메모를 통해서 오롯이 만나보자. 그것은 묵직한 자서전이 주는 뻑뻑한 글의 행간대신 바로 눈앞의 빛바랜 사진속 '인간' 김대중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서거하기 1년 여전 '김대중 <마지막 일기>(2009.05.20)'에서 쓴 글이 있어 음미해 본다.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 그러는 나는 행복하다. 좋은 아내가 건강하게 옆에 있다. 나를 도와주는 비서들이 성심성의 애쓰고 있다. 85세의 나이지만.. 세계가 잊지 않고 초청하고 찾아온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생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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