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우의 성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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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호의 레이더에 포착돼 오랜만에 읽게 된 일본 역사소설 <노보우의 성>, 책 앞면에 표지의 모습처럼 무언가 진중함 대신 코믹함이 묻어날 것 같은 이 책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와다 료'의 소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출간되자마자 역사소설 부문에서 12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 연출과 '국민배우'라 불리는 '노무라 만사이' 주연으로 2011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 또 다른 화제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다 읽고 난 총평은 진짜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정말 재미난 스토리텔링이었다. 즉 여기 소설 속 이야기에는 실존했던 일본 사무라이들이 등장해 갖가지 개성 강한 캐릭터로 그 현장을 생생하게 활보한다. 또한 그들만의 낭만까지 아우르며, 읽은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으니 '노보우의 성'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역사소설이다보니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는 바로 1582년부터 1590년까지 8년 간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프롤로그를 통해서 일본의 센코쿠(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종1위 '관백'(일본의 천황 대신 정치를 하는 직책)에 오른 아주 유명하고 임팩트한 인물이자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서 나온다. 그가 '오다 노부나가' 밑에서 부장으로 있던 시절, 수많은 성들을 공략하면서 위명을 떨쳤던 1582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전국시대 상황이 간략이 소개된다. 그러면서 '혼노지의 변'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죽은 뒤 8년이 지난 덴쇼 18년(1590년) 히데요시는 자신의 저택 '주라쿠다이'에서 전국의 다이묘(바쿠후로부터 1만석 이상의 영지를 받은 장수)을 모아놓고 또 다른 명령을 하달한다.

관백 휘하 장수의 '오시 성' 공략전, 얼간이 '노보우'가 만만치 않다.

아직 점령못한 지역을 교통정리 하는데, 바로 간토 지역으로 그곳에서 유명세를 떨친 호조 가문의 '오다와라'성을 접수하라 지시한다. 그리고 그 호조 가문과 친분을 쌓으며 유지해온 또 다른 '오시'성도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일본 천하를 주름잡는 관백 히데요시가 쳐들어온다니 호조 가문의 '오다와라'성은 물론이요, 나리타 가문이 지켜온 '오시'성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풍전등화 상태,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다. 우선 호조 가문의 성주인 우지나오와 우지마사는 오시 성의 성주이자 나리타 가문의 당주 '나리타 우지나가'에게 이쪽을 지원해 달라 요청한다. 그러면서 우지나가가 호조 가문을 돕기 위해서 오다와라 성으로 떠나고 당주 자리가 빈 오시 성은 성대(성을 대신 맡은 성주)로 '나리타 나가치카'가 맡게 된다.

그런데 이 인사가 참 웃긴 게 자신의 이름보다는 바보 얼간이란 뜻의 '노보우' 님으로 불린다는 거. 특히 그 성의 농민들까지 그렇게 부르며 그와 꽤 친숙함을 보이는데 그만큼 나가치카는 백성들과 한 몸으로 매번 농사일을 돕는 등, 그는 사실 무사 기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몸치로 오시 성의 운명을 책임지는 총사령관이 된다. 물론 그 전에 그의 아버지 '나리타 야스스에'가 맡았지만 호조 가문을 위해 도요토미 군에 맞서 싸울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등 홧병에 죽으면서 나가치카가 대신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얼간이 성대를 도와 줄 나리타 가문의 무사들은 세 명의 걸출한 인물들이 있었다. 하나는 '마사키 단바노카미'로 줄여서 '단바'로 불리는 이는 나가치카와 죽마고우이자, 나리타 가문의 '에이스' 무장이다. 또 다른 인물은 '사카마키 유키에'로 나리타 가문의 스물두 살 젊은 가로(무가의 가신들)로 그는 수많은 병법서를 통달하고 스스로르 '비사문천의 화신'이라 칭하지만, 전투를 치러 보지 못한 풋내기 무사로 혈기왕성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덩치가 큰 거한에다 최고 무사의 상징인 단바의 '개주창'을 실력으로 빼앗는 것이 삶의 최고 목표인 '이즈미'로 불리는 '시바사키 이즈미노카미' 이렇게 이들 셋 무장이 바로 얼간이 노보우와 함께 오시 성을 지키게 된다. 물론 이외에도 우지나가의 딸이자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무예의 달인으로 검술에도 능하지만 성대 나가치카를 좋아하는 '가이히메'가 있다. 역사적으로 여기 가이히메는 나중에 관백의 첩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이의 계모로 우지나가의 두 번째 부인이자 전설적인 무장 '오타 산라쿠사이'의 딸로 남편 우지나가를 시시한 남자로 여기는 '다마'까지.. 이렇게 나리타 가문의 주요 인사들만 해도 개성이 철철 넘치는 인물들이다.


(센코쿠 시대의 사무라이들, 역시 짧다. 하지만 여기 노보우 '나가치카'는 꽤 키가 큰 인물이다.)

그리고 반대편 여기 오시 성 함락을 위해 뛰어든 무사는 관백의 오른팔로 총애를 받았던 인물 '이시다 미쓰나리'. 이 인물은 나중에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전투를 패하며 운명을 달리한 용장이었다. 우선 1590년 그는 오시 성 공략작전을 책임진 총사령관으로 머리가 비상하지만 융통성이 없을 정도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이와 함께 미쓰나리와 친분이 두터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간파하며 돕는 인물 '오타니 요시쓰구', 그리고 무게만 잡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거만하고 옹졸의 성품으로 '산술의 천하무적'이라 불릴 정도로 계산이 빠른 장수 '나쓰카 마사이에'까지 이렇게 관백 쪽은 세 명의 에이스가 있다.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무장들이 간토 지역에 펼쳐져 있는 성들을 공략하게 되는데, 여기 미쓰나리와 요시쓰구, 마사이에가 바로 오시 성을 공략하면서 나리카 가문의 노보우와 그의 무장들과 함께 공성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이자 뼈대인 것이다.

캐릭터 강한 무사들의 드라마 '노보우의 성',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즉 이야기는 사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개성만점의 일본 사무라이들이 센코쿠시대의 관습처럼 굳어진 무사의 기본 아우라를 지키며 오시 성을 공략하고 수비하면서 펼쳐지는 한바탕 소위 난리 부루스라 보면 쉽다. 처음에는 천하를 가진 관백에게 항복하려다가 얼간이 나가치카가 '아니야, 우린 싸울 꺼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일대 대 공방전이 펼쳐져 1차 전투 때에는 나리타 가문이 승기를 잡는다. 이에 화가 난 미쓰나리는 관백이 자주 썼던 수공을 이용해 오시 성을 혼마루(성의 중심부)만 남기고 모두 물에 담가버리는 계책으로 2차 전투의 승기를 잡는다. 이에 궁지에 몰린 오시 성은 노보우 나가치카가 홀연 단신으로 배를 띄워 한바탕 쇼를 한 후에야 그들이 다시 승기를 잡는 등, 제대로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진짜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기록처럼 오시 성은 결국 관백에게 접수가 되고 마는데, 과연 이 전투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며 누가 이기고 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렇게 철옹성도 아닌 이 보잘 것 없는 시골의 '오시 성'을 관백의 오른팔 미쓰나리는 제대로 공략을 못한 것인데,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니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음이다. 이렇게 역사소설 '노보우의 성'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된 1590년 나리카 가문이 지켜온 '오시 성' 전투기록을 참고로 소설적 재미를 가미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드라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일본역사가 중국역사보다 좀 낯설어 시대적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읽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이 소설 속에는 필요한 배경적 이야기가 있다면 페이지마다 어느 가문의 내력과 시대배경을 친철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대신에 일본의 그 부르기 힘든 이름 때문에, 초반까지는 읽는데 애를 좀 먹는 게 있다.

즉 각 무장들 이름을 기억하고, 누구 가문의 이름은 헷갈려 메모까지 적으며 읽었던 '노보우 성', 물론 중반 이후부터는 그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며 한 편의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듯 생생한 재미를 선사했음을 부인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위에서도 자세히 적었지만 여기 주인공 바보 얼간이로 불리면서 키 큰 멀대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없는 나가치카의 캐릭터부터 그의 조력자 단바, 유키에, 이즈미, 반대편 관백의 장수들 미쓰나리, 요시쓰구, 마사이에 등 개성이 강한 무사들의 향연장으로 빠져들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 역사소설은 진중함 보다는 특히 마지막에는 센코쿠 시대 무사들의 낭만을 일깨우는 맛도 선보이며, 새로운 감각으로 일본역사상 가장 기이했다는 오시 성 전투를 통속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무언가 메시지를 담아낸 아주 담백함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오시 성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얼간이 '노보우'라 불린 '나리타 나가치카'가 있었고, 그가 이른바 '지장 덕장 용장'을 능가하는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운짱'이 아니었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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