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전쟁 - 그들은 어떻게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
뤄위밍 지음, 김영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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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한 욕망 중에 권력욕이야말로 가장 강렬하며 근본적인 욕망이다'라고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권력》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말했다. 그만큼 권력이라는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원적이자 보편적이면서도 끝없이 추구하는 욕망에 비유되기도 한 것인데, 보통은 어떤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리더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이 권력이 가진 규모의 사이즈는 창대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욕망중 으뜸가는 만족의 표상이다. 심지어 '권력의 유혹은 죽음보다 강렬하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처럼 인간은 권력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종국에 죽음까지 이르는 등, 그 권력에 대한 유혹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기에 이런 권력의 유혹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하며 인류사를 진행시켜 왔으니, 여기 그런 권력의 음모와 암투가 난무하는 권력세계를 그린 '권력전쟁'을 소재로 한 책이 있다.



중국역사 속 11인을 통해서 바라본 '권력쟁탈'의 이야기 <권력전쟁>

제목도 바로 '권력전쟁'으로 중국역사 속 잘 알려지고 임팩트했던 11인의 인물들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 권력의 정점을 조망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 11인의 면면도 화려하다. 여불위부터 시작해서 환관 조고, 한 고조 유방, 왕망, 가남풍, 당 태종 이세민, 측천무후, 조광윤, 옹정제, 홍수전까지 거의 다 들어보고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아는 중국역사 속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들 인물을 통해서 권력의 정점에서 어떻게 행동해 올랐고 종국에는 어떻게 가열하게 무너졌는지 정리하며 눈길을 끌었다. 마치 소설책을 읽듯이 그렇다고 전혀 소설이 아닌 정사와 야사를 아우르며 제대로 된 중국역사의 다이제스트판 같은 느낌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으니, 이 책에서 말한 중국역사 속 대담한 음모가였던 11명의 권력쟁탈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기회가 포착되면 모든 것을 걸어라 - 기화가거奇貨可居' 는 바로 진시황의 친부인지 아닌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바로 '여불위'에 대한 이야기다. 조나라 한단에서 잘 나가던 대상인 여불위는 자신의 애첩을 무기로 진(秦)나라에서 볼모로 잡혀온 '자초'(이인)를 구워삶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그를 효문왕 안국군에게 추천해 태자에 오르게 한 인물이다. 결국 효문왕 이후 자초는 장양왕이 되었고 여불위는 공적을 인정받아 상국에 임명돼 진나라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대신이 되었다. 하지만 장양왕이 즉위한 지 3년 만에 세상을 뜨면서 장양왕의 태자이자 실은 여불위의 골육인 영정, 즉 진시황이 권좌에 오르면서 여불위의 권력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진시황이 권좌에 올랐을 때는 열세 살에 지나지 않아 영정이 성인이 될때까지는 그가 국정을 좌지우지 했지만, 이후로 그는 궁지에 몰렸다.

그래서 여불위의 인생에서 최고로 잘 나가던 시절은 '자초'를 국왕으로 옹립하는 데 전부를 내걸었던 때가 가장 지혜로웠으며 기지가 빛났기에 바로 '기화기거'(奇貨可居, 저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상국으로 임명된 후에는 너무 자만했으며 '노애의 난' 이후에는 겁을 먹어 매사 대범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여불위는 상인으로서의 계략은 뛰어났지만 권력전쟁에서 필요한 두 가지 기질을 갖추지 못했으니, 그것은 바로 깊은 인내와 필요할 때는 자신의 전부를 걸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여불위는 최고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진나라 군주의 혈통을 바꾼 제일가는 지략가임에는 틀림없었다며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여불위를 알면 바로 진시황의 세계가 보인다.  

'사람을 꿰뚫고 시대를 거머쥐어라 - 심찰인심深察人心 ' 위의 여불위에 세워진 진시황의 제국을 흔든 환관 조고의 이야기다. 조고, 알만한 사람들은 하는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노비 출신의 이 환관은 진시황 사후 유조를 조작해 진나라를 피바다로 만든 장본이었다. 승상 이사는 물론 진왕 2세 호해를 구워 삶아서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아둔하고 멋모르는 호해를 앞세워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인물, 그런 그는 환관이었기에 봉건제도의 희생양처럼 자신에 씌워진 굴레를 이렇게 복수전으로 펼치며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이다. 즉 환관이 권력을 찬탈했을 때 봉건 국가가 뿌리째 뒤흔들리는 것으로, 호해를 죽음으로 몰고간 조고 또한 진왕 자영에게 죽고, 자영은 항우의 손에 죽임을 당하며 진나라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한마디로 환관 조고가 다 말아먹은 셈이다.


(한나라를 세운 한신, 유방, 장량)

'쓸모없다면 과감히 내쳐라 - 토사구팽兎死狗烹' 바로 중국고전으로 유명한 '초한지'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방과 항우의 쟁패, 결국 항우를 무찌르고 용인술 하나만으로 하층민 출신의 군주가 된 한 고조 유방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는 한나라를 세우고 나서 자신이 총애했던 가신들을 제거할 정도로 무뢰한 황제였으니, 바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군사지략가라 꼽는 '한신' 과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 등이 소상히 나온다. 그리고 이후 용맹한 장수 출신의 팽월과 영포까지 제거하게 된 배경 등, 물론 그 속에는 여태후의 입김이 있었지만, 유방의 용인술은 쓸 때도 제거할 때도 제대로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저자는 강조하며 말한다. 

'자신을 성인군자로 포장하라 - 대선대위大善大僞' 한나라 400여 년의 역사에서 기원 전 전한시대와 기원 후 후한 시대로 일컫는 중간에 또 하나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신(新, 8~23년)나라다. 그 신나라를 세운 왕망의 이야기로 그는 황실의 외척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외척들과 달리 절대 경거망동하지 않고 겸손과 자비로움을 내세우며 매사 신중히 대처했다. 심지어 명예를 위해서는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는 등, 그런 모습이 마치 자신을 성인군자로 포장해 나라를 세우기에 이르는데, 그야말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전형으로 도덕적인 위선자라 말하고 있다. 전한 시대 말의 가열한 역사가 나름 소상히 나와 다시 정독하고 싶은 부분이다.

'야망의 발톱은 내면 깊숙이 숨겨라 - 심장조아深臟爪牙' 바로 그 유명한 삼국지에서 제갈량과 지략 대결을 펼쳤던 위나라의 책사가 사마중달 즉 '사마의'에 대한 이야기다. 조조가 한창 패권을 다투며 자리 잡을 때 당시 사마의는 젊었지만 위나라가 세워지고 조조 이후 권력승계에서 조비-조방-조모를 모셨던 그들 사마가의 짧지만 가열한 권력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조진의 아들 조상과의 권력 다툼은 제목처럼 사마의의 지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사마의 사후 사마사-사마소 형제가 집정하고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진의 무제)이 새로운 왕조를 세웠으니 바로 서진(西晉, 265~317년)이었다.


(방탕한 황후 '가남풍'의 살인 게임)

'수단과 방법은 담대하고 냉혹하게 써라 - 대담수랄大膽手辣' 여성의 권력이 제대로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는 장이다. 바로 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위나라 이후 사마가가 세운 서진(西晉)은 무제에 이어 혜제 사마충에서 이 나라는 오래가지 못하고 멸망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사마충의 황후 '가남풍'이 있었다는 거. 황제는 영구같이 백치같은 놈이었고, 여기 가남풍은 가씨 집안의 명성대로 아주 흉포하고 방탕하기까지 한 악처 스타일로 정적인 '양씨' 일가를 멸하는 장면은 냉혈녀가 따로 없을 정도다. 결국 그녀로 인해 서진은 멸망을 하게 되는데, '가남풍'과 관련된 소상한 책을 한 권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여자가 아닌가 싶다. 그녀야말로 중국고전에서 손꼽는 악녀일 것이다.

'권력에는 금기가 없다 - 금문첩혈' 강호가 나름 좋아하고 재밌게 본 중국 역사물 중 '진왕 이세민', '정관의 치' 의 주인공 바로 당 태종 이세민의 이야기다.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유명하고 잘 알려진 당 태종 이세민, 그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 아버지 이연과 그리고 두 형제인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과의 관계가 간략하면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특히 수나라를 물리는 치는 과정에서 진왕으로 봉해지고 나서 그의 권력과 형제간의 권력 다툼에서 어떻게 승기를 잡고 놓쳤는지, 종국에는 '현무문의 변'을 통해서 형과 동생을 죽이고 과감한 결단을 보여준 그를 통해서 권력에는 금기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력자를 미색으로 다스려라 - 상두정치床斗政治' 이 또한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 바로 중국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에 관한 것으로, 그녀가 열네 살에 입궁해 당 태종의 시녀로 지내다 태자 이치와 눈이 맞더니 태종 사후 비구니로 전락했다가 다시 고종 이치의 러브콜로 궁에 들어와 '소의'가 된 무비, 이후 황후로 올라서고 유약했던 고종을 대신해 섭정을 하더니 결국에 황제에 오르며 주(周)를 세운 측천무후, 하지만 그녀는 권력을 잡기 전에는 정적인 황후들을 가열하게 죽었고, 심지어 자식까지 죽인 무서운 여자였다. 그리고 당 고종 이치를 미색으로 다스려 궁지로 모는 등 쥐락펴락했다. 아무튼 측천무후는 관련 책도 많아, 언제 한번 '쑤퉁'의 책으로 정리를 해볼 참이다.


(송 태조 조광윤, 나라 개국이 전광석화 같았다.)

'권력자는 단 하루 만에도 뒤바뀐다 _ 돌변풍운突變風雲' 송나라를 세운 조광윤의 이야기로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전광석화처럼 하루 아침에 나라가 바뀐 역사적 사실이다. 5대 10국시절 기원 전 춘추전국시대처럼 가열했던 난세가 50여 년간 난무한 상황에서 역시 영웅은 나왔다. 마지막 후주 시대의 대미를 나름 선방하며 잘 유지했던 세종 '시영'으로 끝나고, '전전도점검'이라는 군관으로 있던 군벌 조광윤이 하명을 받고 토벌 세력을 치러갔다가 주위의 적극 추천으로 하루 만에 황포를 두른 사연이 바로 조광윤의 개국 이야기다. 그 인물이 바로 '돌변풍운아' 송나라의 태조 '조광윤'이었다.

'경쟁자를 결코 허용하지 마라 _ 다자다화多子多禍' 청나라 시대 황금같은 전성기를 130여 년간 누렸던 강희-옹정-건륭의 시대, 그 서막을 알린 강희제와 옹정제의 대한 이야기로 바로 권력승계의 과정이 정리돼 나와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길게 61년간 통치했다는 강희제에게 또 하나의 고민은 바로 수많은 자식들 '황자'의 권력승계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강희제는 그렇게 권력을 내놓기가 싫어 죽는 순간까지도 그 끈을 놓치 못했는데, 예상을 깨고 넷째 황자 '윤진'에게 돌아간 거. 그는 다른 형들이나 동생들과 다르게 꽤 착하고 야심이 없는 듯 보이며 행동했지만, 간과한 것이 있으니 바로 믿음직하고 성실하며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성숙하고 위험한 음모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옹정제는 권좌에 오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현답이다 _ 별무선택別无選擇' 청나라 시대 황금의 전성기 시절에도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태평천국(太平天國)'이라 불리는 농민운동이 있었다. 마지막 장은 이 운동의 창시자 '홍수전'의 이야기로 그는 서생 출신이었지만, 권력을 잡기 전까지 양수청의 꼭둑각시로 2인자의 그늘에 있었다. 하지만 태평천국내 다른 지도자들과 작당해 포악한 양수청을 척살하고 그가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으니 뿌리가 깊지 못한 태평천국은 스스로 와해되고 말았다. 그것은 봉건적인 정치 시스템 속에서 농민 봉기가 발전하는 것은 역사적 숙명으로써 태평천국 운동의 실패는 음모 가득한 내부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농민정권은 봉건정권과 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았고, 봉건정치의 모든 폐단이 농민정권의 정치사상에 침투해 있음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 보았는데, 위와 같이 중국역사 속에서 나름 유명하고 꽤 임팩트하게 권력의 정점을 보여준 11인을 통해서 권력의 양면과 숨은 이면을 조망하고 있다. 그것은 유구하고 광활한 중국역사를 마치 다이제스트 요약본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고, 이 '권력전쟁'은 역사 인문서이기도 하지만 한 편의 소설같은 느낌으로 또 다른 흥미와 재미를 선사했다. 비록 분량이 길지 않고 짧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이야기에는 '권력'이라는 욕망의 엑기스를 보여주듯 제대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권력은 단 한 번도 인류에게 도덕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이 아이러니한 명제 앞에서 중국 역사는 물론 지금 현시대에도 적용되는 그 권력욕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자 강렬한 욕구다. 그리고 여기 역사 속에서 천하를 움켜쥔 그들의 '권력쟁탈' 이야기가 바로 <권력전쟁>인 것이다. 전쟁은 바로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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