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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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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혜로운 자는 스스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지 않으며, 남의 살생하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불살생 관련 가르침은 생명체의 존엄성을 새기며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삼라만상을 어떻게 보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언행은 판이한 양태로 드러난다. 태도는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외적인 행동 배후에 있으며 현재의 상황적 요소와 결합함으로써 행동 결정의 요인으로 추론된다. 바람직한 인간 육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은 대학 입시에 밀려 제 기능을 살리지 못하여 파생되는 학교 문제를 임시로 변통할 뿐이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는 선택의 몫으로 남는다.

 

   간섭받기보다는 자율적 선택 의지로 인생의 향로를 결정해 온 작가는 국경을 넘나들며 다원화된 생활에 적응해 온 덕분에 자신만의 빛깔을 띠고 살아가는 힘을 얻어왔는지도 모른다. 개인의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이 결부된 태도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데 능동적인 에너지를 발현하며 살아갈 동기를 부여한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상대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지배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흔한 수동성은 자발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내면을 살피며 중심을 바로 잡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자발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 자연스레 발휘됨을 감지할 때가 많다. 행하는 일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여겨질 때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면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살고 있는지 반추해 볼 일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군집 본능에 따라 관성대로 움직이며 사는 일이 몸에 익어 편하다. 외아들로 집안일에 조력하지 않던 남자를 만나 함께 살며 가사 분담으로 이끈 변화의 시도는 사랑의 힘 못지않게 소중한 배려를 일깨워주었다.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상대보다 일을 많이 했다고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게 관대해진 부부의 모습에서 질적인 성장을 가늠한다. 무리가 와서 고통을 느낄 정도의 가사 일에서 놓일 때 건강한 결혼 생활은 이뤄질 것이다.

 

   고인 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여서인지 구성원들과의 소소한 갈등이 초래한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가 왕왕 있었다. 경제적인 자율성으로 존재감 있게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주변에는 그것을 시기하는 말들이 난무하였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냉소적인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는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속상해하며 평상심으로 생활하지 못하는 자신과 맞닥뜨릴 때면 회의가 들었다. 타인과의 관계에 짓눌려 질척거리기보다는 지금의 관계를 점검하여 재조정해 나가는 게 먼저일 것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에게 정직해질 때 오롯이 홀서 서서 얻어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살아갈 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의 부침에 따라 변화해 온 자신을 들여다보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한다. 서너 번 시도해보고 성사되지 않는다고 포기하여 자기혐오에 빠져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건전한 야심을 품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갈 때 점진적인 향상으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불완전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불공정에 저항함으로써 자립심을 길러 가는 일은 통념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건전함으로 이뤄내는 자기 구원은 자존감 있는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강도는 달라진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을 바람직한 자세로 스스로 주인공으로 자리하여 갈 때 인생은 조금씩 즐거워질 것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의 꿈을 위해 소소한 감정을 유예하며 현재를 희생하는 삶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는 나만의 가치관으로 삶의 방향에 물꼬를 틔우는 시원으로 자리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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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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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 물에 함빡 젖어 초록이가 될 것 같은 차밭에서 손을 재게 놀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녀의 모습은 닮은 것 같으면서도 이질감이 드는 것은 다른 시간을 지켜내느라 분투하던 시절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결핍과 불편함을 감내하여 사는 일상을 묵묵히 수용하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고 애를 썼다. 일흔 둘인 어머니의 굽은 등은 찻잎을 따느라 땅바닥과 더 가까워져 간다. 허리를 펴면서 어머니를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쳤을 때 미소를 짓고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잣는다. 지난겨울 서둘러 세상을 떠난 이모의 49재가 지나고 녹차 밭에 와서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모의 빈자리를 위로한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법칙 아래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갈 몫은 존재하는 이의 숙명으로 비춰진다.  

   세월과 함께 먹은 나이는 청춘 시절의 열정과 에너지를 거두어 간 자리에 녹은 슬어 나타와 타협을 거부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 젖는 소시민적 일상이 이어질 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진 만큼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넉넉함으로 마찰을 줄일 수 있었지만 관성적 삶에 안착하는 일상에 길들여져 오고 있었다.

   ‘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

   닦아도 닦아도 녹이 슨다는 것

   녹을 품고 어떻게 녹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녹스는 순간들을 도끼눈을 뜬 채 바라볼 수 있을까…….’

   도끼의 생명은 예리한 날로 사물을 찍거나 패는데 있을진대 나이 들어갈수록 날선 도끼는 무디어져 제 빛을 잃어가는 것처럼 나이 50을 앞둔 중년의 비애를 그려냈다. 가파른 세월을 살아온 궤적은 인체 곳곳에 퇴화의 무늬를 그려 불편함까지 끌어안고 지내야 하는 중년의 무게를 가늠케 한다

   자본의 위력이 세상인심 위에 군림하여 뭇 생명들을 뒤흔드는 시대에 맑은 영혼으로 자연적 현상과 교감하는 삶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물량적인 잣대로 효용성과 경제성을 따지며 시는 읽어서 뭣하냐고 냉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오염된 세상을 정화해 줄 시를 가까이 하며 지낸다는 것은 축복할 일이다. 혼돈으로 가득한 세상군집 본능에 이끌려 자신을 방치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살기 어렵다는 말로 점철된 삶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헛헛함을 채워 줄 정신적 삶을 구가함으로써 내적 충일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순리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 여기면서도 돌연한 일로 일상적 삶에 제동이 걸릴 때 이로 인한 불편함과 괴로움을 걷어내기 위해 분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쳤을 때 나온다고 노래한 시인의 작품을 보면서 바닥을 치고 온몸으로 일어서려는 강렬한 몸짓을 머릿속에 그린다. 눈물을 감추었다 술잔에 융해된 인생의 비애를 함께 마시는 가장의 고달픈 생활도 시 속에는 드러난다.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처럼 쇠하여 스러져 갈 유한적 삶에 감성을 회복하는 일은 스스로를 구동하며 살아갈 에너지를 준다.

   ‘누구에게나 삶은 전대미문의 존재론적 사건

   이라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모두에게 있음을 통찰하였다. 인간관계 역시 갑을 관계로 규정하여 차별하는 일을 묵과하는 시선을 거두고 생명적 유기체에 깃든 삶의 존엄성을 회복하여 개체와 소통하고 교감하며 살아갈 당위성은 곳곳에 자리한다. 아침에 일어나 목청을 가다듬고 시를 낭송함으로써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잃어버린 영성을 회복하려 노력할 때 생활 속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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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부터 주말마다 친정으로 간다.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나면 오후 5시 30분 넘어 집에 도착하여 행장을 구리고 길을 나선다.

일흔 하나인 엄마는 곡우 전부터 녹차와 고사리로 몸살을 앓는다.

이른 새벽부터 차밭에 나가 해가 질 때까지 녹차를 따고 집으로 돌아와 티를 가려 낸 뒤

달궈진 가마에 녹차를 넣고 덖고 비벼 건조시키는 차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덖은 차를 식혀 비비고 자시 그것들을 가마솥에 넣어 덖어 비비는 반복 작업을 거친 뒤

건조시킨 뒤 다시 가마솥에 넣어 살살 덖어내는 일로 마무리된다.

 

오늘도 녹차 밭에 새벽 5시 40분에 나가 오후 4시까지 녹찻잎을 따면서 일상처럼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니 허리가 아픈 것도 내색할 수가 없다.

평생을 논밭에서 살아온 어머니 오늘은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배가 된다.

일할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수십 번을 되새기며 고진한 노동을 상쇄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 잠을 잤다.

먼지 푸석푸석한 몸을 씻어내리고 매주 한 캔을 마시며 노동을 성찰한다.

 

 

 

  

  아버지 얼굴을 기억 못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이 자리한다. 누구보다 딸이 귀한 집안에 태어난 여식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나 추억을 남길 틈도 없이 피안의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 그래서인지 아버지 이름만 불러봐도 눈물이 맺힌다.

뇌성마비 아들을 태우고 해변의 모래 위를 미는 아버지의 모습이 뭉게구름 사이 코발트 빛 바닷속 청신함에 투영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들과 가장 헌신적인 아버지가 펼치는 아름다운 레이스  뇌성마비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자신은 그 뒤에서 휠체어를 밀며 보스턴 마라톤대회 풀코스와 하와이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철인 딕 호이트의 숭고한 시간을 통해 자식들을 살리는 부모로 자리하길 바라며 한계를 넘어서는 사랑을 다짐한다.

 

 

 

  3학년 학생의 독후활동기록장을 검사하면서 한 학생이 쓴 감상문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3학년 들어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그럴 마음까지 앗아가버리는 냉엄한 현실적인 말 앞에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고 했다.

  '3학년 들어서 공부를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여러분들만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니니 점수가 쉽게 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

수년 지켜 본 바에 의하면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변수라는 예외적 조항도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담임의 냉혹한 말 한마디에 공부할 마음조차 내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기만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마음을 다시 내어 볼 일이다.

힘들고 지칠 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책 한 권으로 오그라든 마음을 펴고 처진 어깨를 바로 펴길 바라며 다시 희망을 노래한다.

 

 

 

 

   질문에 대한 선택지 5개 중에 정답일 확률이 가장 높은 정답을 찾아 길을 떠나는 수업에 익숙해져서인지 발문을 통해 생각하여 말하는 일상적 물음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글픈 일이다 관행대로 움직이기보다는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삶을 추구하며 살고 싶은 바람과는 달리 점점 뇌는 굳어져 가는 현실이다.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생각하기 위해 방향을 바꾸어 관찰하고 곱씹어보기를 통해 생각을 글어내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던 작가의 신간 도서로 경직된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다.

 

 

 

   3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의 소통은 그저 말 없이 앉아 있어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말을 하지 않아도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 따뜻해지는 이와의 인연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로 시작되었다. 자신의 상대로 움직이며 말하기를 즐겨 하는 현대인들에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상대의 말을 듣고 공감적으로 수용하는 이해 활동에는 미처 생각지 못한 인생의 이면을 들추어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소소한 일상이 초래한 일련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하나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잣대를 들이대며 편을 가르는 세상에 융합과 조화는 멀어져 보인다. 다름을 인정하고 너와 나가 융해하는 통찰적 삶을 위해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다.    

 

 

  한 작가의 유명세 이면에 자리하는 삶의 일면을 통해 지나온 자신을 돌아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어떻게 변하여야 하나를 반추한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 아래어덯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케 한다. 나의 불운한 삶도 어쩌면 스스로 만든 창작품이라는 것을 간과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돌아보게 한다.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면서 증오하고 불화하기보다는 떨어져 서로가 질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있디면 사회적 약속인 결혼이라는 규약을 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론적으로 비춰진 원인의 공방을 둘러싸고 설왕설래하기보다는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상황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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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합 곡으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삼았던 때와는 달리 손쉽게 휴대하며 먹을 수 있는 빵은 또 다른 먹거리로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 시장이 확대되어 왔다. 제조업자나 판매업자가 소매점과 계약을 통해 상표의 사용권, 제품의 판매권, 기술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시스템인 프랜차이즈 빵집에 동네 빵집은 대형화된 프랜차이즈 빵집의 규모에 영세한 자본력으로 동네 빵집을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빵 기술을 익히고 빵의 진원지를 찾아 제빵 교육을 포함한 연수를 통해 자신만의 빵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찾는 안전한 먹거리인 빵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살아온 이들의 사례는 새로운 빵집을 구상하는 이들에게 표본으로 자리할 것이다.

 

   착한 식당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서울의 빵집 취재 편을 보면서 건강에 이로운 빵을 맛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에 깃든 제빵사의 정성과 노력에 숙연해졌다. 첨가물을 넣지 않은 반죽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나와 반죽을 하고 발효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은 착한 빵으로 고객들의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식품으로 변신하였다. 국산 밀 재배농가와 협약하여 신선한 통밀을 공수해 제분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이름을 건 빵으로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차별화된 빵 만들기에 주력해 온 여정은 쉽지 않았을 테지만 여전히 명성 있는 빵집으로 유명세를 타며 빵 만들기에 정성을 모으는 이들이 있다.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밀의 종류가 100가지 정도라니 그 숫자에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빵 만들기에 적합한 강력분인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국산 밀은 중력분으로 글루텐 함량이 적어 수입 밀가루를 사용한다니 아쉬움이 더했다. 자연계에 살고 있는 효모를 모아 배양한 천연 효모를 이용해 맛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반죽할 때 다양한 재료를 넣어 새로운 맛을 선보이며 반죽에 혼합하면 좋을 식품을 선택하는 일도 제빵사의 역할에서 나온다. 보리밥을 넣어 만든 통밀 빵을 즐겨 먹는데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담박한 맛을 주어 간식 대용으로 주문해서 먹을 때가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 갈 때면 맛을 보는 화덕 피자는 큰 옹기를 엎어 놓은 것 같은 화덕 깊숙이 두고 그 앞에서 장작불을 피워 열기로 구워내는 방식을 이용해 풍미가 더하였다. 빵집에서도 돌 오븐을 이용해 빵을 구워내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하여 구미를 당긴다. 장작을 태워 오븐을 충분히 덥힌 뒤 타고 남은 재를 꺼내어 두고 문을 닫아 복사열로 조리하는 방식을 취하여 맛있는 빵을 선보인다. 기온습도기압 등의 미묘한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미생물을 연구하며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를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가운데 자신의 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빵의 고유한 맛과 향을 지켜내려는 마음으로 빵을 만들어갈 때 프랜차이즈의 빵에 밀리지 않는 식품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동네 빵집으로 성공한 사례를 먼저 실어 구체화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사항까지 고려하여 기술한 빵집의 위력은 막연히 먹어 왔던 빵도 하나의 주된 음식으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요소들을 낱낱이 분석하여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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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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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하며 살고 싶은 바람에 끌려 국경을 넘어 곳곳을 누비고 살아가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뛸 때가 있다.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며 오감을 동원해 인생의 일면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속박되지 않는 이로 자리할 때 가능해진다. 일정한 궤도를 걸으며 규범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에 익숙하였던 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공공의 선을 지키기 위한 법규는 지켜져야 한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델리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기존의 관행은 붕괴되어 무질서와 혼란의 세계로 몰아갔다. 기본적인 법규는 지켜지지 않았지만 종교적 의례는 놓치지 않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신앙의 나라라는 말이 걸맞은 나라에 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자마마스 지드를 방문했을 때 웅장한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유한한 인간의 내부에 깊숙이 자리하는 종교적 믿음은 맹목적인 숭배로 치달아 비판을 불허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도 신을 앞세워 벌이는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고 정치적 · 경제적인 이익까지 결부되어 패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평탄한 삶에 위협이 올 수도 있는 상황에 신념대로 자신의 뜻을 용기 있게 행동하는 이의 비장한 표현에 숙연해진다. 인생의 전환점은 도처에 자리하여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 삶을 이뤄 존재감 있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개인적으로 고락 속에 이어졌던 인도 여행 후 인생은 다채로운 무늬를 아로새기며 현재적 삶에 충실할 에너지를 얻어 열정적으로 살 수 있었다. 반면 인도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소설을 발표하고 난 뒤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란에서 전하는 구절들이 알라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악마의 말이 전승된 것이라 말하며 왜곡된 이슬람 관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사형을 언도받고 시작된 감금 생활은 추방을 당하거나 은둔 생활자로 전락하게 했다. 살해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무장경찰에 에워싸여 살던 시절을 반추하며 지금까지의 일대기를 순차적인 구성에 담아 타협을 거부하며 살아온 작가의 지난한 역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내가 원하는 자유는 무엇이든 아는 대로 말하고 양심에 따라 마음껏 주장하는 자유

    부조리한 구조에 맞서 타협을 거부한 작가의 자서전은 3인칭 서술자로 객관성을 확보하며 이슬람 세력의 무자비한 파행을 드러냄으로써 와하브파의 성장이 야기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전횡은 적나라해졌다. <<악마의 시>>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 발표로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가야 했다. 도피생활을 하면서 경찰의 권고로 지은 가명 조지프 앤턴의 파란한 생활은 이어졌다.

    인도 무슬림 문화는 인도 출신인 그의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란인들 중에는 그의 암살을 기도하다 영국에서 추방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압박의 강도는 커졌다. 무슬림 사회의 친절과 자비심, 아름다운 건축물, 철학과 과학 분야의 업적 등을 남긴 무슬림의 지혜가 변질되어 편협한 종교적 이념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반 이슬람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작가로서 파트와 반대운동을 벌이는 창작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에 직면할 때면 알코올에 의존하며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갔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운명의 굴레 속에 허우적거리던 전처와의 이혼은 일상의 균형을 앗아가는 일이었지만 또 다른 여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숨 막히는 압박의 시간에도 루슈디는 엘리자베스와 만나 교감하며 소통하는 사랑을 쌓아가지만 그의 아기를 갖고 싶어 했던 그녀와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그가 오랫동안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살해 위협으로 점철되는 상황에서도 아들 자파르는 파타와 이전의 작가 루슈디로서의 삶을 일깨워주었다. 짧은 시간이기에 작가가 아들 자파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련의 활동에 집중하며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엮어내는 성과를 낳기도 하였다. 13년간의 투쟁 아래서도 쪼갤 수 없는 자유를 의식하며 살아가려던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주정뱅이 아버지와 결혼하여 수십 년을 견뎌 온 어머니의 비결인 망각력을 떠올리며 아들 루슈디는 내면의 균열을 다스리고 감내하며 시련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는 생활로 무장해갔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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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5-04-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살까말까 해요. 평가단도서군요. 루슈디 소설은 좀 어렵고 취향도 타는지 리뷰가 귀한데, 에세이식 자서전은 어떨까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자성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