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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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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문화적 맥락과 성장해 온 환경이 다른 이들이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한 곳에 안착하여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은 결혼 생활을 지속해 온 부부들이라면 수긍할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은 처한 상황과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 마련인데 현실로 들어오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일진대 머릿속으로 그리는 결혼 생활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함을 깨달을 때가 더 많다. 24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산 부부지만 여전히 다른 행성에서 온 이방인처럼 여겨질 때가 더 많은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마음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아 오늘도 마찰을 일으키고 말았다. 서로 다르지만 공동의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왕왕 있어 평행선을 긋고 살아갈 때가 있는지도 모른다.

 

    정에 끌리고 모질지 못하여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며 살 때마다 지인들은 바보같이 산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연민의 감정이 앞서 남들이 꺼려하는 버거운 일을 자청해 행하면서도 이게 뭣 하는 짓인지 모른다고 푸념할 때도 있지만 관성대로 움직이며 지낸다. 어떻게 사랑하면 독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저자의 생각을 되짚어 본다. 다름을 인정하고 커리어를 쌓는 일을 도우며 공조하는 부부는 학부 시절에 만나 5년 연애한 뒤 결혼하여 지금까지 마찰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로 지내고 있음을 밝혔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생활하며 부부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생명력 있는 삶을 영위하고 시장을 보는 공통의 취미로 지속 가능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에서 헤쳐가야할 일들과 병행해 사랑의 대상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기에 반복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명사 사랑을 실천하는 동사 사랑하기는 자신의 사랑을 객관화하는 습관의 훈련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때 마음의 병을 깊게 하는 생지옥을 벗어날 가능성은 높다. 지친 마음을 달래며 서로를 구원해 줄 마음이 설 때 결혼이라는 제도권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는 것은 결혼 생활은 통념적인 인간관계까지 포용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녀를 부부로 묶어 복잡해지는 관계망 속에 파생하는 여러 일들을 해결하며 살아갈 운명 공동체로 간주되어 자유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부터 시작하게 만든다. 이에 저자는 결혼한 부부가 제도의 틀에 기대지 않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지속하길 바라며 남녀관계는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나누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유하는 관계로 보았다. 부부 사이의 공허함이 자리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길 중 하나가 남녀 관계로 협력과 지지 속에 지속되는 부부의 모습을 강조하였다.

 

   함께 한 세월이 켜켜이 쌓여도 여전히 상대를 잘 모르겠다고 여길 때가 있다.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이기심이 발동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매달리며 불가능한 일을 이뤄낼 것처럼 비장하게 말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라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본은 다르기에 의견 일치는 쉽지 않았고 변하지 않는 바닥 선을 혁신할 수 없기에 이를 그 사람의 성향으로 수용하며 나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다. 남편의 험담을 하다가도 이 또한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올 것이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며 유머감각을 동원해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유연하게 살아갈 힘도 연륜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었다. 쓸 돈과 벌 돈에 대한 개념을 바로 한 뒤 경제 파트너로서 같이하는 프로젝트를 고안하여 살아갈 때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로 동반 성장하는 부부가 자신의 커리어를 갖춘 남녀 관계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세월이 깊어도 위기는 여러 형태로 올 수 있는 결혼 생활이다. 라이프 사이클과 결부된 위기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과 허무의식이 자리하여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울 수 없을 때 일상은 이지러진다. 생이별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일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스킨십과 지혜로운 언행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이어갈 때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단기간에 끝이 날 프로젝트가 아니라 길게 가는 공통 사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진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고 내면의 울림에 공명할 때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관계를 구축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고 눈치를 주는 관계로 눈치 채는 훈련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였다.

 

   스물 셋인 딸이 어떤 상대를 만나 결혼할지 궁금해 하면서도 능력을 갖춘 직장 여성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면 굳이 자유를 누리기에 제약이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권 속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결혼하고 난 뒤 출산과 육아, 집안일 건사하느라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젊은이들을 대할 때마다 경제활동을 함께 하면서 삼중고를 숙명처럼 안고 사는 여자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한다. 예나 지금이나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은 힘겨루기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여성이 겪는 고통은 커 보인다. 경제적 비용을 함께 마련하는 동반자로 자녀 양육에 동참하는 남성의 모습이 보편화되어 함께 일하고 쉬는 남녀 관계로 자리하길 바라며 딸이 결혼할 상대는 일가견을 갖추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남성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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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쩌면 가까이 -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제주
허지숙 & 허지영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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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게 움직이며 살던 친구는 에너지 고갈 상태라 재충전이 필요한데 빛의 속도로 움지깅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고 하였다. 코발트 빛 바다와 달콤 쌉싸름한 추억을 몰고 오는 바람에 가슴 속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그만인 곳 제주도로 가자는 암묵적인 소통에 우리는 제주 공항에서 만나 사나흘 함께 지내기로 하였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살 수 있다고 여겼던 이들도 하나 둘 곁을 떠나고 남아 있는 친구가 몇 안 되기에 그들과 교감하며 사는 일은 인생의 노년을 풍요롭게 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누며 살 수 있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기에 지금 곁에서 정성을 다하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수다를 늘어놓는 잦은 만남이 주는 공허함보다는 자주 보지는 못하여도 서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든든한 보호막이 내게도 필요했다.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를 찾아 생전 그가 담았던 제주의 풍광을 보면서 오름 하나하나의 가치가 새롭게 파고들었다.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주도 곳곳을 피사체에 담아 제주도의 속살들을 보여주었다.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제주도의 내밀함을 찾아 제주도를 찾는 이들에게 이국적인 풍광에 인생의 진솔함을 투사하여 고독을 상쇄하며 지냈던 그가 떠오른다. 또 하나의 사진첩을 발간한 허 자매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공부를 하러 제주도를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제주도에 살면서 사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손짓하는 제주도를 담았다. 일상적인 공간이 색다른 의미로 창조되는 시간은 너와 나가 우리로 연대하여 소통하고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보리밭 사이를 걸어가는 자매의 치맛자락이 나풀거릴 때마다 제주도 생활의 이야기는 도르래에 감긴 실이 풀리듯 간결한 문장에 녹아 흐른다.

   제주에 정착한 이들은 예술적 심미안을 바탕으로 재능을 발휘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함께 하는 일상을 피사체에 담아 제주도를 드러냈다. 가만히 있어도 좋을 공간 제주도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으로 비춰지는 제주도의 속살들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곳으로 가고 싶은 열망을 더한다.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색과 문양으로 신비로움을 더하는 공간 제주도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느긋하게 움직이며 천혜의 자연과 함께 하는 자매의 일상이 부러움으로 차오를 정도다. 올레 길을 걷는 이가 늘어나서인지 구석구석에 들어선 게스트 하우스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이색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비축하며 지내기에는 제주도만한 곳이 없어 보인다.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고 시간이 깃든 오래 된 물건을 각별히 아끼고 소중히 여기던 엄마의 감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들은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풍광 속에 주인공으로 자리하여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여행 중에 만난 벨기에 청년과 함께 일몰이 아름다운 수월봉을 찾았고 미래의 이상형을 만나 바닷가에서 그들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며 상상 속 아이디어를 재현한 일은 통념을 부수는 행동 중 하나로 신선함을 더했다. 화산 폭발 때 날아온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화산쇄설층은 폭발의 격렬함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줄무늬로 새겨져 있었다. 동백 언덕으로 불리는 카멜리아 힐의 수국 동산은 남다른 매력을 주는 청초함으로 가득했다.

    여름에 제주도를 여행했을 때 대지의 열기와 인파에서 묻어나는 열기로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떠올라 여름 여행은 꺼리기 일쑤인데 사려니 숲길, 삼다수 목장, 마방목지 등을 구경하기에 좋은 516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라면 마음이 달라질 것 같다.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마는 제주의 고독과 처연함이 공존하는 때로 호젓한 묘미를 즐길 수 있다니 이 무렵 제주를 찾았을 때 장마를 만나더라도 불평은 잠재워 둘 일이다. 가을에는 오름을 오르며 오름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겨울이면 온 세상을 순백으로 뒤덮어 이색적인 절경을 선사하는 제주도의 산은 경이로움 속에 태곳적 비밀을 간직한 듯한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

   새해 벽두 돈내코에서 영실로 내려오는 한라산을 오르며 헛디뎌 실족할까 봐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내디디며 걸었던 눈길 산행은 지금도 선연하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하였던 특별한 산행은 정신을 한군데 모아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뚜렷한 성취감을 주었고 어던 일이든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귤 수확이 한창인 때는 농가를 찾아 귤 따는 일을 도우며 제주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따뜻한 방에서 모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도 따사롭게 전해진다. 숫자 49가 들어가는 날이면 제주 오일장은 갖가지 명물들로 전을 벌이니 장날 제주도 전통 장 구경에 나서서 색다른 즐거움에 빠져들고 싶다. 미처 가보지 못하였던 곳을 향해 하늘을 가르고 비행하는 물체에 동경하는 마음을 담는 길에 자매의 사진 속 일상이 융해되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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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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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나 떠난 이들이 그리울 때든 배고플 때든 햇볕은 따사롭게 내리 쬐어 궁핍을 달래주었다. 서자로 태어난 이덕무는 가난을 대물림하여 굶주림을 다반사로 여기며 지냈던 시절에도 책을 내리 읽어갔다. 추울 때나 괴로울 때, 아플 때와 배고플 때도 책을 읽으며 견뎌냈던 이덕무를 보면서 독서의 이로움은 어디에서 연유하였는지 그토록 책에 빠져 지낸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굶주리는 식솔들을 위해 사색의 오랜 결과물을 내다 팔아야 했던 씁쓸함을 알아차린 유득공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책을 팔아 술을 사오게 해 함께 나누는 자리는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나누고 술을 마시며 책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백탑 아래서 학문을 나누며 즐거움을 함께 했던 벗들과의 교류는 지치고 힘든 생활에 정신적 양분을 공급해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서자(庶子) 신분으로 운명이 결정되어버린 부조리한 시대적 상황에 에 대한 울분과 고독으로 점철된 힘든 상황에서도 내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였던 같은 처지의 벗들이 있었기에 사람으로서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백탑 그림자는 벗들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고, 불온한 세상에 자신을 곧추 세우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백탑으로 불리는 원각사 십층 석탑은 막막한 삶에서 오는 고단함을 풀어주었고, 백탑 아래로 온 이덕무는 나이를 뛰어넘는 벗들과 사귀었다. 그의 처남으로 무예를 뜻을 둔 백동수, 백성들의 삶이 나아질 방법을 찾는 일에 골몰한 박제가, 사대부 집안의 자제로 신분의 사슬을 넘어 사람됨을 중시하는 연암,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유득공, 명문가의 자제로 나이와 신분에 거리낌 없이 어울린 이서구와 같은 벗이 있어 막막한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

   벗들이 백탑 아래 마련해 준 청장서옥에서 백로처럼 욕심 없이 책 속에 빠져들어 지낼 수 있었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책 속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에 전율하던 책 읽기는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 가운데 하나다. 이들과 함께 스승으로 받들던 담헌 홍대용선생과 연암 박지원 선생과의 학문적 교류는 세간의 벽을 허물고 깊이 있는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인생의 길동무로 자리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때를 기다리며 현실의 무게를 견뎌냈다. 서자로 태어났다는 이유가 삶의 족쇄로 걸림돌이 될 때에도 우리를 동여 맨 쇠사슬을 끊어내고야 말겠다는 박제가 같은 벗이 있어 이덕무는 찰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감싸 주며 다독거리던 유득공의 어머니의 말을 전해들을 때마다 서늘한 가슴에 흘러들었던 따스한 피는 불합리한 세상에서 정을 나누며 살게 했다.

   이덕무의 처남이자 오랜 벗인 백동수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무예를 익히고 사람을 낫게 하는 의술도 함께 익히며 평화를 유지하며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생활 형편이 더 어려워져 백동수가 식솔들과 함께 기린협으로 들어갈 때도 벗들은 가난할 때의 사귐이 우정의 핵심이었다고 말하며 힘듦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전하였다. 명문가의 자제로 환한 처지에 놓인 이서구는 좋은 책들을 그와 함께 읽으며 책 속의 담론을 나누었고, 책 속의 내용을 읊조리며 지냈던 시절은 고달픔을 상쇄하는 즐거운 추억의 장면이었다.

   ‘조선 사람의 눈으로, 조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야.’

   스승 연암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발로 알아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였다. 스승 담헌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과학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열린 사고를 열어주었고, 지금껏 어쩔 수 없다고 여겼던 굴레를 벗어나 새 희망을 품게 하였다.

   자신만의 비좁은 틀인 선입견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오류에 빠져서 그것이 편협한 시선임을 일깨우지 못한 채 지낼 때가 있다. 변화를 시도하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생활을 끌어당기는 생활에 책은 껍질을 깨고 부화하는 병아리처럼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준다.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벽에 갇혀 지내던 시절 다양한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지낸 벗들과 함께 드넓은 땅을 밟고 관직에 나가 교류하며 살게 될 때는 그의 나이 마흔 살 때이었다. 박제가는 중국에서 보고 들으며 배운 내용을 토대로 북학의를 써서 변화를 두려워하여 안일한 생활을 지속하는 사대부들을 풍자하는 말로 끝맺어 굳어진 체제에 변화를 시도하였다. ()과 무()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조화를 이뤄야 함을 간파한 정조의 부름으로 백동수까지 대궐로 들어와 백탑 아래 모였던 벗들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지방의 고을 현감으로 일할 때, 고을 백성들의 생활을 면밀히 살펴 시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 갔다. 그리하여 힘없는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을 백성들의 살림을 살찌우며 권세를 부려 갖은 횡포를 일삼는 양반들을 엄격히 다스려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서로의 사간을 나누어 전한 이야기가 후손들의 마음에 따스한 바람을 일으키듯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간서치는 세월 속으로 사라져갔다. 백탑 아래에 모여 책이야기를 나누며 고달픈 삶을 달래며 집중하여 책을 읽으며 세상 보는 눈을 길러 혜안을 갖추었다. 조선 시대 지성인들이라 불릴 수 있는 백탑파의 움직임은 소박하면서도 담박한 성정에 묻어나 가시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고 사유하는 가운데 우리는 균형감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질료(質料)를 축적할 수 있음을 새기며 오늘도 책을 읽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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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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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밤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드는 순간 책상 위 푸른 불빛이 새어나오는 지구본을 돌리며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 상상 속 길을 나선다. 언젠가는 동경하는 그곳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찰나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지만 기상 이변의 영향을 받지 않아 오랫동안 푸른빛으로 조금씩 스며들어 푸른 설산을 이룬다는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리노 빙하를 보고 싶다고 갈망하며 체력이 소진되기 전에 그곳을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즐겨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여행자 밥장이 떠나는 이유를 길 위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향연으로 꼽았다. 저자는 그림 때문에 움직였고 움직임은 또 다른 일을 사랑하게 만들어 길 위에서 사색하고 음미하는 여행자로 살게 하였다.

    일상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길 위에 서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무미건조한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짐을 챙겨 떠날 때가 있다. 생생한 현장에서 호흡하고 자신을 재발견하여 팔딱거리는 가슴을 확인하는 시간자의 여행기는 일상에 매어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동경으로 채워진다. 낯선 공간에서 기다림을 상쇄해 줄 음악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의미로 다채로움을 더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는 잊고 지낸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든다. 배낭 여행자들에게 나침반으로 기능하는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세계의 여행자들의 애독서로 자리한다. 나 역시 오지 여행을 떠날 때 구비하여 가는 책이지만 때로는 책 속의 정보와 안내에 의존하지 않는 시행착오 속에 새로운 정보를 담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는 게 힘들다고 여겨질 때 준비 없이 시작하였던 여행지 추억의 조각들을 들춰보는 일은 현재적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열심히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여행의 흔적은 스치는 풍경 속 사진과 발품을 팔면서 마련한 기념품 등이다. 빛바랜 사진 속 인물이 말을 걸어올 때 상상 속 나래를 펴며 기념품을 들여다 볼 때면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추억 속 블랙홀은 아련한 향수 속 일상을 비추며 행복한 미소로 기억 속에 자리하는 인연들을 불러낸다. 나라마다 다른 캔 맥주를 하나씩 모아 저만의 여행 기념품으로 소장하여 각국의 풍경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긴다.

    여행은 정착하며 살아갈 곳으로 돌아와 일상을 잇는 일까지 포함하여 갈무리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길을 떠날 때 불안 요소가 자리할 때도 있지만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누르며 공항에 들어선다. 여권을 확인한 뒤 짐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밞으며 비로소 여행은 시작된다. 비위가 약한 이들에게 여행지에서의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여야 하는 부담감이 크겠지만 피하기보다는 받아들임으로써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맛보아야할 음식은 정해지는 편이라 인도네시아의 빈탕,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케냐의 터스커, 이탈리아의 파스타 등을 맛보며 현지의 낯선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자로 현지인들에게 동화되어 생활하는 즐거움도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방편으로 비춰진다.

   세계 테마 기행을 즐겨보면서 꿈꾸는 공간으로 여행지를 옮기는 시간 여행 큐레이터로 촬영에서 편집 과정을 거쳐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며 최근에 방영된 순다열도 편이 다소 기대에 부응했던 촬영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겸허함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소말리아 사람들의 주업은 어업이었지만 무정부 상태인 바다의 수산 자원을 유럽인들이 싹쓸이해가고 산업 폐기물까지 버려지는 악조건 속에 소말리아인들은 해적으로 자리하여 소탕의 대상이 되어 파행적인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니 세계인의 공조가 필요해 보였다. 생명의 위협이 큰 내전 국가를 찾았을 때의 상념을 기록으로 남겨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며 경제적인 회복을 통해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며 오늘도 낯선 곳에서 접한 경험들을 기록하는 밥장의 여행은 지속되리라 믿는다. 재능은 모자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는 저자의 포부는 여행 큐레이터로 거듭 발전할 가능성을 실현하는 장으로 승화될 것이라 믿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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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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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2학년 생활 중 학생들이 고대하는 것 중 하나는 34일 수학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여행사를 선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14520일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수학여행이 잡혀 있었지만 4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여행이란 단어조차 내뱉지 못하게 되었다. 2학년인 반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이 익사자 명단에 오를 때마다 오열하며 무책임한 기성세대들을 탓하며 무엇을 믿고 살아가겠냐며 아우성이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뭐라고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봄날이었다. 그 후로 시한폭탄이 터지듯 일어나는 각종 재해를 포함한 참사들은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기 힘들 정도였고 길을 걷다가도 이대로 땅이 꺼지는 것은 아닌지 저어하며 조심스레 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기우라고 여겼던 일들이 현실에서 속출되자 이제는 어느 곳 하나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2015126일 안산합동 분향소에서 시작된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진실규명 촉구를 위한 세월호 가족 도보 행진은 214일까지 1920일 간 하루 평균 25Km를 걸어 진도 팽목항에 이를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목울대가 시큰해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커녕 생떼 같은 식구들을 가슴에 묻고 일상은 뿌리째 흔들려 균형 있게 살아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마음을 저버리고 시간을 끌어 왔을 뿐이다. 수학여행 간다고 들떠서 짐을 꾸려 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기로 한 금요일에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려 돌아오지 못하였고 빈자리를 확인하는 이들의 슬픔은 겹겹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질 뿐이다.

   ‘엄마,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세월호 선실에 흘러나온 방송을 따르던 아이는 상황이 급변하여 더 이상 자신의 뜻을 전하지 못하게 될 상황을 예감하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던 딸은 어느 하늘 끝에서 엄마를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딸이 보낸 마지막 문자는 엄마의 또 다른 아픔으로 자리하여 가슴에 떼어내기 힘든 멍울로 남아 무거운 짐을 얹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를 믿고 질서 있게 있다가 보면 구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무색할 정도로 이제 꽃봉오리를 맺고 피어날 태세를 갖추던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 속 선실에 갇혀 두 발로 걸어 나오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지켜 본 엄마들은 자식들 보고 모범생처럼 살지 말라고 해야겠다며 냉소를 퍼붓는다. 어른들 말만 믿고 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기민함을 기르도록 가르치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서야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18년이나 운항된 낡은 배를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수입하여 갖은 규제를 피하고 불법 운항으로 사리사욕을 채운 청해진 해운은 비리의 온상으로 정권과 결탁하여 지금껏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해양수산부에서는 물류 발전 대상까지 4차례나 상을 주었다니 눈 먼 행위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은 죄를 둘러싸고 세월호 침몰 사건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미완의 가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을 뜬 시민들이 연대하여 풀어가야 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말하던 이는 사건 진상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받은 사람은 누구로부터 명을 받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답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은 생명이 꺼져 가는 자식들을 지켜보는 안타까움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로 처리하고 싶은 이들은 세월호 사고라 부르겠지만 이 일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뜻밖의 일이므로 사건이라 칭해야 한다는 소설가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무거워진 마음을 삭이며 줄글을 읽어나갔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청해진 해운 소유주를 드러내고는 그의 묘연한 행방을 찾아 수사망을 펴고 그의 주검을 언론에 부각시켜 관심을 돌리게 한 일은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과는 요원해져가는 것은 아닌 지 염려스럽다 

 

 

 

   자본주의의 자유 기업의 전통을 지키고 사회주의에 대항하려는 사상으로 공동체의식을 뒤흔들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는 자본가들의 야비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갖은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역병처럼 창궐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치환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민영화 사업을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미치자 주체적인 사고까지 사유화해 공정 능력까지 상실하게 만드는 약육강식의 냉혹한 먹이사슬 속에 인간적인 연대와 공동체적 삶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인다. 불량국가의 공권력 부재가 낳은 대참사로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하려들지 않는 제23의 재난은 이어졌다. 철저한 조사로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용서를 구할 일은 용서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투명한 법적 대응으로 바닥에 떨어진 공권력의 위상을 바로 세워 그래도 믿고 살아갈 희망이 보이는 나라라는 긍정적인 믿음과 낙관적인 자세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2학년으로 진급하는 아이들은 또 다시 교실 밖으로 허가받은 수학여행을 떠날 것이다. 해마다 4월이면 교정에 자리하고 서 있는 벚나무에서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하늘로 밝은 분홍빛을 투사하여 세상을 환하게 물들인다. 하지만 오는 4월에는 벚꽃 아래에서 마음 놓고 웃어젖힐 수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미완의 해결 과제로 남은 4월 세월호 참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음울함을 더하니까……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회복 속에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수긍하는 전시가치의 절대화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까지 파악하려는 총체적인 안목으로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해운산업과 감독 당국의 유착관계 여부, 선원들의 노동조건 및 형사적 책임, 국가재난대응체계 등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풀어나갈 때 이 나라도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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