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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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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밤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드는 순간 책상 위 푸른 불빛이 새어나오는 지구본을 돌리며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 상상 속 길을 나선다. 언젠가는 동경하는 그곳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찰나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지만 기상 이변의 영향을 받지 않아 오랫동안 푸른빛으로 조금씩 스며들어 푸른 설산을 이룬다는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리노 빙하를 보고 싶다고 갈망하며 체력이 소진되기 전에 그곳을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즐겨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여행자 밥장이 떠나는 이유를 길 위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향연으로 꼽았다. 저자는 그림 때문에 움직였고 움직임은 또 다른 일을 사랑하게 만들어 길 위에서 사색하고 음미하는 여행자로 살게 하였다.

    일상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길 위에 서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무미건조한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짐을 챙겨 떠날 때가 있다. 생생한 현장에서 호흡하고 자신을 재발견하여 팔딱거리는 가슴을 확인하는 시간자의 여행기는 일상에 매어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동경으로 채워진다. 낯선 공간에서 기다림을 상쇄해 줄 음악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의미로 다채로움을 더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는 잊고 지낸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든다. 배낭 여행자들에게 나침반으로 기능하는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세계의 여행자들의 애독서로 자리한다. 나 역시 오지 여행을 떠날 때 구비하여 가는 책이지만 때로는 책 속의 정보와 안내에 의존하지 않는 시행착오 속에 새로운 정보를 담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는 게 힘들다고 여겨질 때 준비 없이 시작하였던 여행지 추억의 조각들을 들춰보는 일은 현재적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열심히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여행의 흔적은 스치는 풍경 속 사진과 발품을 팔면서 마련한 기념품 등이다. 빛바랜 사진 속 인물이 말을 걸어올 때 상상 속 나래를 펴며 기념품을 들여다 볼 때면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추억 속 블랙홀은 아련한 향수 속 일상을 비추며 행복한 미소로 기억 속에 자리하는 인연들을 불러낸다. 나라마다 다른 캔 맥주를 하나씩 모아 저만의 여행 기념품으로 소장하여 각국의 풍경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긴다.

    여행은 정착하며 살아갈 곳으로 돌아와 일상을 잇는 일까지 포함하여 갈무리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길을 떠날 때 불안 요소가 자리할 때도 있지만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누르며 공항에 들어선다. 여권을 확인한 뒤 짐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밞으며 비로소 여행은 시작된다. 비위가 약한 이들에게 여행지에서의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여야 하는 부담감이 크겠지만 피하기보다는 받아들임으로써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맛보아야할 음식은 정해지는 편이라 인도네시아의 빈탕,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케냐의 터스커, 이탈리아의 파스타 등을 맛보며 현지의 낯선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자로 현지인들에게 동화되어 생활하는 즐거움도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방편으로 비춰진다.

   세계 테마 기행을 즐겨보면서 꿈꾸는 공간으로 여행지를 옮기는 시간 여행 큐레이터로 촬영에서 편집 과정을 거쳐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며 최근에 방영된 순다열도 편이 다소 기대에 부응했던 촬영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겸허함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소말리아 사람들의 주업은 어업이었지만 무정부 상태인 바다의 수산 자원을 유럽인들이 싹쓸이해가고 산업 폐기물까지 버려지는 악조건 속에 소말리아인들은 해적으로 자리하여 소탕의 대상이 되어 파행적인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니 세계인의 공조가 필요해 보였다. 생명의 위협이 큰 내전 국가를 찾았을 때의 상념을 기록으로 남겨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며 경제적인 회복을 통해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며 오늘도 낯선 곳에서 접한 경험들을 기록하는 밥장의 여행은 지속되리라 믿는다. 재능은 모자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는 저자의 포부는 여행 큐레이터로 거듭 발전할 가능성을 실현하는 장으로 승화될 것이라 믿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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