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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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문화적 맥락과 성장해 온 환경이 다른 이들이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한 곳에 안착하여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은 결혼 생활을 지속해 온 부부들이라면 수긍할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은 처한 상황과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 마련인데 현실로 들어오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일진대 머릿속으로 그리는 결혼 생활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함을 깨달을 때가 더 많다. 24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산 부부지만 여전히 다른 행성에서 온 이방인처럼 여겨질 때가 더 많은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마음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아 오늘도 마찰을 일으키고 말았다. 서로 다르지만 공동의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왕왕 있어 평행선을 긋고 살아갈 때가 있는지도 모른다.

 

    정에 끌리고 모질지 못하여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며 살 때마다 지인들은 바보같이 산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연민의 감정이 앞서 남들이 꺼려하는 버거운 일을 자청해 행하면서도 이게 뭣 하는 짓인지 모른다고 푸념할 때도 있지만 관성대로 움직이며 지낸다. 어떻게 사랑하면 독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저자의 생각을 되짚어 본다. 다름을 인정하고 커리어를 쌓는 일을 도우며 공조하는 부부는 학부 시절에 만나 5년 연애한 뒤 결혼하여 지금까지 마찰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로 지내고 있음을 밝혔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생활하며 부부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생명력 있는 삶을 영위하고 시장을 보는 공통의 취미로 지속 가능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에서 헤쳐가야할 일들과 병행해 사랑의 대상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기에 반복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명사 사랑을 실천하는 동사 사랑하기는 자신의 사랑을 객관화하는 습관의 훈련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때 마음의 병을 깊게 하는 생지옥을 벗어날 가능성은 높다. 지친 마음을 달래며 서로를 구원해 줄 마음이 설 때 결혼이라는 제도권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는 것은 결혼 생활은 통념적인 인간관계까지 포용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녀를 부부로 묶어 복잡해지는 관계망 속에 파생하는 여러 일들을 해결하며 살아갈 운명 공동체로 간주되어 자유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부터 시작하게 만든다. 이에 저자는 결혼한 부부가 제도의 틀에 기대지 않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지속하길 바라며 남녀관계는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나누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유하는 관계로 보았다. 부부 사이의 공허함이 자리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길 중 하나가 남녀 관계로 협력과 지지 속에 지속되는 부부의 모습을 강조하였다.

 

   함께 한 세월이 켜켜이 쌓여도 여전히 상대를 잘 모르겠다고 여길 때가 있다.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이기심이 발동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매달리며 불가능한 일을 이뤄낼 것처럼 비장하게 말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라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본은 다르기에 의견 일치는 쉽지 않았고 변하지 않는 바닥 선을 혁신할 수 없기에 이를 그 사람의 성향으로 수용하며 나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다. 남편의 험담을 하다가도 이 또한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올 것이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며 유머감각을 동원해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유연하게 살아갈 힘도 연륜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었다. 쓸 돈과 벌 돈에 대한 개념을 바로 한 뒤 경제 파트너로서 같이하는 프로젝트를 고안하여 살아갈 때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로 동반 성장하는 부부가 자신의 커리어를 갖춘 남녀 관계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세월이 깊어도 위기는 여러 형태로 올 수 있는 결혼 생활이다. 라이프 사이클과 결부된 위기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과 허무의식이 자리하여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울 수 없을 때 일상은 이지러진다. 생이별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일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스킨십과 지혜로운 언행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이어갈 때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단기간에 끝이 날 프로젝트가 아니라 길게 가는 공통 사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진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고 내면의 울림에 공명할 때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관계를 구축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고 눈치를 주는 관계로 눈치 채는 훈련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였다.

 

   스물 셋인 딸이 어떤 상대를 만나 결혼할지 궁금해 하면서도 능력을 갖춘 직장 여성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면 굳이 자유를 누리기에 제약이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권 속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결혼하고 난 뒤 출산과 육아, 집안일 건사하느라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젊은이들을 대할 때마다 경제활동을 함께 하면서 삼중고를 숙명처럼 안고 사는 여자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한다. 예나 지금이나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은 힘겨루기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여성이 겪는 고통은 커 보인다. 경제적 비용을 함께 마련하는 동반자로 자녀 양육에 동참하는 남성의 모습이 보편화되어 함께 일하고 쉬는 남녀 관계로 자리하길 바라며 딸이 결혼할 상대는 일가견을 갖추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남성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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