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121

˝우리는 각자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와서 만났고, 서로를 알고 난 이후부터 우리 각자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어. 우리는 아직도 우리 자신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모든 것이 너무 새로운 거야.˝



<성>은 카프카의 장편 삼부작인 <아메리카>, <소송>, <성> 중 마지막 장편으로, 미완성 작품이다. 그런데 전혀 미완성으로 느껴지지는 않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니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성>은 4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인데, 읽는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읽는 재미가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일단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까만건 글자요, 하얀건 여백이었다는...



<성>은 베스트베스트(Westwest) 백작 영지로 토지 측량사인 주인공 K가 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K도 난해하고, 등장인물들은 더 난해하다. (특히 두명의 조수는 무엇? 클람은 무엇?) 이야기도 등장인물의 대화도 뭔가 종잡을 수 없다. ‘성‘은 일반인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K는 성을 가고 싶어하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K는 그저 성의 외곽에서만 머무른다. 그렇다고 막 걱정하지는 않는다.  과연 카프카는 <성>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걸까?

[성에서 온 신사분들은 잠을 아주 많이 자는데, 이해가 잘 안돼요. 하기야 그렇게 많이 자지 않는다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참아낼 수 있겠어요?]  P.60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카프카가 꾼 꿈의 변형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을 읽다보면 꿈속에 있는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회색 배경이 느껴지고, 해석할 수도 없고, 이해할수도 없는, 그래서 결말도 없는 꿈 같은 것 말이다. <성>에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꿈같은 이야기속에 카프카가 평소에 생각했던 관료에 대한 불신, 법에 대한 불신, 종교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람에 대한 불신을 은연중에 담고 있다. 정확하게 해석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나는 물론 무지한 상태고, 그 사실은 어쩔 수 없으며 나로서는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장점이 될지도 모르죠. 무지한 사람은 대담해서 더욱 많은 것을 감행한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무지함과 또 그로 인해 빚어지는 불행한 결과들을 아직 힘이 남아있는 한은 참고 견딜 생각이오. .]  P.83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이런게 명작이구나‘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 명작으로 추앙받는 난해한 추상화를 본 것과 같은 기분? 강추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악몽을 꾸는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만약에 우리가 바로 그날 밤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더라면, 지금우리는 어딘가에서 안전하게 있을 것이고, 항상 함께 지내면서, 언제든지 가까이 있는 당신 손을 잡을 수 있겠지. 나는 당신이 곁에 있어주길 얼마나 바랐는데, 당신을 알고부터 나는 당신이 곁에 없으면 정말 버림받은 심정이었어. 당신 곁에 있는 것, 내 말을 믿어줘, 그게 나의 유일한 꿈이야 다른 소원은 없어.˝] P.359



Ps 1. <성>에 비하면 <소송>은 순한맛이었다. 카프카 작품 중에 그나마 <변신>이 가장 이해하기 쉬웠다고 하면 좀 이상한건가?

Ps 2.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설을 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해설을 봐도 어려운 책은 이 책이 처음인거 같다. 해설에도 이 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Ps 3. 100자평으로 끝내려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200자평으로 써봤다.

Ps 4. 어려운 책이지만 왠지 모르게 애정이 간다.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와는 다르다~!!) 꼭 다시 읽어야겠다. 프란츠 카프카도 전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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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1 2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도 명품으로 추앙합니다
카프카를 완독하신 새파랑님
이젠 케이파랑😊

새파랑 2022-10-11 22:24   좋아요 2 | URL
리뷰를 너무 못써서 부끄럽습니다 ㅋ 어려운 책은 리뷰쓰기도 어렵더라구요 ㅎㅎ
어려운데 흥미있는 책~!!

미미 2022-10-11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지 않습니다. <변신>은 책 많이 안읽는 제 친구도 참신하다며 바로 읽더라구요ㅋ <소송>이 순한 맛이라니😅
<성>은 아주 나중에 읽을래요ㅋㅋ

카프카의 난해함에도 애정을
느끼는 새파랑님 만세👍

새파랑 2022-10-11 22:26   좋아요 2 | URL
미미님이야 어려운 책도 뚝딱 읽으시니 이 책도 잘 읽으실거 같아요 ㅋ 변신은 줄거리라도 설명할 수 있는데 성은 줄거리가 있긴 한데 설명하기가 난해합니다 ㅎㅎ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햇살과함께 2022-10-11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말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고요 ㅎㅎ 순한 맛으로 읽어야겠네요.

새파랑 2022-10-11 22:27   좋아요 2 | URL
이 기분은 아마 이 책을 한번 읽으면 뭔지 아실수 있을겁니다 ㅋ 그 낯설음이 묘하게 매력적이긴 합니다 ^^

페넬로페 2022-10-11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까만건 글자요, 하얀건 여백!
카프카의 성이 이해하기 엄청 어려운거군요.
그래도 좋고, 명작이라는 느낌~~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새파랑 2022-10-12 07:08   좋아요 1 | URL
전 이해력이 짧아서 그런시 많이 어려웠습니다. 암시가 가득한거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읽다보면 무슨 코메디 같은 느낌도 들고 😅

꼬마요정 2022-10-11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반 정도 읽었어요. k는 끝까지 성에 못 가겠죠? 이상하게 저는 카프카를 읽으면 가슴이 아파요. 변신은 읽고 울었다니까요ㅜㅜ 제가 우는 이유를 알게 되면 뭔가 카프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그냥 불쌍해 이러고만 있어요ㅜㅜ

새파랑 2022-10-12 07:09   좋아요 2 | URL
결국 끝까지 못가고 끝납니다 ㅋ 카프카 왠지 짠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정신적 고통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0-12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군요ㅠㅠ 새파랑님이 어려우시다니 저는 더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이해못하는거 아닌지...ㅋㅋㅋ 변신만 읽은 것 같은데 소송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10-12 14:22   좋아요 1 | URL
아 엄청 어렵습니다 ㅋ 미궁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소송도 어려운데 이건 더 어려웠습니다~!!

바람돌이 2022-10-12 2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득이한 사정 왔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해용
200자 아니고 1,500자입니다. 제가 또 세봤습니다. ㅎㅎ

악몽을 꾸는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라니 읽지 말라는 소리 같아요. ㅎㅎ 카프카는 변신밖에 안 읽었고, 소송 읽으려고 사두었는, 이 책은 뭔가 모르겟는데 매력적인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읽어야겟군요. ^^
리뷰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

새파랑 2022-10-13 08:39   좋아요 2 | URL
ㅋ 너무 좋았거나 어려운 책은 리뷰 쓰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 그걸 또 세셨군요 ㅋ <소송> 먼저 읽어보시고 괜찮으시면 그때 <성> 읽으시면 될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10-12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프카 전집 중 성이 기억이 안나요.
다른 몽환적 스토리들이랑 섞여버렸어요
다시 읽어봐야 할듯요

새파랑 2022-10-13 08:41   좋아요 1 | URL
꿈도 꾸고 나면 기억이 잘 안나듯이 <성>도 꿈이야기 같아서 잘 기억이 안나는 걸수도 있습니다~!!

전 곧 현대문학에서 나온 <카프카 단편선>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파이버 2022-10-12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학교때 도전해봤다가 금방 덮은 작품인데 새파랑님 리뷰를 읽으니 그 모호함도 매력처럼 느껴지네요ㅎㅎ 카프카 전작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2-10-13 08:42   좋아요 2 | URL
대학교때 벌써 도전하셨군요 ^^ 전 대학교때 뭘했나 모르겠습니다 ㅜㅜ 모호한 매력이 있는 카프카인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2-10-13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프카의 책들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성>도 쟁여 두긴 했는데 -
읽을 책들이 너무 많네요.

새파랑 2022-10-14 11:5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카프카 책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근데 <성>은 그냥 읽으면 재미 있습니다 ^^

희선 2022-10-14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 얇지 않군요 말만 들어본 성... 아니 카프카 소설은 다 못 봤네요 많은 사람이 봤다는 <변신>도... 카프카 평전만 읽어봤어요 아무것도 안 읽어본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한국 사람이 쓴 평전이에요


희선

새파랑 2022-10-14 11:52   좋아요 0 | URL
<성>은 성처럼 두꺼운 책입니다. 평전도 있군요 ㅋ <변신>은 나름 쉽게 읽힙니다 ㅋ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