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링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냐. 논리학의 절반 만큼도 쓸모가 없어. 아무것도 증명할 수가 없잖아. 사랑은 항상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해 애기하고, 진실이 아닌 일들을 믿게 만들지. 정말 사랑이란 참 실속 없는 것이야.]  P.39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1주 2권 읽기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었다. 지금까지 35주년 세트 20권중 네권을 읽었다. 아직까지 순항중이다.

이 책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두권의 동화집에 실린 작품들 중 네편의 작품이 실려 있으며, 그 제목은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이다. 나는 예전에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를 읽었었고, 다른 작품은 안읽어봤다고 생각해서 <행복한 왕자>를 골랐는데, 읽다보니 <행복한 왕자>와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이미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과연 이 작품들을 동화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라 하면 뭔가 교훈적인 측면이 있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야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그런걸 느끼기 힘들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아일랜드 출신의 천재 작가라 불리는 오스카 와일드는 그의 이름과 비슷하게 험난한 인생을 살다간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양성애자였으며, 결국 동성애에 의한 풍기문란죄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그의 화려했던 작가로서의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말년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살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아가다가 프랑스라는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쓰다 보니 그의 인생 자체가 한편의 영화같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그의 가치관과 굴곡진 인생이 그의 작품에도 투영되서 인지, 동화집에 수록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냉소적인 느낌을 받았다.

첫번째 수록된 <행복한 왕자>의 경우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왕자의 헌신이 감동적이면서도, 주위 어른들의 이기적인 태도는 불쾌하기만한 이야기. 제목 자체가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두번째 수록된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남자 대학생을 짝사랑하는 나이팅게일(새의 한종류)이 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붉은 장미를 만들지만, 그 장미는 결국 버려지고 나이팅게일의 희생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더 좋아할 수록 더 비참하게 된다는 동화같지 않은 사랑 이야기.

세번째 수록된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인어를 사랑하게 된 어부가 인어와 결혼하기 위해 그의 영혼을 자신의 그림자에게 넘기고, 마녀에게서 받은 칼로 자신의 그림자를 잘라버린다. 영혼과 그림자가 없어진 어부는 인어와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그림자는 어부와 다시 합치기 위해 계속해서 어부를 유혹한다. 결국 유혹에 넘어간 어부는 다시 그림자와 합치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어부는 그가 사랑하는 인어를 잃게 된다. 한번 어긎난 사랑은 결국 다시 이어지 못한다.

어? 그러고 보니 영혼을 상징하는 그림자를 잘라 버린다는 이야기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핵심적인 이야기 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번째 수록된 <별 아이>는 숲에 버려진 아이가 결국은 왕자였다는 이야기 인데, 버려진 아이에서 왕자가 되는 과정이 일반 동화와는 다르게 다소 사악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음...) 

이렇게 이번주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미션 끝~!  20권 중에 어느 책을 읽을지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래서 베스킨라빈스를 사람들이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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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7 21: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아이스크림은 먹고나면 사라지지만
고전 한번 일독 하면
지식의 양식으로 남겠죠 ㅎㅎㅎ

어렸을때
행복한 왕자 제목만 보고 읽다가
전혀 행복하지 않아서 ㅜ.ㅜ

새파랑 2021-08-17 21:34   좋아요 5 | URL
전혀 행복하지 않은 왕자가 맞는거 같아요 ㅋ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완전 좋다는 😆

2021-08-17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7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1-08-17 21: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정말 베스킨라빈스같은 작품들 맞네요 색깔도 가지가지, 부담없는두께의, 종류별로 맛 볼 수 있는! 🤭

새파랑 2021-08-17 22:00   좋아요 5 | URL
벌써 뭘 읽을지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ㅋ 이런 시리즈 자주나오면 좋겠어요 😆

cyrus 2021-08-17 21: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실물을 직접 봤는데 책의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형태가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주 좋아 보였어요. 문고본 형태라서 휴가지에 들고 가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새파랑 2021-08-17 22:02   좋아요 5 | URL
저 외출나갈때 한권씩 주머니에 넣고 나간다는 ㅎㅎ 보면 구매욕이 팍팍 생깁니다 ^^

페넬로페 2021-08-17 2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딸아이 어렸을 때 같이 행복한 왕자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이 책에 작품이 네 개나 실려있네요~~오스카 와일드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더 작품을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두번째 읽기 시작요^^

새파랑 2021-08-17 23:07   좋아요 4 | URL
두번째 읽기 시작하시는군요. 저도 그럼 더 읽어야겠어요^^

mini74 2021-08-17 2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적 제비때문에 목 놓아 울었다는. 천국이고 뭐고 하옇튼 제비가 너무 불쌍해서 ㅠㅠㅠ 아이들이 읽기엔 위험한 책같아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17 23:08   좋아요 5 | URL
제비는 불쌍하죠 ㅜㅜ 그냥 나일강 보러 갔어도 되는데 ㅜㅜ

바람돌이 2021-08-18 0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적에 행복한 왕자 동화 너무 싫었어요. 이게 무슨 동화예요. 교훈은 무슨.... 도대체 왕자가 행복하다는걸 이해할 수 없었음요. ^^

새파랑 2021-08-18 07:52   좋아요 4 | URL
저도 <행복한 남자> 어렸을때 읽었던거 같은데 다시 읽으니 그때랑 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역설적인 제목이 맞는거 같아요 ㅋ

행복한책읽기 2021-08-18 06: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왕자는 애들한테 읽어줄 때마다 훌쩍였던 기억이....오스카와일드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는데, 작가 연보를 다시 뒤적여야겠네요. 저 시리즈 탐나는데, 자제자제자제 중^^;;

새파랑 2021-08-18 07:53   좋아요 4 | URL
책읽기님 이 시리즈 사시면 행복하실거에요. 행복을 위한 자제는 불필요 합니다 😆

붕붕툐툐 2021-08-18 1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행복한 왕자밖에 모르는데, 다른 단편도 재밌어 보이네용~ 새파랑님 잼난 책에 완전 신나 보여요!!^^

새파랑 2021-08-18 18:37   좋아요 3 | URL
전 왠만한 책 읽으면 다 신난거 같아요. 단순한 인간임 😅

coolcat329 2021-08-18 1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산지 얼마되셨다고 벌써 다 읽으셨나요...ㅎㅎ
왕자와 거지와 헷갈렸어요. 어? 오스카가 왕자와 거지를? ㅋㅋ

새파랑 2021-08-19 06:45   좋아요 3 | URL
아직 다 안읽고 20권중 4권 읽었으니까 20퍼센트? 😆 왕자와 거지 ㅋ

희선 2021-08-19 0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에는 네 편이 담겨 있군요 오스카 와일드 이름은 들어봤지만 책은 하나도 못 봤네요 그래도 <행복한 왕자>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대충 알아요 오스카 와일드는 아일랜드 사람이었네요 동성애자라는 것만 알았는데 양성애자였군요 그거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예전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아주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도 있지 하는군요 <별 아이>는 마지막에 좋아지는 듯하지만 세 가지 이야기는 마지막이 다 안 좋아 보입니다


희선

새파랑 2021-08-19 06:47   좋아요 3 | URL
오스카 와일드는 유명해서 유명한 작가인거 같아요 ㅋ 저도 책 읽기 전에 이름은 들어봤다던 ㅎㅎ 정말 특이한 인생을 살았더라구요. 책보다 더 흥미로운 그의 인생 ㅋ 결말이 다 슬퍼서 동화의 느낌이 안납니다^^

독서괭 2021-08-19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왕자 저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혼자 슬퍼지더라구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것과 결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19 13:11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더 좋았어요. 이제 동화취향이기에는 나이가 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