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링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냐. 논리학의 절반 만큼도 쓸모가 없어. 아무것도 증명할 수가 없잖아. 사랑은 항상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해 애기하고, 진실이 아닌 일들을 믿게 만들지. 정말 사랑이란 참 실속 없는 것이야.] P.39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1주 2권 읽기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었다. 지금까지 35주년 세트 20권중 네권을 읽었다. 아직까지 순항중이다.
이 책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두권의 동화집에 실린 작품들 중 네편의 작품이 실려 있으며, 그 제목은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이다. 나는 예전에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를 읽었었고, 다른 작품은 안읽어봤다고 생각해서 <행복한 왕자>를 골랐는데, 읽다보니 <행복한 왕자>와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이미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과연 이 작품들을 동화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라 하면 뭔가 교훈적인 측면이 있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야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그런걸 느끼기 힘들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아일랜드 출신의 천재 작가라 불리는 오스카 와일드는 그의 이름과 비슷하게 험난한 인생을 살다간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양성애자였으며, 결국 동성애에 의한 풍기문란죄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그의 화려했던 작가로서의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말년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살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아가다가 프랑스라는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쓰다 보니 그의 인생 자체가 한편의 영화같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그의 가치관과 굴곡진 인생이 그의 작품에도 투영되서 인지, 동화집에 수록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냉소적인 느낌을 받았다.
첫번째 수록된 <행복한 왕자>의 경우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왕자의 헌신이 감동적이면서도, 주위 어른들의 이기적인 태도는 불쾌하기만한 이야기. 제목 자체가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두번째 수록된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남자 대학생을 짝사랑하는 나이팅게일(새의 한종류)이 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붉은 장미를 만들지만, 그 장미는 결국 버려지고 나이팅게일의 희생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더 좋아할 수록 더 비참하게 된다는 동화같지 않은 사랑 이야기.
세번째 수록된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인어를 사랑하게 된 어부가 인어와 결혼하기 위해 그의 영혼을 자신의 그림자에게 넘기고, 마녀에게서 받은 칼로 자신의 그림자를 잘라버린다. 영혼과 그림자가 없어진 어부는 인어와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그림자는 어부와 다시 합치기 위해 계속해서 어부를 유혹한다. 결국 유혹에 넘어간 어부는 다시 그림자와 합치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어부는 그가 사랑하는 인어를 잃게 된다. 한번 어긎난 사랑은 결국 다시 이어지 못한다.
어? 그러고 보니 영혼을 상징하는 그림자를 잘라 버린다는 이야기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핵심적인 이야기 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번째 수록된 <별 아이>는 숲에 버려진 아이가 결국은 왕자였다는 이야기 인데, 버려진 아이에서 왕자가 되는 과정이 일반 동화와는 다르게 다소 사악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음...)
이렇게 이번주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미션 끝~! 20권 중에 어느 책을 읽을지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래서 베스킨라빈스를 사람들이 좋아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