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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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거짓말은 어느 범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거짓말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 거짓말을 비난하는게 맞는 것인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준 책이었다.

주1회 희곡읽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늘 새벽에 읽은 <인형의 집>은 희곡의 재미를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짧은 대사 속에서 느껴지는 등장인물의 감정은, 인물들의 생각을 별도의 문장으로 쓰지 않더라도 독자인 나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섯명이다. 주인공인 ˝노라˝, 그녀의 남편이자 은행의 총재가 될 예정인 ˝헬메르˝, 그리고 부부의 친구인 의사 ˝랑크 박사˝,  그녀의 어린시절 친구인 ˝린데 부인˝, 그리고 부부간의 갈등을 제공하는 인물인 변호사 ˝크로그스타드˝.

노라 부부는 겉으로는 아주 화목한 가정이다. 하지만 부부의 대화속에서 뭔가 꼬여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남편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부인을 무시하는 말투와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부인을 단지 자신에게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장난감 같은 존재로 대한다.

반면 부인은 그런 남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모든걸 통제 당하고 남편과는 속깊은 대화를 할 수 없으며, 남편의 즐거움만을 위해, 마치 남편의 ‘인형‘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친구인 ˝랑크 박사˝와 ˝린데 부인˝과의 대화중에 남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노라 : 남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요.
랑크 : 그럼 왜 말을 안하죠?
노라 : 용기가 안나요. 나쁜 애기니까요.
랑크 : 그렇게 들려주고 싶은 애기가 뭔가요?
노라 : 죽어 버리라고 너무너무 말하고 싶어요] 34페이지


오히려 ˝노라˝는 남편보다 그녀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랑크박사˝와 정신적인 유대감을 더 느끼게 된다.

한편, ˝노라˝는 과거에 남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여, 남편 몰래  ˝크로스타드˝라는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고, 그녀는 이 돈을 갚기 위해 생활비를 절약하여 갚아나간다. 

그러나 남편인 ˝헬메르˝와 사이가 좋지 않은 ˝크로스타드˝는 ˝헬메르˝가 은행 총재에 부임할 경우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실직 될 것이라 생각하고, ˝노라˝에게 자신의 실직을 막아달라고 이야기 하면서, 자신에게 빌린 돈과 위조 서명을 근거로 협박을 한다.

결국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그녀를 보호하고 감싸주기는 커녕 그녀를 비난하고, 아이들을 떼어놓으려고 한다.

[나의 기쁨이며 자랑이던 그녀가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 아니 그보다 더한 범죄자였다니! 당신은 나의 행복을 무너뜨렸어...] 109페이지


하지만 변호사인 ˝크로그스타드˝는 ˝노라˝의 친구인 ˝린데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부부에게 차용증서와 사과하는 편지를 보낸다.

이제 부부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나, ˝노라˝는 남편의 진심을 알게 되어서 그와 그녀가 살았던 ˝인형의 집˝을 떠날 결심을 한다.

[당신은 나를 이해한 적이 없어요, 토르발. 나는 부당한 일을 많이 당했어요.] 115페이지


자기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았던 그녀는 이를 계기로 ˝헬메르˝의 부인이 아닌, 그녀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이전까지 그녀의 전부였었던 가정을 떠나는 선택을 한다.

[나의 거룩한 의무는 가정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이에요.]  118페이지


˝노라˝는 과연 누굴위해, 무엇을 위해 돈을 빌리고 진실을 숨겼던 걸까?  그러한 그녀의 희생과 초조함을 알아주지도, 달래주지도 못한 ˝헬메르˝를 이제라도 떠나려고 하는, 이제라도 자신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자기 인생을 살려고 하는 그녀의 행동에 공감이 갔다.

잘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이 사라진 후에야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헬메르˝ 역시 그런 사람이었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나도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서운함을 느끼고 떠나지 않도록 주위를 둘러봐야 겠다. 출석체크도 잘하고 ㅎㅎ

짧지만 너무 재미있고 몰입해서 읽었던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많이들 읽어보셨겠지만,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이것으로 이번주 희곡 미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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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9 13: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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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9 13:42   좋아요 5 | URL
😉 스콧님은 못말림 ^^

scott 2021-06-29 15:49   좋아요 6 | URL
빚이 자신의 사회적 체면을 깎아내릴 것이라고 조바심 떨던 노라의 남편, 이런 남편을 살려낸 노라

100년을 훌쩍 넘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가부장제 사회에 여성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것!
새파랑님 주1회 희곡 읽기 프로젝트
응원 합니다!

새파랑 2021-06-29 17:04   좋아요 5 | URL
노라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제 곧 잃시찾 프로젝트도 수행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1-06-29 15: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뭔가를 계획하면 그대로 실천에 옮기시는 새파랑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노라가 용기있지만 과연 행복했을까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새파랑 2021-06-29 17:05   좋아요 6 | URL
그래도 행복했을거라 생각합니다^^ 희곡은 금방 읽혀서 일부러 쉬운 계획을 선정한거에요 😀 독서시간이 점점 줄어 걱정중입니다 ㅜㅜ

레삭매냐 2021-06-29 15: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역시나 너무 유명해서
읽지 않았으나 읽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은 그런 책이 아닐
까 싶네요 :>

새파랑 2021-06-29 17:07   좋아요 5 | URL
이 책 너무 유명해서 리뷰도 많을텐데 그것만 읽어도 내용 파악이 될거 같아요 ㅎㅎ 생각해보니 다른분들 리뷰를 안찾아봤네요 ㅋ덕분에 찾아봐야 겠습니다~!!

Falstaff 2021-06-29 15: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토록 순종적이었던 노라가 갑자기 완벽하게 180도, 안면 팍 깔고, 에잇 나 나갈거야, 잡지 마, 하기 위한 계기, 여성이라는 자신을 자각하게 만든 폭탄이 좀 약한 거 같아서 불만인 작품입니다만.

새파랑 2021-06-29 17:10   좋아요 6 | URL
저는 불만이 있는데 그걸 숨기려고 일부러 남편에게 과도하게 자상하게 대하는 것처럼 느꼈었는데 ㅎㅎ중간에 죽어버렸으면 말 하기도 하고 😳 전 자살하는거 아니야? 걱정하면서 읽었어요 ㅜㅜ

Falstaff 2021-06-29 17:15   좋아요 4 | URL
앗, 그러셨습니까!
그럼 새파랑 님 의견이 옳습니다. 전 사실 읽은지가 너무 오래라 기억이라고 믿는 기억이 진짠지 가짠지 헷갈립니다.
그렇다고 다시 읽어보기는 싫고 뭐 그렇군요. ㅋㅋㅋㅋ

청아 2021-06-29 16: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5위네요.😭 아주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새파랑님 리뷰로 되살아났어요. 심지어 희곡인것 까지 잊고 있었네요.😳 드라마에서도 자아를 찾기위해 집을 나가는 여성들이 번번히 등장했었는데 원조는 입센이었군요!!

새파랑 2021-06-29 17:12   좋아요 4 | URL
앗 이 책 리뷰는 미미님 보관함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겠군요~! 역시 안읽은 책이 없는 독서기계 인증이네요 😊

bookholic 2021-06-29 19: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이 참 많네요..
그 많은 책들을 읽으려면 오래 건강해야겠네요..^^
다들 건강하세요~~

새파랑 2021-06-29 20:27   좋아요 4 | URL
책읽는것도 체력이더라구요. 잠을 줄이고 책을 보고 싶은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ㅜㅜ 감사합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6-29 19: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아직도 못 읽은 책 중 한권. 1주 1희곡. 그럼 셰익스피어 갑니까???^^

새파랑 2021-06-29 20:28   좋아요 4 | URL
셰익스피어 4대비극을 예전에 힘들게 읽었었는데 이제 좀 경험했으니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

붕붕툐툐 2021-06-30 0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저도 이게 희곡이야? 했다능~ 새파랑님의 미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30 07:40   좋아요 3 | URL
희곡 마니아 툐툐님의 다른 희곡 추천이 필요합니다~!!

희선 2021-06-30 0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형의 집은 잘 알려진 작품이지요 이 희곡이 나왔을 때는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이걸 드라마처럼 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조금 듣기도 했습니다 책은 못 봤어요 자신한테 소중한 사람을 잃다니... 그래도 노라가 자기 삶을 찾아 집을 나간 건 응원해 주는 게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남편은 바뀌지 않을 테니...


희선

새파랑 2021-06-30 07:42   좋아요 5 | URL
저도 제목만 들어봤었는데 막상 책으로는 안봤어서 읽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책이 얇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수 있어요~!

mini74 2021-06-30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혜석의 인형의 집 관련 시를 읽고, 저는 이 책 읽었던 기억이 나요. 처음엔 뭐지 했지만 그 시대의 여성지위를 생각하니 노라가 정말 용감하단 생각도 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06-30 15:24   좋아요 2 | URL
가물가물 이군요? ㅎㅎ 나혜석님 시를 찾아봐야 겠어요 😄

책읽기.com글쓰기 2022-06-15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많아서 이 작품도 찾아
읽어야겠네요ㅎㅎㅎ
읽을책이 자꾸자꾸 늘어나니
행복하기도 하고 마음은 급하고ㅎㅎ

새파랑 2022-06-15 17:03   좋아요 2 | URL
요책도 재미있습니다~~! 분량도 좋고 ^^ 제가 근데 별점이 좀 후해서 잘 선택하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