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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마음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29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김상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듣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곧 안다는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듣는 것으로 새하얀 마음이 더렵혀질 수 있는 것이다."
가끔씩 어떤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어떤 장면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새하얀 마음>은 우리가 들었던 말들이 우리 마음을 어떻게 흔드는지에 대해 표현한 작품이다.
이 책 역시 플친님 리뷰를 보고 구매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과 비슷한 첫인상을 받아서 정말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도 비슷하고, 출판사는 똑같고, 제목도 너무 유사하다~!)
그런데 품절이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했는데, 우연히 방문한 알라딘 부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매했다. 이런 운수좋은 날이 있다니, 책도 너무 새 책 같았다. 이래서 발품을 팔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새하얀 마음' 이란 어떤 마음을 표현한 단어일까? 순수한 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고, 창백하고 겁에 질린 것 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허한 마음일 수도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세가지 모두를 의미하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인 "후안"을 중심으로 스페인, 쿠바, 미국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그의 아버지인 "란스 이야기, 신혼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기예르모"와 "미리암"이야기, 아버지의 직업과 연계된 미술관 이야기, 아버지의 친구인 "쿠스타르도이" 이야기, 후안과 같은 통역사인 그의 부인 "루이사" 이야기, 후안의 여자사람 친구인 "베르타" 이야기 등 매우 독립적이고 방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챕터별로 개별된 이야기로 서술되지만, 결국 나중에는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게 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룬다.
이 책의 시작이자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의 아버지인 "란스"의 세번의 결혼과 그의 이모인 "테레사"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 이다.
주인공인 "후안"은 어렸을때 아버지의 전 부인이자 그의 이모인 "테레사"가 병으로 죽은줄 로만 알았고, "테레사"가 사망한 후 "그녀의 동생이자 "후안"의 어머니가 되는 "후아나"와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두 자매와 결혼을 한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지만, 소설이니까 이해하고 읽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테레사"는 병으로 죽은게 아니라 자살을 한 것이었고, 또한 "란스"에게는 "테레사"가 첫번째 부인이 아니었으며, 이미 사라진 첫번째 부인이 또 있었다는 것을 "후안"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후안"의 어머니 역시 병으로 죽었다. 한두번은 우연이지만 세번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가 듣고 보는 다양한 것들에 의해 그의 '새하얀 마음'은 어지럽혀지게 되고, 불안한 '새하얀 마음'이 된다. 과거에 그가 들었던 말들이 현재를 의심하게 만들고, 이는 그의 불신을 키우게 되며, 결국 그의 아내인 "루이사"마저 의심을 하게 되고, 결국 과거 아버지의 과오를 엿듣게 되면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후안"은 과거의 불신을 극복하고, 기성세대인 아버지 "란스"와는 다르게 그의 부인" 루이사"와 함께 긍정과 희망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듣는 것과 보는 것 중 어느것이 더 위험할까? 이 책에서는 듣는 것의 위험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듣는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곧 안다는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에는 들려오는 소리를 본능적으로 차단하고 눈꺼풀 같은 것이 없으며, 이제 듣게 될 말을 미리 예측하여 조심할 수도 없다. 언제나 너무 늦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듣는 것으로 우리의 새하얀 마음이 더렵혀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창백해지고 두려움에 질리거나 겁에 질릴 수 있다.] 340 페이지
개인적으로도 듣는 것이 '의심'이라면, 보는 것은 '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듣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했다.
주인공인 "후안" 역시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그녀를 믿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너무 방대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멋지게 연결되어 있어서 줄거리를 제대로 요약하지 못했다.(나의 능력 부족ㅡㅡ) 근데 책의 이야기들이 퍼즐을 맞추듯이 잘 연결되어서 감탄하면서 읽을 수 있다.
우리가 과거에 듣고 본 것들이 현재의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얼마나 혼란스럽게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새하얀 마음>은 마음의 혼란을 다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