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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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추천을 받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되어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막상 읽으려던 그 당시, 이 책은 절판이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 책이 새로 출판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류시화가 옮긴 책 중 최근에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책 속의 내용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으면서 내 안으로의 긴 여행을 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번역을 류시화가 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다. 오쇼,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 다스와 같은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을 번역하여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끌림이 있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했기에 이 책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아잔 브라흐마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런던의 노동자 계층 집안에서 태어난 영국청년은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1년동안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태국 방콕으로 와서 스스로 삭발하고 승려가 되었다. 하루는 친구가 아잔 차의 명성을 듣고 왓농파퐁에 가서 3일만 지내보자고 해서 태국 북동부의 밀림으로 갔는데, 9년을 아잔 차와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아잔 차로부터 아잔 브라흐마(정식 이름은 아잔 브라흐마밤소 마하테라)라는 이름을 받았고, 지금은 아잔 차의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수행자로 꼽히고 있다.

 

 스승 아잔 차와 함께 지낸 일화, 지난 30년 이상 수행자로 지낸 자신의 성장과 경험들,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농담, 그리고 절에서 행한 법문 등을 모아 아잔 브라흐마는 한 권의 책을 냈다.

이 책은 몸,마음,영혼을 위한 안내서이며, 마음속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19쪽)

 이 책에는 108가지 일화가 담겨있다.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이기에 자신의 우매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화를 통해 바라보면 잘 보이지 않던 어리석음이 보이고 깨달음이 있다. 이 책에서 아잔 브라흐마는 경직되고 경건한 분위기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위트있게 들려준다. 친근한 느낌으로 인간다운 모습으로 마음을 열고 글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아잔 브라흐마는 불교 서적들이 종종 범하는 난해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피하고 있다. 그리하여 불교 승려가 쓴 책이라는 편견을 잊게 만든다. 그는 재미있고 뛰어난 스토리텔러일 뿐아니라 통찰력을 지닌 수행자로서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의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만든다. (20쪽)

 

 이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이야기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벽돌 두 장의 이야기도, 두려움이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치통의 일화도, 지금의 나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일화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좋고,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하게 보면서도 '아! 그렇구나!' 손뼉을 탁 치면서 공감할 수 있기에 마음에 들었다. 고압적이고 경직된 자세로 가르치려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편안하면서도 마음의 핵심부를 찌르는 시간, 깨어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문득 '아하!'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108가지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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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사기꾼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의 오류와 착각
하인리히 찬클 지음, 장혜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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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없는 실수일수도 있고, 연구자의 착각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일이 오류라면? 우리의 지식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혼란을 겪게 된다. 그래도 숨겨진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지금껏 알았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보는 것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뒷받침해준다. 이 책의 제목은 다분히 과격하다. '역사의 사기꾼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작정하고 사기를 칠 수도 있고, 착각이나 실수로 어마어마한 결과를 남기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의 오류와 착각을 이 책 『역사의 사기꾼들』을 통해 살펴본다.

 

 예전에 『과학의 숨겨진 이야기』와『세계사 오류 사전』을 흥미롭게 읽었다. 역사와 과학 속의 오류와 착각, 개인적인 실수 혹은 작정한 사기극 등 인간세상이기에 벌어지는 온갖 뒷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된다. 이 책 『역사의 사기꾼들』도 같은 부류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앞의 두 권을 읽을 때처럼 차례를 살펴보고 솔깃한 이야기를 먼저 보았다.

 

 이 책은 고고학과 역사, 인류학, 심리학, 의학, 약학, 생물학, 영양학과 환경학, 화학과 물리학 등 8장으로 관련 이야기를 담았다.『세계사 오류 사전』에서도 보았지만, '마르코 폴로가 정말 중국에 갔었나?'를 먼저 펼쳐보았다. 더욱 상세하게 뒷받침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심리학과 의학, 약학, 영양학과 환경학에 특히 관심이 가서 먼저 읽어보았다. 영아 돌연사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띈다. 시금치의 전설, 몇 킬로그램이 적당할까? 대기 오염으로 인한 알레르기 , 중합수 사건 등 눈길을 끄는 오류를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고문당한 아이들'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글인 '시금치의 전설'은 지금껏 시금치에 대한 포장된 정보를 속속들이 파고들어가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속시원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시금치 광고가 과장 광고가 되었는지,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진실은 무엇인지 엿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요즘도 적지 않은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철분 공급을 목적으로 시금치를 먹인다. 아이들은 그 맛이 고문이나 다름없으니 안 먹겠다고 우기고, 그래도 엄마들은 포기하지 않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쓴다. (233쪽)

충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페이지에 이어진다. '사실 시금치에 함유된 철분의 양은 다른 야채에 비해 크게 많지 않다. 100그램의 시금치 죽에 들어 있는 철분의 양은 약 2~3밀리그램 정도이다. 그에 비해 초콜릿의 철분 함량은 거의 세 배에 이르고 더구나 초콜릿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234쪽)

어떻게 하여 시금치에 철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잘못된 견해가 유포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철분 부족 현상이 과연 지금까지 생각했던 대로 그렇게 심각한 위험을 낳는지, 그에 대한 의혹도 파헤쳐본다. 시금치의 철분 함량에 대한 판단도 오류였지만 일일 철분 필요량에 있어서도 상당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는 의견으로 이 글은 마무리된다.

 

 '애교 수준의 실수에서 재미있는 실수를 거쳐 무시무시한 실수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이야기 중에서도 비교적 요즘의 이야기들을 묶어냈다.'고 옮긴이의 글에 밝혔다. 이 책을 출간한 때가 2006년이니 출간 당시보다 꽤나 시간이 흘렀다. 2014년이 된 지금은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이 인식해야할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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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미술사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2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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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미술관을 직접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다. 돈과 시간과 체력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집에서 책으로 보는 것은 시간 투자대비 만족도가 뛰어나다. 요즘에는 화질 좋은 책으로 세계명화를 방안에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차 한 잔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으로 마음이 평안해진다. 이 책 『빈 미술사 박물관』을 보며 찬탄과 경이로움을 느끼며, 빈 미술사 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시리즈물이다.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 중 제12권이다. 직접 가보았으나 작품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오르세 미술관」이나「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하여,「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프라도 미술관」,「반고흐 미술관」,「에르미타슈 미술관」등 다양한 미술관의 컬렉션을 방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욕심이 나는 시리즈물이다.

 

 책을 통해 작품을 보는 것은 언제고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작품에 대한 상세 정보와 설명이 이어지기에 좀더 학술적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반적인 작품 정보와 하나씩 짚어주며 설명해주는 것이 그림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해준다. 다른 작가의 기법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나, 작품 속의 상황에서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 작가의 취향, 작품을 상세하게 볼 때 보이는 것을 짚어주는 등 그림 속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이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이었어?'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피테르 파울 루벤스의 성모승천(1614년경), 구에르치노의 돌아온 탕자(1619년),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파란 드레스를 입은 마르게리타 테레사 공주(1659년) 등 따로따로 알고 있었던 작품이 모두 빈 미술사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여름 (1563년작)의 경우 꽃과 과일과 채소를 결합해 기묘한 옆모습을 만들어냈는데, 계절 연작이 있었다. 봄,가을,겨울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여름은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이다.

 

 빈 미술관 박물관은 1891년 개관한 오스트리아 최대 미술관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빈 미술사 박물관의 상세 정보가 나온다. 주소 및 인터넷주소와 이메일, 개관시간, 휴관일, 교통편, 편의시설 및 가이드투어 등이 담겨있다. 여행을 갔을 때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그곳에서만 왔다갔다 하면서 감상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세계 미술관을 기행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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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리게이터 - 스마트 시대의 멀티 플레이어
시바누마 슌이치 & 세가와 아키히데 지음, 지용구 감역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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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그리게이터' 생소한 느낌이었다. 새롭고 낯선 단어가 나오면 궁금한 마음이 앞선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 이 제목으로 어떤 지식을 전달해줄지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 애그리게이터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감역자의 말에 이런 문장이 있다. '아직까지 기업과 그 구성원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모두를 진지한 시각으로 동시에 들여다 본 관점은 없었다. 최소한 이 책 《스마트시대의 멀티플레이어 애그리게이터》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 부분을 보았을 때, 애그리게이터에 대한 호기심이 급증했다. 이 책을 통해 스마트 시대의 멀티플레이어 '애그리게이터'의 필요성과 특징, 역할 등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보도록 한다.

 

  애그리게이터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통합하는 자(혹은 것)'로서 뉴스 애그리게이터','콘텐츠 애그리케이터' 등으로 각 분야에서 일찍이 범용되어 왔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애그리게이터를 기업 경영과 상생이라는 지향점을 위해 용어를 다시 정의했다는 점이다. (4쪽)

애그리게이트에는 '모으다'라는 의미가 있다. 박식한 파트너인 시바누마 씨는 외주, 즉 아웃소싱과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그리게이터란 '모으는 사람'이 된다. 어감이 독특해서 '그대로 책 제목으로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닛케이 비즈니스 닛케이BP 비저너리 경영연구소 세가와 아키히데

 

 이 책의 4장부터는 궁금했던 애그리게이터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새로운 업무방식을 구현하고 있는 사람들을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라고 부르고 있다.(130쪽) 지금은 애그리게이터가 필요한 시대. 이 책을 통해 애그리게이터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애그리게이터의 5가지 특징

1. 장차 도래할 사회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자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2. 기존 사업의 틀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순간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사업모델 방식을 설계하고 실행한다.

3.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판별할 수 있으며, 그것을 모을 만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4. 상황에 맞춰 자신의 낡은 스킬, 성공경험, 능력을 미련없이 버릴 수 있다.

5. 강렬한 비저닝(Visioning)력을 갖추고 있다.

 

 애그리게이터는 전문가의 진화형이다. 이 책에는 경영자 겸 애그리게이터인 사람들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트, 티치 포 아메리카의 웬디 콥, 야후 재팬의 미야사카 마나부 등을 예로 들어 애그리게이터의 업무방식을 살펴보도록 한다. 애그리게이터는 활동적인 대기업 경영자나 사업가의 업무방식과 닮아 있기 때문에 그런 업무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짚어준다.

 

 이 책을 통해 애그리게이터가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 그들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기업 환경과 연관지어질지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기업 경영과 개인에게 필요한 장점을 살펴보았다. 기업 경영을 바꾸는 3가지 무기인 I.C.M (이노베이션, 콜라보레이션, 모티베이션)을 살펴보고, 이노베이션 파워를 확대하는 7가지 요소를 짚어보는 것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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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거슬러
토마스 에스페달 지음, 손화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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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한다. 내가 아닌 것만 같다. 나는 항상 노년의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왔다. 늙다리와 어린 소녀. 이 이미지가 내게 무엇을 상기시키려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범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것은 자연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무자비함과 폭력, 그리고 자연의 청정함과 결백성 말이다. (11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 다음은 그녀와 그의 은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파릇파릇한 식물 그림이 있는 표지, '자연을 거슬러'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진행에 살짝 당황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사랑이야 말로 지극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고, 또한 우리의 관념과 살짝 어긋난 사랑의 모습에 '자연을 거슬러'라는 표현을 할 수도 있겠다. 시적 언어로 그려낸 '부자연스러운 사랑'의 고백록이라는 점에서 내면의 강한 거부감이 표출된 것일까? 초반에 소설 속으로 완전히 몰입되는 것이 조금은 어려웠다. 하지만 세상에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의 경계는 누가 만들었으며, 어떻게 한정지을 수 있을까? 세상의 어느 사랑도 딱딱 떨어지는 경계에 의해 한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노르웨이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에스페달은 노르웨이 문단에서 유려한 문장과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분야의 엄격한 틀에 구애받지 않는 자전적 소설 또는 수필 형식의 단편소설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자연을 거슬러』는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성숙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토마스 에스페달의 문학적 언어를 음미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작가의 삶 자체를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냉혹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연을 거스르고자 하는 그의 치열한 몸짓에서 고통스러우리만치 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책날개 中)

 

 미화하여 포장한 느낌을 주는 사랑보다는 숨김없이 드러나는 솔직한 사랑 이야기가 주는 파장이 더욱 크다. 나에게는 충격이다. 사실 사랑은 이러해야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우마다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으니, 그 자체를 바라보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에 존재할 것만 같지 않은 이상적인 사랑의 예찬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솔직함이 오히려 마음에 자리잡는다. '이런 이야기까지 들려줄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던 것이 어느 순간, 그렇게 세세하고 솔직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전해주기에 그의 심적상태와 상황이 오롯이 전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조금은 무겁고, 난해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의 경계에 대해, 모든 것이 뒤섞여버린 듯한 혼돈 속에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우리네 삶 속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랑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사랑과 이별, 고독과 죽음 등 삶에서 접하게 되는 감정에 대해 뼛속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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