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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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의 소개를 보고 나서야 『걷기 예찬』이라는 책이 10년 전에 먼저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상한 오기가 생겨 『걷기 예찬』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걷는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철학적인 고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이미 이 세상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인 루소, 니코스 카잔차키스, 바쇼 등의 걷기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읽어나가다보면 걷는다는 것에 대해서 새롭게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걷기 예찬』이후 10년, 여전히 그는 걷기에 대해 예찬하며 새롭게 책을 출간했다.『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보며 걷는다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따라가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내 두 발을 이용해서 직접 한 걸음씩 걸어간다는 느낌으로 읽어보게 되는 책이다. 하나씩 천천히 읽어야 그 맛이 제대로 우러나는 책이었다. 그 점은『걷기 예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천천히 걸어가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누리는 느낌으로 느릿느릿 읽어나가면 그 맛이 더 깊이 우러나는 책이다. 두 권의 책을 통해 걷는다는 것에 대해 깊고 넓게 고찰하게 된다. 요즘같은 빨리빨리 시대에는 더욱 필요한 시간이었다.

 

 걷기는 시간을 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아하게 잃는 일이다. (62쪽)

 걷기는 무엇보다도 감각의 예술이다. 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들어준다. (67쪽)

 프랑스 작가 쥘리앙 그라크는 이런 말을 한다. "모든 위대한 풍경은 걸음으로써 소유하게 만드는 일종의 초대이다. 풍경이 전하는 열정이란 여정에 대한 취기이다." (98쪽)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한 입 한 입 곱씹으며 음미해본다. 책을 읽다말고 마당 산책이라도 나서며 사색에 잠기게 된다. 역시나 온몸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걷기이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큰맘먹고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내어 시도해야하는 것이라면, 걷는다는 것은 잠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멈추고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휴식이다. 일상에서든 여행에서든 기본적으로 '걷기'라는 행위는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 자체에 대해 사유하게 되는 기회는 이렇게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것이다.

 

 온몸의 감각이 열리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행위가 걷기임에도 늘상 일상 속에서 바삐 종종 걸음을 걸어가며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시간, 걷는다는 것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의 맨 뒤에 보면 참고문헌이 가득하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걷기에 관련된 다양한 저서와 사람들을 만나보게 된다. 곁에 두고 천천히 맛보고 싶은 책이다. 살짝 묵혀두었다가 다시 꺼내들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 때에는 어떤 문장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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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정리가 힘이다 - 불편한 관계를 비우고 행복한 관계를 채우는 하루 15분 관계 정리법
윤선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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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정리의 힘』을 보며 정리에 도움을 받았다. 그 책을 보며 잡동사니 물건들에 대한 정리 말고도, 시간, 인맥 등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나서야, 그동안 결심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눈에 보이는 잡동사니뿐만 아니라 컴퓨터 상의 파일 정리 및 휴대폰 속의 주소록 정리도 해야하는데, 여전히 '나중에'로 미루고 있었다. 누군가를 새로 저장하는 것은 쉽지만, 지우는 것은 괜히 기분이 이상하고 신경이 여간 쓰이는 일이 아니다. 손대기 힘들다. 그래도 미루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관계를 정리할지, 이 책 『관계 정리가 힘이다』를 보며 도움을 받아보기로 한다.

 

 인간관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그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이 께름칙하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괜히 꾹 참으며 관계 지속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항상 좋게만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느긋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나의 그런 생각을 더욱 탄탄하게 다져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시작하는 글을 보면서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5,200명의 이름도 살피고...'라는 글을 보며, 나와는 조금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의 숫자와 그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이 책에서 가마타 히로키 교수가 제안하는 '2:7:1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에게 10명의 지인이 있다면, 그중 두 명은 친구, 일곱 명은 평범한 관계, 그리고 적어도 한 명은 안 맞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휴대폰에 몇 명이 입력되어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자. 만약 300명이라면,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30명 정도 있다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30명보다 적다면, 평균 이상으로 괜찮게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130쪽)

저장되어 있는 사람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고, 어떻게 관리 유지할지 살펴보는 것이 누구든지 해야할 일이다. 지금껏 미뤄왔으니 이제부터라도 하루 15분 정도 투자해보겠다고 다짐한다. 마더 테레사의 선행이 가식이었다고 주장하며 책을 낸 교수도 있다고 하니 세상에 100% 존경만 받는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하물며 일반인인 내가 안티가 없을리가 있겠는가.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할 것 같다. 우리는 더 예뻐져야, 더 말을 잘해야, 더 배려심이 있어야만 좋은 관계를 맺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그렇게 교육받아 왔다. '착하게 굴어야지' '네가 친구에게 양보해야지'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지금의 나로는 부족할 거라는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32쪽)

이 책을 보며, 다른 사람을 대하는 나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많이 달랐음을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에는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보면서, 지금의 나로는 부족할 거라는 두려움을 갖는 것이 사실이었다. 어쩌면 늘 교육받아온 사회적 분위기 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체크해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스스로 관계클리닉을 통해 자신의 관계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는 중간에 멈춰서 관계의 현재를 점검해보자. 여러 관점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점검해보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좀더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주변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생각해보고, 어떤 방향으로 행동할지 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낡은 관계를 비우고 설레는 관계를 채우기로 한다. 하루 15분, 지금껏 미뤄왔던 관계 정리에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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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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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정오'라, 중년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목에서 짐작되는 것은 중년을 위로하는 글 정도의 느낌이었다. 중년은 대책없는 젊은 혈기의 나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세상을 보는 깊이가 생기는 때다. 때로는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주변에서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한다. 자꾸 '중년, 중년' 이야기하니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면이 있다. 어떤 때에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그런데 이 책은 '인생의 정오'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다'라는 부분에 더욱 중점을 둔 책이다. 짧은 글귀 속에서 생각에 잠기게 도와주며, 주변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도록 보는 눈을 키워준다. 함께 담긴 사진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띄워준다. 긴 호흡의 글을 읽기에 부담이 있을 때에는 이렇게 짤막하게 끊어지는 글이 짬짬이 읽기에 좋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바라보는 폭을 넓히도록 도와주면서 말이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왼편에는 사진이 있고, 오른 편에는 글이 있다. 명언이나 책 속의 문장을 짧게 보여주고, 그에 대한 생각을 펼쳐나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에 삶 속에서 무수히 교차되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다. 부족한 나의 감성을 누군가가 건드려서 일깨워주어야, 이제야 나도 그런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김밥을 그저 한끼 식사 대용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김밥 생각'은 김밥을 소재로 그 이상의 생각을 진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면, 이런 부분까지 볼 수 있는 감성이 부럽다.

김밥을 말아보면 압니다. 그 안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지를. 각박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김밥을 말아보면 알게 됩니다. - 박광수, <참 서툰 사람들> 중

노랗게 화가 난 무우, 부끄러워 낯붉힌 당근, 쓸데없이 의욕만 앞선 햄, 우왕좌왕 갈피 못 잡는 우엉, 가끔 나타나 금치라고 우기는 시금치, 바쁠 땐 보이지 않다가 가끔 나타나 공을 가로채는 깻이파리, 설익은 논리를 당연하게 주장하는 밥알무리들, 그리고 촘촘하지 못한 때 묻은 김......감싼 김 안에서 욕심을 버리고 어울릴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긴 세상 속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41쪽)

 

 

지금 나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문장은 '구조요청'

 

모든 공격은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해리 팔머

지나보면 알게 된다. 사춘기 딸아이의 공격적인 말투도,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아내의 잔소리도, 토씨 하나를 빌미로 호통 치는 상관의 눈초리도, 만날 때마다 속을 긁는 친구의 트집도, 모두 자기를 도와 달라는 구조요청이란 것을. 그 처절한 공격에 공격으로 대응하지 말자. 그냥 도와주자. (79쪽)

 

'함께 있는 사람들'의 글도 와닿는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을 칭찬하고 뜨내기손님을 즐겁게 해주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생각 없이 무수히 많은 상처를 입힌다. -엘라 휠라 윌콕스

안타까운 사람아, 그대가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은 밖이 아니라 집 안에 있다.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바로 그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117쪽)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페이스 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을 책으로 보는 느낌이 좋다. 컴퓨터 속에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차 한 잔 마시면서 오롯이 책 속의 내용만 음미하는 시간도 괜찮다. 그것이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고, 그렇기에 짧은 문장이 더 긴 여운으로 마음 속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탁자에 놓고 차를 마시며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었다. 휴식과 생각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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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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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 속박되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을 때, 온전히 내 두 발로 걸어다니는 여행을 꿈꾸었다. 그 당시가 한창 제주 올레길이 새로 만들어지고, 걷기 열풍이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점점 빠르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버스나 지하철, 자동차를 이용하며 바삐 돌아다니는 생활 속에서 천천히 걷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휴식이었다. 무언가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느긋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내 존재 자체를 일깨우는 시간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이 새로이 책을 냈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이 책을 통해 10년 전 《걷기 예찬》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을 먼저 읽을 기회가 생겼음에도, 이상하게《걷기 예찬》을 먼저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마음 먹으면 그대로 실천하게 되는 법, 결국 나는 이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이 책이 2002년에 출간된 것이면 지금처럼 올레길, 둘레길, 마실길 등 걷는 길에 대한 인식도 별로 없던 때였고, 한창 월드컵 분위기에 젖어들었던 기억만 얼핏 난다. 10년 넘게 지나서야 2014년의 내가 드디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9쪽)

다비드 르 브르통이 쓴 이 책은 걷기를 예찬한다기보다는 걷는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철학적인 고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미 이 세상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인 루소, 니코스 카잔차키스, 바쇼 등의 걷기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읽어나가다보면 걷는다는 것에 대해서 새롭게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은 내 두발을 이용해서 직접 걸어간다는 느낌으로 하나씩 천천히 읽어야 그 맛이 제대로 우러난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소리내서 읽든가 음미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혹은 운동을 위해 걷자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존재 자체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걷기를 지향한다. 당장 걷기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한 박자 쉬면서 걷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짐을 꾸리고 싶어지는 책이다. 걷기에 대해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고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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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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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부분에 '일본 답사기 교토편을 펴내며'를 보니 교토편 두 권 중 상권을 먼저 펴냈다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두 권이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갈 즈음, '혹 너무 한 도시에 편중한 것 아니냐고 의아해할 분도 있을 법하다.'는 말과 함께 '교토는 천년 고도로 우리로 치면 경주 같아서 볼거리, 이야깃거리, 공부거리가 너무도 많아 제대로 보고, 알고, 즐기기 위해서는 두 권도 모자랄 정도다.'라고 적혀있다. 일본의 문화유산에서 교토가 갖는 위상은 실로 크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만 17곳(사찰 14곳, 신사 3곳)이라니 두 권도 모자랄 정도라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실제로 교토를 가보지 않은 분이 읽으려면 매우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차라리 일본을 공부한다는 마음, 또는 일본학 입문서의 하나로 생각해주면 고맙겠다는 당부로 시작한다. 약간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점과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일단 이 책에 대해 약간의 부담을 갖고 독서를 시작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책이었다. 이 정도면 쉽고 재미나게 교토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 책이다. 일본학 입문서라는 느낌으로 차근차근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은 교토에 직접 가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점이 장점이었다. 그냥 스쳐지나갈 법한 문화재를 콕 짚어서 설명해준다. 여행길에 이런 설명을 들으며 다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교토 답사 코스를 크게 다섯으로 나누어 알려준다. 직접 교토에 가게 된다면 염두에 두고 여행지를 선정해야겠다.

 

 알며, 즐기기 위한 교토 답사 코스, 다섯

첫째 코스는 교토가 일본의 수도로서 역사의 전면에 부상하기 이전의 유적지들을 순례하는 것이다.

두번째 답사 코스는 헤이안시대(8~12세기) 개막과 함께 창건되어 일본 불교의 양대 산맥을 이룬 동사와 연력사를 답사하는 것이다.

세번째 코스는 우지에 있는 평등원을 답사하는 것이다.

네번째는 백제계 도래인 후손인 사카모토노 다무라마로가 헤이안시대에 세운 히카시야마의 청수사에 올라가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가마쿠라시대 창건한 사찰들의 답사다.

 

 교토 답사 일번지 청수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하루는 동창이 전화를 걸어와 "난 교토가 처음인데 어디를 보고 오면 좋은가?"라는 생초보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 상황이 이해가 간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가봐. 일단은 청수사를 봐야 교토를 봤다고 할 수 있어."

나또한 교토에 대해 생초보 질문을 날릴 만한 사람 중 하나이고, 그런 답변을 들었다면, 그것도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쓴 전문가 동창이 추천하는 곳이라면 그곳에 갔을 것이다. 생초보 답사객까지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절이 청수사라고 이야기한다. 청수사가 가파른 산자락 위 서향으로 앉아있어 특히 석양이 아름답고, 깊은 산속의 아름다움과 넓게 트인 호쾌한 전망을 모두 절집으로 끌어들여 '청수의 무대'라는 전설을 낳았다는 점, 청수사로 오르는 길가는 예나 지금이나 축제의 분위기가 넘쳐흐른다는 것도 그곳에 직접 가서 슬슬 걸으며 경관 속에 직접 존재해보고 싶도록 한다.

 

 청수사 마굿간에 얽힌 '유야 스토리'를 듣고 나니 '이 유야 스토리를 모르고 청수사 마구간에서 느끼는 이방인의 감회란 「춘향전」을 모르고 광한루 앞에 선 외국인의 그것과 매한가지인 셈이었다.(243쪽)'라는 문장이 마음에 콕 와닿는다. 청수사의 기원이 된 소리 샘물이 떨어지는 오토와 폭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내가 그곳에 가게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세속에 전하기를 물줄기는 각각 지혜,연애,장수를 상징하는데 그중 두 가지만 선택해야지 욕심을 내어 셋을 다 마시면 오히려 불운이 따른다고 한다. 전설을 이렇게 재미있게 엮어놓으니 탐방객들이 줄을 서서 대나무 손잡이에 달린 쪽박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두 모금씩 마시고 나오느라 북적거린다 (253쪽)

 

 동복사의 변소와 욕실 이야기도 흥미롭다. 욕실은 1459년에 지어진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무쇠 가마솥의 더운 물을 바가지로 퍼서 쓰게 되어있고 놀랍게도 증기식 시설도 있었다고 한다. 선사들의 용변 작법도 송나라 때 편찬된『입중일용청규』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해준다. 이 책을 통해 일본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문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거나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 두 민족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설명해주는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집중해서 흥미롭게 읽어나가다보니 안타깝게 1권이 끝나있다. 처음에 교토에 대한 이야기만 두 권을 쓴다고 한 것에 의아했는데, 역시 두 권으로도 모자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서 교토 하권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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