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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산과의사 - 개정판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평점 :
막스 플랑크가 그의 《과학적 자서전》에서 했던 말은 어느 때보다도 지금 가장 적합하다. “새로운 과학적 진실은 그 진실에 반대한 사람들을 설득하여 그들이 진실의 빛을 보게 됨으로써가 아니라, 그러한 반대자들이 결국 죽고, 이 진실에 친숙한 새로운 세대가 성장함으로써 승리를 거둔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책이 새로운 젊은 세대의 손에 닿기를 희망한다.(11쪽)
다른 것도 아니고 “진실”에 반대한 사람을 설득한다는 말은 그 자체로 부조리합니다. 현실적으로도 무리입니다. 대체 무엇으로 진실에 반대한 사람을 설득하겠습니까. 진실의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진실에 반대한 사람들이 죽어야 해소되는 문제입니다. 인욕忍辱해야 하는 기다림의 문제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담담해서 더욱 비장합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책이 새로운 젊은 세대의 손에 닿기를 희망한다.
동시대에 대한 절망 또는 포기를 책으로 써야 하는 진실의 사람의 아픈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으로 치면 당장 진실이 승리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진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권력과 돈을 모조리 장악하고 있으니 당최 싸움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이런 상황의 극한에 다다랐습니다. 성육신한 거짓이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월 25일, 경찰이 발로 조종한 물대포 직사를 맞고 뇌출혈을 일으켜 317일째 생사를 넘나들던 백남기 선생이 결국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용역을 동원해 장례식장 포함 서울대병원을 통째로 틀어막았습니다. 진실에 반대하기 위해서임은 물론입니다. 시민들은 밤새 시신을 지켜 저들의 침탈을 막았습니다. 법원은 부검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이, 권력의 핵심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진실에 반대한 저들이 설득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동시대를 살면서도 이 일을 까맣게 모르(도록 관리되)는 사람들의 딴청과 침묵은 시대를 더욱 어둡게 합니다. 수천의 경찰·용역이 연건동, 원남동, 명륜동, 동숭동, 이화동, 혜화동 일대를 들쑤시고 다니는데 거리는 평온에 잠겨 있고 행인은 아랑곳없이 흘러갑니다. 이것이 산업적 농업으로 오염된 도시입니다. 이것이 산업적 출산으로 병든 인간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책이 새로운 젊은 세대의 손에 닿기를 희망한다.
이 속 깊은 급진성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상황은 사뭇 더 열악합니다. 진실이 젊은 세대의 손에 닿지 못하게 가로막는 손길을 무섭도록 느끼는 우리에게라면 분명 다른 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 진실을 새로운 젊은 세대의 손에 대어주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희망 넘어 서원. 서원 넘어 결단. 결단의 찰나로 쓱 진입. 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