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3. 토. `천안문의 여자` - 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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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인 여성 작가 샨사가 프랑스로 건너가 불어를 배워 불과 7년 만에 그 유명한 천안문 사태를 다룬 이야기 `천안문의 여자`를 써냈단다. 궁금했다.
2. 나는 사실 `천안문의 여자`라는 소설 제목보다 작가의 이름 `샨사`라는 이름에 반하여 책을 골라들었다. 몇 번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입 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지는 이름이랄까.
3. 중국 근대 역사의 핏빛 잔혹사를 상징하는 `천안문`을 책 간판으로 걸었음에도 역사 소설은 아니었다. 내게 이 책은 현실과 꿈 사이를 비틀거리면서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비춰졌다. 현실에서 내가 쫓아야 하는 이상과 꿈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세상의 모든 청춘들이 자석처럼 끌릴 만한 소설이었다.
고로 나도 청춘.
4. `천안문`이라는 잔혹하고 차가운 현실과 중국의 시골 해변과 산골을 배경으로 하는 우화, 신화 속 한 장면같은 꿈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천안문`은 소름끼치는 역사의 비극일 지언정 `천안문의 여자`는 떠올리면.. `나비의 꿈` 처럼 누군가의 꿈 안에서 헤매다 나온 듯 포근한 몽롱함이 느껴진다.
5. 천상으로 향하고자 오르고 또 오르고 있는 아야메이와 그녀를 잡고싶은 만큼 놓치고도 싶은 자오 중위. 남녀 주인공이면서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두 사람의 눈빛이 마지막 장면 먼 거리에서 쌍안경을 통해서 마주친다. 그 별거 아닌 장면에 심쿵했다. 책장을 덮어도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내 앞에 떠올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기이한 경험이 지속된다.
6. 책 내용과 상관없이 책을 읽는 시기동안 나를 스쳐가는 일상사가 책이 주는 여운과 뒤섞여 책도, 내 일상도 새로운 느낌으로 채색된다. 나를 짓누르는 무게에 숨이 막히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날들의 번뇌를 한 권의 책, 책장 사이에 몰래 끼워둔다. 도서관 반납으로 몰래 쫓아보내고 싶은 무거운 현실의 짐들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