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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조차도 민음사 모던 클래식 56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2016. 1. 9. 토. '개들조차도' - 존 맥그리거 / 4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나길. 누가 와주길. 뭔가......변화하길." - p.102 
 
존 맥그리거는 <너무나 많은 시작>으로 처음 만났었더랬다. 일상의 잔재들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 소중히 여기는 시선이 신선한 감동을 주었었다. <개들조차도>는 또 확연히 다른 신선함으로 날 놀래켰다.
끊임없이 전복되는 문장구조와 분열된 정신 상태의 '우리'라는 화자가 나를 내내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약쟁이 노숙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정신세계를 세세하게 묘사한 작가의 시선이 내 가슴에 자꾸자꾸 생채기를 낸다.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 가족도, 자신의 삶도 잃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인생 여정이 가슴에 찬 바람 쌩쌩 불게 만든다. 너무 시리다.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는 절망감을 잊기 위해 혈관으로 꾸역꾸역 주사바늘을 찔러넣기 바쁘던 노숙인들의 분주한 일상, 죽음이 아니면 끝나지 않을 생의 좌절감이 소름끼쳤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여운으로 남는 것 조차도 분에 넘치는 이들의 죽음에 애도의 눈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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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9. 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69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일까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외로움과 그리움은 샴 쌍둥이처럼
늘상 붙어 다니면서도
서로 다른 마음과 이야기, 빛깔을 품고 있다.

외로움은... 감정의 찌꺼기를 양분삼아 싹 튼 잿빛 식물같다.
내안의 심연의 세계로 휘청거리며 뿌리를 늘어뜨리는 모습이... 아프다.
그리움은... 당신이 나에게 남긴 기억들이, 내가 기억하는 당신의 잔상들이 피워낸 꽃과 같다.
나와 세상의 경계 사이로 화려하고 밝게 피어오르는 꽃송이들... 이또한 아프다.
외로움의 뿌리와 그리움의 꽃송이들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난 외롭고 또 그립다.

왜 사람들은 자기가 전하려는 뜻을 그 순간에 말할 수 없을까.

나도 아홉 살 오스카처럼...
열쇠 하나 손에 들고...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고 싶다.
외롭고 그리운... 모든 사람들의 슬픔에 입맞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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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17. 일. `나를 보내지마 (Never let me go)` - 가즈오 이시구로 /62

태어나고 죽는 일 그 숙명의 굴레 안에서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느껴온 것, 내가 꿈꾸는 것.
그것은 어느 부분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느 부분이 허상일까.
여기에서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다.
실제론 있지도 않는 그것이
무언가에 반사되어 내 앞에만 피어난..
주로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한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 불현듯 내 곁을 스쳐지나가고
나는 갑자기 소름이 끼친 채 멍하니 멈춰선다.

이 책은 그렇다.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된 `학생`들이 성장하고 기증자가 되고
또 간병인이 된다.
우정을 나누고 추억을 간직하고
사랑을 나눈다. 혹시 모를 평범한 인간의 삶을 꿈꿔 보려다 이내 허락받지 못한다.

너무나 슬픈데 울수는 없다. 너무나 두려운 데 무서운 내색을 할 수가 없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그네들을 앞에 두고, 감히 슬프고 무섭다는 감상에 빠질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세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감히 그럴 의지를 세우지 않는다.
그런 시도를 해보는 것을 두고 고민하다 고민하다 수술대 위에서 싸늘하게 식어간다.
감히 시도를 해보려다 `그건 아니되는 일`이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 고개숙인다.

이 책은 그렇다.
애써 열심히 클론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운좋게도 허락된 추억의 한 자락을 붙들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
또한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운좋게도 허락된 추억의 한 자락을 붙들고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유민이가 엄마를 위한 책갈피를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빈티지 책갈피라며 스스로 가슴 설레 하는 모습이...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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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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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4. 수. `어떤 소송` - 율리 체 /31

국민의 건강을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며 국가가 힘을 쏟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 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정치가 된다면,
그것이 권력이 된다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건강이 개인의 것이 아닌 국가적 관리 대상이 된다면
그래서 빈틈없는 체계, 쫀쫀한 망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숨막히는 것인지...
책장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깊은 한 숨 들이쉬고 내뱉는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미래 건강 지상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소송 사건이 아니라 해도.
우리는여기 현실의 삶 속에서
기준을 알기 어려운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다른 비정상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집단적 환상 상태에서 내 영혼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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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3-1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벤 외 많은 사상가들이 얘기했듯이 우리 스스로 국가 시스템을 더 촘촘히 만들어라! 요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예속되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0
리브카 갈첸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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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5. 2. 22. 일.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 리브카 갈첸 /24

........현재 날씨를 잘못 알면 내일 날씨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인식의 왜곡
불완전한 지각으로 가득찬 오늘...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내일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행복의 씨앗을 뿌리며 살다보면
언젠가 내 시선 닿는 곳
푸르게 물들고
그 위로 싱그러운 기운이 일어나겠지....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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