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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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12. 금. <반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지음 / 1 
 
영화 <Loving Vincent> 에서 아르망 룰랭이 고흐의 편지를 테오에게 전하기 위한 여정을 지켜보며 난 이 책을 마음에 품었다.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서신은 워낙 유명한지라 그 동안도 많이 접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과정을, 그 내밀하고 깊은 이야기를 좀 더 진득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솟구친 것이다. 이전에는 남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들여다본다는 게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낯 뜨겁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과는 또 달라진 내가 되어서 인지 기꺼이 그의 편지글들을 들여다보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또 살고 또 죽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마음과 의미로 이 책은 2018년 나의 첫 책이 되었다.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세기의 화가 반 고흐가 아닌 곤궁한 삶에 좌불안석이었던 가난한 루저 예술가 반 고흐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져 마음이 아프고 한 숨이 절로 나왔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가 아닌 ‘반고흐, 돈타령 편지’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정도로... 먹고 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지 못해 동생 테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현실을 책망하고 괴로워한 마음이 그득 담겨있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러는 가운데에도 그의 예술혼은 점점 푸르게 빛나갔고, 자존감을 세우고 굳건히 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세기의 화가나 대한민국 소시민이나 결국은 돈 때문에 울고 웃고 하며 한 세월 다 보낸다는 게 참으로 우습기도 슬프기도...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청년 고흐가 결국 화가라는 자신의 길을 발견하지만 그것이 그의 삶과 영혼을 구원하지는 못했다. 고흐는 명백히 자신이 처한 비참한 현실과 불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고 여하튼 너무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다. 테오 역시 형의 죽음 직후 실의에 빠져 또 다른 병으로 생과 작별했다. 이 지구에서 가장 사랑받고 칭송받는 세기의 화가 반 고흐, 그의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경외감은 감동의 예술이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쉽게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처럼, 그의 삶과 죽음 역시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표본인 듯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비참하고 허망한 감정이 깊어진다. 그러나 그런 삶 한가운데에서 그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그림에 대한 열정과 영혼을 다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이제 이전과 다른 빛과 선을 지닌, 더 위대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예술이 없다면,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은 다 무엇이 되어 남았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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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네 영혼 안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는지도 모른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을 다해 내부의 불을 지키면서, 누군가 그 불 옆에 와서 앉았다가 계속 머무르게 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할까?... p22 <새장에 갇힌 새> 中 
 
... 원하는 만큼 잘 그리려면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겠지만 결국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 있다. 온 세상이 비에 젖어 있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가 오기 전에도, 비가 올 때도, 그리고 비가 온 후에도. 비 내리는 날에는 꼭 그림을 그려야 겠다... p74 <자연이 주는 감동> 中 
 
...예술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단지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네. 더 깊은 원천에서, 바로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나온 것이 아닌가. 반면 예술에 결부된 능숙함과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종교가 자기 정당화를 위해 이론을 세우는 것을 연상시킨다네... p113 <예술,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나오는 것> 中 
 
...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거”이라고 말해 주어라... p194 <그림을 그리는 일은 힘든 노동> 中  
 
...나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매일의 경험과 보잘것없는 작업들이 쌓여 나중에는 저절로 원숙해지며 더 진실하고 완결된 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느리고 오랜 작업이 유일한 길이며, 좋은 그림을 그리려는 온갖 야망과 경쟁심은 잘못된 길이다. 성공한 만큼이나 많은 그림을 망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평온하고 규칙적인 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p277 <소박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그림> 中 
 
... 이곳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소 미신적인 생각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슬프게 한다. 사실 그 말은 꽤나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화가는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빠져 있는 사람이어서, 살아가면서 다른 것을 잘 움켜쥐지 못한다는 말. p279 <화가, 보이는 것에 빠져 있는 사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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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나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A. 나에게 예술이란 영문도 모른 채 감탄하며 좋다고 인정하는 것. 
사실 예술을 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는 문외한임에도 예술의 향기를 맡으면 넋을 잃고, 예술의 빛을 보면 황홀경에 빠지며, 예술의 목소리에 나를 잊고 딴 세상 속을 거닐곤 한다. 모르지만 사랑하는 것이다. 굳이 알려고 애를 쓰고 어려워하고 두려워할 필요 없이, 그저 모르는 가운데 “아 좋다!”감탄하며 내 영혼에 예술의 빛과 바람, 온기를 쏘이는 것이다. 특히 그림이라는 세계는 더욱 그러하다. 눈에 펼쳐진 이미지, 현실과 닮은 듯 닮지 않은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한 순간 내 감정과 영혼이 멈칫하며 그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온갖 감흥이 일어나는 것을 즐겨보는 것.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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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 나의 가치를 높이는 절대적 질문
정철윤 지음 / 8.0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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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16 수.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 정철윤

남들과 다른 것을 찾는 여정은 즐겁다.
그 여정은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을 들여다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나머지,
정작 내 안의 중심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진짜를 알지 못하고...
멀쩡한 내 눈과 생각을 내려놓은 채
남의 눈과 생각을 빌려 사는 기괴한 오류를 저지르곤 한다.

세상이 뭐라든, 남들이 뭐라든
그냥 나로 사는것..나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 너무나 어려웁지만...
그 길 위에서만 인생의 진짜 가치가 빛을 발하리라는 것을 믿는다.

다름의 미학은 정말 눈부시다.
이 세상 수십 억의 별들이 제각기 다른 빛깔과 모양새로 반짝이는 꿈이 날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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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 동양고전에서 깨닫는 참된 부모노릇
송재환 지음, 정가애 그림, 김시천 감수 / 글담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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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27. 금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하는가` - 송재환

부모로서
아이를 이끌어주고 가르치고자 하는
그 마음과 과정에
나를 일으켜세우고 구원하는 의미가 있다.
가르침을 `준다`기 보다는 `나눈다`는 것이 맞는 듯 하다.
함께 깨닫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부모여서 무겁고 힘들지만
부모이므로 얼마나 큰 기쁨과 깨달음을 얻는지... 벅차게 감사하다.

오늘은 또 어떤 가치와 깨달음의 씨앗을
나와 아이의 마음에 심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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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철학자 불편한 책을 권하다
도은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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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9. 목 `농사짓는 철학자 불편한 책을 권하다` - 도은

멘토로 모시고 싶은 멋진 인생 선배가 추천해주신 신작 도서 `농사짓는 철학자 불편한 책을 권하다`

세상에서 몇발짝 떨어진 산골,
아이둘과 함께 자급 농사를 지으며 살고있는 엄마가 권하는 불편한 책들.
이 시대 청년들이
현실의 병폐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을 늘어놓았다.

핵 문제, 극심한 빈부격차, 물질만능주의, 감시와 통제의 기술 사회...
작가는 책읽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체제 속에서 `인간의 무지몽매와 우왕좌왕하는 혼돈, 허접스러운 결점들과 허영심`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것을 권한다.

값싼 감성 대신 신랄한 비판의식을 지니고 현실이 처한 위기를 마주하라는 울림이 남는 책이다.
덤으로...
세상의 속살을 보기 위해 꼬옥 읽고픈 십수권의 책 목록이 주어졌다!

--- 햇살, 바람과 뒤섞인 글자는 눈보다 가슴에 먼저 와닿는다. 역시 가을엔 야외 독서 @안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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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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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3. 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 시골빵집 주인 이타루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병폐를 마르크스 `자본론`과 `천연균`이 일으키는 부패작용에 비유했다. 새로운 한주의 시작을 일본 변방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과 천연균 얘기 들으며 시작하는 기분이... 참으로 신선하다.

-- 천연효모와 천연균으로 자연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긴 건강한 일본 주종빵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해 온 시골빵가게 주인의 노력을 상상하고 있자니 어디선가 자꾸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시큼 달큼 고소한 천연 발효빵이 아른거려 자꾸 입맛을 다신다.

--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
자연의 섭리를 지키고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하는 절실한 노력.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부패시켜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살아있는 `천연균`의 어마무시한 자정 능력에 대한 애찬...
삶의 진정한 가치와 미래에 목적을 두고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진정한 경제혁명...

-- 그리하여 탄생한 진짜 천연발효빵에, 진정한 삶의 가치를 심고 의미있는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며 자본주의의 대안을 구현해 나가고 있는 이타루씨!
작은 시골빵집의 멋진 도전기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눈을 갖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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