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 목.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44
지난 가을부터 겨우내내. 이 책은 다른 책들을 읽는 사이 펼쳤다 닫기를 수도 없이 반복...결국 나에게 외면을 받은 책이었다.
마치 맘에 안드는 남자가 치근덕거리는 것을 간신히 떼어낸듯한 느낌? 그러면서도 왠지 미련은 남아있어 돌아보게 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품게 한 책이었다.
북클럽을 위해 약간의 의무감과 집중력,
기필코 읽어야지 하는 약간의 긴장감을 더하며 펼친 책은...
알고보니 의외로 나와 얘기가 잘 통하는 구석이 있는데다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매력으로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요물이었다.
쉰네 살 파리 고급 아파트의 존재감 없는 수위 르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살을 꿈꾸는 열 두살 팔로마
그리고 빛나는 영혼을 알아보는 현자의 눈을 가진 부유한 일본인 오즈...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려 꽁꽁 감싸고 움추리고 있던 르네와 팔로마가 오즈라는 가교를 만나 영혼의 자매가 되고
르네와 오즈는 서로를 채우고 있는 예술적, 문화적 세계에 매료되어 교감을 나누며
소울 메이트로서의 서로를 알아본다.
... 나는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다가서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며 안도와 부러움의 감정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바라보는 르네와 오즈의 기품있는 태도와 넘치는 지성, 심미안에 탄복한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세상의 계단에서 높은 곳에 있다할 지라도
영혼이 가난한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재력과 세상에서의 위치에 상관없이 `사람` 그 자체를 향하는 순수함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는가...
마음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짓고
삶의 깊은 곳을 서로에게 내어주며
영혼의 맨살을 어루만지는 친밀감을 나누는 벗을 얻는다는 것.
그런 관계가 무르익는 장면들이 날 미소짓게 하고 눈물짓게 했다.
벗과 나누는 따뜻한 마음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풍요로움
그리고 `고슴도치의 우아함`으로
내 삶을 향기롭게 채워가고 싶다.
그렇게 생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