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7. 토. `눈 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32

책을 보는 내내 그리고
책장을 덮고나서도 한창 동안...
손끝이 떨린다.
일상의 익숙한 모든 것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경이롭다.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것이 바로 이 안에 빽빽히 담겨있다.
나는 홀로 눈 멀지 않은 1인이 되어
좀비처럼 떠도는 눈 먼 자들 사이를 숨죽이며 헤매인다.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온전히 환상의 허구이면서도
이 세상을 뼛속까지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메타포...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어느 정도 눈 먼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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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7 `밑줄 긋는 남자` - 카롤린봉그랑 /29

도서관 책에 밑줄을 긋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스물다섯 처자 콩스탕스.
고전 속 주인공들의 그늘에 숨어
모습을 감춘 채
책 속의 글들에 연정을 담아 밀어를 속삭이는
살갗도 향기도 없는 밑줄 긋는 남자.

내것도 그의 것도 아닌 도서관 책 속에
나를 향한 것인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을 붙들고 번민의 시간을 보내는 이십대 말갛고 투명한 젊음이 부럽고 그리웁더라....

길목을 돌다가도 운명적인 인연을 맞닥뜨릴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때...
이십대 그 시절의 풋내가 풍겨와
코끝이 간지럽다.

그래도 가리사니, 을러메다, 에움길 같은 역자의 반짝 반짝 세심한 표현들이 내 마음을 미소짓게 하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새로운 기쁨과 설레임으로 내 맘을 다독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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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6. 목. `개 형제` - 루이제린저 /28

예수의 개가 되어
예수에게 형제라고 불리우며
예수와 영혼의 대화를 나눈 개가 전하는
예수의 사랑, 죽음과 부활 이야기.

이 개 또한 수천년 동안 떠돌이개와 인간으로 번갈아 태어나며 생을 반복하는 가운데...
자기를 ‘형제’ 라고 부른 30대의 젊은이 예수를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또 기억한다.
예수가 베푸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인간들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가슴에 새기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기독교 예수의 생애가 큰 틀을 이루지만, 개가 인간으로 환생한다는 불교의 윤회사상도 짙게 깔렸다는 것이 신선하다.

서른아홉의 루이제 린저가
`생의 한가운데`로 내 삶에 자극과 도전, 끊임없이 깨어있기를 당부했다면
90세의 루이제 린저는
`개 형제`로 적어도 이 개 만큼은 세상을 사랑하길... 평화를 추구하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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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3. 월. `저지대` - 헤르타 뮐러 / 26

한 소녀가 생동감 넘치는 자연, 그 안에서 경직되고 어두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시골 생활을 이야기한다...

소설 속 소녀는
나치의 몰락과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를 침묵으로 지켜보며 시골 마을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가슴 졸이며 풀죽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껍데기는 소설인데...
내 눈은 시를 발견했고
내 입술은 소녀의 속삭임을 따라 읊조린다.

전쟁 없는 전쟁 이야기.
삶 없는 삶 이야기......
저지대...
황폐하게 잠식된 그 곳에서 소리죽여 울고있는 소녀의 어깨, 그 휘청이는 흐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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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3. 월.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 요시다 아쓰히로 /25

모자가게 아저씨 왈.
자신을 알게되는 순간, 자신이 사라져버린다고...
우리는 차츰 젊은 시절의 가시 돋친 윤곽을 잃어간다고...
던져버리려던 돌멩이를 어느 샌가 손아귀에서 즐기게 된다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벽 속으로 사라져가는 거라고...

아... 이 대목을 읽다가...
눈부신 오후 햇살 속에서
보이지않는 나로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꿈을꾸다...
뭐지... 이 슬프면서도 가볍고 투명한 설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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