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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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안데르센'이다.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엄지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등을 쓴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 말이다. 영국인인 저자가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가 안데르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저자는 덴마크인인 아내를 따라 덴마크에서 살게 되었고, 덴마크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덴마크어로 된 동화를 읽고 자국어로 번역하는 숙제를 내줬는데, 그 동화가 바로 안데르센의 대표작 <인어공주>였다. 누구나 다 아는 동화이고, 저자도 디즈니 영화 버전으로 수없이 본 작품인데, 원어로 읽은 원작은 내용도 느낌도 전혀 달랐다. 


"작가의 시각은 공감이 갈 만큼 여성적이면서도 완전히 가학적이라고 할 순 없어도 이따금 대단히 여성 혐오적이다. 한편 금지된 침묵의 사랑 이면에 동성애의 암시가 숨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뿐인가?" (32쪽) '세상에 어떤 남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호기심을 느낀 저자는 그날부터 안데르센의 동화와 자서전을 읽기 시작했고, 내친김에 안데르센이 실제로 유럽 대륙을 여행했던 경로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가게 된 곳이 독일, 이탈리아 피렌체, 로마, 나폴리, 몰타, 아테네, 콘스탄티노플, 다뉴브강 등등. 그냥 유럽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안데르센의 눈과 안데르센에게 호기심과 경의를 품고 있는 저자 마이클 부스의 눈을 통해 여행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여행도 하고 문학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글이 너무 웃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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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ㅣ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장 자끄 상뻬 그림,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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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좀머 씨 이야기>가 새 옷을 입고 돌아왔다. '광복 이후 최대 베스트셀러 50'에 선정될 만큼 유명했던 작품인데, 직접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 읽고 난 후 내 감상은, 대체 이 작품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것. 


일단 화자는 어린 소년이다. 소년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좀머 씨'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가 이사를 온다. 좀머 씨는 매일 직장에 나가지도 않고 누구를 만나는 기색도 없이, 오로지 배낭 하나만 매고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다. 마을 사람들은 좀머 씨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렇게 걷기만 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누구 하나 정확한 답을 알지는 못한다. 소년도 처음에는 좀머 씨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했지만, 점차 일상의 풍경 정도로만 여기고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후 소년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기기도 하고, 피아노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면서 점점 아이 티를 벗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우연히 뜻밖의 장소에서 좀머 씨를 만나게 되고 좀머 씨의 기이한 행동을 보게 된다. 좀머 씨는 대체 어떤 사람이며, 그날 그곳에서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책에는 끝까지 좀머 씨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걸어야만 했는지, 왜 갑자기 살기를 그만두고 죽으려 한 건지 구체적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에 반해 소년을 괴롭힌 -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비혼의 노년 여성인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혐오 섞인 묘사는 지겹도록 길었다. 이 소설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명작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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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2026-06-2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합니다. 다만 작가의 향수나 비둘기 같은 다른 책들을 읽고나면 이 책이 잔잔하게 이어지며 다가왔습니다.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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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든다. 나 역시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데(구두 자체를 안 신는다), 아픈 운동화는 가끔 신을 때가 있다. 디자인이 예뻐서, 비싼 거라서 등등의 이유로... 


내용은 마스다 미리 하면 떠오르는 비혼 프리랜서 여성의 일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멋진 안경점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을 추천받아 써보지만 결국 가장 무난한 디자인을 고르고 마는 나, 친구들에게 야간 경마를 보러 가자고 제안해놓고 당일에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하는 나, 새 노트북을 산 것까지는 좋았는데 와이파이 연결하는 방법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나 등등 남이지만 어쩐지 나 같은,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이야기가 줄줄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 좋았던 건 일상 이야기 중간중간에 여행 이야기가 실려 있는 점이다. 마쓰모토, 가나자와, 도요카와 이나리, 삿포로, 오키나와 등등 저자가 살고 있는 도쿄에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일본) 국내 여행지에서의 여행 경험을 소개해 줘서 흥미롭고 유익했다(나중에 여행 갈 때 참고해야지). 출간 기념행사를 위해 한국에 왔을 때의 이야기도 실려 있고, 지금은 없어진 침대 열차 '카시오페아'를 타고 홋카이도에 간 이야기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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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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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게 단어의 어원을 묻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그도 그럴 게, 저자 마크 포사이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언론인, 교정인이기 이전에 자타가 공인하는 '어원 덕후'로, 누가 그에게 단어의 뜻을 물으면 달랑 뜻만 알려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 과학, 문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어원에 관한 일장연설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비스킷(biscuit)의 어원이 뭐냐고 물으면, 비스킷이 프랑스어로 '두 번 구웠다'라는 뜻의 'bi-cuit'에서 왔다고 설명한 다음, bi는 bicycle(자전거), bisexual(양성애자)에 들어 있는 bi와 똑같고, bisexual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masochism(성적 피학증)이라는 단어도 만들었다는 설명을 늘어놓는 식이다. 책에는 어원에 관한 112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그동안 몰랐거나 어설프게 알고 썼던 영어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만나면 "Hey, man!", "Yo, man!"이라고 인사하는 이유다. 노예제가 있던 시절, 백인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가리켜 'boy'라고 낮추어 부른 것에 대항하는 의미로 'man'이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고. 이 밖에 다른 호칭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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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 신장채록판 5 - 아방의 제자 5
산조 리쿠 지음, 이나다 코지 그림, 호리이 유지 감수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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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설정과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만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된 작품이라서 오늘날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점프 계열의 소년 만화 특유의 용맹함과 씩씩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4권에서 다이 일행은 레오나 공주와 만나기 위해 파프니카 왕국에 갔다가 마왕군의 습격대장인 빙염장군 프레이자드로부터 공격받고 위기에 몰렸다. 빙염 공격을 받고 얼어붙은 레오나 공주를 발지 섬에 숨기는 데 성공했지만, 프레이자드가 발지 섬을 급습하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때 마왕군을 배신하고 다이 일행의 편에 서기로 한 크로코다인과 흉켈이 나타나 다이 일행을 돕기로 하면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5권에서는 크로코다인과 흉켈이 가세한 다이 일행이 마침내 프레이자드를 포위하는 데 성공하고, 최후의 발악을 하는 프레이자드를 무찌른 장면이 나온다. 다이는 스승인 아방에게 배운 아방 스트랏슈 기술을 완성함으로써 용사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마암을 짝사랑하는 포프의 이야기도 나온다. 소년 만화에 빠지지 않는 애달픈 짝사랑. 이 사랑에 열광했던 소년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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