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완전판 3
다케우치 나오코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완전판을 드디어 완독했다. 1권부터 10권까지 다 읽으려면 제법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야기 구조나 서사가 단순한 편이라서 이해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었고, 작화가 너무 예뻐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본편보다는 외전이라고 해야 할지, 각 캐릭터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다룬 에피소드들을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머큐리, 주피터의 서사도 좋았지만 역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건 마스 X 비너스 에피소드일까나... 전체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우라누스다. TV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 초반만 보고 중반 이후부터 못 봐서 우라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도 극 중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는 몰랐는데, 만화로 보니 이건 뭐... (턱시도 가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외적으로도 멋있고 능력도 출중하다. 만화 속 모습과 애니메이션 속 모습이 또 다르다고 하니, 언제 기회가 되면(과연?) 애니메이션도 보는 것으로... 


만화 자체는 마법소녀물로도 볼 수 있고 전대물로도 볼 수 있고 SF 물로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든 핵심은 츠키노 우사기의 성장 서사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어린애였던 츠키노 우사기가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점차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사회적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이런 서사는 비슷한 시기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만화 <슬램덩크>에도 등장한다. 근데 왜 나는 당시에 <세일러 문>을 안 보고 <슬램덩크>를 봤을까(남자가 많이 나와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5 - 완결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매불망 기다려온 신간이 나온 건 좋은데, 완결이라니 이 무슨... ㅠㅠ 결말을 읽어버리면 이 만화와 영영 빠이빠이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 한동안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구입하자마자 비닐을 뜯고 결말까지 후다닥 읽어치워버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말도 너무 좋고, 그래서 이 만화가 더 좋아져 버렸다. 


5권은 동인 행사 풍경으로 시작되는데, 팬데믹 때문에 동인 행사 못 가본 지 1년 몇 개월 넘어서 이 풍경이 너무나 반갑고 그리웠다. 동인지 낸다고 밤늦게까지 작업하고 인쇄소 뛰어다니고 행사 치르고... 이게 그리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ㅠㅠ). 행사를 마친 후, 고3인 우라라는 입시 학원에 다니며 대입을 준비한다. 그동안 이치노이 할머니는 하와이에 사는 딸네 집에 잠깐 다녀오는데, 그때까지 우라라가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둘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BL 만화의 신간이 나와도 알리지 않고 꾹 참는다. 나중에 우라라가 먼저 연락을 하고 나서야 둘이 신나게 '덕질 토크'를 하는데, 그 모습도 참 귀엽고 정겨웠다. 


결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결국 이 만화는 '혼자였다면 해낼 수 없었을 일들을 두 사람이 함께 해내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혼자였다면 이치노이 할머니가 덕질이라는 걸 해보고 동인 행사라는 데 가볼 수 있었을까. 혼자였다면 우라라가 직접 동인지를 만들어서 행사에 참가할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 모든 일의 시작에는 나를 믿어주고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떠올리게 해주는 고마운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봄에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열심히 봤다. 처음에는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만 보려고 했는데, 왓챠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버전이 여러 편 올라와 있어서 이참에 아예 데뷔작 <열혈남아>부터 <2046>까지 왕가위 감독의 주요 필모그래피를 다 훑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자연히 홍콩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다른 홍콩 영화들에 비해서도 홍콩의 역사와 정치, 사회와 문화를 은유하거나 상징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모두 홍콩의 당시 정치 상황이나 역사에 관한 이해 없이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든 영화들이다. 


홍콩에 대해 알면 알수록 슬픈 감정이 들었다. 알다시피 2019년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가 홍콩에서 일어나 상당 기간 지속되었지만,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시위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과거의 홍콩은 사라진 상태다. 이제야 홍콩의 매력을 알고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진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오래전부터 홍콩을 사랑해온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을까. 


'환타'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전명윤 작가가 그중 하나다. 전명윤 작가도 나처럼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을 보고 홍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수없이 홍콩을 들락거리며 홍콩 사람들을 만나고 홍콩 사회와 문화를 관찰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지켜보면서 2047년 일국양제가 종료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2047년까지로 예정되어 있었던 홍콩의 '유통기한'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와버렸다. 앞에서 말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의 제정으로 사실상 일국양제가 끝나고 홍콩의 정치 체제가 중국에 편입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명윤 작가의 신간 <리멤버 홍콩>은 전명윤 작가가 그동안 선보였던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이 책은 아편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홍콩을 둘러싼 역사적, 정치적 이슈들을 소개하고,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민주화 시위 당시 저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시위 참가자들을 인터뷰하고 시위 안팎의 풍경을 관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홍콩을 이렇게 만든 중국 정부가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고,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철석같이 믿고 있고 믿을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프로파간다에 넘어가지 않고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중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홍콩 내부도 친중국파, 반중국파로 갈려서, 친중국파인 부모 세대와 반중국파인 자식 세대가 갈등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상점, 음식점조차 친중, 반중으로 나뉘어 있다니... 그런데 이마저도 예전 상황으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후에는 다들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정치적 입장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저자와 같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일까지도 '외세와의 결탁'으로 몰려 처벌받을 위험에 놓여 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동안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홍콩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중국의 야욕 앞에서 한국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저자는 현재의 홍콩에서 과거의 한국을 보았지만, 나는 현재의 홍콩이 미래의 한국이 될까 봐 두렵다. 책을 덮는 마음이 무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싫어하고 게임만 좋아하는 소년이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으로 인해 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이야기.' 스페인 작가 류이스 프라츠의 소설 <파란 책>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 정도쯤 될 텐데, 그렇다고 '책을 읽읍시다!' 풍의 교훈적이고 계도적인 소설은 아니고,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공부나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잠마저 달아나 밤을 꼴딱 새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경험을 환상적인 방식으로 풀어쓴 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중학생 레오는 매일 게임하고 놀기만 해서 학교 성적이 바닥이다. 새 학기 첫 시험에서 어김없이 낙제점을 받은 레오는 벌로 알렉산더대왕의 페르시아 원정에 대해 조사해오는 과제를 받고 막막해 한다. 보다 못한 친구 리타와 아브람이 레오를 도서관에 데려가는데, 난생처음 도서관에 간 레오는 이렇게 많은 책을 본 게 처음일 뿐만 아니라 책을 이용해 숙제하는 법도 잘 모른다. 결국 아브람과 장난을 치다가 사서안 옥스퍼드에게 주의를 받게 되는데, 벌로 도서관 정리를 돕다가 운명의 '파란 책'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 인장이 찍혀 있지 않고, 인장을 찍어도 금세 사라지는 신기한 책에 매료된 레오는 옥스퍼드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책 읽기는 레오를 고대 그리스와 터키 카파도키아, 페르시아 등으로 데려가 환상적인 모험을 하게 해준다. 급기야 레오는 책을 읽느라 잠도 안 자고, 수업 시간에도 장난을 안 친다. 달라진 레오의 모습에 선생님들은 놀라서 칭찬하고, 친구들도 레오를 더 이상 놀리지 않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은 읽어서 뭐하고 역사는 배워서 뭐 하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던 레오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누나가 옳았어요. 책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말이요.", "역사는 환상 그 자체죠!" 


나는 어려서부터 줄곧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레오처럼 책을 싫어했다가 좋아하게 되는 극적인 경험을 해본 적은 없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처음 도서관에 갔던 순간이나 엄청나게 많은 책을 보고 압도되었던 추억, 몇 장만 읽으려고 책을 펼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밤을 꼴딱 새웠던 추억 등이 떠올랐다. 이런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책을 계속 읽게 되고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인데, 요즘은 이런 추억 없이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많은 것 같다(어른도 마찬가지다). 이는 책의 탓일까, 인간의 탓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쓴 토머스 페이지 맥비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전환했다. 그의 인생에는 두 번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고, 두 번째는 여자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 남자에게 강도를 당한 것이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는, 자신이 여성이라서 이런 일을 겪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에서 강도를 당했을 때는 반대로 자신이 여성이라서 목숨을 구했다는 걸 알았다. 강도를 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잡혔는데, 그동안 범인이 여자는 살리고 남자는 죽였다고 한 것이다. 


저자가 성전환을 한 것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욕망에 따랐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성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편이 자신답다고 여겼고, 나중에는 남성처럼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이 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여성인데 남성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것과 아예 남성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를테면 공중 화장실에 갈 때가 그렇다. 남자처럼 옷을 입고 여자 화장실에 드나들 때는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성전환 후 남성의 몸으로 남성의 옷을 입고 남자 화장실에 갈 때는 매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성전환 사실을 들키고 린치를 당해 사망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이슈는 아버지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인 아버지에 관해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아버지가 어떤 사연으로 그런 인간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건은 몇 가지 있지만, 사실 그 무엇도 최종적인 이유는 될 수 없고, 그 무엇도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 다만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상처를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상처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가해자와 당당하게 맞서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이 대단하고, 이것이 저자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