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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책은 싫어하고 게임만 좋아하는 소년이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으로 인해 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이야기.' 스페인 작가 류이스 프라츠의 소설 <파란 책>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 정도쯤 될 텐데, 그렇다고 '책을 읽읍시다!' 풍의 교훈적이고 계도적인 소설은 아니고,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공부나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잠마저 달아나 밤을 꼴딱 새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경험을 환상적인 방식으로 풀어쓴 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중학생 레오는 매일 게임하고 놀기만 해서 학교 성적이 바닥이다. 새 학기 첫 시험에서 어김없이 낙제점을 받은 레오는 벌로 알렉산더대왕의 페르시아 원정에 대해 조사해오는 과제를 받고 막막해 한다. 보다 못한 친구 리타와 아브람이 레오를 도서관에 데려가는데, 난생처음 도서관에 간 레오는 이렇게 많은 책을 본 게 처음일 뿐만 아니라 책을 이용해 숙제하는 법도 잘 모른다. 결국 아브람과 장난을 치다가 사서안 옥스퍼드에게 주의를 받게 되는데, 벌로 도서관 정리를 돕다가 운명의 '파란 책'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 인장이 찍혀 있지 않고, 인장을 찍어도 금세 사라지는 신기한 책에 매료된 레오는 옥스퍼드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책 읽기는 레오를 고대 그리스와 터키 카파도키아, 페르시아 등으로 데려가 환상적인 모험을 하게 해준다. 급기야 레오는 책을 읽느라 잠도 안 자고, 수업 시간에도 장난을 안 친다. 달라진 레오의 모습에 선생님들은 놀라서 칭찬하고, 친구들도 레오를 더 이상 놀리지 않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은 읽어서 뭐하고 역사는 배워서 뭐 하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던 레오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누나가 옳았어요. 책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말이요.", "역사는 환상 그 자체죠!"
나는 어려서부터 줄곧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레오처럼 책을 싫어했다가 좋아하게 되는 극적인 경험을 해본 적은 없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처음 도서관에 갔던 순간이나 엄청나게 많은 책을 보고 압도되었던 추억, 몇 장만 읽으려고 책을 펼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밤을 꼴딱 새웠던 추억 등이 떠올랐다. 이런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책을 계속 읽게 되고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인데, 요즘은 이런 추억 없이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많은 것 같다(어른도 마찬가지다). 이는 책의 탓일까, 인간의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