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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평점 :

이 책을 쓴 토머스 페이지 맥비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전환했다. 그의 인생에는 두 번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고, 두 번째는 여자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 남자에게 강도를 당한 것이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는, 자신이 여성이라서 이런 일을 겪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에서 강도를 당했을 때는 반대로 자신이 여성이라서 목숨을 구했다는 걸 알았다. 강도를 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잡혔는데, 그동안 범인이 여자는 살리고 남자는 죽였다고 한 것이다.
저자가 성전환을 한 것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욕망에 따랐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성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편이 자신답다고 여겼고, 나중에는 남성처럼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이 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여성인데 남성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것과 아예 남성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를테면 공중 화장실에 갈 때가 그렇다. 남자처럼 옷을 입고 여자 화장실에 드나들 때는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성전환 후 남성의 몸으로 남성의 옷을 입고 남자 화장실에 갈 때는 매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성전환 사실을 들키고 린치를 당해 사망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이슈는 아버지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인 아버지에 관해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아버지가 어떤 사연으로 그런 인간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건은 몇 가지 있지만, 사실 그 무엇도 최종적인 이유는 될 수 없고, 그 무엇도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 다만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상처를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상처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가해자와 당당하게 맞서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이 대단하고, 이것이 저자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